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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요, 나는 기독교인이에요영적 여정의 오솔길
김오성 목사(한국살렘영성훈련원) | 승인 2020.09.07 17:01
▲ 그리스도인이라고 말하는 것이 부끄러운 시대가 되었다. ⓒGetty Image
김오성 목사님의 이 글은 ‘평화교회연구소’(소장 황인근 목사)가 발행하는 웹진 「주간 평화교회」 42호에 실린 것을 평화교회연구소와 저자의 동의를 얻어 에큐메니안에 게재합니다. 게재를 허락해 주신 평화교회연구소와 김오성 목사님께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지난 8월 달은 유난히도 속이 시끄러웠어요. 광화문 집회 이후로 내가 목사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기독교인이라는 것이 부끄러움을 너머 자괴감으로 향하고 있었어요. 뻔뻔한 요설들과 후안무치한 행동들, 비합리적인 언행들이 신앙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되는 것을 지켜보아야 했어요. 이러저러한 일 때문에 들어가는 페이스북 타임라인에서 보이는 모든 글들이 흙탕물같은 마음을 계속 휘휘저어놓고 있었어요. 도무지 기독교 신앙이라는 것이 무엇일까를 자책하면서 질문하지 않을 수 없었어요. 연합기구 대표라는 사람들, 교단 지도자라고 하는 사람들, 담임목사들, 평신도의 대표라는 장로들...... 그들이 내뱉는 말 한마디, 한마디가 자기들의 욕망에 충실한 발언들로 그득했어요.. 그것을 지켜보는 동안 내 속에 그득한 오물덩어리들이 요동치는 것같아서 구토감을 느꼈어요.

그렇게 한참 동안을 구토감을 참으면서 타임라인을 내리는 동안 문득 눈에 들어오는 글이 있었어요. 그 것은 캐롤 윔머의 시 “When I say 'I am a Christian.'”이었어요. 보통 영어로 된 글은 그냥 대충 두 세 단어만 보고 지나쳤지요. 하지만 그 글은 이상하게 나를 잡아 끌었어요. “내가 기독교인이에요라고 말할 때 ‘나는 구원받았다!’고 소리쳐 외치는 것이 아니에요. 그것이 아니라 나는 때때로 길을 잃어버리기 때문에 그래서 이 길을 택했어요라고 속삭이는 것이에요. When I say, “I am a Christian” I’m not shouting, “I’ve been saved!” I’m whispering, “I get lost sometimes That’s why I chose this way”

그렇게 어려운 단어들이 없어서 찬찬히 그 시를 읽어나갔지요. 한 문장, 한 문장을 읽어나가는 동안 그렇게 시끄러웠던 속이 차분하게 가라앉았어요. 캐롤의 시는 우리가 주변에서 흔하게 듣는 교만과 자기의로 가득차서 외치는 첫 문장이 신앙이 아님을 말하고 있었어요. 그 첫 문장은 뒤이어지는 약함과 실패, 상처와 나약함, 불안과 혼돈을 고백하는 것이 신앙이라고 낮은 목소리로 속삭이고 있었어요. 그 목소리는 영혼의 가장 낮은 자리를 흔들어 공명음을 만들어 내고 있었어요. 시를 읽으면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어요. 문태준의 ‘가자미’ 이후로 참 오랜만의 일이었지요.

한참을 시의 여운에서 흔들리고 있었어요. 시의 첫 번째 문장처럼 행동하던 수많은 사람이 기억에서 소환되었어요. 큰 교회이든 작은 교회이든, 보수이든 진보이든, 나이가 많든 적든, 남자이든 여자이든, 목사이든 평신도이든...... 어떤 식으로 분류하든 양쪽 모두에서 그런 사람들을 만났었지요. 정도의 차이는 있긴 하지만 말이에요. 그러나 가만히 돌이켜보면 어디에서든 시의 두 번째 문장처럼 행동하던 사람들이 있었어요. 자기의 성공을, 강함을, 확신을, 교만을, 허영을 치장처럼 두르고 있는 사람들 가운데, 묵묵히 보이지 않는 채로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하는 사람들이 말이에요.

