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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복 박사의 신학 여정의 마지막 변화도의 신학의 입장에서 본 김용복의 ‘선토피아(仙境) 생명학’ (1)
김흡영(한국과학생명포럼 대표) | 승인 2023.04.12 00:56
▲ 김용복 박사를 마지막으로 만났던 국제심포지엄. 사진 제일 오른쪽이 김용복 박사님이고 제일 왼쪽이 필자인 김흡영 대표이다. ⓒ김흡영 대표 제공

1. 아, 김용복 박사님

김용복(Yong-bok Kim, 1938-2022) 박사님(이하 존칭 생략)을 마지막으로 뵌 곳은 2021년 6월28일부터 7월1일까지 경상북도 안동에 있는 경안대학원대학교(총장 박성원)에서 개최된 제5차 국제심포지움(CGU Global Symposium)에서였다. 심포지움 주제는 “인공지능과 코로나 시대의 우주적 영성”이었고, 4박5일에 걸쳐 오랜만에 열띤 신학 토론을 할 수 있었다.(1) 코로나 펜데믹으로 만남이 어려웠던 기간이 풀리기 시작하고, 반갑기도 해서인지 그때 무척 흥분했던 것 같다.

항상 옹호적이셨던 그분의 발언에 힘입어 다른 토론자들에게 너무 날카롭고 공격적으로 대하지 않았는지 염려된다. 특히 그분께도 무례하게 비판한 것 같아 송구한 마음이다. 작고하시기 석 달 전 그와 오랜 전화 통화를 할 수 있었지만, 그분을 다시 뵙지는 못했다. 그분이 평소 내게 베푼 사랑과 은혜를 생각하면 더욱 죄송하고 안타깝다. 마지막 통화에서도 신학의 미래와 비전을 제시하던 그의 쟁쟁한 목소리가 아직도 귀에 선하다.

심포지움의 강의와 대화를 통하여 ‘선경(仙境)’ 또는 ‘선토피아(Seontopia)’라는 신학적으로 다소 생소한 개념을 피력하셨다. 그의 사상이 ‘민중의 사회전기’(sociobiography of minjung)라는 사회경제적이고 역사적이었던 초기 민중신학의 입장에서 이 개념을 통하여 훨씬 우주적인 지평이 확장되고, 더욱 민족적 영성의 깊이가 더해졌다는 것이 확인되었다.(2)

나는 그의 민중신학이 지닌 제한적 해석학적 지평에 대해 오래 전부터 비판해왔고, ‘도의 신학’의 입장에서 우주적이고 생태적으로 확장시켜야 한다며 “억눌린 생명의 사회우주 전기”(sociocosmic biography of the exploited life)같은 대안을 제시하기도 했다.(3) 그동안 그의 역사관은 ‘민중의 사회전기’(sociobiography)에서 ‘생명전기’(Zoegraphy)로 바뀌었고, 선경(Seontopia)에 대한 신학적 통찰을 가미하기 시작하였다. 결국 그와 나는 로고스(logos)보다는 도(道)와 선(仙)이 우리 신학의 근본은유가 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의견이 일치한 것 같다.

2. 생명학(Zoesophia)

김용복은 세계적 상황에 대한 뛰어난 안목과 시대의 징후를 읽는 탁월한 감수성을 가지고 있었던 에큐메니칼 신학계의 글로벌 오피니온 리더였다. 그를 잃은 것은 한국과 아시아뿐만 아니라 세계 신학의 큰 손실이다. 그는 디지털 혁명과 제4차 산업혁명이라고 일컬어지는 인공지능 등 테크놀로지의 급격한 발전에 따른 문명사적 전환기를 바라보며 고령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그의 신학을 업그레이드하려 고심하셨다.

호모사피엔스 인간이 첨단 과학기술을 활용하여 초지능과 초능력을 가진 포스트휴먼(Posthuman)으로 진화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트랜스휴머니즘(Transhumanism)의 문제에 대해서도 20여 년 전부터 국내에서 가장 먼저 함께 토론할 수 있었던 시대를 앞서가는 분이셨다.(4)

그런 그가 민중의 사회전기를 중심으로 하는 민중신학에서 생명전기를 기반으로 하는 생명학으로 전환하게 된 것은 당연한 수순이라 할 수 있다. 안동 심포지움에서 행한 발표에서 그의 생명학에 대한 그의 생각의 면모를 살펴볼 수 있다.(5) 특히 그는 “새로운 문명을 위한 역사적 변혁의 시작점으로서의 Zoesophia(생명학)”을 제안했다.

그는 생명학을 영문으로 조에-로지(Zoe-logy)라고 하지 않고 조에-소피아(Zoe-sophia)라고 표기했다. 이원론적인 로고스 사상에 함몰된 서구신학에서 벗어나기 위해 보다 지혜적인 근본은유 소피아(sophia)를 선택한 것이다. 이 설정에서도 그의 생명학과 나의 도의 신학이 로고스 신학(theo-logos)으로부터 이탈하고자 하는 합의점을 찾을 수 있다.

