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멸종반란(Rebell for Life)’은 기후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타협하지 않는 급진적인 삶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Getty Image

20대 대통령을 뽑는 진달래 대선이 턱밑에 이르렀다. 정권교체를 열망하는 목하 정치계와 달리 세상은 체제전환을 넘어 문명의 대변환을 요구하고 있다. 역사를 가르는 새(新) 기준점이 된 코비드19로 기후붕괴는 물론 경제적 양극화가 여실히 드러난 까닭이다. 후보들마다 표심을 얻고자 민생과 경제를 외치고 있지만 금번 대선은 지금껏 성장을 추동한 탄소문명의 종언을 선포하고 약탈된 자연을 회복시켜 다음세대에게 미래를 되돌리는 주춧돌을 놓는 중차대한 일이다. 지금껏 어느 대선보다 그 의미가 크고 깊고 고통을 수반하는 선택일 수밖에 없다. 이를 위해 세계와 공조하되 그 흐름을 선도하는 역할이 한류(韓流)의 과제가 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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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가 지금처럼 살고자 할 경우 인류는 바이러스와 공존할 수밖에 없고 세상 속 양극화는 더욱 골이 깊어 질 것이다. GDP 위주의 성장은 기후붕괴를 부추겼고 서식지를 잃은 바이러스는 동토(凍土)해빙을 통해 더욱 창궐할 것이며 세계적 차원의 불평등을 가속화 시킬 전망이다. 식량자급률이 OECD 국가 중 최하위인 한국으로선 걱정이 더 클 수밖에 없다. 자유, 평등, 박애의 가치를 인류에게 선사했던 프랑스 대혁명 시기보다 오늘의 불평등 지수가 더 크다고 하니 목하 세상은 자본주의 붕괴를 걱정하며 전시 비상체제로서의 대전환을 필히 요구하고 있다.

홀로세 말기, 모든 종교를 잉태했던 신생대가 지금 인간들의 과도한 발자국으로 자본세로 변질되었고 ‘2050년 거주 불가능한 지구’란 말을 회자시키고 있다. 그럼에도 성장 이념을 포기치 않고 지구온도 1.5도 상승을 앞당기고 있는 것이 소위 선진국의 실상이다. 한국 역시 기후악당 국가로 불리고 있는 바, 오늘의 풍요를 부끄럽게 성찰해야 옳다. 성장했으나 행복치 못한 오늘의 현실에 대해 기독교의 책임 역시 중하다. 바이러스 정국에서 한국 교회는 코비드19를 정직하게 대면, 사유하지 않았고 교회 중심적 이기심을 천하에 드러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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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기후붕괴, 불평등이란 묵시적 위기현실에서 우리 기독교 신앙인들은 성서 속의 인류보편적인 창조신화를 기억, 소환한다. 자신이 지은 세계를 대홍수로 멸하신 하느님은 방주를 짓고 유일한 생존자 노아와 더불어 대홍수 이후의 세상을 약속했다. 처음보다 더 좋은 세상을 만들 것인 바, 두 약속을 지키라 한 것이다. “사람들 눈에서 억울한 눈물을 흘리지 말 것과 동물(자연)을 피(생명)채로 먹지 말라”(창 9:1-7). 이는 사람들 간 정의의 감각이자 자연과의 형평성 원리였다. 새의 양 날개처럼 기후붕괴와 불평등, 인권과 생태계가 항시 연관되었음을 적시한다. 어느 것 하나 만으로 세상이 유지, 존속될 수 없다는 뜻이겠다.

브라질 리우환경회의를 촉발시킨- 1990년 한국 서울에서 열렸던- ‘정의, 평화. 창조질서 보존(JPIC)을 위한 기독교 공의회’ 또한 이 점을 명시했다. 생태계 보전과 분배 불균형이 상호 불이(不二)적 관계에 있다는 것이다. 본 의제가 해결되지 못할 경우 기독교의 구원(정신) 역시 실현될 수 없는 것임을 천명했다. 자연권과 인권, 양자를 지킬 수 없는 종교는 그 어느 것일 지라도 무의미하다. 이처럼 자연이 붕괴되고 삶의 기본권이 소멸되어 공동체가 해체되는 현실에서 종교와 정치는 체제전환을 위해 손잡아야 옳다. 선교초기 ‘개화’, 일제강점기 ‘독립’, 해방이후 ‘민주화와 통일’, 70년대 이후 ‘성장’이 선교의 주제였다면 이후 한국교회는 체제 및 문명 전환을 위해 자신을 변화시켜 역량을 총 집결해야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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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껏 자연생태뿐 아니라 사람, 심지어 종교마저 변질시킨 자본주의 성장이념의 폐해가 극에 달했다. 가톨릭교회가 로마체제와 짝했다면 개신교 5백년 역사는 자신이 낳았던 자본주의에 영혼을 빼앗긴 상태로 존재했던 탓이다. 종교개혁의 ‘세 오직(only)’ 교리가 자본주의를 유지, 존속, 발전시켰다 해도 과하지 않다. ‘오직’ 믿음은 자본 악행에 면죄부를 주었고, ‘오직’ 은총은 자본의 행위를 하늘 축복이라 가르쳤으며, ‘오직’ 성서는 이를 정당화하는 근거로 오남용 되었다.

