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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으로 사는 사람의 떡”살며 묵상하며
하태혁 목사(단해감리교회) | 승인 2019.12.02 14:29
1 그 즈음에 예수께서 성령에 이끌려 광야로 가셔서, 악마에게 시험을 받으셨다. 2 예수께서 밤낮 사십 일을 금식하시니, 시장하셨다. 3 그런데 시험하는 자가 와서, 예수께 말하였다. “네가 하나님의 아들이거든, 이 돌들에게 빵이 되라고 말해 보아라.” 4 예수께서 대답하셨다. “성경에 기록하기를 ‘사람이 빵으로만 살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입에서 나오는 모든 말씀으로 살 것이다’ 하였다.”(마태복음 4:1~4/새번역)

‘사람은 빵으로만이 아니라 하나님의 “모든” 말씀으로 살아야 한다!’ 부정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어떨까요? 다행히 하나님 말씀으로 산다고 해도 빵을 가져다줄 말씀에만 침 흘리지 않는지. 물론 말씀만으로 살 수는 없습니다. 빵이 필요합니다. 중심이 하나님의 모든 말씀에 있을 뿐입니다. 중심이 하나님 말씀에 있다면 당연히 빵도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말씀이 다르면 빵이 다르고, 빵이 다르면 삶도 다릅니다.

그리스인 조르바에서 조르바는 주인공 ‘나’에게 먹은 게 무엇인지 묻습니다. 먹은 것을 보고 어떤 사람인지 말해주겠다는 것입니다. 조르바의 설명은 이렇습니다. “어떤 작자들은 먹고 똥과 잡동사니만 만들고, 다른 작자들은 일과 의욕을 만들고, 또 다른 사람들은, 내가 듣기로, 하느님을 만든답디다. 인간이란 이 세 부류 가운데 하나죠.”(『그리스인 조르바』 125, 문학과 지성사 2018) 사실 조르바는 무엇을 먹었느냐에 관심이 없습니다. 먹은 것으로 어떤 삶을 사느냐를 중요시합니다.

▲ Kim Hyunsoo, 「Hyper-realistic Sculpture」

그러면 아무거나 먹고 삶만 바르면 될까요? 아니 아무거나 먹으면서 삶이 바를 수가 있을까요? 입으로 들어가는 음식이 사람을 더럽히는 게 아니라 나오는 것이 더럽힌다고 하셨죠. 그러나 모든 경우에 다 맞는 말씀은 아닙니다. 음식이 사람을 더럽히지 않는다 해도, 그 음식이 만들어진 과정이 세상을 파괴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채식을 하는 선생님 한 분을 압니다. 얼마 전에 아내와 함께 빵집을 오픈했습니다. 대구에 “책빵 고스란히”(인스타 gosranhi_breadbook)입니다. 정확히는 책-빵-집입니다. 책과 빵을 파는 가게입니다. 책과 빵의 조합이 묘하면서 신선하게 다가왔습니다. 그런데 지향하는 바를 알고 보니 참 적절한 조합이었습니다. 빵은 비건베이커리만을 판매합니다. 비건, 유기농, 국내산… 자연분해 되는 컵과 빨대조차 가슴 아파합니다. 무엇을 위한 가게인지 분명합니다. 책은 전환의 씨앗이 될 따스한 도서들입니다. 자연을 닮은 빵과 생명을 살릴 전환의 책이라, 이보다 적절한 조합이 또 있을지.

비건베이커리의 존재도 몰랐습니다. 생명과 지구를 살리기 위한 책, 그에 어울리는 음식을 만들어 나누는 책빵집, 동물 학대와 기후 붕괴에 저항하는 구체적인 실천으로 보였습니다. 잔잔한 충격이었습니다. 기독교인이 아닌 그 부부의 선택은 창조신앙을 믿는다는 기독교 신앙을 향한 물음표였습니다. 2050년이면 더 이상 생태계가 유지될 수 없다는 경고가 낡아가고, 이젠 돌이킬 수 있는 때를 지나치고 말았다는 절규조차 사라져가고 있습니다. 하나님 창조하신 세계가 절대절명의 위기에 직면하고 있건만, 기독교신앙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생태계 파괴에 무심한 신앙인과 책빵집의 주인장, 어느 쪽이 실제로 하나님의 말씀을 먹고 사는 사람일지.

떡으로만이 아니라 하나님의 모든 말씀으로 사는 삶을 기독교 신앙이 어찌 부정하겠습니까. 그러나 하나님 말씀은 떡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 분별하게 합니다. 살리는 떡과 죽이는 떡을 어찌 동일시하겠습니까. 말씀으로 사는 사람의 떡이 어찌 다르지 않겠습니까. 비건이어야 한다는 또 다른 율법주의를 말하려는 게 아닙니다. 비건이라는 형식보다 더 근본적입니다. 지향성의 문제입니다. 하나님의 창조세계를 사랑하는 삶과 생명을 살리는 먹거리를 향하지 않는다면, 어찌 말씀으로 사는 삶일 수 있습니까. 뱃속 음식이 어떤 믿음을 낳는 지 물론 중요합니다. 그러나 그 음식이 어떤 믿음을 보여주는지도 중요합니다. 어느 교단, 어느 교회냐 보다 더 진실하게 보여줍니다. 무엇을 먹는지 보면, 무엇을 믿는지 보입니다.

하태혁 목사(단해감리교회)  devi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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