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병이어의 정신이 필요한 시대이다. ⓒGetty Image

교회가 태동한 현장은 예수께서 가버나움을 거점으로 활동하신 갈릴리였다. 갈릴리는 민중의 현장이었고 해방을 갈구하는 피억압민들의 부르짖는 현장이었다. 갈릴리 바닷가에서 예수는 굶주리면서도 말씀을 들으러 나아온 오천 명의 민중들에게 오병이어의 기적을 베푸셨다. 예수께서는 가난한 사람들과 고통당하는 소외된 자들에게 영원히 목마르지 않는 물이 되셨고, 영원히 배고프지 않는 영생의 빵이 되셨다.

예수의 기본소득 정신

예수의 선교 속에 기본소득제의 기본정신이 담뿍 담겨 있다. 부활하신 예수는 고난 받기 이전에 세 차례나 고난을 예고하셨는데 고난을 감당한 후에 부활하여 다시 갈릴리로 가신다고 약속하셨다. 가난한 자들에게 복음을 선포하시려는 예수의 의지는 아무도 꺾을 수 없으며 온 세계의 갈릴리 현장에서 영원히 지속되는 것이다.

누가복음서에는 예수의 갈릴리 복귀에 관한 말씀을 생략한 대신에, 갈릴리의 선교신학을 범세계적인 구원사의 선교적 현장으로 확장시키고 있다. 누가는 갈릴리 현장의 신학 위에 교회론을 정립하고 있다. 부활하신 주님을 제자들이 예루살렘에서 뵈었고, 예루살렘에서 승천하는 모습을 본 제자들이 예루살렘에서 성령강림을 체험한다. 이로써 교회가 정립하여 하나님나라의 증언자가 되어 온 세계로 펴져 나갔다. 누가에게서 갈릴리 현장은 온 세계를 지배하고 있는 제국의 체제 하에서 고통을 당하고 있는 민중의 현장으로 이해되었다. 

예수께서 갈릴리에서 선포하신 하나님나라의 복음을 성령께서 초대교회 공동체에서 기본소득제로 실천하시는 모습이 사도행전에 보도되고 있다(행 2:45; 4:35). 사도들 대신에 기본소득제를 초대교회에 실시하기 위해서 일곱 명의 일꾼을 뽑아서 시행하였다(행 6:3). 말씀을 통해서 기본소득의 복음이 빈곤으로 고통을 당하는 모든 가난한 자들에게 전파되어야 한다,

누가복음서와 사도행전은 오순절 성령강림을 인하여 기본소득을 지급하는 교회 공동체가 예루살렘에 설정되었고 이 교회는 박해를 받아서 온 세계로 퍼져 나갔다고 증언한다. 디아스포라 공동체를 통해서 기본소득제가 온 세계로 펴져나갔던 것이다. 신약성서가 증언하는 교회의 정체성은 권력자의 폭력에 억압을 당하는 모든 가난한 민중들 가운데 선포되는 나눔의 복음을 실천하는 데 있으며 그 공동체에 자유와 정의와 생명이 담겨 있었다.

기본소득제로써 교회의 정체성을 회복하게 하는 성서의 주제들

창조신앙의 공공성은 기본소득제의 바탕을 이룬다. 유일신에 대한 이해는 창조주 하나님의 고백과 창조신앙의 보편성의 고백에서 비로소 가능해진다. 이로써 모든 사회적 신분과 인종의 차별이 철폐되고 성차별과 사회적 소수자의 차별도 부정된다. 이런 신앙인식의 과정을 진행하는 물질적 기초는 오로지 기본소득제의 공공성에서 찾을 수 있다.

창조신앙의 시간 이해는 안식일, 안식년, 희년, 그리고 유월절과 무교절, 맥추절, 초실절, 칠칠절, 초막절의 절기들을 통해 사회화되어야 했는데, 그 중심에는 노동자에게 휴식을 제공하고 모든 피조물이 살아가는 환경의 회복과 모든 관계의 평화(샬롬)을 겨냥하는 기본소득제의 정신이 놓여 있는 것이다. 사회의 불평등으로 인하여 하나님의 형상을 상실하게 된 인간의 회복은 기본소득제를 통하여 새로운 전망을 인류사회에 제공할 것이다. 이것이 성경의 창조신앙이다.

창조신앙의 공간 이해는 세계의 땅이 모두 하나님의 소유임을 천명함으로써 토지 공개념을 정립하는 데로 나아갔으며, 토지정의는 곧 국가들이 국경선을 긋고 토지를 사유화하는 데 대한 문제를 인식하게 되었다. 개인의 토지 사유화를 넘어서 국가의 토지 국유화까지도 문제시하는 가운데 모든 토지의 공공화는 말씀공동체의 과제로 넘어갔다. 이것은 모든 개인의 회개와 성장을 기본전제로 하여 온 세계 모든 국가가 기본소득을 실행하는 미래의 비전이다.

구원신앙은 창조신앙의 인간이해 위에 기초되어 있다. 인간에게 생명살림의 일꾼으로서의 정체성을, 그리고 생명지킴이로서의 사회적 위상을 부여한 성서의 토대 위에서는 고대노예제사회의 불평등한 폭력의 체제는 죄악의 현실태로서 부정될 수밖에 없었다. 인간성을 파괴하는 폭력을 배제하고, 평화로서 인권을 옹호하며, 모든 피조물의 생명들을 복되게 살게 하는 책임이 인간에게 부여되었다(창 1:28). 이러한 사명은 온 세계의 삶 속에 실천할 기본소득제의 가능성 속에서 새로운 비전을 엿볼 수 있을 것이다.

죄로부터 벗어나는 구원은 하나님을 거역하는 모든 죄인의 지배로부터의 해방을 전제한다. 죄는 하나님의 창조하신 뜻에 어긋나게 살아가는 인간중심의 삶을 가리킨다. 토라(Torah)는 죄를 버리고 하나님의 뜻에 맞추어 살아가려는 인간에게 구원의 참된 길을 제시한다. 국가로부터 탈출한 이스라엘이 최초로 구원받은 공동체이며 교회의 원조이다.

죄를 벗기 위하여 속죄제와 화목제와 속건제 등을 번제로 바쳐드리는 것도 기본소득의 사상을 제공한다. 디아스포라 초기공동체에서 제정한 십일조 헌금 사상과 각종 제물로 드리는 예물의 사상이 공공기금의 확충을 위한 방안으로 마련되었으며, 공공기금을 사적인 목적을 배제하고 오로지 공적인 목적으로 사용함으로써 평등하고 사랑이 넘치는 건강한 말씀예배의 공동체를 지속가능하게 운영했던 것이다. 교회는 생명과 평화와 정의를 추구함으로써 사랑을 실천하는 공동체로서 역사 속에서 현존한다. 이 모든 신학의 이념은 사회적 지평에서 전개할 수 있는 기본소득제가 없이는 실천할 수가 없어 보인다.

고(故) 이영재 목사(원주영강교회, 구약학 박사)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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