이처럼 종교를 등에 업은 자본주의는 자연 공유지로부터 인간을 내몰아 임노동자로 전락시키는 일에 앞장섰다. 자본주의와 쌍둥이처럼 역할 해 온 개신교의 지난 역사를 성찰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일자리와 배고픔은 천부적 인권을 하찮게 만들었다. 이를 근거로 자본가는 노동(자)위에 군림했으며 이익만을 좆는 자본주의 체제를 산업화란 미명하에 확고히 세웠다. 지난 6-70년대 이후 경제성장을 주도한 군부 독재정권 당시의 한국도 정확히 이런 상황에 처해 있었다. 아시아, 아프리카로 확장된 식민지배가 유럽, 서구 내 자본주의 시스템의 외적 확장이었던 까닭이다.

이렇듯 자연 공유지 약탈과 값싼 노동력 확보 그리고 식민 국가를 자본주의 생산물의 소비처로 삼았기에 지난 5백년간 세계 곳곳의 자급적 순환경제를 망가트렸고 그들 내면조차 식민화 시켰다. 60년대 이후 한국 개신교는 이렇듯 자본주의 화된 신앙양식에 길들여져 왔다. GDP 위주의 성장경제와 교회의 신앙체계는 지난 50여 년간 열매를 공유하며 함께 굴러갔다.

하지만 우리 인류는 지금 기후붕괴라는 묵시적 현실에 직면했다. 향후 2-30년 동안 지구온도-1.5도 중- 오로지 0.3도 상승 여부에 우리들 미래가 저당 잡혀 있는 상태에 이른 것이다. 이로써 종래와는 다른 기독교, 이전과는 다른 신앙체계, 교회가 존재 할 새로운 이유가 필요한 시점에 이르렀다. 과연 체제 및 문명 전환을 위해 기독교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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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탈성장(Degrowth)’ 이론을 소개하는 담론들이 회자 중이다. 빼앗긴 인권과 자연권(공유지)을 회복시킬 목적에서 비롯한 이론이다. ‘탈성장’은 물질적 역성장과 구별되며 동시에 성장의 정신적, 문화적 가치를 지향한다. 지금껏 자본주의 체제는 타자욕망을 추종했고 추동했다. 소위 ‘탈결핍’ 사회 안에서 욕망 따라잡기가 삶의 이유이자 목표가 된 까닭이다. 그럴수록 절대 빈곤에 시달리며 죽음의 외주화로 내몰리는 이들도 수없이 많아졌다. 이 모두는 희귀성을 생산하여 욕망을 추동하거나 노동착취를 통해 손실을 보충해온 자본주의 생존전략 때문이었다. 오롯한 이윤추구만이 이들의 존재이유였음을 ‘탈성장’ 담론은 재차 역설하고 있다. 자연 공유지와 인간을 살리는 일에 가치를 둔 까닭이다. 자연과 노동을 희생시킨 대가로 성장했으나 다수가 행복치 못한 현실을 직시한 결과였다. 공유지 의식을 우선시했고 사적개인보다 공동체적 삶의 소중함을 가르쳤다. 성장보다는 돌봄 가치를, 임금노동만큼이나 ‘일’의 중요성을 또한 단순한 생존(복지)이상으로 여유로운 창조적 삶을 강조한 것이다.

성서 속 원역사의 또 다른 이야기 한 토막이 그래서 다시 소중하다. 주지하듯 선악과 사건은 지금껏 기독교 고유한 원죄 타락설의 신학적 교리로서 오남용 되어왔다. 자연 은총을 부정하고 인간본성을 악으로 규정했던 서구적 신학의 성서적 토대였던 것이다. 하지만 본래 ‘선악과’는 그것이 ‘하느님의 것’이라는 데 방점이 찍혔다. 시편 24편 첫 절이 말하듯 모든 것은 ‘하느님의 것’이란 사실이자 고백이 선악과 이야기의 본질이었던 것이다. 그렇기에 하느님의 것, 그것은 모두의 것으로서 공적인 특성을 지녀야 마땅했다. 공적인 것의 사사화가 죄이자 악의 근원임을 가르쳐 준 것이 서악과 사건이다. 사적으로 취한 것을 공적으로, 하느님의 것으로 되돌리는 것이 선(善)이자 구원일 수 있다는 것이 원역사의 보편적 가르침이다.

