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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독노동자총연맹, 한국사회 노동운동의 우산이 되려했다민중신학회 12월 정기세미나에서 박철 목사 기노련 활동 소개
권이민수 | 승인 2020.12.08 17:00
▲ 한국기독노동자총연맹 깃발 ⓒ박철 목사 제공

12월 7일 월요일 저녁 6시 ‘한국민중신학회’(회장 최형묵 목사) 12월 정기세미나에서 흥미로운 주제의 강연이 열렸다. 한국학중앙연구원 사회학 박사과정에 있는 박철 목사의 ‘1980년대 한국 기독노동자와 노동운동: 한국기독노동자총연맹(이하 기노련)의 형성과 역할’ 강연이었다.

기노련은 1985년 일반 기독인 노동자들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조직이다. 1970년대 영등포산업선교회와 연관되어 있던 민주노조들이 파괴되고, 영등포산업선교회 또한 국가의 탄압으로 어려움을 겪자 교회 자원을 활용한 새로운 노동운동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이런 필요 속에 기노련은 형성된 것이다. 기노련은 학생 활동가 또는 목회자나 실무자가 아니라 개별 교회 신자들인 일반 노동자들이 중심이 됐다는 점에서 큰 의의를 지닌다.

이러한 기노련의 역사와 의의를 다룬 한국민중신학회 정기세미나는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오프라인 세미나가 아닌 줌(ZOOM)을 활용한 웨비나(Webina)로 진행됐다. 사회자인 김지목 목사(향린교회)의 진행으로 웨비나는 시작됐다.

기노련, 예배 형식을 빌려 합법적 대중 집회 조직

1980년대 이후는 기독교 노동운동 참여가 상대적으로 약해진 시기다. 70~80년대 정부의 탄압으로 민주 노조는 파괴되고 산업선교회의 활동은 위축됐기 때문이다. 박철 목사는 그럼에도 “기술되지 않은 역사 속에서 기독교 노동운동 참여는 꾸준히 이뤄졌다”고 했다. 기독교 정체성을 지닌 일반 노동자들의 노동운동, 바로 기노련이었다. 

박 목사에 따르면 기노련은 정치적 투쟁과 노조지원 두 가지 역할을 했다. 특히 기독교를 표방한 만큼 기노련은 기독교 신앙에 기반한 민중지향적 가치를 선언문이나 활동에 담아냈다.

기노련의 중요한 활동으로 대중 집회 개최도 있었다. 기노련은 대중 집회가 어려웠던 당시 상황 속에서 기독교를 배경으로 한 합법적인 대중 집회를 열어 여러 노동 단체가 모일 수 있는 장을 열었다. 기노련의 대중 집회는 예배의 형식을 빌려 교회에서 열렸다. 그래서 국가 권력의 방해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었다. 함부로 교회 조직을 건들이면 오히려 역풍이 올 수 있다는 두려움이 국가 권력에게 있었기 때문이다.

기노련은 창립선언문에 “한국기독노동자총연맹이 전체 민중운동과 노동운동의 목표를 공동으로 추구하는 부문 운동임을 명백히 하며 우리와 함께하는 모든 노동자와 민중운동세력과의 협력과 연대를 추구해 나갈 것”을 명시했다. 그만큼 기노련은 연대 활동에도 열심이었다. 지역연맹 조직과 여러 단체의 사업과 행사를 지원하고 도왔다.

그러나 기노련의 활동에 어려움도 있었다. 목회자 없이 일반 성도를 중심으로 모인 단체다보니 KNCC 해외 자금과 같은 재정 지원을 받기 어려웠다. 기독교내 네트워크 구축도 쉽지 않았다. 노동 운동도 점차 지역 운동 중심으로 전개되면서 중심축 역할을 했던 기노련의 위상도 점차 약해졌다.

박철 목사는 그럼에도 기노련이 “노동자들의 주체적이고 자발적인 운동”이고 “정치적인 투쟁과 함께 사업장 내의 합법적인 노동조합운동을 지원함으로써 양자간 균형을 이루는 노동자대중 운동조직”이라는 점과 “소그룹 중심의 산업선교회와 달리 대중집회와 연대운동을 통해 기독교 노동운동의 새로운 길을 개척”했다는 점에서 기노련은 큰 의미가 있다고 했다.

특히 박 목사는 민중신학회 참석자들을 위해 기노련이 자체적으로 발간한 ‘기노련 신문’의 ‘성서 속의 노동’이라는 코너를 소개하기도 했다. 작성자는 따로 명시되지는 않았지만 노동자의 관점에서 성서를 해석한 당시의 글은 민중신학회에 큰 관심을 받았다.

