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교계·교회 보도
한국 개신교, “생명 파수꾼으로서의 교회 사명 저버렸다”교계 공동 기자회견 열고 한국 개신교에 통렬한 자기반성 촉구
권이민수 | 승인 2021.01.30 19:55
▲ NCCK, YMCA, YWCA 등 에큐메니칼 교계 단체들이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코로나 집단 감염의 온상이 된 교회의 모습에 사과하고 자기반성을 촉구했다. ⓒ권이민수

다시금 찬바람이 부는 1월 29일 오전 11시 종로5가 한국기독교100주년기념관 1층 소강당에서 ‘코로나 팬데믹 대응 과정에서 드러난 한국교회 문제 상황에 대한 NCCK•YMCA•YWCA 공동기자회견’이 열렸다. NCCK(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한국YMCA연맹, 한국YWCA연합회 등 3개 단체가 공동으로 주최한 기자회견에는 교계 언론뿐 아니라 기독교 계열 단체로 인한 코로나 집단감염 사태에 관심이 있는 다양한 매체가 참석했다.

사회는 한국YMCA연맹의 김경민 사무국장이 맡아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첫 순서는 NCCK 이홍정 총무의 인사말이었다. 이 총무는 “생명의 안전을 지키는 파수꾼으로서의 교회의 사명에 대해 절실히 자각하고 있다”며 “기독교 관련 단체들에 의해 네 차례나 대유행이 촉발되는 집단감염 사례들이 생겨나고, 교회지도자들에 의해 방역당국의 노력을 무력화하려는 정치적 저항들이 자행되는 사태”에 대해 국민과 방역당국과 정부에게 사과의 마음을 전했다.

그는 “예배가 감염확산의 또 다른 진원지가 된다면 기독교 신앙이 지니는 공적 증언을 약화시키는 행위”라며 교회들을 향해 “종교의 자유도 국민의 생명의 안전을 위해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제한할 수 있다는 헌법과, 방역을 위해 집회의 제한이나 금지를 명할 수 있다는 감염병 예방법의 근본 취지를 존중해 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했다.

또 이 총무는 “사회적 거리 두기가 계속되는 상황은 오히려 진정한 의미의 참여와 연대와 배려를 실천하는 ‘값비싼’ 친교공동체의 형성을 절실히 필요”로 하기 때문에 그동안 “‘모이는 교회’의 안전과 안락을 위해 투자되던 자원이, ‘흩어지는 교회’의 삶의 현장에서 보다 직접적으로 이웃과 자연의 생명의 안전과 구원을 위해 사용될 수 있도록 재구성”돼야 한다는 주장을 남기기도 했다.

대표 발언으로는 한국YMCA연맹 안재웅 이사장과 한국YWCA연합회 원영희 회장이 마이크를 잡았다.

안 이사장은 “참으로 참담한 심경과 부끄러운 마음을 가지고 이 자리에 나왔다”며 “코로나 팬데믹이라는 대재앙에 직면한 우리들은 이를 함께 극복해 나가기 위해서 지혜와 노하우와 힘과 정렬을 쏟아부어야 하지만 사고는 엉뚱한 곳에서 일으키고 사과는 우리가 해야 하는 현실이 되고 말았다”고 한탄했다.

그는 10년에 걸친 대규모 프로젝트로 세상을 변화시키려고 도전하는 주간지 ‘타임’을 예시로 들며 교회 또한 사죄와 호소를 넘어 다가올 미래를 새롭게 재정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생명의 길과 파멸의 길이라는 절체절명의 기로에 한국교회가 서 있다”며 “오직 성령께서 우리(교회)를 바른 길로 이끌어주시길 바란다”는 소망을 내비치기도 했다.

안 이사장은 “교회와 사회와 한국을 새롭게 하는 일에 한국YMCA연맹도 함께 하겠다”는 약속을 남기고 대표 발언을 마무리 했다.

이어 한국YWCA연합회 원영희 회장은 “코로나가 우리에게 준 메시지는 ‘멈춰 돌아보라’였다”며 이는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에게 강력한 메시지였다“고 했다. 코로나로 인해 텅빈 교회의 모습이 진정한 그리스도인의 삶, 양적 성장주의, 개교회 중심주의, 예배의 본질과 교회의 공적 역할 등에 대한 질문을 교계에 던졌다는 것이다.