이는 JPIC 발의자 봐이젝커가 말했듯이 정의, 평화, 창조보전의 세 과제가 이뤄지지 못할 경우 기독교적 구원(정신)은 실현되지 못한 것이라는 지적과 뜻이 같다. 이점에서 ‘선악과’ 사건은 ‘탈성장’의 토대로서 공유지 회복 개념과 정확히 중첩시켜 이해해도 좋겠다. 자본주의에게 빼앗긴 자연 나아가 문화, 지식 공유지를 되찾아 자연과 인간을 회복시키는 것이 ‘탈성장’ 담론의 핵심인 까닭이다. 이는 항차 남과 북이 종래의 지정학적 정치를 끝내고 생명권 (Biosphere)을 토대로 통일담론에 대한 논의를 시작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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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공유지를 식민화했던 자본주의가 급기야 인류가 만든 지식, 문화 공유지마저 독점하기에 이르렀다. 그린 뉴딜, 디지털 뉴딜의 이름하에 재생에너지 산업을 통해 지속가능한 성장을 꿈꾸고 있지만 이 역시 실패한 개념이 되고 말았다. 재생에너지라 할지라도 성장을 목적하는 한 지구 남쪽에 묻힌 원자재는 거듭 약탈될 것이고 그곳은 소비처로 전락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또한 AI 시대의 자본은 일자리 감소로 계층 양극화를 부추기며 인간 삶을 가상세계로 이격시키는 일에 더욱 관심할 것이다. 확장된 현실로서의 가상세계가 자연은 물론 일상과의 여실한 조우를 방해할 것인바 우려가 크다.

이점에서 공유지 회복에 기초한 ‘탈성장’은 기후 및 인간노동, 나아가 공동체적 삶을 유지, 존속시키는 근거라 확신한다. 그럴수록 자연 생태계는 소유, 지배 영역이 아니라 사용 접근의 차원에서 재 개념 되어야 옳다. 물론 공유지 회복은 현 자본주의 체제 그 이상을 상상할 때 가능할 수 있다. 기후붕괴와 코로나 재난의 시기를 지구적 차원의 비상(예외)상태라 일컫는 바, 현 자본주의 체제로는 넘어설 길이 없다. 기존 복지제도와 결을 달리한 ‘기본소득’ 개념이 세계적 차원에서 논의되는 것도 이런 현실을 방증한다. 자본주의 체제하의 복지가 최소한의 생존을 위한 수혜적 성격을 지녔다면 기본소득은 공유지 회복에 근거한 권리개념에서 비롯했다. 이는 공유지 사용 정도에 따라 누진세를 적용하여 탄소세를 거두고 부유세를 부과하는 방식으로 세제 개편을 이룰 때 가능할 수 있다.

GDP 성장 이념에 바탕 한 기존 자본주의 체제 하에서는 저항에 부딪칠 수밖에 없겠지만 항차 가야만 할 길로 인식해야 옳다. 전시체제하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체제전환을 위한 용기이다. 자본주의에 영혼을 빼앗긴 종교가 정신 차려 본래적인 상상력을 복원시켜야 할 때가 된 것이다. 역설적이지만 지금이야말로 종교의 역할이 절실하게 필요할 때다. 방주를 준비했던 노아가 지닌 예지와 판단을 갖고 위기를 넘어서야 한다. 지구를 더 큰 축복의 공간으로 만들라 명(命)받았던 그 일을 이뤄내길 소망한다. 종래처럼 종교생활을 위한 처지 맨(Church man)으로서가 아니라 ‘지구적 주체’로서 생활신앙, 신앙적 자의식을 배워 키울 때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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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종반란’이란 국제 환경단체의 활동에 주목한다. 여타 생명체는 물론 인간마저 대멸종에 이르게 한 자본주의 체제, 성장이념에 대한 적대감의 표시로서 일종의 묵시의식을 갖고 세상에 저항하는 단체이다. 현실을 절대 부정하는 방식으로 세상을 긍정하는 ‘영적 양극성’이 이들 의식 속에 담겨있다. 그만큼 이들은 기후붕괴 현실에 조금도 타협치 않는다.

