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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치는 돌(다니엘 7:1-28)천천히 걷자
여상범 목사(제주신흥교회) | 승인 2019.10.11 19:07

다니엘이 꾼 꿈은 이스라엘이 겪게 될 또 하나의 비극을 예견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알렉산더의 후예인 헬라제국에 의한 폭력적인 문화개조 정책입니다. 셀류쿠스 왕조는 할례, 안식일준수, 율법준수 등 이스라엘이 중요하게 지켜온 것들을 모두 금지했고, 희생제물로 돼지를 사용하게 하고, 제우스의 신상을 성전에 세우는 등 헬라 문화를 이스라엘에 강요하였던 것입니다.

이런 강압적인 통치가 시작된 까닭은 다름 아닌 유대인 내부의 분열 때문이었습니다. 우리나라에도 친일파가 있는 것처럼, 이스라엘에도 헬라인들과 야합한 자들이 있었습니다. 안티오쿠스 4세에게 뇌물을 바치고 대제사장의 자리에 오른 야손과 메넬라우스 같은 사람들이 대표적인 예가 되겠습니다.

그들은 대제사장의 자리를 놓고 서로 싸우다가 안티오쿠스 4세에게 예루살렘을 유린할 기회를 제공합니다. 예로부터 동서를 막론하고 외세에 기생하는 정치인들은 자기 밥그릇에 문제가 생기면 적군과 아군을 가리지 않고 물어뜯는 본성을 지닌 듯합니다.

이 시기에 이스라엘이 당한 고통은 일제강점기에 일본인들이 자신들의 설익은 문명을 우리에게 함부로 강요할 때 우리 조상들이 당했던 고통과 비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어떤 사람들은 일본이 우리에게 발전된 문명을 전파해준 은인이라고 주장하기도 합니다만, 속도와 방식이 다를 뿐 우리나라도 이미 서양문물을 수용하던 과정이었습니다. 일본을 폄하하려는 것이 아니라, 상식적으로 생각해볼 때, 전통문화가 빈약하고 전통에 대한 자부심이 약할수록 남의 것을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것 아닙니까? 그것이 일본과 우리나라의 차이였고, 일본을 숭배하던 자들과 전통의 가치 있는 부분을 살려보려는 사람들의 차이 아니었겠습니까?

신앙에 대한 자부심보다 발전된 물질문명에 대한 선망이 더 컸던 사람들이 헬라문명의 충견 역할을 했다는 사실을 잘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야 하나님이 보내시는 “인자 같은 이”(13절)를 통해 세워지는 나라와 하나님의 심판의 의미를 바르게 이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니엘의 환상에 등장하는 네 짐승과 네 번째 짐승에게서 난 열 개의 뿔과 그 뒤를 이어 난 또 다른 뿔은 각각 세상의 권력자들을 상징합니다. 그들의 힘의 출발점은 하늘이며(2절), 그들의 모태는 바다입니다(3절). 모두 하나님께서 지으시고 다스리시는 시공간 안에 한정됩니다.

하나님의 심판으로 그들이 멸망하고, 거룩한 백성들의 나라가 영원히 세상을 다스리게 된다는 것은 신앙이 현실정치를 압도하는 종말론적 세계를 표명하고 있습니다. 종교가 정치를 지배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정의와 자비, 평화와 선(善)으로 다스리시는 하나님의 역사가 시작됨을 알리는 말씀이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인자에 관한 예언을 예수님에 관한 예언으로 읽어도 전혀 무리가 없을 것입니다.

친일, 반일 등의 단어가 요즈음 우리나라의 정세를 대변하는 용어가 되고 있습니다. 일본인들이 전쟁통에 저지른 자신들의 불의한 역사를 인정하기를 거부했기 때문입니다.

일본사람들에게 악감정을 품는 것은 우리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뿐 아니라, 신앙적으로 퇴보하게 만드는 요인이 됩니다. 배울 것은 배우고 좋은 것은 받아들여야 합니다.

하지만 아베를 위시한 일본의 권력자들이 불의한 언행을 일삼고 있는데도 그들에게 굽히는 것이 현명한 처사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비난받아 마땅합니다. 그들은 마지막 짐승에게서 난 뿔을 숭배하느라 자기 민족을 멸망의 늪으로 인도한 사람들과 동급이며, ‘친일 매국노’라고 불리더라도 할 말이 없습니다.

신앙인은 외적인 성공과 안정보다 영적인 요소들을 더 중요하게 여깁니다. 만물의 결정자가 하나님이시기 때문에 믿음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다고 여기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물질을 숭배하는 자들의 말에 현혹되지 말고, 하나님의 정의와 평화를 “외치는 돌”(눅19:40)이 되어야 하겠습니다.

여상범 목사(제주신흥교회)  uptiger@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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