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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나무 아래에서 내일 다시 만나요: 영화 <플랜 75>최병학 목사의 인문학으로 영화읽기
최병학 목사(남부산용호교회) | 승인 2024.02.13 02:24
▲ 영화 포스터

하야카와 치에 감독의 <플랜 75>(2024)는 2016년 7월에 벌어진 장애인 살상 사건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합니다. 사건의 개요는 이렇습니다. 20대 남성 우에마쓰 사토시는 자신의 전 직장인 가나가와현의 한 지적장애인 복지시설에 침입하여 흉기를 휘둘러 장애인 19명을 살해하고 26명에게 중경상을 입힙니다. 경찰에 자수한 그는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중증장애인은 살아 있어도 가망이 없다.” 그는 이러한 차별적인 발언을 반복했고, 재판 과정에서도 이 입장을 고수했습니다.

따라서 하야카와 감독은 영화를 만든 배경에 관해 이렇게 말합니다. “정신적 문제가 있는 한 남자가 저지른 특수한 사건이 아니라, 편협함과 합리주의가 지배하는 사회에서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사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사회에 의문을 제기하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플랜 75>의 시작도 그렇습니다. 장애인 노인을 죽인 청년은 “일본인은 국가를 위해 죽는 것을 긍지로 여긴다.”라고 생각하며 노인을 죽인 자신을 통해 일본의 미래가 밝아지기를 소망하며 자살합니다.

영화는 초고령화가 진행된 가까운 미래의 일본 사회를 비춰줍니다. 노인 인구가 늘면서 청년층의 부양 부담이 커지고 정부는 재정 압박을 느낍니다. 이러한 가운데 노인 혐오 범죄가 잇따르자 정부는 특단의 조치를 내립니다. 75세 이상 국민의 죽음을 국가가 지원하는 정책인 ‘플랜 75’를 세계 최초로 시행한 것입니다. 이 정책에 따르면 플랜 75 신청자에게는 10만엔(약 90만원)의 돈을 지불합니다. 그리고 24시간 콜센터 상담사가 일대일로 붙어 죽음을 준비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줍니다.

주인공인 혼자 사는 78세 여성 카쿠타니 미치(바이쇼 지에코 분)는 꼿꼿한 몸으로 호텔 청소 일을 하며 살아왔지만, 어느 날 갑자기 해고 됩니다. 새로운 일도 구하기 힘든 상황 속에서 생존하기가 힘들어진 미치에게 플랜 75의 광고가 들려옵니다. 식탁 앞에서 쓰러져 죽은 동료의 죽음, 미치는 이제 혼자서는 버티기 힘들어 전화를 겁니다. 그리고 주어진 시간을 소중히 사용하고 마침내 센터에 가서 안락사를 맞이합니다.

영화는 이렇게 돈 없고, 가족도 없이 소외되고 가난한 노인들의 일상을 조용히 비춰줍니다. 그들의 뒤에는 죽음의 그림자가 따라다닙니다. 살아도 산 것 같지 않은 세상입니다. 그러나 가난한 노인들은 그 사회에서 직접적인 폭력과 학대를 당하지는 않습니다. 모든 폭력과 학대는 ‘행정’이라는 시스템 안에 녹아들어 있습니다. 결국 시신마저 쓰레기 취급받는 센터에서 탈출한 미치는 황혼에 물든 붉은 석양을 바라보며 이렇게 노래를 부릅니다. 내일 어떻게 될지는 모르지만! “사과나무 아래에서 내일 다시 만나요. 황혼에 물든 붉은 석양 서쪽으로 질 무렵에…”

영화의 앞부분에 나오는 자막인 “이 영화가 예언이 아닌 경고가 되기를!” 바라는 것은 비단 일본의 관객뿐만 아니라, 지금 초고령화 사회에 접어든 대한민국도 마찬가지입니다. 영화의 한 장면, 미치와 친구들이 모여 과일을 먹는 모습입니다. 한 친구가 “이건 뭉개졌네.”라고 말하자 다른 친구가 이렇게 말합니다. “먹으면 다 똑같아.”

▲ 미치와 친구들이 과일을 먹는 장면

그렇습니다. 죽으면 다 똑같습니다. 그러나 고귀하게 그 마지막을 장식해야 되지 않을까요? 미치는 그것을 알았습니다. 그래서 내일 다시 만나자고 죽음에 속삭였던 것은 아닐까요? 영화 <플랜 75>를 보며 죽음과 죽음 이후를 다시 생각해 봅니다.

최병학 목사(남부산용호교회)  hak-9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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