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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증명의 유혹”살며 묵상하며
하태혁 목사(단해감리교회) | 승인 2020.03.13 16:53
1 그 즈음에 예수께서 성령에 이끌려 광야로 가셔서, 악마에게 시험을 받으셨다. 2 예수께서 밤낮 사십 일을 금식하시니, 시장하셨다. 3 그런데 시험하는 자가 와서, 예수께 말하였다. “네가 하나님의 아들이거든, 이 돌들에게 빵이 되라고 말해 보아라.” 4 예수께서 대답하셨다. “성경에 기록하기를 ‘사람이 빵으로만 살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입에서 나오는 모든 말씀으로 살 것이다’ 하였다.”(마태복음4:1~4/새번역)

너를 증명하라! 지금도 세상 가득 넘치는 이 요구가 첫 시험의 유혹이었습니다. 네가 하나님의 아들이라면, 이 돌들로 빵이 되라고 말해 보라! 하나님의 아들임을 증명해보라고 유혹합니다. 세례를 받고 하나님의 영이 내려오는 것을 보셨습니다. “이는 내 사랑하는 아들이다. 내가 그를 좋아한다.” ‘이는’(이 사람은)이라는 주어는 사람들을 향한 말씀임을 보여줍니다. 많은 이들과 함께 하나님께 직접 들은 공개적 고백입니다. 그런데 이를 뒤흔들려 합니다.

주님의 응답을 빵보다 말씀이 중요하다는 식으로 오용해서는 안 됩니다. 주님께서는 굶주린 이들의 먹거리 문제를 무시하는 분이 결코 아닙니다. 오병이어로 수천 명을 먹이셨습니다. 굶주리고 병들어 고통 받는 이들에게 기적을 베푸십니다. 그러니 ‘교회라면 굶주린 이들의 빈곤을 해결하라’고 요구할 때, 교회도 적극적으로 응해야 마땅합니다. 그러나 빵이 중요하다고 빵만으로 살면 안 된다고 일깨우십니다. 하나님 말씀이 참 삶의 근원임을 분명히 하십니다.

▲ Eric Armusik, 「The Temptation Of Christ」

주목할 점은 기적을 행하시는 맥락입니다. 주님께서는 자신을 증명하려고 기적을 행하지 않으셨습니다. 자신을 증명하라는 악마의 유혹에 응하실 리가 없습니다. 어떤 기적으로도 의심을 막을 수 없습니다. 기적으로 하나님의 아들임이 증명될 수 없습니다. 그것을 모르셨겠습니까. 그러므로 증명 가능성이나 능력 여부의 시험이 아닙니다. 어디에, 무엇을 위해 기적을 사용하느냐를 선택하는 순간입니다. 자기 증명을 위한 기적이냐, 하나님 뜻과 이웃 사랑을 위한 기적이냐?

세상은 끊임없이 요구합니다. 너를 증명해보라! 너의 능력을 증명해보라! 네가 선생이라면, 사업가라면, 장사꾼이라면, 부모라면, 목사라면…. 일면 너무 당연해 보이는 요구입니다. 그러나 예를 들어, 선생이 실력과 존재감을 보여주기 위해 가르친다면 어떨까요? 세상의 기준에 맞추기 쉽죠. 명문대 몇 명… 참된 배움으로 함께 하는 선생은 어떨까요? 너무 이상적이고 낭만적인 표현이지만, 자신을 입증하기 위해 학생을 이용하기보다 학생의 가능성이 피어나도록 여백이 되어주지 않을지.

목회자 청빙 조건 역시 입증을 요구합니다. 시무하는 교회의 재정과 재적수, 학위와 설교문 등으로. 측정과 평가, 비교 가능한 수치로 능력을 저울질합니다. 그러나 달콤한 말은 못하고, 듣기 싫은 말도 아끼지 않는 목회자, 함께 십자가를 지자고 초대하는 목회자의 삶과 중심은 어떤 점수를 받을지.

헨리 누웬은 문제 해결이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킨다고 합니다. 물불을 가리지 않고 굶주림만을 해결하는 식의 대응은 문제를 끊임없이 변형, 확장하지 않았나요? 더 효과적으로 더 많이 생산하는 수많은 먹거리가 환경을 파괴하고 질병을 부추겼습니다. 문제를 해결하면서 문제가 확대 변형됩니다. 문제 해결이 오히려 문제를 지속시킵니다. 문제는 그것이 일어난 차원에서 해결되기 어렵습니다. 문제를 보는 시선을 바꾸고 다른 차원에서 볼 때, 해결하지 않고 해소되는 새로운 길이 열립니다. 욕망을 부추기고 확대하는 식의 해결이 아니라 비우고 내려놓고 사랑하는 해소의 길이.

하나님의 자녀라면, 돌을 빵으로 만들어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자신을 증명할 이유가 없습니다. 자신을 증명하려고 그 누구도 도구화할 이유가 없습니다. 더 많이 전도하고 더 큰 교회를 건축하여 자신을 증명할 이유도, 교회 문턱만 밟는 머릿수를 늘릴 필요도 없습니다. 자기 증명은 하나님 자녀에게 해결할 이유가 없는 문제입니다. 이미 해소된 문제입니다. 하나님의 자녀라면, 하나님을 이용하여 자신을 증명하지 않고, 하나님의 사랑에 쓰이는 도구가 될 것입니다. 그것은 자기 증명이 아니라 그저 하나님의 말씀을 보여줄 삶입니다.

하태혁 목사(단해감리교회)  devi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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