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착화 신학의 두 주인공인 윤성범의 ‘성(誠)의 신학’과 유동식의 ‘풍류신학’을 재조명한 김광묵의 『한국신학의 두 뿌리 – 성(誠)과 풍류(風流)』(아래 사진 참조)는 한국신학의 주체성에 관심을 가진 기독교인이라면 큰 호기심을 가져다줄 만한 책이다. 1960년대 불타올랐던 토착화 신학의 잔해에서 만학 신학도의 신앙적 용기와 신학적 열정으로 남아 있는 불씨를 되살리려는 신학적 고민이 듬뿍 담겨있기 때문이다. 

현장 목회자로서 만학 신학도의 실존적 고민

저자인 김광묵은 장로교(예장통합) 목사로서 신학과 목회가 상호의존적이며, 상관성을 가진 관계라는 인식을 하고 교단 신학을 넘어 주체적인 한국신학으로 목회 사역을 하고자 하는 열망을 가진 만학 신학도이다. 다원적이며 포용적인 종교적 전통을 가진 한국의 종교지형에서 참된 기독교 신앙을 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백척간두 진일보’의 실존적인 신앙 결단이 필요함은 말할 필요가 없다. 더구나 목회자로서 신앙과 목회의 괴리감을 일치하고자 신학 공부의 여정에 나선 실존적 결단과 그 고민이 책의 전반에 되새김 되고 있다.

서구의 교회 ‘전통’과 서구 신학이 ‘정통’으로 작동되는 한국교회 현장에서 다원적인 종교 전통의 바탕 위에서 전개되는 한국 종교문화의 맥락에서 ‘너희는 나를 누구라 하느냐’(마 16:15, 막 8:29, 눅 9:20)라는 물음에 한국교회와 한국신학은 솔직하게 신앙고백하여야 한다. 한국 기독교인이라면 각자의 신앙의 중심에서 고민해 보아야 할 신앙적 질문이기도 하다. 저자는 이런 신앙적 물음을 가지고 윤성범의 성의 신학과 유동식의 풍류신학을 매개 삼아 그 성과와 한계를 정리하면서 한국신학의 지향점을 제시하고 있다. 

평자는 저자가 연세대 신학대학원에서 토착화신학에 대해 다양한 신학적 견해를 밝혔던 김광식과 강남대학교에서 ‘도의 신학자’로 알려진 세계 신학 동향에 밝은 김흡영을 지도교수로 각각 석‧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는 점에 주목한다. 이는 1세대 토착화 신학자들의 신학 담론이 한 세대도 더 지난 시점에서 ‘복음과 한국인’이라는 화두로 한국교회 현장을 살아온 목회신학자에 의해 과연 어떻게 정리되고 있는지 한국교회 현장을 살펴볼 수 있는 ‘내부 보고서’라고도 할 수 있기에 상당히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전통’과 ‘정통’의 서구 신학과 한국 종교문화의 화해는 가능한가?

기독교는 서구에서 형성된 교회 ‘전통’에 뿌리를 두고 서구 신학에 따라 ‘정통’을 형성되어온 역사이다.(1) 한국교회와 한국신학자는 자신의 뿌리를 서구의 삶과 정황에 의해 형성된 교회 ‘전통’과 신학 ‘정통’을 바탕삼아 한국이라는 다원적 종교 전통에서 신앙생활을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저자는 ‘복음과 신학’, ‘복음과 신학과 그리스도교인’, ‘복음과 신학과 한국인으로서 그리스도교인’라는 삼자 간의 대화를 매개 삼아 한국신학의 가능성을 치밀하게 묻고 있다. 그의 실존적 고민은 “한국의 종교 전통과는 무관하게 형성된 순수성, 절대성, 유일성이라는 ‘복음’의 배타적 진리를 지키면서, 다원적 종교 전통을 가진 한국과 한국인의 종교적 심성에 뿌리를 내리는 것이 가능할까?”라는 신학적 질문을 한다. 그런데도 저자는 ‘복음과 한국종교 전통’ 사이의 혼합주의, 절충주의, 다원주의조차 배격하는 목회자의 입장도 고수하고 있다.

