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채수일의 ‘기고만장’, 오늘은 그 두 번째 시간입니다.

지난 2021년 10월 1일 대통령 후보 경선 토론회에서 윤석열 후보가 손바닥에 임금 왕(王)자를 쓰고 나타난 것이 화제가 된 적이 있었습니다. 어느 무속인이 그려준 부적이 아니냐는 추측으로 논란이 된 것이지요. 그런데 그 후에는 건진 법사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무속인이 선거대책본부 고문으로 활동했다거나, 대통령 집무실 이전도 역술인 천공과 무관하지 않다는 설이 떠돌았습니다.

선거철만 되면 역술인들의 집이 문전성시를 이룬다는 것이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작게는 인사동 입구에 줄줄이 서있는 작은 천막 안에서 젊은이들이 보는 ‘오늘의 운수’에서부터, 타로(tarot), 별자리운세, 토정비결, 궁합, 사주풀이, 신년운수, 꿈 해몽, 꽃잎점 등, 개인적 차원에서부터, 크게는 회사나 국운, 세계의 미래까지도 읽어내고, 길흉화복을 예측하여, 액운을 막고 행운을 불러오려는 인간의 마음이야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변함이 없습니다.

그런데 우상숭배를 금하고 운명론을 거부하는 기독교 신앙을 가진 사람들도 점이나 사주를 보는 것 같습니다. 최근 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의 조사에 의하면, 기독청년 45%가 심적 평안을 위해 점, 사주, 타로 등을 본적이 있다고 응답했다고 합니다.(1) 이사할 때, 손 없는 날을 택한다든지, 인사동 길거리에서 손금이나 관상을 보거나, 결혼을 위해 사주를 본다든지 하는 것은 장난으로 볼 수도 있겠지요.

오래 전 제가 귀국하여 한국신학연구소장으로 천안에 살 때였습니다. 집사이면서 시민운동을 열심히 하던 한 친구가 사업이 잘 안 되었습니다. 그런데 소문에 몇 천 만원이 드는 굿을 했다는 것입니다. 어떻게 되었을까요? 헛돈만 쓴 꼴이었습니다. 결국 부도가 나 사업장은 문을 닫았습니다. 함께 알고 있던 선배 목사님이 그런 돈 있으면 자기한테나 줄 것이지 하면서 화를 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오죽했으면 목사보다 무당을 찾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러나 한 나라의 중대사를 점이나 주술로 결정한다는 것은 전적으로 다른 일입니다. 매우 위험하고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경우, 그 피해는 온 국민이 다 입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이 아니라고 믿고 싶지만, 대통령실을 용산으로 옮긴 것을 비롯해 이런 저런 정치적 자문을 어느 무속인이 한다는 의혹은 단지 소문이기를 바랍니다.

‘디다케’는 그리스도인이 새로 점을 치는 조점(鳥占), 주술(呪術), 점성술(占星術)을 하지 말라고 하는데, 이 모든 것들에서 우상숭배가 생기기 때문이라고 합니다.(2) 이것은 주후 100년경의 시리아 지역과 초대교회에서 광범위하게 점성술, 조점술, 주술과 정화의식이 시행되고 있었던 현실을 반영합니다. 그러나 사실 이런 점성술, 조점술은 기독교보다 더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면 왜, ‘디다케’는 점성술, 조점술 등을 반대했을까요? 흥미롭게도 그런 것들이 ‘우상숭배’이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점이 틀릴 수 있다거나, 공연히 점술가들만 배불리고 헛돈 쓰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그런 것들이 왜 ‘우상숭배’라고 하는 것일까요? 하나님보다 점쟁이를 더 믿기 때문일까요? 아닙니다. 그 어느 점쟁이도 자신이 신이라고 주장하지 않습니다. 그러면 왜 그런 것들이 우상숭배라는 것일까요?

우리는 일반적으로 우상숭배를 ‘보이지 않는 신을 보이는 형상으로 만들어 숭배하는 행위’라고 말합니다. 신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인간은 불안하고, 미래가 불확실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단순하고, 명쾌한 예언에 귀를 기울입니다. 그리고 우상이 미래를 바꿀 수 있다는 믿음 때문에 사람들은 우상을 숭배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기독교는 미래를 오직 하나님 한 분에게만 맡기지 않고 다른 것에 맡기는 것은 모두 우상숭배라고 규정합니다. 점이나 부적만이 아닙니다. 돈이나 권력, 자신의 능력이나 잠재력도 우상이 될 수 있습니다. 미래는 전적으로 열려있고, 가능성의 세계이지 결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 그리고 미래는 오직, 그리고 전적으로 하나님만이 인도하신다는 믿음이 기독교적 신앙입니다. 설령 그 미래가 우리의 희망에 부응하지 않는다고 할지라도 말입니다.

채수일(전 한신대 총장)  sooilchai@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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