성서 속의 노동 코너에서는 창세기의 창조 설화를 예로 들며 하나님이 처음으로 빛을 창조하심은 가장 좋은 노동 환경을 준비한 것이고 하나님이 6일간 창조하시고 안식을 가지신 것은 노동자 또한 노동 후 쉼이 필요하다는 것을 이야기 한다고 해석하고 있었다. 출애굽기의 말씀을 가지고서는 인간을 수단으로 삼는 노예노동을 하나님은 싫어하신다고 해석하기도 했다.

기노련, 기독인 노동자들의 자발적인 부문 운동

강연이 끝나고 참석자들과의 간단한 질의응답 시간도 이어졌다.

한국민중신학회 회장인 최형묵 목사(천안살림교회)는 “이번 기회에 기노련의 실체를 알게 되어 좋다. 기독교 민중운동을 이야기할 떄 주로 도시산업선교회와 민중교회로 한정되곤 하는데 노동자 스스로의 조직에 대해 알게 되어 뜻 깊고 이런 연구가 중요한 거 같다.”고 간단히 소희를 밝혔다.

또 “당시 노조를 궤멸시키기 위해 만든 제3자 개입금지법(단체교섭과 쟁의행위에 대한 제3자의 간여를 금지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으로 활동가나 목회자가 함께 하기 어려웠는데 그런 시대 국면에서 기노련이 탄생하게 된 것은 아닌지”물었다. “기노련의 역할이 연구자 입자에서 조금 과대평가된 것 같다”는 의견도 있었다.

박철 목사는 “산업선교회의 위축이 기노련 탄생에 영향을 준 것은 맞고, 기노련이 대단한 활동을 했다기보다는 다양한 운동조직이 모여서 숨통을 틔워주는 역할, 매개체의 구실을 한 것”이라고 답했다.

김희헌 목사(향린교회)는 기노련 내 참여자들의 교단적인 구성에 대해 물었다. 박 목사는 “예기노련이 예수교장로회 통합측 영등포노회를 중심으로 모이긴 했지만 교단을 크게 염두에 두지는 않았다. 교단은 목회자들에게는 중요한 이슈일 수 있으나 일반 교회 성도인 노동자 입장에서는 큰 관심거리가 아니었다”고 했다.

이어 김 목사는 “시대가 변하면서 교회적 외피가 필요 없어졌다. 그래서 민중 교회도 노동에서 생명선교로 신학적 주제가 이동하게 됐는데 기노련도 마찬가지로 그런 신학적 한계와 어려움에 봉착했던 것은 아닌가”라며 김 목사는 다시금 질문을 던졌다.

박철 목사는 이에 “기노련의 쇠퇴는 자연스러운 시대의 변화였다. 운동의 주체는 담당자들어야 하고 각자의 현장에서 활동하는 것이 오히려 폭발적인 영향을 가져왔기 떄문에 기독교라는 울타리를 벗어나 자연스럽게 자신들의 자리로 돌아간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밝혔다.

더불어 박 목사는 민중신학회를 향해 “민중들이 자신의 생활을 기반으로 성서를 해석할 수 있는 힘을 키워주기”를 부탁했다. 그에 따르면 민중신학의 역할은 “민중이 성서를 통해 본인의 삶을 해석하고 인지할 수 있게 하고 다양한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게 만드는 것”이다.

권진관 교수(성공회대학교)와 김지목 목사(향린교회)는 기노련의 활동이 어려울 수밖에 없던 것은 한국 개신교가 기노련을 품지 못했기 때문인 거 같다는 말을 남겼다. 교회 자체에서 노동운동을 비판하고 거부하는 모양새라는 것이다.

그러나 김지목 목사는 그럼에도 기노련의 활동이 하나의 맥이 되어 지금 현장에서 활동하는 촛불교회와 같은 모습으로 이어지는 거 같다고도 했다.

권 교수와 김 목사의 말을 들은 박철 목사는 “기노련은 그냥 먼지처럼 사라진 것이 아니라 각 지역 사회에서 그 역할을 해나가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최순양 교수(협성대학교)는 “개인적으로 지식이나 학문이 현장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대신해 추상적으로 쓰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데 그것을 거스르는 연구여서 재미있고 의미 있었다. 여성의 노동 역사도 더 담기면 좋을 것 같다.”는 평가를 남겼다.

박철 목사는 “70년대 노동운동은 대부분 여성 중심이다. 그런데 아직도 노동운동하면 남성 이미지만 있는 것은 확실히 문제다”라며 최 박사의 의견에 공감했다.

기노련은 기독교 노동운동의 새 길을 열어간 중요한 단체지만, 여전히 많은 이들에게는 낯설기만 하다. 이번 정기세미나를 시작으로 아직 드러나지 않은 기노련의 활동들이 더 주목받을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권이민수  simin004@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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