복음이 다른 종교를 만날 때 기독교인은 크게 배타주의, 포괄주의, 다원주의라는 신학적 태도로 접근하며(2), 보수주의 신학의 파종 모델, 진보주의 신학의 발효 모델, 자유주의 신학의 접목 모델, 민중주의 신학의 합류 모델 등으로 분류하기도 한다.(3) 그러나 이런 다양한 신학적 논의는 서구 신학의 해석적 전통을 수용하여 한국의 종교 문화의 전통을 재단하는 호교론적이고 선교론적이며, 성취론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다.

이런 점은 천주교 신학자와 개신교 신학자가 자신의 교단 신학의 범위 안에서 신학적 사유를 한다는 의미이다. 이는 천주교와 개신교에서 성서의 지고 신을 부르는 신의 이름이 ‘하느님’과 ‘하나님’으로 같지 못하고, 양자가 공인하는 경전과 교회사가 없다는 것만 보아도 쉽게 알 수 있다. 혹자는 이런 문제 제기에 사소한 문제라고 넘어갈 줄 모르지만, 천주교와 개신교의 종교 이데올로기가 작동되는 선교 전략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이로 볼 때 한국의 기독교는 아직도 예수 그리스도의 정신이 한국교회와 기독교인에게 용해되는 과정에 있는 ‘격의(格義) 기독교’ 문화(4)의 상태에 머물고 있는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이런 한국교회의 상황에서 저자가 ‘복음과 한국인’이라는 실존적 화두를 가지고 “교단 신학적 입장을 떠나 한국교회라는 보다 더 큰 맥락에서 두 선각자(윤성범, 유동식)의 사상을 이해하려고 했다”는 고백적 발언은 큰 학문적 용기이다. 서구에서 형성된 천주교와 개신교의 다양한 교파 교회가 한국교회 지형을 형성한 가운데 ‘목회와 신학’이 분리되지 않고 일치하는 한국교회다운 한국교회의 정체성을 찾는 참다운 토착화를 모색하는 신학적 사색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책은 새로운 신학적 주장보다는 한국교회의 목회자로서 신학과 목회의 일치 가능성을 타진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책은 크게 네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첫째 부분은 서구 신학이 한국교회에 전래된 이후의 역사적 흐름을 기존의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다섯 단계로 구분한다. 학문으로서 보유론(補儒論)적 입장으로 만난 한국신학의 여명기(1800년초-1900년 초). 서구 선교사가 선교한 테두리 안에서 최병헌, 송창근 등이 신학지를 발간하는 움직임을 보인 한국신학의 파종기(1900년대 초-1930년대초). 일제강점기와 해방 전후에 한국신학의 보수적 근본주의, 사회참여적 진보주의, 문화적 자유주의의 삼대 노선이 정초되었던 시기(1930년대 초-1960년대 초).

1960년대의 토착화신학, 1970년대의 한국의 정치 상황이 반영된 정치적 토착화였던 민중신학 그리고 개신교의 보수적 근본주의(예장합동)와 진보주의 신학(기장), 다른 제3의 길을 모색한 통전적 신학(예장통합), 성령 운동과 성령 은사를 강조하는 오순절 신학, 사중복음에 바탕을 둔 성결신학 그리고 주류 신학과는 다르게 우찌무라 간조의 무교회주의와 다석 유영모의 토착기독교적 영향을 받은 함석헌의 씨알신학 등으로 전개된 한국신학의 형성기(1960년대 초- 1980년대 중반). 로마가톨릭교회가 제2차 바티칸공의회(1962-1965)에서 비그리스도교에 관한 선언과 1967년 세계교회협의회에서 다른 종교에 관한 관심에 따라 1980년대의 종교신학으로 전개되고 있다고 개론적인 설명을 상세하게 한다. 한국신학을 서구 신학의 전래사와 종속사라는 관점에서 토착화신학의 논자를 전개하기 위한 배경 정보를 충분하게 서술하고 있다.

