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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CK와 인권센터 공동주관, 제주4.3 추모기도회 개최제주4.3 비극 위에 세워진 한반도평화
권이민수 | 승인 2021.04.04 14:55
▲ ‘제주 4.3 73주년, 아픈 역사의 정의로운 청산과 치유를 위한 개신교 추모기도회’ 참석자들이 헌화하고 있다. ⓒ권이민수

봄비가 모든 것을 적시던 4월 3일, 서대문형무소역사관 앞에 십자가가 세워졌다. 제주 4.3 사건 73주년을 맞아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정의•평화위원회와 NCCK 인권센터가 공동으로 준비한 ‘제주 4.3 73주년, 아픈 역사의 정의로운 청산과 치유를 위한 개신교 추모기도회’가 낮 12시에 열렸기 때문이다. 비로 인해 쉽지 않은 진행이었지만, 많은 기독인이 모여 제주 4.3 사건의 아픔을 추모하고 기억하는 시간을 가졌다.

기도회 인도는 NCCK 정의•평화위원회 부위원장인 신복현 목사였다. 그는 “4월의 섬 바람은 뼛속으로 스며드는 게 아니라 뼛속에서 시작되는 것”이라는 이종형 시인의 제주 4.3 추모시 ‘바람의 집’의 일부분을 낭독하며 기도회를 시작했다.

이날 한국기독청년협의회(EYCK) 하성웅 총무는 대표기도를 맡아 자리에 함께 했다. 하 총무는 “꿈만 같았던 해방도 잠시, 숱한 사람이 절규하며 쓰러져간 참극을 우리는 잊을 수 없다”고 했다. 또한 “분단과 냉전을 자양분 삼아 기득권을 유지해 온 이들에게 평화를 꿈꾸는 일, 하나된 조국을 꿈꾸는 일은 무자비한 폭력으로 그 외침을 틀어막고 소중한 생명을 빼앗더라도 절대 허용될 수 없는 일”이었을 것이라며 학살을 자행한 이들에게 분노했다.

하 총무는 “우리는 오늘 다시 한 번 이제는 하늘과 땅으로 돌아간 역사의 인물들과 유가족들 그리고 오랜 시간 함께 고통을 느껴 온 시민들을 기억”하겠다며 “우리의 손으로 한반도의 화해와 평화의 길을 열어갈 때 역사의 정의와 화해, 치유가 온전히 이루어질 것임을 굳게 믿는다. 역사 속에 살아 운행하시는 하나님, 우리로 하여금 73년 전 역사의 진실에 공의의 등불을 비추게 해달라”고 간절히 기도했다.

▲ 한국기독교장로회 청년회전국연합회 박혜린 총무(사진 오른쪽)와 일본기독교단(UCCJ) 파송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 선교동역자 나가오 유키 목사(사진 왼쪽)가 공동기도를 드리고 있다. ⓒ권이민수

추모기도회 설교는 NCCK 인권센터 홍인식 이사장이 맡았다. 홍 이사장은 마태복음 2장 16~18절을 본문으로 ‘베들레헴의 죽은 아이들’이라는 말씀을 전했다.

그는 “오늘 성경 본문은 주로 성탄절 가까운 기간에 읽곤 하는 기록”이지만, “예수의 탄생과 더불어 발생한 참혹한 사건을 기록하고 있다는 점에서 반드시 짚고 넘어갈 기록”이라고 했다. 본문이 “예수의 탄생과 그의 삶의 방향과 관련이 매우 깊기 때문”이다.

홍 이사장은 본문에서 “인간은 몇몇 지배계층의 안전을 유지하기 위한 소모품”일 뿐이었다는 점에서 영아학살 사건은 “체제의 모순을 고발한다”고 했다. 문제는 오늘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 또한 마찬가지라는 점이다. 그는 “신자유주의 경제 체제와 그 체제의 지구촌화 현상과 최근 코로나 국면으로 인하여 더욱 심화 되어 가고 있는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의 격차, 중산층의 괴멸, 소수에 의한 경제와 권력의 독점은 인간의 삶을 소모품으로 전락시키고 있다”고 밝혔다. 결국, 영아학살 사건은 오늘날도 계속되고 있는 셈이다. 홍 이사장은 제주 4.3 사건을 그 대표적인 예로 꼽았다.

