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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이냐 왕이냐?신앙은 삶의 문제이다(요 19:14-15)
주재훈 목사(생명교회) | 승인 2022.08.08 00:17
▲ Mihaly Munkacsy, 「Christ Before Pilate」 (1881) ⓒWikimediaCommons
그 날은 유월절 준비일이고, 때는 낮 열두 시쯤이었다. 빌라도가 유대 사람들에게 말하였다. “보시오, 당신들의 왕이오.” 그들이 외쳤다. “없애 버리시오! 없애 버리시오! 그를 십자가에 못 박으시오!” 빌라도가 그들에게 말하였다. “당신들의 왕을 십자가에 못 박으란 말이오?” 대제사장들이 대답하였다. “우리에게는 황제 폐하 밖에는 왕이 없습니다.” - 요한복음서 19:14-15

1.

지난 주 말씀을 통해 마침내 예수님이 진정한 하나님의 아들로 탄생하는 순간을 묵상했습니다. ‘하나님의 아들이 된다.’ 예수님이 남성이셔서 ‘아들’이라고 표현한 것일 뿐입니다. ‘하나님의 딸이 된다.’ 이 얼마나 가슴 벅차고 멋진 일입니까? 

여러분은 하나님의 아들이 된다면, 하나님의 딸이 된다면, 무슨 일부터 하고 싶으십니까? ‘넌 내 아들이야. 넌 내 딸이야’ 하는 그 확실한 응답을 받았어요. ‘내가 과연 하나님의 딸이구나, 하나님의 아들이구나’ 하는 확신을 가지게 되었어요. 그러면 제일 먼저 할 일이 뭡니까?

아브라함처럼 야곱처럼 제사를 드리고 예배를 드리는 것, 참 훌륭합니다. 삭개오처럼 세상 사람들에게 내 모든 것을 내어주는 자선을 베푸는 것, 그것도 좋지요. 바울처럼 온 세상으로 복음을 외치러 나가는 것도 멋집니다. 아무튼 무언가 뜻 깊고 복된 일을 하려고 할 것 같습니다. 물론 우리가 연약하니까 평생 일관되게 그렇게는 못 하더라도, 그 순간만큼은 말이죠,

그런데 예수님은 어떠셨나요? 성경을 읽어 보면, 게쎄마네 동산에서 온전한 순종을 통해서 마침내 하나님의 아들로 태어나신 그 순간, 무릎을 일으켜 걸어 나오셔서 하나님의 아들로써 첫발을 살아가시는 바로 그 순간, 예수님을 배반당하고 잡히십니다. 빌라도의 법정에 세워지고, 모든 사람들의 비난을 받습니다. 마침내는 골고다에 올라 십자가에 달리십니다.

오히려 빌라도가 옹호할 지경입니다. “이 사람을 놓아주랴? 조사해 보니 별 특별한 죄도 없던걸?” 하지만 오히려 사람들은 외칩니다. “아니오! 바리바를 놓아주시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죄인 강도 바라바요. 이 사람은 필요 없소. 십자가에 못 박으시오!”

예수님의 심정을 상상해 봅시다. 예수님 어떤 마음이실까요? 물론 각오하고 결심한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온 생명을 바쳐서, 온 삶을 다 드려서, 생명을 버리면서까지 구원하고자 했던 바로 그 백성들이 입을 모아 나를 죽이라고 외칩니다. 불과 일주일 전에 ‘호산나!’ 하면서 나를 반겼던 바로 그 백성들이 저렇게 정색을 하면서 ‘나를 죽이라’고 외치는 겁니다. ‘아. 이게 사람들의 본성이구나. 머리 검은 짐승은 거두는 게 아니라고 하더니 …’ 아마, 이런 생각이 들지 않으셨을까요? 우리 같으면 심한 배신감에 사로잡히고 살아온 인생이 허망하고 그랬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아닙니다. 예수님은 사람들을 원망하지 않습니다. 예수님은 십자가 위에서 백성들을 탓하지 않습니다. 제자들에게 어머니를 부탁하고, 어머니에게 제자들을 부탁합니다. “어머니, 이 사람이 이제 당신의 아들입니다. 자, 이분이 네 어머니이시다.” 그리고는 “다 이루었다” 하시고 숨을 거두십니다.

2.

오늘 말씀 제목을 ‘아들이냐 왕이냐’라고 정했습니다. 하나님의 아들로 탄생하고 예수님이 제일 처음 보여 주신 일, 예수님께 제일 처음 닥친 일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제일 먼저 경험하신 것은 인간의 한계입니다. 인간의 연약함이고 인간의 배신이며 인간의 두 얼굴입니다.

왜 이 이야기를 하느냐? 우리도 하나님의 아들 되고 하나님의 딸 되고 나서, 교회 나가고 하나님 믿고 구원받고 나서, ‘나는 구원 받았어’ 확신하고 나서, 스스로를 그리스도인이라고 자부하고 나서, 그리고 난 후 우리가 제일 먼저 마주하게 될 것이 바로 나라는 인간의 현실이라는 것입니다.