둘째 부분은 토착화신학의 이론적 배경에 날카로운 비평을 하였던 김광식을 지도교수로 한 석사 논문(5)을 보완한 내용이다. 저자는 ‘성의 신학’은 한국신학을 위한 주체적 신학의 촉발기제의 매체로서 긍정적인 평가를 한다. 하지만 기독교 신학의 틀 안에서 교조적으로 정리된 계시, 죄, 구원 등의 개념을 성리학의 ‘성’으로서 유비적으로 이해하여 기독교적 유교 혹은 유교적 기독교로서 모호한 지점이 있음을 지적한다. 이런 모호함은 성의 신학이 바르트의 초월적 계시관(신적 축점: a viewpoint of Divinity)과 불트만의 실존적인 해석학(인간적 축점: a viewpoint of Humanity)과 긴장 관계가 유지되기 힘든 신학의 틀 안에서 신학적 토착화를 추구하는데 초래되었다고 분석한다.

성의 신학은 윤성범이 신학적으로는 대립적인 서구의 변증법과는 다른 ‘감, 솜씨, 멋’의 조화와 합일의 직관론적 변증법, 조화의 솜씨로서의 천재 미학으로서의 토착화, 초월적이고 내재적인 성의 해석학으로서 토착화, 선교적 변증론으로서의 토착화로 구성되어 있다고 강조한다. 한국적 신학의 토착화를 위한 윤성범이 “성의 신학은 동양인, 특히 한국인에게 기독교 진리를 가장 올바로 이해시키기 위한 공작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하는 것처럼 선교신학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한다(6)고 비평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윤성범의 토착화신학의 개척자로서 공로에는 높은 평가를 하고 있다.

셋째 부분은 윤성범의 ‘성의 신학’이 유교의 ‘성’을 유비적 매개로 하여 신학의 토착화를 추구하였다면 ‘풍류도’를 종교적 매개로 신학의 토착화를 추구한 유동식의 풍류신학를 조명하고 있다. 풍류신학은 민중신학과 더불어 세계 신학계에 소개된 토착화 신학이라고 할 수 있다. 저자는 유동식의 신학 여정은 신약 성서학자 → 토착화 논쟁의 기수 → 무교 연구자 → 풍류신학자 → 예술신학자로 이해한다. 유동식은 “나의 신학적 관심이 신약학에서 선교학으로 달라진 것은 사실이다. … 평생의 내 신학적 과제는 기독교의 로고스와 동양 종교의 도(道)가 어떻게 창조적으로 만나느냐에 있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한 만남의 구체적 가능성을 나는 한국의 풍류도 안에서 찾을 수 있었다”(7)라고 말한다.

하지만 김광식과 그의 제자인 저자는 한국종교의 기층문화를 ‘무교’로 이해하고 풍류신학은 기독교의 무교화라고 평가한다. 이는 유동식이 『한국종교와 기독교』(1965), 1970년대 『한국무교의 역사와 구조』(1975)에서 한국인의 종교적 심성을 결정한 기층적 종교를 ‘무교’라고 단정하고 있으나, 『풍류신학으로의 여로』(1988), 『풍류도와 한국신학』(1992), 『풍류도와 한국의 종교사상』(1997)에는 「난랑비서」에서 풍류도의 연원을 모색하는 데서 오는 유동식의 모호한 해석학적 태도에 기인한다. 저자는 유동식이 불트만의 실존론적 성서 이해, 크래머(H. Kreamer)의 성서적 실재주의, 나일스(D. T. Niles)의 이론에 기초한다고 언명하며 그의 해석학적 성격은 기독교 보편주의와 한의 변증법, 초월적 진리의 자기부정의 변증법, 선교적 변증론, 종교 · 우주론적 역사관을 가진다고 한다.