어거스틴은 ‘악은 선의 결핍’이라고 말했어요. 빛과 어둠이 대립하는 것이 아니라 빛이 없는 곳이 어둠인 것처럼 선과 악도 그렇다는 이야기했어요. 선과 악에 대한 신학적인 해석은 오랫동안 신학자들을 괴롭혀온 ‘신정론’의 문제로 연결되지요. 여기에서 그 문제를 신학적 토론의 주제로 삼고 싶지는 않아요. 다만 어거스틴의 그 이야기는 ‘악의 문제’를 악의 존재로 연결하고 싶지 않다는 의도라고 여기고 있어요. 악한 일들이 횡행하는 곳에서 악과 하나님의 관계를 묻고 싶지 않아요. 그보다는 그 곳에서 내가 무엇을 할 것인가를 탐색하면서 움직이고 싶어요. 이 세계의 모든 것들 그 가장 깊은 곳에는 빛이 존재하고 있다고 여기면서요. 여러 가지 이유로 왜곡되고, 뒤틀리어 그 빛이 드러나고 있지 못할 뿐이에요. 그 빛을 드러내는 일들은 거대한 것이 아니어도 좋아요. 그저 자기가 위치한 곳에서 울퉁불퉁하더라도 자기가 할 수 있는 것을 할 따름이지요.

캐롤의 시를 읽으면서 울렸던 울림을 주변의 사람들에게 전달하고 싶었어요. 아마 나보다도 더 잘 번역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었을지도 몰라요. 하지만 그때 내가 할 수 있는 만큼만 하기로 했어요. 자신의 상처와 나약함을 그대로 드러내는 것이 신앙고백이라면, 울퉁불퉁한 번역이라도 괞찮으리라 여겨졌어요. 순간순간 분노와 슬픔이 교차하는 곳에서 이 시가 상처를 위무할 수 있다면, 깨어진 부끄러운 내 모습을 보일 수 있어요. 그래요, 나는 기독교인이에요.

(815 광화문 집회가 지난 이틀 후 괴로워하던 나에게 캐롤 윔머의 시가 하나님의 선물로 다가왔다. 그때 번역해서 공유하기로 하면서 느꼈던 심정을 적어보았다. 하나님께서는 그렇게 활동하신다.) 

'나는 기독교인이에요'라고 말할 때.

“나는 기독교인이에요”라고 말할 때
“난 구원 받았다!”라고 외치는 게 아니에요.
“난 가끔 길을 잃어요
그래서 이 길을 택했어요.”라고 속삭이는 거에요.

“나는 기독교인이에요”라고 말할 때
교만함으로 이렇게 말하는 것이 아니에요.
발을 헛디뎌 비틀거려서
하나님께서 나의 인도자가되길 바란다고 고백하는 것이에요.

“나는 기독교인이에요”라고 말할 때
강하다는 것을 드러내려고 하는 것이 아니에요.
내가 약해서
계속할 수 있는 힘을 달라고 기도한다고 말하는 것이에요.

“나는 기독교인이에요”라고 말할 때
성공했다고 자랑하는 것이 아니에요.
내가 실패해서
결코 빚을 다 갚을 수 없다고 인정하는 것이에요.

“나는 기독교인이에요”라고 말할 때
모든 것을 다 안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에요.
나는 혼돈에 처해 있어서
겸손하게 가르쳐달라고 요청하는 것이에요.

“나는 기독교인이에요”라고 말할 때
내가 완벽하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에요.
내 결점이 너무나 뚜렷하지만
하나님께서 내가 그럴만한 가치가 있다고 믿는다는 것이에요.

“나는 기독교인이에요”라고 말할 때
나는 뼈아픈 고통을 여전히 느껴요.
내 마음이 아파서
그래서 하나님의 이름을 구하는 것이에요.

“나는 기독교인이에요”라고 말할 때
나는 판단하려는 것이 아니에요.
내게는 그럴 권한이 없어요.
내가 사랑받는다는 사실 그 하나만을 안다는 것이에요.

- 캐롤 윔머 / 번역 김오성

When I say, “I am a Christian”

When I say, “I am a Christian”
I’m not shouting, “I’ve been saved!”
I’m whispering, “I get lost sometimes
That’s why I chose this way”

When I say, “I am a Christian”
I don’t speak with human pride
I’m confessing that I stumble –
needing God to be my guide

When I say, “I am a Christian”
I’m not trying to be strong
I’m professing that I’m weak
and pray for strength to carry on

When I say, “I am a Christian”
I’m not bragging of success
I’m admitting that I’ve failed
and cannot ever pay the debt

When I say, “I am a Christian”
I don’t think I know it all
I submit to my confusion
asking humbly to be taught

When I say, “I am a Christian”
I’m not claiming to be perfect
My flaws are far too visible
but God believes I’m worth it

When I say, “I am a Christian”
I still feel the sting of pain
I have my share of heartache
which is why I seek God’s name

When I say, “I am a Christian”
I do not wish to judge
I have no authority
I only know I’m loved

- Carol Wimmer

김오성 목사(한국살렘영성훈련원)  peacechurch2014@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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