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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 시대의 농민, 우리 시대의 농민을 만나다민중 메시아론에서 농민의 위치 (5)
안재학 목사(석천교회, 연세대 박사과정) | 승인 2023.06.22 02:12
▲ 북반구의 발전은 곧 남반구의 착취를 의미한다. ⓒGetty Images

서남동의 ‘두 이야기 합류’(1)는 성서의 민중해방 전통과 1970년대의 한국의 정치, 경제, 문화 등에서 활발하게 나타난 민중해방의 전통이 만나면서 민중신학이 태동하게 되는 배경이 되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이영미에 따르면 서남동은 텍스트의 개념을 좀 더 분명하게 명시하지 않음으로써 두 이야기와 민중 사건 현장의 관계를 모호한 채로 남겨두었다고 적고 있다.

서남동은 민중 사건 현장이 텍스트이며 하나님의 계시 현장이라고 보고 있다.(2) 콘텍스트가 텍스트가 되는 것이다. 바꾸어 말하면 텍스트 이전에 콘텍스트가 있었다. 예수에게 있어서는‘ 오클로스’가 그의 텍스트였고 안병무와 서남동에게 있어서도 민중 사건이 그들의 텍스트가 된 것이다.

두 농민 이야기의 합류

그런데 이야기는 두 이야기만 합류하는 것이 아니다. 중첩적으로 여러 이야기가 합류한다. 예수의 민중 사건과 마가 공동체의 민중 사건이 합류하고 예수의 민중 사건과 한국의 70년대 민중 사건들이 합류한다. 또 예수의 민중 사건은 오늘날의 남반구 소농들이 겪고 있는 고난의 사건들과도 합류하게 된다.

예수 당시의 농민들이 소작농으로 전락하고 도시를 유리하는 떠돌이가 되었듯이 마가 공동체의 현실도 농민 봉기가 실패하고 토지를 잃고 길바닥에 내몰린 상황이었다. 70년대 한국의 농촌상황도 농촌이 무너져가고 도시화와 산업화로 청계천 일대는 농촌에서 몰려든 빈민으로 넘쳐났다. 남반구의 소농들도 도시로 몰려들어 슬럼가를 형성하고 도시에 기생하는 빈민으로 전락하게 되었다. 이제는 도시로의 집단 이주를 넘어 국경을 넘어 북반구 부유한 나라들로 농업 노동자, 산업 노동자, 불법 체류자, 결혼 이민자들로 이야기는 끝도 없이 민중 사건으로 합류하게 된다.

이 모든 사건의 원인에 대해서 많은 이론이 등장할 터이지만 필자는 농촌 공동체와 전통 농업의 붕괴가 가장 큰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자유 시장 경제의 끝없는 욕망이 남반구를 중심으로 한 농민들을 착취하고 농촌 공동체를 파괴하고 있다. 농촌과 농민에 대한 끝없는 수탈과 착취는 예수 이전에도 예수 이후에도 오늘에 이르기까지 계속되고 있다.

그러한 비참한 현실 가운데서 끊임없는 민중 사건들과 저항들은 멈추지 않고 계속되고 있다. 끝없이 죽어간 민중들의 죽음의 행렬을 통해 우리는 오늘도 생명을 유지하고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러한 죽음의 비참한 현실 가운데에서 오늘도 세계의 농민들은 씨앗을 뿌리고 고랑을 매고 농사를 짓고 세계를 먹여 살린다. 고통과 절망은 결코 그들을 삼켜버리지 못한다.

어제도 오늘도 예수는 농민편에 있다

지난글 “누구에게 숨겨진 것일까”에서 예수의 비유를 은닉 대본의 관점에서 감추어진 이야기가 무엇인지에 주목하여 비유들 속에 부재지주들과 소작농들의 갈등이 숨겨져 있음을 살펴보았다. 예수는 철저하게 가난한 이들의 편이다. 고통받는 소작농들의 편에서 착취하는 지주계급과 정죄하는 율법주의자들에 맞서서 하나님 나라를 선포하였다.

하나님 나라의 주인은 누룩과 같은 존재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서서히 빵을 부풀리듯 세상의 변화를 가져올 가능성이 있는 존재들, 겨자씨처럼 세상에서 가장 작은 존재이지만 커다란 나무로 성장하여 뭇 생명이 머물 수 있게 하는 존재들, 그들이야말로 하나님 나라의 주인이 될 수 있는 역사의 새로운 주체임을 선포하는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예수의 하나님 나라 비유는 민중 메시아론의 정점에 있다고 볼 수 있으며 민중 메시아론에 있어서 소작농과 농민의 위치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중요한 실마리와 징검다리를 제공한다.

미주

(1) 서남동 지음, 죽재서남동기념사업회 엮음, 『민중신학의 탐구』 (서울: 동연, 2018), 56-107 참조.
(2) 이정희 외 지음. 『민중신학, 고통의 시대를 읽다』(서울: 분도출판사, 2018), 286.

안재학 목사(석천교회, 연세대 박사과정)  jagafocu@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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