특히 ‘한’(포함삼교) ‘멋’(풍류도)진 ‘삶’(접화군생)으로 멋의 무교 문화(고대), 한의 불교 문화(고려), 삶의 유교 문화(조선), 멋의 기독교 문화(현대)로 나선형 역사관으로 전개된다. 풍류도의 의미와 논리는 멋이 풍류도의 체(體), 한은 상(相), 삶은 용(用)으로서 3.1적 논리구조를 가지고 한의 원리는 종교문화사, 멋은 예술문화사, 삶은 생활문화의 원리로 작동한다고 풍류신학을 정리하고 있다. 저자는 풍류신학은 복음과 한국인의 기독교적 구원 문제에 대해 실존적 질문을 하고 있지만, 여전히 선교신학의 틀을 벗어나지 못한다고 날카롭게 지적한다.

넷째 부분은 성의 신학과 풍류신학의 성과와 한계를 평가한 후 ‘교회의 학문으로서의 신학’ 등 한국신학을 새롭게 수립하기 위해 한국신학이 지향하여야 할 다섯 가지 방향과 ‘통전적 신학, 생명신학, 선교신학, 복음적 신학의 신학’ 등 한국신학에 담겨야 할 신학적 내용을 제시하면서 후일을 기약하고 있다.

토착화신학를 위한 몇 가지 제언: 선교신학과 성취론적 관점으로 토착화신학은 가능한가?

저자는 만학 신학도로서 20여 년에 걸친 신학적 고민을 거의 단절된 토착화신학의 큰 학문적 성과의 연구를 통하여 한국신학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하나님의 계시로서 신적인 측면과 문화 아프리오리로서 인간적인 축점을 동시에 견지”하며 한국신학이 감당해 내어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더불어 이 책은 저자의 신학적 결론이 아니고 또 한국신학이 나아가야 할 방향까지 제시하고 있기에 앞으로의 신학 여정에서 반드시 고려되어야 할 몇 가지 사항을 제언함으로써 평자의 임무를 다하고자 한다.

첫째, 한국신학은 서구 신학의 전통에서 형성된 성서 해석과 완성된 복음이라는 인식을 탈피하여 주체적인 성서 해석을 새롭게 시작하여야 한다. 기존의 토착화 신학자는 한국의 삶의 정황과 동떨어진 성서 해석의 바탕 위에 형성된 복음 이해, 교회 전통과 신학 체계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을 하고 있지 않다. 예를 들어 “예수 그리스도교와 무관하게 죽은 우리 조상들은 어떻게 구원을 받을 수 있는가? 기독교가 아닌 다른 종교의 신자는 구원받을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서구 신학자에게는 중요하지 않을지 모르지만, 우리에게는 중요한 문제이다. 한국의 신학자는 반드시 성서라는 경전에서 우리의 관점에서 묻고 대답을 모색하여야 한다. 만일 성서적 준거가 없다면 비기독교인은 반드시 기독교로 ‘개종’하는 외에 어떠한 방법이 있을 수 있는가?

칼 라너는 다른 종교의 신자를 ‘익명의 그리스도인’이라고 하지만 다른 종교의 입장에서 기독교인은 ‘익명의 불교인’, ‘익명의 유교인’이라는 반문에 부딪힐 수 있다. 지금까지의 토착화는 복음의 토착화, 신학의 토착화를 구호로 하였지만, 서구의 복음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복음 자체에 대한 고민은 거의 없었다. ‘복음’보다는 오히려 특정 신학자의 신학적 이론에 기대어 한국 종교문화를 환원론적으로 재단하는 데 급급하였다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 한국의 토착화신학의 성과물은 서구의 정형화된 복음을 한국인에게 전달하기 위한 유비적인 종교적 기제를 찾는데 주력한 선교신학에 불과하다. 그러기에 한국의 토착화 성과물 가운데 통전적으로 성서 해석이 가능한 토착화 신학은 없다는 것은 신학계 내부의 비판이다. 지금에라도 서구의 복음을 포용하면서 우리의 역사적 삶의 정황에서 수용할 수 있는 성서 해석 작업에 착수하여야 한다. 복음의 토착화와 신학의 토착화는 그 다음 과제이다.

