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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를 넘어감사의 제단을 세웁시다(추수감사주일; 창세기4:1-7; 마가복음서 12:41-44)
주재훈 목사(생명교회) | 승인 2023.11.05 02:41
▲ Mariotto Albertinelli, 「The Sacrifice of Cain and Abel」 ⓒhttps://harvardartmuseums.org/collections/object/232328
내가 진정으로 너희에게 말한다. 헌금함에 돈을 넣은 사람들 가운데, 이 가난한 과부가 어느 누구보다도 더 많이 넣었다. - 마가복음서 12:43

오늘은 추수감사주일로 예배드립니다. 감사의 날을 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립시다. 감사주일을 맞이하면서 감사한 일들을 생각하셨을 줄 압니다. 그 모든 일들을 허락하시고 인도하신 하나님께 감사드립시다. 우리는 특별한 일이나 사건이 있을 때 감사를 합니다. 그러나 사실 모든 날이 감사의 날이고, 모든 날 속에서 감사를 느낄 수 있는 능력이 믿음입니다.

오늘 읽은 창세기의 말씀은 인류 최초의 살인 사건이라고 불리는 가인과 아벨의 이야기입니다. 이 이야기는 살인 사건이기도 하지만, 사실 인류 최초의 감사 사건이기도 합니다. 감사와 범죄는 종이 한 장 차이라는 것을 보여줍니다.

성경은 가인이 잘못된 제사를 드렸고, 아벨은 제대로 제사드렸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그저 하나님께서 아벨의 제사를 기뻐 받으셨고, 가인의 제사를 기뻐 받지 않으셨다고만 말합니다. 하나님께서 왜 그러셨는지는 모릅니다. 사실 하나님께서 하시는 모든 일은 왜 그렇게 하시는 지 모르는 것이 허다합니다. 모르는 것이 당연합니다.

진짜 문제는 제사 이후에 벌어집니다. 가인은 하나님께서 제물을 받지 않으시자, 몹시 화를 냅니다. 하나님은 그에게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어찌하여 네가 화를 내느냐? 왜 얼굴빛이 달라지느냐? 네가 올바르지 못한 일을 하였으니, 죄가 너의 문에 도사리고 앉아서, 너를 지배하려고 한다. 너는 그 죄를 잘 다스려야 한다.”

하나님께서 하시는 일은 우리 마음에 쏙 들기도 하고(아벨의 제사를 기뻐하신 것처럼), 우리를 절망하게도 하고 원망하게도 합니다(가인의 제사를 기뻐하지 않으신 것처럼). 그러나 우리는 하나님의 처사에 대해서 이러쿵저러쿵 판단하거나 비판할 수 없습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님의 일을 받아들이고 인정하는 것이며, 한발 나아가 감사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가인은 감사하지 못합니다. 자기 제물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화를 내고, 고개를 떨구고, 잘못된 마음을 먹기 시작합니다. 바로 그것이 죄의 시작입니다. 감사하지 않을 때, 죄가 시작됩니다.

우리는 하나님을 바라봐야 합니다. 하나님을 바라보고 감사해야만 제대로 살 수 있는 존재들입니다. 고개를 떨구고 땅만 바라보고, 내 마음만 생각하기 시작하면, 그때 감사의 마음이 아니라, 원망의 마음이 나를 지배하기 시작합니다. 죄가 바로 그때를 놓치지 않고 우리를 낚아챕니다.

감사주일을 맞으며 생각하신 ‘감사할 일들’이 무엇이었습니까? 감사의 내용들이 무엇이었나요? 좋은 일들, 즐거운 일들, 잘 해결된 것들 그런 것 아니었나요? 혹시 잘못된 것, 낭패한 것, 실망한 것, 어려움에 빠진 것, 고생한 것, 그런 것들로 감사하신 분 계신가요?

우리는 우리에게 좋은 일이 일어나야 감사합니다. 내 맘에 들어야 감사합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가인과 똑같지 않습니까? 여러 가지 좋은 일들이 있었으니 망정이지, 좋은 일이 하나도 없었으면 어쩔뻔했습니까? 모든 교우들이 기쁜 얼굴로 감사하며 예배드리는 이 좋은 시간에, 나만 홀로 안색이 변해서, 고개를 떨구고, 얼굴을 찌푸리고 하나님 원망하고 있지 않았겠습니까? 가인처럼 말이지요.

우리의 신앙은 우리 얼굴을 들고 하나님의 얼굴을 제대로 바라보는 그런 신앙이 되어야 합니다. 그게 참된 감사의 정체입니다. 감사는 내게 주어진 것에 대한 보답이 아닙니다. 감사를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됩니다. 좋은 일이 있고, 없고의 문제가 아닙니다. 문제는 내가 얼굴을 들고, 하나님을 바라보느냐의 문제입니다.

하나님을 바라본다는 것은 내 생각을 감추지 않는 것입니다. 모두 드러내 놓는 것입니다. 모두 드러내 놓고 하나님이 어찌하실지 기다리는 것입니다. 그렇게 기다리면서, 하나님의 마음이 무엇일까? 깊이 묵상하는 것입니다. 그것이 감사입니다.

오늘 복음서의 말씀에 가난한 한 여인이 헌금함에 동전 두 닢을 넣는 장면이 나옵니다. 이 여인의 마음이 무엇이었을까요? 예수님은 왜 이 여인을 칭찬했을까요? “몽땅 다 바쳤으니 잘했다. 너희도 가지고 있는 것 몽땅 다 바쳐라!” 이런 말씀이신가요?

예수님은 그 마음을 보고 계십니다. 이 여인은 가난합니다. 고된 삶을 삽니다. 하루하루 목숨을 부지하는 것만도 힘이 듭니다. 도와주는 사람도 없고, 무시하고 멸시하는 사람들만 넘쳐납니다. 하나님께 감사는커녕 원망과 비난이 쏟아질 것만 같습니다. 저라도 그런 상황이라면 주님을 원망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 여인의 마음은 가난하지 않습니다.

이 여인은 주님 앞에 나옵니다. 그런 모든 삶을 감사합니다. 감사만 하는 것이 아니라 그 가난한 중에 오히려 주님께 예물을 드립니다. 가난으로 인하여 안색이 변하고 삐지고 화내고 땅만 바라보고 있는, 그런 옹졸한 마음이 아니라, 아무것도 없는데도, 오히려 하나님께서 있는 것 마저 빼앗아가 버리는 같은데도, 내 기도는 들어주지 않는 것 같은데도, 내 제물은 기뻐받지 않으시는 것 같은데도… 그런데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님 앞에 나와 주님께 그 삶을 내려놓고, 주님께 기도하고, 주님께 감사하고, 얼굴을 들어 주님을 바라본다는 겁니다. 이것이 진짜 감사의 마음입니다.

오늘 귀한 감사절을 맞아, 내게 주신 것에 감사하는 마음이 넘쳐나기를 기도합니다. 내게 주지 않으신 것에 대해 원망치 않는 마음이 넘쳐나길 기도합니다. 원치 않는 것은 많이 주셨는데, 그것도 감사하는 마음이 넘쳐나길 기도합니다. 그런 감사가 쌓이고 쌓여서, 가난한 여인이 주님 앞에 모든 것 드리고 기뻐했던 것처럼, 우리의 모든 삶이 모든 순간이 감사가 되길 기도합니다.

주재훈 목사(생명교회)  lewiscipe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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