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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토착화신학으로서의 박순경 통일신학한국 여성신학자 박순경 통일신학의 세계문명사적 함의와 聖․性․誠의 여성신학 (1)
이은선 명예교수(한국 信연구소 대표, 세종대) | 승인 2019.10.05 18:51

연재를 시작하며

이번부터 모두 여섯 차례에 걸쳐서 연재하려고 하는 이 글은 지난 6월8일 한국여성신학회가 주관한 2019년 하계학술세미나 ‘원초 박순경의 삶과 신학: 기독교, 민족, 통일을 말하다’에서 발표한 글이다. 한국 여성신학자로서 한반도 통일담론의 장에서 이 정도의 깊이와 진정성, 그리고 지속성으로써 통일신학을 전개시켜온 분이 있지 않지만 사실 그의 통일신학은 그렇게 많이 회자되지 않는다. 심지어는 여성신학자들 사이에서도 거의 그래왔다.

그래서 그녀가 처음 신학을 시작한 감리교 신학대학의 조직신학 교수 김정숙 여성신학회 회장의 발의로 올해 그녀의 신학을 본격적으로 다루어보기로 한 것이다. 이미 부산 피난 시절부터 그녀를 알았고, 이화여대 기독교학과의 오랜 동료로서 함께 시간을 보내오신 서광선 교수님과 그녀의 노후에 학문적 제자로서, 또한 딸처럼 또 다른 대안적 가족의 삶을 살고 있는 김애영 교수(한신대 명예교수)의 발제에 이어서 본 글이 발표되었다.

하나의 논문으로서는 매우 긴 글이어서 투고를 망설이고 있던 중 이번 조국 사태(또는 윤석렬 사태)를 맞이하게 되었다. 그리고 며칠 전 10월3일 개천절 날 전광훈 목사 등의 보수 개신교 교회들과 자유한국당이 함께 벌인 광화문 집회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가를 생생히 보면서 이 글을 속히 나누어야겠다는 생각이 더욱 들었다. 결국 지금 우리가 목도하고 있는 ‘조국 Question’의 근저에는 한국 보수개신교의 뿌리 깊은 신앙적, 정신적 식민성과 결코 조금도 진전되지 않는 북한 사회주의 체제와 그 역사에 대한 편협한 이데올로기적 인식이 깔려있는 것이 보이기 때문이다.

지금도 치욕으로 느끼는 식민지로부터 벗어난 지 70년이 넘어가는데도 어떻게 나라의 한복판에서 열리는 국민들의 집회에 그처럼 성조기가 넘실되고, 입에 담기조차 역겨운 언술과 비행으로 개신교 내부에서도 이미 판명난 인물의 선동에 어찌 그처럼 한국 기독교가 열광적으로 동조할 수 있는지 참으로 그 앞에서 말을 잊는다. 주로 노인 세대의 단지 얼마간의 ‘알바비’ 문제가 아니라 한국 개신교 신앙의 뿌리 깊은 보수주의와 식민주의, 언제든지 폭력적 절대주의로 치달을 수 있는 신앙적 근본주의가 더 깊은 근저에 있다.

박순경 선생의 통일신학은 이러한 일에 대한 뛰어난 탐색이고, 명철한 길라잡이가 될 수 있다. 신학자의 어설픈 마르크시즘 연구가 아니라 조직신학자이면서도 역사신학의 뛰어난 문제의식과 관점을 가지고, 그와 더불어 어떻게든 한민족 시원의 역사에까지 가닿으려는 장기간에 대한 전망과 포괄적 세계인식으로 어떻게 한국 개신교 신앙이 좁은 사회주의 포비아적 근본주의와 서구신학 종속성을 벗어날 수 있는지를 밝힌다.

거기에 더해서 대안적인 여성신학적 전망을 보태서 한국신학을 한 차원 높게 끌어올린다. 오늘 90세를 훌쩍 넘기신 연세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치열하게 저술하고 연구하시는 선생의 일관된 목표를 나는 나름의 주체적인 ‘한국적 신학’의 재구성에 있다고 본다.