더욱이 소피아는 우리의 근본은유 도(道)와 매우 유사한 사상이다. 앞으로 도와 소피아 간에 비교연구와 대화가 매우 흥미로운 분야로 대두되고 있다. 아르자코프스키(Antoine Arjzakovsky)와 같은 동방정교 소피아학(sophiology)에 정통한 신학자는 최근 그의 저서에서 도의 신학과 대화에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6)

이 글에서 김용복은 생명학의 첫째 특성은 “생명의 우주그물”(The Cosmic Web of Life)이라고 규정한다. “모든 살아있는 존재는 영적인 존재인 생명의 창조적인 주체입니다. 모든 생명체는 웹을 통한 영적 친교에서 생명의 그물로서 자신을 유지합니다. Zoesophia (삶의 지혜)의 일부인 Zoegraphy는 삶의 이야기를 설명하는 패러다임 방식이며 그 반대인 Zoecide 이야기의 Thanatography(살생의 이야기)입니다.”(7)

김용복은 새로운 신학 신조어를 만드는데 뛰어난 소질을 가지고 계셨다. 그는 신학적 사유와 글은 영어로 먼저 시작하셨던 것 같다. 나도 그와 같은 미국 신학교에서 신학을 시작했기에 이 사정을 잘 이해한다. 영어로 글을 먼저 썼다는 것은 영어로 먼저 사유했다는 것이다. 이것은 세계 신학의 흐름을 민감하게 인지하고 있어야 가능하다. 그래야 우리의 맥락에서 우리의 독특한 시각을 품고 표출하는 새로운 신학적 용어를 생산할 안목을 가지게 된다.

그는 철저한 민족주의적 한국신학자이었지만 동시에 누구보다 앞선 글로벌 마인드를 가지고 있었다. 그런 면에서 그도 어쩔 수 없는 경계인(a boundary person)이었다. 영어로 먼저 만든 신조어이기에 영어권에서 오히려 용이하게 통할 수 있었다. 그러나 문화언어적 맥락이 다른 우리말로 그 뉘앙스를 옮겨 번역하기가 쉽지 않다.

이글 영어본와 한글본을 비교하여 살펴보면 이러한 사정이 노출된다. 영어 신조어에는 그 뜻이 비교적 명확하게 표현된다. 그러나 그 신조어의 의미를 충분히 담지 한 한글 번역어는 아직 완성형이 아니고 진행형이다.

그래서 김용복의 글에 대한 해석, 특히 새로운 용어들에 대한 부연 설명이 필요할 것 같다. 예컨대, ‘Zoesophia’라는 용어에는 두 가지 이상의 서구 로고스 신학으로부터 이탈을 선포하고 있다. 첫째는 지혜(sophia)와 지식(logos)의 구분이다. 그는 이 개념을 생명학이란 용어로 흔히 쓸 수 있는 Zoe-logy라고 하지 않고 동방정교에서 보다 발전된 지혜적 측면이 강한 Zoe-sophia라는 복합어를 선택했다. 신학의 근본은유를 로고스에서 소피아로 전환을 시도한 대목이다. 이것은 도의 신학이 Theo-logy에서 Theo-dao로 바꾼 것과 맥락을 같이 하고 있다.

둘째는 삶/생명(Zoe)과 죽음/살생(Thanato)과의 구분이다. 이것 또한 중요한 구분이다. 신학은 죽음의 이야기가 아닌 삶의 이야기라는 것이다. 이에 따른 그의 다른 신조어 ‘조에그라피(zoe-graphy)’, 즉 생명전기는 다음 글에서 더 구체적으로 논하고자 한다.

미주

(1) 심포지움의 발표논문은 Park Seong-Won, ed, Cosmic Spirituality in the Era of Artificial Intelligence and COVID-19 Pandemic (경산: 생명물결, 2021)을 보라.
(2) 김용복, “민중의 사회전기와 신학,” NCC 신학연구위원회 편, 『민중과 한국신학』(서울: 한국신학연구소, 1982), 369-89; 또한 Yong Bok Kim, “The Socio-biography of Minjung and Theology,” in Minjung and Korean Theology (Seoul: Korea Theological Study Institute, 1982)을 보라.
(3) 김흡영, 『도의 신학』 (다산글방, 2000), 350-55; 또한 『도의 신학 II(『서울: 동연, 2012), 162-66, 192-95를 보라.
(4) 트랜스휴머니즘에 대한 평가는, Heup Young Kim, “Cyborg, Sage, and Saint: Transhumanism as Seen from an East Asian Theological Setting,” in Religion and Transhumanism: The Unknown Future of Human Enhancement, eds. Calvin Mercer and Tracy J. Trothen (Santa Barbara, CA: Praeger, 2014), 97-114를 보라.
(5) 김용복, “상생을 위한 창조적 영적 융합: AI에 대한 대응”, in Park, Cosmic Spirituality, 55-62. 영문본은 “A Creative Spiritual Convergence for Conviviality,” ibid., 45-54.
(6) Antoine Arjzakovsky, Towards an Ecumenical Metaphysics, Vol 1: The Principles & Methods of Ecumenical Science (New York, NY: Angelico Press, 2022), esp., 267-68.
(7) 김용복, “상생”, 57-58. 영문은 “All living beings are creative subjects of life who are spiritual beings. All living beings sustain themselves as the web of life, in spiritual communion throughout the web.Zoegraphy, as part of Zoesophia (wisdom of life), is a paradigmatic way to describe the story of life, as well as its opposite:  the Thanatography of the story of Zoecide.”(같은 글, 48.)

김흡영(한국과학생명포럼 대표)  heupki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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