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버리셨습니까?”

29 지나가는 사람들이 머리를 흔들면서, 예수를 모욕하며 말하였다. “아하! 성전을 허물고 사흘만에 짓겠다던 사람아, 30 자기나 구원하여 십자가에서 내려오려무나!” 31 대제사장들도 율법학자들과 함께 그렇게 조롱하면서 말하였다. "그가, 남은 구원하였으나, 자기는 구원하지 못하는구나! 32 이스라엘의 왕 그리스도는 지금 십자가에서 내려와 봐라. 그래서 우리로 하여금 보고 믿게 하여라!" 예수와 함께 십자가에 달린 두 사람도 그를 욕하였다. 33 낮 열두 시가 되었을 때에, 어둠이 온 땅을 덮어서, 오후 세 시까지 계속되었다. 34 세 시에 예수께서 큰소리로 부르짖으셨다. “엘로이 엘로이 레마 사박다니?” 그것은 번역하면 “나의 하나님, 나의 하나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셨습니까?” 하는 뜻이다.(마가복음15:29~34)

조롱과 모욕 가운데 죽어가시는 장면입니다. 그 속에서 주님께서는 모든 것을 초탈한 경지의 평안한 모습이 아닙니다. 지극히 인간적인 모습으로 절규어린 물음을 던지십니다. 왜 버리셨냐고 반문하십니다. 정말 모르셔서 물어보신 것인지 분명치는 않습니다. 그러나 이 물음은 수많은 이들의 항변과 반문을 담고 있습니다. 억울하고 무력하게 죽어간 이들의 실존적 물음이 담겨있습니다.

어떻게 버리실 수 있느냐는, 하나님을 향한 불평과 항변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흙탕물 가라앉듯 고통과 절규가 가라앉아 맑아진다면, 길을 찾는 물음이 될 수도 있습니다. 버림받은 듯한 처절한 무너짐의 이유를 묻습니다. 하나님 무엇을 하려는 것인지, 어떻게 그 일을 이뤄가야 하는 것인지를 물을 수도 있습니다. 사흘이 지나 하나님의 대답이 드러나기 시작합니다. 물리적 사흘이 영원 같았겠지만, 부활이라는 하나님의 대답이 무너진 혼돈 가운데 새 세상을 드러냅니다. 길을 묻는 이에게 들려오는 대답입니다.

▲ 지거 쾨더, 「겟세마네」

코로나19, 유례없는 펜데믹 속에서도 물어야 합니다. 왜인지, 어떻게 해야하는지 물어야 합니다. 그러나 이 물음이 빠른 복구와 과거로의 회귀를 지향해서는 안 됩니다. 코로나19가 보여주는 진실을 깨닫고 이전과 전혀 다른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탈바꿈해 나가려는 물음이어야 합니다. 코로나 펜데믹 이후 분명 전혀 다른 세상이 될 것입니다. 그 속에서 과거로 퇴행하는 존재는 무너지고 말 것입니다. 교회는 어떤 물음으로 무엇을 지향하고 있습니까?

리처드 포스터는 장 피에르 드 코사드의 『지금 이 순간의 성례전』를 읽은 후 변화를 경험합니다. 장시간 비행기를 타고 가면서 그 책을 접하고 느낀 놀라운 감동 때문이 아닙니다. 이 책을 소개하면서 그는 이렇게 고백합니다.

이 경험(책을 처음 읽은)은 더할 바 없이 경이로웠지만, 나는 그 이후 몇 주 내지 몇 달 동안 일어난 더 많은 작은 경험들도 여러분이 알았으면 한다. 사실 이후에 일어난 일들이 처음 책을 접했을 때처럼 그렇게 찬란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것이 내적 인격을 탈바꿈하는 데 있어서는 더욱 더 지속적이고 강력했다고 믿는다. 내 일상의 평범한 사건을 침범하기 시작한 끈질긴 질문들이 그 모든 변화를 일으키기 시작했다. “어떤 의미에서 이 경험이 신적인 성례전이 될 수 있는가?” “이 일을 통해서 나에게 어떻게 그리스도가 전해지는가?” “지금 이 순간의 의무를 이해하는 것이 어떻게 그리스도의 삶과 죽음에 참여하는 것일 수 있는가?”
- Jea-Pierre de Caussade, 『The Sacrament of the Present Moment』[Harper & Row, 1989], 10)

지금 이 순간이 다 성례전이라면? 리처드 포스터의 일상을 침범해 스며든 끊임없는 물음이 내면과 삶을 탈바꿈합니다. 왜 버리셨습니까, 라는 물음도 부활과 속죄라는 교리적 정답으로 해소될 물음이 아닙니다. 부활을 경험하고도 일상 속에서 끊임없이 묻고 또 물어야 할 화두입니다. 내면과 삶이 탈바꿈될 수 있도록 붙들어야 합니다. 단어가 아니라 몸짓이 대답이 될 때까지.

코로나19 펜데믹도 그렇지 않겠습니까? 속히 예전처럼 다시 모여서 예배할 수 있기만 기도해서는 안 됩니다. 치열한 화두여야 합니다. 이제 어떻게 새로워져야 할까? 신앙이, 믿음이 무엇인지, 예배가 무엇인지. 교회는 이제 어떻게 예배하고 기도하고 실천해야하는지. 거듭남이 교회 공동체의 구조적 측면에까지 명확히 드러날 때까지 묻고 또 물어야 합니다. 교회의 몸짓이 대답할 수 있을 때까지.

하태혁 목사(단해감리교회) devi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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