오는 말씀 속에서 사람들이 이렇게 외칩니다. “이 자는 우리 왕이 아닙니다. 황제 폐하가 우리의 왕입니다!” 말을 바꾸면 이런 말이죠. “하나님은 우리 왕이 아닙니다. 우리 왕은 이 세상입니다. 우리를 다스리는 것은 하나님의 법이 아니라, 세상의 법입니다. 세상 욕심이 나를 다스리고, 세상 욕망이 나를 주관하고, 세상 복락에 나는 헌신합니다.”

이 말이 예수를 십자가에 못 박은 극악무도한 사람들만의 말입니까? 아닙니다. ‘호산나’ 외치며 예수님을 구주로 반겼던 사람들이 말입니다. 어찌 보면 오늘날 우리 입속에 감추어 둔 우리의 속마음 아닙니까? 하나님을 믿는다고 하면서, 결정적인 순간에 아들이 탄생해야 할 완전한 순종의 순간에, 우리는 우리의 본색을 드러냅니다. “아니요. 난 하나님께 복종하지 않을래요. 내 맘대로 살래요.”

‘예수를 못 박아라’ 외치지만, 진짜 못 박아야 할 것은 우리의 이런 마음들 아닐까요? 하나님 앞에 나와 하나님의 백성 되어서, 하나님의 아들딸 되어서 살아가야 할 우리의 마음이, 순종의 순간을 맞닥뜨렸을 때 거짓말처럼 돌변합니다. 아니, 본색을 드러냅니다. ‘아니야, 난 그렇게 살지 않을 거야. 순종하지 않을 거야. 세상 마음대로 살 거야.’

하나님의 아들까지는 좋습니다. 하나님의 딸 되는 것은 환영입니다. 그런데 거기까지입니다. ‘하나님의 아들’, ‘하나님의 딸’ 그 타이틀 명패만 필요할 뿐입니다. “아니요, 우리는 왕 할 건데요. 내 맘대로, 내 멋대로 살고 싶은데요. 하나님이 우리를 왕으로 만들어 주시는 거 아니었나요? 우리에게 복 주시고 은혜 주시고 권세 주시고 만사형통하는 거 아니었나요? 이것도 주고 저것도 주고, 원하는 것 다 얻는 거 아니었나요? 그 생각하고 교회 나왔는데요? … 하나님, 이러시면 곤란합니다.”

소리 내어 따집니다. “복 받으려고 교회 왔는데 목사님은 복 준다고는 안 합니다. 맨날 ‘자기 성찰해라. 기도해라. 밀알로 썩어져라. 자기 십자가를 져라’ 이런 이야기만 합니다. 이건 아니네요. 교회 다닐지 다시 생각해 봐야겠어요. 아들이 되라고요? 아니! 난 왕이 되고 싶다구요!” 

3.

아픈 마음을 꾹 참고 성경을 계속 읽어나가면, 예수님이 숨을 거두시는 장면을 만나게 됩니다. 그때 예수님은 곁에 서 있는 어머니와 사랑하는 제자에게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어머니, 이 사람이 어머니의 아들입니다. 자, 이분이 네 어머니시다.”(요19:26-7)

아들이 된다는 것은 하나님과 나 사이에 ‘믿음’의 문제만이 아닙니다. 하늘만 바라보고 ‘주여, 주여!’ 하는 일이 아닙니다. 그렇게 믿기만 하면 하나님이 나를 왕 대접해주는 것 아닙니다. 진짜 아들이 되는 것은 ‘아들 된 삶을 사는 것’입니다. 어떻게요? 서로에게 아들이 되어주고, 딸이 되어주고, 어머니가 되어주고, 아버지가 되어주는 것입니다. 어리석은 아들이 뱀을 달라고 떼써도 생선을 주며, 돌을 먹겠다고 억지를 부려도 빵을 주는 것입니다(마7:9-10). 어리석은 아들에게 온갖 불평을 들어가면서도 말입니다. 그렇게 끝내는 그 아들을 위해 목숨까지 내어 놓는 것입니다. 그것이 아들됨이요 어머니됨입니다. 그것이 성경이 증언하는 예수의 삶입니다.

주님은 우리에게 아들 된 삶을 제대로 살기 위해, 서로에게 아들 되어주고 딸 되어주고, 어머니가 되고 아버지가 되라 하십니다. 하나님과의 관계 속에서 복 받기만을 바라는 것이 아니라,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 예수처럼 살라 하십니다.

우리는 지난주, 하나님의 나 사이에, 신과 인간 사이에, 한 인간이 하나님과의 관계 속에서 어떻게 새롭게 태어나는가를 고민했습니다. 오늘 한 주가 지나서 우리에게 또 다시 새로운 고민이 주어집니다. ‘하나님 앞에 새롭게 태어난 아들은, 이 땅에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신앙은 하나님께 무엇을 받느냐가 아니라, 삶의 문제입니다.

내 신앙 속에 가득했던 헛된 종교적 망상들을 주님께서 오늘 싹 쓸어버리시고, 그 중심에 하나의 큰 물음을 던져 놓고 가십니다. “너는 하나님의 아들이냐 왕이냐? 네가 원하는 것은 예수가 주는 떡고물이냐 예수의 삶이냐?”

주재훈 목사(생명교회)  lewiscipe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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