▲ 박순경 교수

그래서 나는 그의 신학을 또 하나의 한국적 ‘토착화신학’이라고 보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나의 이해에 대해서 선생 본인이나 다른 도반들은 어떻게 이야기하실지 모르지만 나의 독해는 그러하다. 그리고 특히 오늘 조국 Question과 관련해서 나는 박순경 통일신학이 그에 대한 가장 강력한 대답 중 하나가 될 수 있다고 여긴다.

박순경 통일신학의 삼위일체적 구조

올해 대한민국은 3.1운동 백 주년을 기념하고 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감춰져 있었고, 드러나지 않던 근현대사의 많은 일들이 밝혀지면서 그 시간들이 얼마나 치열한 격동과 투쟁, 갈등의 시간이었는지를 더욱 알아 간다. 대한민국 독립에 끼친 공로를 인정받아 수여된 최고훈장인 대한민국장 제1호를 받은 사람이 이승만 대통령이라고 한다.

하지만 그는 해방 후 남한의 대통령으로서 일제하 친일 경찰들을 다시 끌어들였고, ‘보도연맹(保導聯盟)사건’과 같은 일을 일으켜서 많은 독립운동가들을 ‘빨갱이’로 몰아 숨지게 했으며, 그의 친미정책과 반공주의는 이후 대한민국과 한반도의 삶에 또 다른 식민과 비참, 갈등과 분열을 일으키는 결정타가 되었다.

오늘 촛불혁명 정부인 문재인 정부 하에서도 지난 시간 대표적인 공안검사였던 황교안 의원이 제1야당의 당수가 되어서 자신이 잡아들여 가혹하게 고문하고 간첩으로 조작했던 피해자들을 다시 호통치고 있다. 이런 모습이 오늘 대한민국의 여전한 현실인데, 여기서 황교안 대표는 한국 침례교회의 전도사로서 역할하기도 했다.

한국 여성신학자 박순경의 통일신학은 바로 이러한 불의한 현실에 대한 일침이고 항거이다. 그것은 2019년 오늘까지도 여전히 지속되는 갈등과 분열, 식민과 불의한 현실로부터의 해방과 새로운 건국의 길을 찾는 고통의 행군이다. 그녀의 이 행군은 1945년 일제로부터의 해방 이후 지금까지 이어진 반세기 이상의 긴 길이었고, 거기서 그녀의 제1의 화두는 ‘민족’, ‘한민족’이다. 즉 어떻게 근현대 서구적 제국주의의 희생자였던 한민족이 ‘하나님’의 새로운 구원사적 메시지로서 세계사적 의미를 얻을 수 있겠는가 하는 것이다.

이 일에서 그녀에게 제일 시급하고 긴급한 일은 한반도의 ‘통일’이다. 일제로부터의 해방과 더불어 남북으로 나눠진 한반도의 현실을 보면서 그녀는 자신이 믿고 공부하게 된 기독교 신앙과 신학의 ‘하나님’과 ‘구원’과 ‘성령’의 역사가 자기 민족의 현실과 어떻게 관계되는지를 끊임없이 물었다. 특히 미국 유학(1956-1965년)을 거쳐서 1970년대 유럽으로 서구 신학의 근황을 연구하러 가서는 “나의 신학적 태도의 전환기”라고 스스로 말할 정도로 그때까지 칼 바르트 등 서구 신학자 연구가 그녀 신학의 주된 관심사였다면 그로부터는 “한국 민족에로의 신학적 주제의 전환”이 크게 일어나서 특별히 민족분단의 현실이 최고의 관심사가 되었다고 한다.(1)