이들에 견줄 때 우리 기독교인들은 남들 이상으로 묵시적 현실을 만들었고 그 실상에 둔감한 채 살아 왔었다. 더 많이 갖고 남들보다 편히 오래 살다가 천국 가는 것을 신앙의 존재이유처럼 여겼다. 이런 우리는 지구를 버리고 위성으로 떠날 채비하는 이기적 과학자들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 내세적 천국신앙을 지닌 기독교인, 타 위성으로 지구탈출을 꿈꾸는 과학자들은 공히 ‘멸종반란’을 이끄는 환경단체의 시각에서 반(反)지구적인 존재(주체)들일 뿐이다.

이들은 지금 지구공동체 안에서 일방적 이윤을 위한 지배와 차출이 아니라 상호 의존적인 경제 시스템을 구축코자 사활을 걸었다. 자연 공유지의 회복과 지역 단위의 자급 공동체를 화급히 요청하는 중이다. 거듭 말하지만 성장 보다 나눔(돌봄), 개인보다 공동체, 개발보다 순환, 경쟁보다 상호 호혜성에 우선 가치를 둔 다른 세상을 상상하고 있다.

개인이 삶의 단위가 될수록 더 많은 생산과 소비는 불가피하다. 그럴수록 일터에서 경쟁으로 내몰릴 것이고 공유지 회복은 연목구어일 수밖에 없다. 개인주의를 앞세운 성장을 위한 전체주의, 그것이 이 시대의 ‘제국’인 자본주의의 속살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멸종반란’은 분배, 돌봄. 공동체를 우선할 것을 피조물이 탄식하듯(롬 8:18-25) 소리치고 있다. 진정 탄소 제로 사회는 소득이 줄어들더라도 일자리를 나누고 시간을 얻어 일상을 창조적으로 살 수 있을 때 실현될 것이다.

그러려면 임금노동만이 아니라 지금껏 그림자 노동이라 불렸던 이/저런 형태의 ‘일’이 달리 평가되어야 옳다. 아울러 최소한의 물질(Simplicity)로 살고자 할 경우 그것은 오롯한 물질만이 아니라 정신적 가치를 지녔음을 기독교 신앙은 가르쳐야 할 것이다. 경쟁에 내몰릴수록 환경 파괴적으로 살 수밖에 없고 불평등한 세상 자체가 생태적 압력이 된 모순을 끊고자 함이다. 오늘의 지구는 이전처럼 매년 3% 이상의 GDP 성장을 감당할 수 있는 처지에 있지 않다.

앞선 언급대로 재생에너지를 사용한다 하더라도 지속가능한 성장은 실현 불가능하다. 오히려 우리들 미래에 이전보다 일자리가 줄어 들 것을 걱정한다. 이 상황을 예견, 상상하며 함께 살 길을 모색하는 일에 교회의 역할이 있다. 이점에서 요한복음서에 기록된 ‘서로 사랑하라’는 예수의 마지막 유언이 ‘공동체를 이루라’는 뜻인 것을 역설해야 할 것이다. 자본주의 노예가 된 인간마음의 탈식민화가 공동체 성립의 선결 조건이다. 동시에 공유지 약탈을 통해 소수(기업)가 독점했던 이득을 공적으로 되돌리는 체제전환 역시 반드시 필요하다.

공유지 회복을 통한 공유경제를 성서적 방식으로 이론화시켜 그 가치실현을 선교과제로 풀어내야 할 절대 절명의 시기가 되었다. 목하 현실은 교회가 주는 물에 누구도 목말라 하지 않으며 교회적 언어의 상투화에 고개를 좌우로 젓고 있다. 자본주의와 짝한 교회적 영성, 신앙양식은 시대 및 세계의 문제를 풀 수 있는 능력을 잃었기 때문이다. ‘탈성장’ 담론을 기독교적으로 후견하며 실현시키는 일이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인습적 기독교와 변별된 ‘다른 기독교’를 말하지 않을 수 없다.

