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리스 보에오티아 지방의 Hosios Loukas 수도원의 「의심하는 도마」 벽화 ⓒWikipedia

“만지고 싶어 죽겠어.” 세월호 유가족의 뜨개 전시장 구석에 적힌 글귀를 보았습니다. 그룹 비틀즈의 멤버였던 존 레논은 사랑은 만짐이라고 했습니다. “Love Is Touch.” 간절하면 통한다는데, 예수님은 문이 잠겼는데도 나타나십니다. 마음의 눈을 뜨면 항상 곁에 계시는 분. 모든 생명은 연결되어 있고, 죽음마저도 이 땅의 삶과 연결된 신비. 이건 유령 이야기가 아닙니다. 안경을 쓰지 않아도 보이고, 체험 학습에 등록하지 않아도 알아챌 수 있습니다.

“슬픔은 견디는 것이지 극복하는 게 아니다”라고 소설가 박완서는 이야기했습니다. 아들과 남편을 먼저 하늘나라에 보낸 작가는 “슬픔이 사라지길 바라지 않으며 다만 견디는 힘을 가질 것”을 권합니다. 갑자기 스승 예수님을 잃은 제자들은 허둥댑니다. 슬픔으로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누구는 두려움을 갖고 등 돌려 저 멀리 떠나갔지요.

움츠려 문을 걸어 닫은 이들, 문을 벽으로 삼은 자들에게 성서 기자는 부활의 의미를 전달합니다. 그 육중하게 닫힌 문을 통과하여 나타난 예수님의 인사말, “너희에게 평화가 있기를!” 주님이 주시는 평화에 물들면 어떤 장벽도, 분단의 삼팔선도 모두 통과할 수 있습니다. 문을 벽 삼지 말 아야지요. 옹졸하게 문을 걸어 잠근 배타심을 버릴 때 우리는 부활과 통일의 마당에서 뛰놀며 살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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