박순경의 통일신학은 참으로 통전적이다. 그녀는 자신이 이미 1946년 감리교신학교에서 신학공부를 시작할 때부터 막연하게나마 느꼈다고 하는 민족, 사회주의 민족운동, 기독교의 관계를 깊이 천착하고자 했고, 그래서 유럽에서 돌아와서 민족사 연구를 심화시켰고, 마르크스주의와 사회주의 연구를 밀고 나갔으며, 기독교 구원사의 의미를 특히 이스라엘 민족의 출애굽 경험과 ‘계약’에 집중하면서 한민족의 역사와 운명, 미래의 나아갈 길에 적용하며 매우 통합학문적으로 진척시켰다. 그녀 공부의 양과 폭이 얼마나 크고 깊은지를 이번 글을 준비하면서 알게 되어서 참으로 감탄을 금치 못했고, 그 노고와 수고에 감사와 찬탄이 저절로 나왔다.

이 모든 추구와 노력은 20세기 민족 식민화와 분단의 현실에 직면해서 “한국신학에로의 전환기회”를 거쳐서 ‘민족신학’, ‘통일신학’을 수립하고자 하는 행보였다.(2) 그리고 여기에 더해서 그녀는 ‘여성신학’이라는 이름 아래서 새롭게 이 모든 민족과 민중, 사회주의와 통일의 물음들을 통전적으로 연결시켜서 박순경의 ‘한국적 여성신학’의 틀을 보여주었다. 지난 2014년 이제 중년여성들이 된 제자들로부터 ‘내 나이가 어때서’라는 춤과 노래로 맘껏 축하를 받은 그녀의 저술 『삼위일체 하나님과 시간-제1권 구약편』은 다시 한 번 그녀 신학이 무엇을 추구하고, 그 추구의 길에서 어떻게 항상 다시 ‘원초’(原初)를 중시하면서 근본과 기초를 추구하는지를 보여주었다.

가장 최근의 저서인 이 책에서 박순경 통일신학은 특히 구약 창세기의 창조설화와 관련해서 한민족(동이족)의 원류 이해를 더욱 긴밀히 연결하면서 그녀의 민족신학과 통일신학이 고정된 것이 아니라 계속 전진하고 전개되고 있음을 드러내 준다.(3) 재미있는 사실은 그녀의 호 ‘원초’(原草)는 ‘본디 풀’이라는 인간과 세계의 지극한 무상성과 상대성을 뜻하는 것이라고 하지만, 나에게는 오히려 그 뜻은 다르지만 한글 발음은 같은 ‘근본’과 ‘기초’라는 의미의 ‘원초’(原初)로 읽혀져도 손색이 없다고 여겨졌다. 그만큼 그녀의 신학은 가장 서로 상반되는 것 같은 두 영역과 의미, 예를 들어 하나님과 세상, 초월과 내재, 기독교와 유물론 등을 ‘불이적’(不二的)으로 하나로 엮으려고 시도인 것을 드러내는 의미라고 하겠다.

한국 토착화신학으로서의 박순경 통일신학

지금까지 박순경 통일신학과의 대화와 그 연구는 주로 정치신학이나 민중신학의 측면에서 이루어져 왔다. 박순경 선생님 스스로도 하나님과 세상의 질적 구분을 강조하는 신정통주의 신학의 입장에서 윤성범이나 유동식의 신학, 변선환의 종교신학을 세차게 비판하며 토착화신학이 “반공기독교의 반민족적 상황”에 안주하며 “추상적이고 비역사적인” 모습을 보인다고 지적해 왔다.(4)

하지만 나는 이번 박순경 통일신학을 우선적으로 토착화 신학의 한 과업으로 여기면서 수행해 왔다는 것을 먼저 밝히고자 한다. 왜냐하면 나에게 있어서 토착화신학이란 어떻게 하면 기독교 복음의 메시지를 우리 한반도 삶의 증진을 위해서 가져올 수 있을까 하는 물음이고, 그래서 그 일을 위해서 지금 우리 현실에서 통일과 평화의 일이 가장 긴요하다고 생각됨으로 통일과 평화의 일을 토착화 신학의 핵심 과제로 보기 때문이다.

