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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가, 짐이 아닌 연결”살며 묵상하며
하태혁 목사(단해감리교회) | 승인 2020.02.27 17:30
“그리고 예수께서 모든 사람에게 말씀하셨다. ‘누구든지 내 뒤를 따라오려거든, 자기를 부인하고, 날마다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오너라. 누구든지 제 목숨을 구하려고 하는 사람은 잃을 것이요, 누구든지 나를 위하여 제 목숨을 잃는 사람은 구할 것이다. 사람이 온 세상을 얻고도 자기를 잃거나 빼앗기면, 무슨 이득이 있겠느냐?”(누가복음 9:23~25/표준새번역)

금지와 결핍은 욕망을 흔들어 깨웁니다. 못 하게 하면 더 하고 싶고, 못 먹게 하면 군침 돌고, 생각을 비우려 하면 잡념이 들끓습니다. 주님을 따라 매일 자기 십자가를 지는 삶 역시 일종의 금지를 내포합니다. 자기를 부인하고/버리고(아르네오마이) 따르라는 명은 자기 집착을 금합니다. 어떤 행위가 아니라 자기를 금하라시니, 부담스럽지 않을 수 없습니다. 어떻게 자기를 버릴 수 있을까? 십자가가 짐이 아니라 연결일 때 가능합니다.

최소한 얼굴이 있는 것은 먹지 않는다는 원칙을 고수하는 비건(vegan) 김한민 작가, 그는 비건의 핵심을 거부가 아니라 연결로 봅니다. 세 치 혀의 쾌락을 위해 착취와 고통에 내몰린 생명들, 그들의 고통과 “연결”될 때, 먹지 않는 것이 아니라 먹지 못한다는 뜻입니다. 그의 책 “아무튼, 비건”의 부제도 그래서 “당신도 연결되었나요?”입니다.

▲ 상인숙, 「산 소안 데 푸렐로스 성당의 예수상」

사순절을 맞아 마음 먹은 절제 중 하나가 육식을 줄이는 것입니다. 줄이기주의자(reducetarian, 육식을 줄이는/ “아무튼 비건” p.47)에 도전합니다. 하루 한끼, 직원들과의 공동식사는 음식쓰레기가 되지 않게 차린대로 먹고, 나머지는 채식을 하려 합니다. 육식으로 인한 탄소배출과 환경파괴, 생명에 대한 잔혹한 폭력을 줄이려는 소박한 참여입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고통받는 생명과 자연에 연결되는 영적 관계회복입니다.

육식을 좋아하기에 마음 먹기도 쉽지 않았습니다. 하루 두 끼 식습관을 바꾸겠다는 결심부터 쉽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그 첫날을 갈무리하며 잘했구나 싶었습니다. 참아야 한다는 금지가 욕망을 간질이지만, 동시에 절제의 힘겨움이 연결을 회복해주기 때문입니다. 생명뿐만 아니라 주님과도 “연결”해주기 때문입니다. 단순히 힘겨운 금지가 아니라 따스한 연결입니다. 온 생명과 함께 고통 받으시는 주님과 이어진 두근거림입니다. 욕망에 대한 소극적 부정이 아니라 주님의 현존에 대한 적극적 긍정입니다.

어떻게 자기를 버릴 수 있을까? 그것도 쉽지 않은데, 매일 자기 십자가는 또 어찌 지고 따라갈까? 실은 주님의 부르심 안에 길이 열려 있었습니다. 매일 지는 자기 십자가가 바로 지름길이자 지렛대입니다. 십자가의 힘겨움 속에서 주님과 연결됩니다. 주님의 아픔만이 아니라 사랑에도 접속됩니다. 그러면 더 이상 십자가가 짐일 수 없습니다. 자기 십자가는 주님의 아픔과 사랑에 이어주는 혈관입니다. 그래서 어느새 자기를 (잊어) 버리게 됩니다. 자기(제나/자아)를 잊어 자기(얼나)를 찾는 반전입니다. 제 목숨을 잊어 얼숨를 호흡합니다. 주님과 연결된 자기, 참나/얼나가 눈을 뜹니다.

“자기 스스로 세우려는 노력에는 아무 희망이 없다. 자기를 희생하는 것이야말로 너희 자신, 곧 너희의 참된 자아를 찾는 길이며, 나의 길이다. 원하는 것을 다 얻고도 참된 자기 자신을 잃으면 무슨 유익이겠느냐?”(누가9:24,25/메시지성경)

연결이 없는 금지는 거룩해 보인다 해도 율법주의의 변종이 되기 쉽습니다. 그러나 십자가의 사랑은 주님과 이웃과 연결된 참나/얼나를 일깨웁니다. 그 연결의 길은 어디에서 시작될까? 이웃의 아픔에 함께 하는 모든 일에서 길은 열립니다. 아무리 소박해도 함께 웃고 함께 우는 모든 일은 연결의 십자가입니다. 그것이 자신도 모르게 자신을 버리게 하는 “자기 십자가”입니다.

하태혁 목사(단해감리교회)  devi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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