또 원 회장은 “코로나 극복의 길은 아직 멀고, 안타깝게도 확산의 상황은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빛과 소금’이라는 이름을 가진 그리스도인들에게 주어진 사회적 책임과 사명은 결코 가볍지 않다.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이 공동체와 사회에서 더 이상 걱정거리가 아니라, 나와 이웃과 세상을 살리는 사명을 감당함으로써 그리스도의 제자된 삶을 살아야 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특히 그는 코로나 팬데믹 가운데 특별히 더 취약한 계층에 대한 관심과 염려의 마음도 발언에 담아냈다. 원 회장은 “코로나 바이러스는 여성들을 비롯한 취약 계층에 더 가혹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가정 내 돌봄 노동과 실업률 증가를 비롯하여, 폭력과 위험에 대한 노출이 증가하고 있다는 보고들이 있다”며 YWCA는 “충실한 삶, 선한 연대와 협력으로 우리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기자 회견은 한국YWCA연합회 이은형 부회장과 한국YMCA전국연맹 신대균 이사의 회견문 낭독으로 마무리됐다. 교회가 코로나 집단 감염의 주 원인으로 지목되고 수많은 비난과 비판이 줄 잇는 상황에서 교계 대표들의 사과와 변혁의 약속은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들의 약속대로 교회가 사회의 모법되는 역할을 실제로 수행할 수 있을지는 더욱 지켜볼 일이다.

다음은 회견문 전문이다.

코로나 팬데믹 시대에 고통 받는 국민들께 사죄드리며
한국교회에 호소합니다

국민들께 사죄드립니다

우리는 지난 해 2월 코로나 19 첫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 온 국민의 일상적 삶을 정지시킨 코로나 팬데믹의 주요 감염 통로가 종교시설, 특히 한국교회와 그에 관련된 시설이라는 점을 충격적으로 받아들입니다. 누구도 가보지 않은 불확실성의 길을 걸어가며 국민의 안전을 지키고자 노력하는 의료진과 공공기관, 그리고 모든 시민들의 수고와 헌신으로 펜데믹 상황이 극복되어가는 주요 지점들에서, 기독교에 뿌리를 두었다고 자처하는 신천지, 사랑제일교회, 인터콥(BTJ), IM선교회 등이 코로나 대유행의 새로운 진원지가 된 현실이 참담하기만 합니다. 팬데믹 위기 상황에서 국민의 생명의 안전을 최우선순위로 생각하며, 스스로 종교 집회의 자유를 제한하는데 앞장 서야할 교회 지도자들이, 오히려 정부 방역 조처를 ‘모이는 교회’의 예배의 자유를 탄압하는 것으로 왜곡하며 선동을 일삼고 있습니다. 예배의 자유를 수호한다는 명분으로 법정 소송을 제기하고, 이를 정치적 사안으로 변질시켜 반정부운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숱한 가짜뉴스와 음모론을 양산하며 탈진실의 본산지 역할을 하는 교회 관련 단체들도 있습니다. 신앙의 본질을 상실한 채 영적·정신적 위기에 봉착한 한국기독교의 현실을 뼈저리게 체감합니다.

우리는 선교 초기부터 교회 개척만이 아니라 병원과 학교 건립을 통해 민족의 전인적 건강과 구원을 지향하였던 한국교회가, 오늘날 국민의 건강에 위해를 끼치는 주된 세력으로 인식되고 있는 참담한 현실 앞에서, 스스로를 돌아보며 국민들께 깊이 사죄드립니다. “교회라고만 해도 지긋지긋하다”는 코로나 상황 속의 대중적 정서 앞에 통렬한 책임감을 느낍니다. 생계의 어려움과 일상의 고통을 감내하면서도 하루 빨리 팬데믹 상황에서 벗어나고자 노력해 온 소상공인들과 시민들, 공무원과 의료진들 앞에 고개조차 들 수 없습니다. 의료진과 방역당국의 헌신을 무시하고, 공익을 외면하며, 지역공동체의 안전을 위협하는 행위들을 ‘종교의 자유’의 이름으로 행하는 이들의 죄로부터 우리를 포함한 한국교회 모두가 자유롭지 못함을 고백하면서 국민들께 사죄드립니다.

기독교인들과 교회에 간절히 호소합니다

우리는 코로나라는 긴 터널이 끝나고 코로나 이전으로의 회복을 바라고 있지만, 어쩌면 이 집단 경험은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더 긴 터널의 서곡에 불과할 수도 있습니다. 단순한 회복을 위한 긴급조치도 필요하겠지만, 긴 호흡으로 우리 자신을 성찰하며 새로운 교회의 정체성을 만들어 가는 노력이 절실하게 요청됩니다.