둘째, 한국 토착화신학은 다양한 종교 정보의 활용, 과감한 주제 설정, 학문적 용기로 토착화의 출발점에 획기적인 전환을 이루어야 한다. 동시에 서구 신학과 한국 종교문화의 전통을 포월하는 해석학적 준거를 발견하여야 한다. 우리가 윤성범의 ‘성의 신학’이 집약된 『한국적 신학 – 성의 해석학』이란 책을 보면, 칼 바르트와 루돌프 불트만 등 서구 신학자의 신학 정보뿐만이 아니라 동서양의 철학, 유불선, 한국종교에 대해 폭넓은 관심을 가지고 신학 정보로 활용한다. 그 당시에 윤성범이 『운급칠첨(雲笈七簽)』, 『산해경』, 『정감록』 등도 비판적인 참고자료에 활용하였다는 것은 놀랄 만하다. 특히 그의 과감한 주제 설정은 교단 신학의 틀 안에서 사유하는 신학자에게 본보기가 된다. “檀君神話는 Vestigium Trinitatis이다”라는 글에서 단군신화가 경교의 영향을 받았다는 학문적 가설에 바탕을 둔 삼위일체를 논증한 것은 한국 종교사에서 수용하기 힘들다.

하지만 이런 신학적 시도가 선교신학과 성취설에 대한 열망에 기인한다 할지라도 그의 시도 자체는 높이 평가되어야 한다. 만일 지금 윤성범과 같은 열정을 가진 신학자가 있다면, 단군과 관련한 530여 종의 연구서와 1,250편의 논문을 포함하여 고조선문명 지역에서 발굴되는 유적과 유물에 관한 연구, 『한국도교문화』의 축적된 성과물의 연구에도 착수할 것이다. 또한 잘 알다시피 삼위일체 신관은 ‘이단’과 유대교와의 차별화를 위해 325년 니케아공의회에서 공인되고 451년 칼케톤공의회에서 추인된 교의이다. 만약 윤성범의 논지대로 구두 전승된 단군신화가 문자화된 고려 중기에 경교의 영향을 받아 형성되었다고 주장한다면 성서 텍스트의 편집 시기도 같은 관점에서 되새겨 보아야 한다.(8) 텍스트의 동등한 이해 기준과 비교 대상이 이해 지평의 유비적인 준거점을 마련하지 못한 해석은 또 다른 편견을 불러일으킬 뿐이다.

셋째, 한국신학은 서구 신학에 정통화뿐만 아니라 ‘토착화’라는 측면에서 한국종교의 전통과 종교문화에 대한 더욱 깊은 연구가 병행되어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유동식의 풍류신학은 ‘풍류’가 없거나 오해한 풍류 철학이다.(9) 풍류의 연원은 『선사(仙史)』에 기록되어 있다고 「난랑비서」에 명기되어 있다. 그러나 유동식의 풍류신학에는 한국종교의 도맥(道脈)인 선맥(僊/仙脈)에 대한 신학적 고민이 보이지 않는다. 한국종교의 심성을 결정한 무교가 기독교의 복음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1970년대 무교적 사유와 풍류신학을 제창한 1983년 이후의 사상적 전이에 대한 구체적인 해명이 없다. 이는 불트만 등 서구 신학자의 이론적 근거에 의탁한 선교신학자로서 한국 종교문화는 기독교에서 완성된다는 성취론에 바탕을 둔 신학체계로 형성되었기 때문이다.