그는 “제주 4.3 73주년을 기억하면서 우리는 다시 한 번 그 날에 죽어갔던 영아들 제주 도민들의 비명 소리를 들어야 한다. 오늘 대한민국의 발전된 모습을 보면서 거기에 파묻혀서 자칫하면 망각하기 쉬운 베들레헴과 제주도에서 죽어간 영아들과 제주도민의 비명소리를 들을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체제의 희생양으로 이름 없이 사라져 간 도민들을 생각하며 오늘 우리 사회에서 소모품 취급을 당하고 있고 또 언제든지 학살당할 수 있는 많은 사람의 고통을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 이사장은 예수의 탄생과 함께 영아학살 사건이 벌어졌다는 점에서 “예수의 일생은 이러한 무고하게 고난 받는 억울한 사람들의 원통함과 깊은 관련을 맺고 있다”고 주장했다. 영아학살 사건을 무사히 피한 예수였지만, 예수는 자신 때문에 죽어간 이들의 비명 소리를 잊지 않았으리란 것이다.

그는 마찬가지로 “제주 4.3 73주년은 우리로 오늘의 역사가 있기 위하여 영아들처럼 말없이 고난을 겪고 죽어갔던 사람들을 기억하게 한다. 우리는 예수님의 탄생과 함께 죽어갔던 베들레헴의 무고한 어린아이들의 외마디 비명 소리를 기억하면서 오늘의 현실 속에서 무고하게 억압받고 죽어가는 현대의‘베들레헴의 죽은 아이’들을 기억해야 한다”고 했다.

설교 후, 한국기독교장로회 청년회전국연합회 박혜린 총무와 일본기독교단(UCCJ) 파송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 선교동역자 나가오 유키 목사의 공동기도가 이어졌다. 그들은 제주 4.3 사건으로 상처받은 이들을 위로할 것과 참된 정의를 세워줄 것을 하나님께 요청했다. 또 침묵으로 일관한 과거를 회개하고 “아픈 역사의 정의를 바로 잡아가는 그 여정”에 동행할 것을 하나님 앞에 다짐하기도 했다.

기도회는 NCCK 총무 이홍정 목사의 축도로 마무리 됐다. 기도회를 마치고 참석자들은 제주 4.3 사건을 기억하며 추모의 마음을 담아 헌화하는 시간도 가졌다. 기도회에는 제주 4.3 사건 유가족도 참석했었다. 그들은 모든 순서가 끝난 뒤 기도회를 진행해 준 기독인들에게 “위로받았다”며 감사의 인사를 전하기도 했다.

73년 전 아픈 역사를 추모하듯 비는 추적추적 기도회 내내 쉬지 않고 내렸다. 겨우내 메마른 대지를 촉촉이 적셔준 봄비처럼 지난 외면과 멸시의 과거 속에 고통 받아야 했던 제주 4.3 사건의 희생자와 유가족의 메마른 마음에도 봄비가 내릴 수 있을까? 오늘 제주4.3평화공원에서 열린 ‘제73주년 4.3 희생자 추념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제주4.3특별법 개정을 두고 “4.3이라는 역사의 집을 짓는 설계도”라며 “추가 진상조사는 물론 수형인들의 명예회복에 만전을 기하고, 배상과 보상에 합리적인 기준을 마련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73년이나 미뤄진 역사의 진실이 이번 기회에 온전히 드러나 이 봄비 마냥 제주 4.3 사건의 희생자와 유가족의 마음이 젖어들 수 있기를 바라본다.

▲ 추모기도회에 참석한 제주 4.3 유가족들이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있다. ⓒ권이민수

권이민수  simin004@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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