재난 극복에는 사회 모든 영역의 대화와 범국민적 협력이 필요합니다. 민관의 상호신뢰와 협치를 통해 모든 사회의 구성원들이 생활방역의 주체가 되는 일은, 국가가 생명의 안전망을 구축해 가는 과정에 필수불가결한 기초입니다. 긴밀하게 상호의존 되어 있는 사회 안에서 한 명의 그리스도인, 한 교회가 중요한 방역의 주체로 역할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대다수 교회들이 방역에 성실하고 사회를 위한 기도와 봉사에 매진함에도 불구하고, 한국교회 안에 깊이 내재된 냉전적 사회심리와 이분법적 사유방식은, 개교회주의와 종파주의를 넘어서서 공교회로서의 정체성과 사회적 책임감을 수행하는데 장애가 되고 있습니다.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위한 방역은 정치적 문제가 아니라 신앙의 본질적 과제입니다. 사회 안정과 통합, 조화로운 공동체 형성을 위한 자기희생과 헌신은 교회와 기독교인들의 사명입니다. 온 국민이 나와 이웃을 위해 자기희생의 길을 선택하고 있는 시점에, ‘모이는 교회’의 ‘대면예배’의 중요성을 앞세워 ‘순교적’ 각오로 저항하는 행위는 신앙의 본질과 집단적 자기중심성을 분별하지 못하는 행위입니다.

일자리를 잃은 이웃들,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 더불어 배우는 기회를 잃어버린 아이들, 양육과 생계의 이중고에 시달리는 보호자들, 팬데믹으로 인해 고통 받는 모든 이들이 바로 예수께서 함께 하시고자 하셨던 우리의 이웃입니다. 이웃의 생명의 안전을 외면한 채 자신들의 신앙 양태만 고집하는 교회를 어떻게 예수를 따르는 제자공동체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까? 전 지구적 고통의 시간을 단축시키며 새로운 일상의 규범을 만들어 나가는데 솔선수범하는 것이야말로 교회의 본질적 사명입니다. ‘흩어지는 교회’의 삶이 예배가 되고 이웃을 위한 섬김이 되도록, 각자의 처소에서 고통 받는 이들을 위해 기도하고 이웃을 배려하고 위로하는, 교회와 기독교인들이 될 수 있기 바랍니다. 코로나 팬데믹을 극복하는 과정과 그 이후에 세상이 교회를 어떻게 기억할 것인가를 생각하며, 마지막 순간까지 희생적으로 어려움을 감수하는 모범을 보여주시기 바랍니다. 세상으로부터 외면당한 채 섬처럼 떠도는 교회는 선교적 존재가치를 상실한 교회로 더 이상 세상의 소금과 빛의 역할을 할 수 없습니다.

오늘 이 자리에 모인 우리들은, 이 땅에 생명을 사랑하고 평화를 건설하기 위해 일하시는 하나님의 소망이 우리들의 거짓과 태만과 오만에 의해 가려지지 않도록, 세상의 구원을 위해 일하시는 하나님의 목회와 선교에 더욱 희생적으로 참여하겠습니다. 한국교회가 종교개혁의 정신으로 우리 안에 있는 깊은 어둠을 극복하고, ‘계속되는 종교개혁’의 불꽃을 일으켜 나갈 수 있도록 우리부터 새로워지겠습니다. 세상의 빛과 생명으로 이 땅에 오신 예수 그리스도의 하나님 나라 운동의 정신을 노래하기 위해, 우리들의 낡은 ‘거문고’ 줄을 풀고 다시 매겠습니다. 전 지구적 차원의 문명사적 전환기에 한국교회가 한국사회의 든든한 그루터기의 하나로 새롭게 세워지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우리는 코로나 19 팬데믹 대응 과정에서 드러난 한국교회의 문제 상황을 우리 자신의 책임으로 고백하며, 다시 한 번 국민 여러분에게 진심으로 사죄드립니다.

2021년 1월 29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한국YMCA전국연맹, 한국YWCA연합회

권이민수  simin004@nate.com

<저작권자 © 에큐메니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권이민수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서울시 종로구 김상옥로 30, 402호  |  제호 : 에큐메니안
대표전화 : 070-4252-0176  |  팩스 : 0303-3442-0176  |  등록번호 : 서울 자 00392  |  등록일 : 2012.10.22
발행인 : 홍인식  |  편집인 : 이정훈  |  청소년보호책임자 : 홍인식  |  E-mail : webmaster@ecumenian.com
Copyright © 2022 에큐메니안. All rights reserved.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