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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도 들리지 않더라”살며 묵상하며
하태혁 목사(단해감리교회) | 승인 2019.10.03 17:46
10 제자들이 예수께 말하였다. “남편과 아내 사이가 그러하다면, 차라리 장가들지 않는 것이 좋겠습니다.” 11 예수께서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누구나 다 이 말을 받아들이지는 못한다. 다만, 타고난 사람들만이 받아들인다. 12 모태로부터 그렇게 태어난 고자도 있고, 사람이 고자로 만들어서 된 고자도 있고, 또 하늘 나라 때문에 스스로 고자가 된 사람도 있다. 이 말을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은 받아들여라.” 13 그 때에 사람들이 예수께 어린이들을 데리고 와서, 손을 얹어서 기도하여 주시기를 바랐다. 그런데 제자들이 그들을 꾸짖었다. 14 그러나 예수께서 말씀하셨다. “어린이들이 내게 오는 것을 허락하고, 막지 말아라. 하늘 나라는 이런 어린이들의 것이다.” 15 그리고 그들에게 손을 얹어주시고, 거기에서 떠나셨다.(마태복음 19:10~15/새번역)

남편과 아내는 “둘이 아니라 한 몸이다. 하나님이 짝지어 주신 것을 사람이 갈라놓아서는 안 된다.”(마19:6) 이 가르침에 대한 제자들의 반응은 의외입니다. ‘그렇다면 장가들지 않는 게 낫다’고 합니다. 남자만 이혼을 요구할 수 있고, 아내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버릴 수 있었습니다. 때문에 주님의 가르침이 충격이었나 봅니다.

가부장제 남성중심의 문화는 하나의 해결책이었을 것입니다. 지나가던 이방인이 재산을 강탈하고 살인을 저질러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에서 남성의 강력한 힘은 중요한 생존수단입니다. 그러나 완벽한 해결책이 존재할까요. 남성중심사회는 차별과 폭력의 가능성을 지닙니다. 최고의 해결책이었던 핵폭탄이 이젠 최고의 문제꺼리가 되듯, 해결책에는 늘 문제라는 그늘이 드리웁니다. 그러나 의지해 살다보면 타성이 눈을 가려 잘 보이지 않습니다.

▲ Penny Hardy Sculpture with a Visible Energy

익숙해진 타성을 흔들어 일깨우시는 주님의 가르침은 그래서 전복적이고 충격적입니다. 주님의 가르침이나 성경이 늘 감동과 위로만 가득하다면, 타성에 눈 먼 신앙일 수 있습니다. 감동과 위로로 가득한 예배나 설교만 찾는다면, 들어야할 말씀이 아니라 듣고픈 말씀에만 침 흘리는 집착일 수 있습니다. 자신이 욕망하는 해결책을 절대시하며, 그것이 지닌 문제점에는 눈 감는 왜곡일 수 있습니다. 어쩌면 가장 의지하는 그 해결책이 가장 큰 문제꺼리가 아닌지 살펴야하는 이유입니다.

어떻게 해야 눈먼 타성에서 벗어나 주님의 가르침을 오롯이 들을 수 있을까? 바로 이어지는 어린이에 대한 말씀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습니다.

바로 앞 18장 초반에 하늘 나라에서 가장 큰 사람이 누구냐고 제자들이 묻습니다. 어린이와 같이 자신을 낮추는 사람이 가장 큰 사람이라고 일러주시죠. 그러나 이 본문에서 제자들은 주님께 데려오는 어린이를 막습니다. 제자들은 주님의 가르침을 들은 적 없는 사람처럼 꾸짖습니다. 주님의 가르침을 이미 들었지만 듣지 못했습니다. 알아듣지 못했습니다. 더 높아지기만 바라는 욕망에게 낮아지라는 가르침은 들리지 않습니다. 듣는다고 들리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들을 귀 있는 자를 말씀하신 게 아니겠습니까.

‘하늘 나라는 어린이의 것이다. 어린이처럼 낮아져야 하나님 나라에 들어갈 수 있다.’ 이 가르침이 본문의 맥락 속에서는 이렇게 들립니다. “어린이와 같이 주님 말씀을 들어야 들린다. 어린이처럼 새롭게, 처음 듣듯이 들어야 들린다. 듣고픈 말씀에만 침 흘리는 욕망, 익숙해진 타성에 눈먼 집착에서 벗어나 낮아지고 낮아져라. 어린이처럼 낮아져라. 그제서야 지금 여기 하나님 나라에서 울려퍼지는 주님 말씀이 들린다.”

어린이처럼 낮아진 자리에서 들을 때, 결혼하지 않는 게 낫다는 충격을 뚫고 나아갈 수 있습니다. 소유물처럼 여긴 아내를 뼈 중의 뼈요, 살 중의 살로 새롭게 볼 수 있습니다. 익숙하던 문화의 폭력성에 놀라 돌이킬 수 있습니다.

하태혁 목사(단해감리교회)  devi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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