‘기독교 변하지 않으면 죽는다’란 말이 어느 신학자의 책명이 될 정도로 화급하다. 자연착취와 노동착취의 현실을 여실히 적시한 코로나 바이러스를 인류문명의 ‘교정자’로 적극 수용할 수 있는 기독교 말이다. 중세 페스트 역병이 봉건질서를 해체시켰듯이 금번 코로나 바이러스를 ‘인류문명’을 전환시키는 계기로 만들기 위함이다. 분명한 것은 인간과 인간, 인간과 자연 간 공생을 위한 기본가치가 필히 ‘공빈’(公貧)에 있어야 한다. 생산을 강제 화시키는 자본주의 압력에서 절대 자유롭길 바란다면 말이다. 지금 ‘대 재난을 겪고 있는 지구가 고통 받는 신(神)의 모습이 되어 인류에게 종래와 다른 삶을 살도록 명령’하고 있음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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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후 기독교 신학은 이 땅의 교회가 체제 및 문명 전환의 길에 나설 수 있도록 성서를 달리 읽고 세상과의 소통을 거듭 확장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기후붕괴와 세계적 차원의 불평등, 거듭 변종, 확산되는  바이러스 창궐이란 묵시적 현실, 전시적 비상사태에  직면하여 성서 속에서 ‘뉴 노멀’을 찾아내야 마땅하다. 주자하듯 지금껏 기독교는 이사야서의 고난 받는 종의 이미지를 앞세워 신약성서의 예수(십자가)와 연결시켜 해석해 왔다.

하지만 지금은 예수만이 아니라 하나 뿐인 지구 역시 십자가에 달려 생사의 갈림길에 놓인 상태이다. 이렇듯 전대미문의 대재난 속에서 앞서 말했듯이 창세기 9장의 ‘보편 약속’-사람들 눈에서 억울한 눈물을 흘리지 말 것, 동물을 피 채로 먹지 말 것-을 ‘뉴 노멀’로 수용하여 이를 산상수훈 속 하느님 나라 사상은 물론 바울이 말한 ‘피조물을 위한 큰 약속’과 연결시켜 체제 및 문명 대전환을 위한 우주 보편적 구원관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 개인차원의 죄의식을 앞세운 교회중심적인 기독교 패러다임을 대신 은총감각을 우선하며 최소한의 물질로 사는 생명 외경의 기독교로 재탄생 되어야 마땅하다. 그렇기에 선악과 사건을 원죄의 출처로서 이해했던 기존 시각 대신 모두를 위해 풍족한 자연 공유지의 수탈, 즉 자연과 인간 모두를 가난케 하는 자본주의 경제 시스템에 대한 경고 내지 수정으로 이해해야 할 것이다.

예수가 마지막 유언, ‘서로 사랑하라’ 말은 추상적이지도 사적 감정의 표현도 아니었다. ‘공동체를 일구라‘는 명령으로서 공유지 회복과 공유경제를 일구는 일과 결코 무관치 않다. 이것이 작금의 대 재난의 현실에서 교회가 세상에 제시하는 ‘뉴 노멀’, 곧 시대를 구원하는 일이 될 것이다. 지금처럼 교회가 성장을 목적하여 자본주의 욕망에 굴복될 경우 이질적 소수 집단으로 폄하될 수밖에 없다. 교육, 기업에서조차  비대면이 선호, 전환되는 현실에서 대형 건물을 고집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다. 지금껏 교회(성장)를 위해 사람이 필요했고 돈을 위해 직간접적으로 자연을 파괴했다면 이제 부터 사람을 먼저 생각하고 자연 및 생명 지킴이의 역할로 존재이유를 달리해야 한다. AI 과학만능시대에 여전히 천지창조의 하느님 신앙을 ‘뜻’의 차원에서라도 지키려 한다면 말이다.

불나방처럼 성장이념만을 추종해온 교회, 이제 그 획일화된 가치를 벗고 모두가 다양한 가치를 갖되 피조물을 위해 큰 약속이 되는 ‘복음의 정치학’을 실현시켜야 옳다. 창조신앙을 갖고 살았음에도 묵시적 대재난을 초래했기에 이웃, 자연에 토색한 것을 몇 배로 되갚는 뼈아픈 성찰이 에큐메니칼 기독교인의 몫이 되고 말았다. 그럴수록 ‘2050년’을 조망하며 기독교 신앙은 어느 때보다 정치적 안목을 갖고 지구차원의 우환의식을 삶으로 표현해야 할 것이다. 이에 기독교신앙인들은 문명전환을 위한 ‘뉴 노멀’로서 새로운 십계명을 만들어 시대적 과제를 실천해야 옳다.

이렇듯 예외상태, 비상 전시사태에 직면한 한국 기독교는 문명전환의 길을 열기 위해 최 향후 10년간 존재이유를 새롭게 각성하여 세상도 구하고 자신도 구하는 치열한 전환을 감당해야만 한다. 이를 위해 이하에서 10가지 새로운 계명(뉴 노멀)을 제시한다.

이정배(감신대 은퇴교수, 현장아카데미 소장)  ljbae201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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