풍류신학은 무교, 유불선을 포함한다는 풍류도, 그리스도교와의 세 종교에 대한 범주적 구별이 명확하지 않고, 선맥과는 단절되거나 애매한 구조로 되어 있다. 이는 풍류신학이 신선 사상에 대한 체계적인 비판이나 혹은 수용하는 자세도 아닌 모호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데 기인한다. 앞으로 풍류신학은 한국의 전통적 도맥인 선맥의 연구 성과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왜냐하면 선맥의 풍류성과 무맥(巫脈)의 무교성은 신관, 인간관, 구원관 등에 대해 다른 종교 차원의 신앙 현상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따라서 토착화신학에 관심을 가진 연구자는 성서 텍스트와 신학 등과 비교할 때 한국 종교 전통과 문화에서 상응하는 해석학적 준거를 확보하여야 한다. 선교신학과 교단 신학을 표준으로 하여 한국의 종교문화에 대한 토착화 시도로 형성된 다양한 모델은 또 다른 서구 신학의 종속사라는 테두리를 벗어나기 힘들다. 한국의 신학자에 의해 복음의 토착화, 신학의 토착화는 있었지만 일이관지한 성서 해석에까지 도달한 성과물은 없는 것은 그 방증이다.(10) 이런 측면에서 1980년 전후에 초판 발행되었고, 2019년에 개정신판으로 한국신학연구소에서 재출간된 변찬린의 『성경의 원리』 사부작 (한국신학연구소)은 성서 66권을 통전적으로 해석한 성서 해석서이다. 평자에 의해 ‘한밝성경해석학’(11)과 ‘선맥(僊/仙脈))신학’, 영맥(靈脈)신학, 그리고 도맥(道脈)신학으로 구성하여 독자에게 선보이고 있다.(12) 특히, 그의 핵심 사상인 선맥(僊/仙脈)이라는 도맥은 『옥스퍼드 한국성서 핸드북(OXFORD HANDBOOKS SERIES)』(The Oxford Handbook of the Bible in Korea) (2022)에 소개되어 있다. 한국의 기독교인이라면 반드시 참고할 만한 성서해석서이다.

넷째, 한국교회와 한국신학자는 참다운 기독교인의 탄생에 주력하여야 한다. 복음의 토착화, 신학의 토착화 등 신학과 목회의 일치를 주장하며, 성서의 진리를 호교론적 관점에서 한국 종교문화에 선교하려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먼저 고려되어야 할 사항은 ‘왜 기독교인가?’에 대한 실존적 신앙고민이며, 이런 신앙적 고민을 통하여 참 기독교인으로의 거듭남이다.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의 고난과 부활사건은 참 기독교인의 믿음과 신학과 목회로 한국교회와 일상생활에서 재현되어야 한다. 그런데도 ‘예수의 몸된 성전’이라는 교회를 매매하고 세습하는 신성모독에 대해 기독교인의 이율배반적인 신앙의 모습은 ‘침묵의 카르텔’을 형성한 기독교 이익 공동체의 모습으로서 신성모독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다시 말하면 신앙의 진리가 사회의 ‘빛과 소금’이 되어야 함에도 다른 종교인이나 비종교인과 비교할 때 과연 어떤 차이가 있는지 한국교회는 솔직하고 담대하게 대답해야 한다. 신학의 토착화, 복음의 토착화는 지금 시점에서 “너희는 나를 누구라 하느냐”는 예수의 물음에 각자가 대답하며 그 말에 책임을 지고, 소위 ‘그리스도의 향기’를 내뿜는 참다운 그리스도인으로 거듭나는 것이 급선무이다. 성서와 신학과 교회는 하나님의 성전으로서의 인간이 참다운 그리스도인으로 거듭나기 위한 방편적 기제에 불과하다. 참 기독교인을 탄생시키지 못하는 성서와 신학과 교회가 무슨 의미가 있는가! 참 기독교인으로 거듭난 자리에서 성서 해석과 신학 체계와 교회 전통은 역사적 삶의 정황에 따라 새롭게 구축되어야 한다. 이것이 ‘토착화’이다.

포월하는 해석학적 준거 마련을 위해

저자는 목회자로서 신학적 괴리를 메꾸기 위한 저자의 ‘늦깎이’ 신학 여정에 찬사를 보낸다. 그러나 그의 신학적 결론이 기존 신학적 성과를 진단하며 한국신학의 지향점에 대한 신학 평론에서 머물지 말아야 한다. 성서 텍스트를 표준으로 서구 신학과 한국종교의 전통을 포월하는 해석학적 준거를 포착하여 한국신학의 새로운 장을 여는 신학적 여정을 기대한다. 저자의 학문적 열정과 신학적 용기 자체가 이미 독자들에게 새로운 한국신학의 여명을 밝히는 새 발걸음으로 작동할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호재 원장(자하원)  injiche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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