또한 거기에 더해서 이러한 한반도의 통일과 평화를 위해서는, 특히 그 도상에서 오늘날 점점 더 심각해지는 남남갈등에 있어서 주도적 역할을 하는 반공기독교, 보수기독교의 폐쇄된 서구와 미국 중심주의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한반도와 동아시아 고유의 사상 전통과 대화하지 않을 수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지금까지의 좁은 의미에서의 토착화 신학적 작업은 피할 수 없다고 보는 것이다. 그리고 나는 이 일에서 비록 선생의 토착화 신학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과 언급에도 불구하고 그 통일신학 안에 나름대로 유사한 시도와 관점들이 다분히 들어있다고 본다. 이번 본인의 연구를 통해서 그러한 측면들이 더욱 드러나기를 희망한다.

지속적으로 스스로 강조하시듯이 박순경 선생의 통일신학은 좁은 의미의 민족주의에 머무는 것이 아니다. 온 시간과 공간을 포괄하는 ‘하나님’, 또는 ‘하나님 나라’ 의식이 그녀 신학의 토대이자 지향점이 되므로 그 민족신학은 결국 세계신학에로 향하고, 그렇게 전 세계를 향한 의미로 한국신학이 확장될 때만 존재 의미가 있다고 역설한다. 이것은 박순경 신학의 성령론적 전개를 말하고, 박순경의 여성신학은 이 영역에 자리한다고 본다.

이상의 개론적 탐색을 통해서 박순경 통일신학이 크게 세 영역으로 그룹화 될 수 있다고 보고, 본 연구를 그 구조 안에서 살피고자 한다. 그 세 영역과 주제란 첫째, 그녀 신학의 하나님 나라 의식과 민족, 한민족 이해, 둘째, 예수 그리스도의 구원론적 의미와 민중, 민중신학과의 대화, 마지막으로 성령 이해와 여성신학, 세계신학적 의미이다. 지금으로서는 그녀 신학의 결론적인 종합이라고 할 수 있는 2014년의 저서 『삼위일체 하나님과 시간』이라는 제목이 잘 지시하는 대로 박순경 통일신학은 삼위일체적 신학 일반을 모두 포괄하고, 본 논문은 그 탐구의 깊이에 대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그와 같은 전체를 함께 살펴보고자 한다.

그러면서 聖․性․誠이라고 하는 한반도의 토착적 유교 전통으로부터 가져와서 기독교 신학에서의 하나님․그리스도․성령을 또 ‘다르게’ 지시해 보려는 언어를 가지는 본인의 한국적 여성신학으로부터 어떠한 비판적 성찰을 보탤 수 있는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이러한 본인의 모든 신학적 작업도 선생님의 통일신학처럼 그렇게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 더 나아가서 그로부터 한국신학이 어떻게 세계문명사적 의미를 얻을 수 있겠는지를 탐색하는 하나의 고투라고 감히 말씀드리고자 하는 의미에서이다.

미주

(미주 1) 박순경, “나의 신학 수업”, 『하나님 나라와 民族의 未來』, 대한기독교출판사, 1983, 22쪽.
(미주 2) 박순경, 『통일신학의 미래』, 사계절, 1997, 27쪽.
(미주 3) 이번 3.1운동 백주년을 맞이해서 ‘변선환 아키브’ 주관으로 펴낸 『3.1정신과 ‘以後’기독교』에서 박순경 통일신학을 탐구한 신혜진 박사는 이러한 사실을 지적했다. 그리고 박 선생님의 통일신학에 관한 핵심 저서 『통일신학의 여정, 1992』이 그 제목으로 잘 말해주고 있다. 이 제목은 그의 제자 김애영 교수로부터 연원한 것이라고 선생님은 밝히고 있다. 신혜진, “한반도 평화와 통일신학-박순경 통일신학의 활성화를 위한 비판적 검토”, 변선환 아키브 편,『3.1정신과 ‘以後’기독교』, 도서출판 모시는 사람들, 2019, 260쪽.
(미주 4) 같은 책, 23쪽.

이은선 명예교수(한국 信연구소 대표, 세종대)  leeus@sejo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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