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개방 국회비준 반대를 위한 성명서
- 열린우리당 전북도지부 당사 앞 천막(단식)농성에 돌입하며

오늘 우리는 참담한 심정으로 이 자리에 모였다. 지난 5000년의 세월동안 우리의 선조들이 이 땅을 일구며 생명 줄로 지켜오던 농업이, IMF의 노숙자들처럼 차가운 시멘트 콘크리트 바닥에 내동댕이쳐질 위기에 직면해 있기 때문이다.

지난 시절 이 시대의 천덕꾸러기 대접을 받으면서도 묵묵히 자신의 자리를 지키며 천직으로 알고 생명의 먹거리를 생산해 왔던 우리의 농민 형제들이 절망하며 분노하고 있다. 또한 앞으로의 살아갈 일이 막막하여 하늘만 쳐다보며 원망의 한숨을 짓고 있다.

올 한해 쌀 값 5%의 하락세를 예상했던 현 정권의 예상과 달리 20-25%까지 하락하여 쌀 80kg 한 가마에 11만원에서 12만원에 현재 수매되고 있는 참담한 현실을 농민들은 현지에서 경험하고 있다.

그런데 설상가상으로 지난 10월 27일 쌀 관세화유예협상에 따른 국회 비준안이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에서 의결되었다. 이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MMA물량의 수입쌀이 물밀 듯 들어와 수입쌀 재고량이 전체재고량의 50%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희망을 잃은 우리 농민형제들이 벼농사를 비롯한 농업을 포기함으로써 농촌의 붕괴가 급속도로 진행될 위기에 처해있는 것이다.

농촌현장에서 우리의 농민형제들은 쌀협상 국회비준 이후 쏟아져 들어올 밥쌀용 수입쌀로 쌀값이 더욱 떨어질 것이라는 위기감에 시. 군청 앞에 자식새끼 같은 나락가마니를 쌓아놓고 밤샘농성을 하고 있는 데 통일외교통상위원회의 열린우리당 과 한나라당 의원들은 이러한 농촌의 현실을 외면한 채, 사상초유의 유례없는 경호권을 발동하여 반만년 민족의 역사를 지켜온 농업과 국민의 식량주권을 송두리째 내던지고야 말았던 것이다.

그 동안 우리 농민들은 쌀협상 결과를 전면공개하고 협상결과가 우리 농업에 미칠 영향에 대해 충분한 검증을 진행할 것과 DDA 협상에 따라 적용될 관세기준 등을 고려하여 국민적 합의를 거쳐 비준문제를 논의할 것을 요구해 왔었다. 그러나 노무현 현 정권과 열린우리당, 한나라당은 이러한 가장 기초적인 판단의 근거도 없이 속빈강정에 불과한 대책이라는 것을 내놓고 국회비준을 강행해왔다.

지금 노무현 현 정부와 여당은 세계화, 국제화 시대에 고부가가치산업 육성을 통한 국가경쟁력 강화라는 허울 좋은 명분 속에, 농민들과 우리 국민들이 낸 혈세를 공적자금이란 형태로 기업에 쏟아 부으며 방패막이 역할을 충실해 해주고 있다. 그러나 반만년 우리의 생명을 지켜온 부모 같은 우리 농업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대책 없이 속수무책으로 오히려 수입개방을 촉구하는 WTO(세계무역기구)와 이 조직의 실세인 미국과 농업독점자본가들의 신자유주의 경제 논리에 과잉 충성하는 추태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저들의 작금의 태도는, 국민이 낸 세금으로 나라의 녹을 먹으며 힘없는 백성들을 지켜주고 섬겨야 할 자신들의 의무를 망각하고 우리 농민형제들을 우습게보고 무시하는 작태에 다름 아니다. 또한 떡 고물 얻어먹을 것 많은 자본가들의 뒤는 잘 봐주고 아양을 떨면서도, 아무 것도 얻어먹을 것 없이 퍼 주어야만 하는 천덕꾸러기 농민들을 천대하는 것은 저들의 속물적 근성을 보여주는 것에 다름 아니다. 노무현 현 정권과 여당인 열린우리당은 현재 농민들을 보호하기 위한 확실한 대책을 세우기보다는 쌀 수입개방을 기정사실화 해 놓고 몇 푼의 직불보조금과 지원금으로 농민들을 홀리고 있다. 그러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지난 50년간 농민의 살림을 보호해온 추곡수매제를 폐지하였다. 이것은 작은 사탕하나 주어놓고 더욱 큰 것을 빼앗아 가는 강도짓과 기만행위에 지나지 않는 작태이다. 또한 지구온난화와 이상기후 현상으로 가까운 미래에 식량대란과 식량무기화가 가속화될 것이 기정사실임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장기적 대책도 없이 농업정책을 포기하는 작태를 벌이고 있는 것이다.

 오늘 이 시대는 거대한 자본이라는 맘몬 앞에 무릎을 꿇는 우상숭배자들로 가득 차 있다. 이 이 거대한 우상의 제단 앞에 우리의 농민과 농업을 희생의 산 제물로 죽이고 있다. 이 제물들의 원한과 고통에 찬 호소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 또한 거대 자본은 압제자 아합 왕처럼 너무나 많은 것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만족하지 못하고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가난한 농부 나봇을 죽이고 그의 유일한 기업인 포도원 하나마저 빼앗는 탐욕을 저지르고 있다. 이것은 분명히 죄악이다. 하나님이 가장 가증히 여기시는 무형의 물신우상숭배행위에 다름없다. 하늘의 뜻을 거스르고 거짓된 것을 숭배하는 이 시대를 향하여 오늘 우리의 교회들은 무엇을 하고 있는가? 무엇을 하고 있는가?

하나님의 정의(正義)를 선포해야 한다.
정의(正義)! 말 그대로 힘없고 약한 자들의 자리!, 아래에 머물러서 나 자신을 양처럼 희생시키는 것! 그것이 우리 주님이 가신 정의의 길이었다. 이제 예수 그 분을 주님으로 따르는 우리 교회들이 그분의 발자취를 따라 하나님의 정의의 길로 바로 가야만 한다. 그것은 이 시대의 최고의 약자들인 농민과 우리의 농업을 보호하고 살리는 길로 나아가는 것이다. 이것이 한국교회가 신앙의 본질을 잃지 않고 이 시대의 빛과 소금의 역할을 감당하는 길이다.

현실적으로도 전북 지역은 농업이 주업으로서, 대다수의 교회와 교인들이 농민들이다. 농업이 무너지면 농민의 삶이 무너지고 농민이 무너지면 농촌과 농촌교회도 무너지게 된다.  두 다리의 역할을 하는 농촌이 무너지면 이 나라가 큰 어려움을 당하게 될 것이다. 그럼으로 농업을 살리는 길은 농민뿐만 아니라 교회를 살리는 일이 되는 것이다. 오늘 우리 교회들이 이 시대의 하나님의 예언자들로서 사명을 감당하지 못하고 사회적 약자인 농민들의 문제를 외면한다면 언젠가 농민들이 교회를 외면하게 될 때가 온다는 것을 깊이 명심해야 할 것이다.   

오늘 이 시대의 황량한 농업의 사막 길을 걸어가고 있는 우리의 농민형제들은, 예수께서 모든 이들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 자신의 십자가를 지시고 희생하셨던 것처럼 이 시대의 희생양이 되어 있다. 이제는 우리 목회자와 교인과 교회가 농민형제들의 짊을 함께 나누어지고 나가야 때이다. 

그러므로 이제 한국기독교장로회 전북지역 4개 노회(전북동, 전북, 익산, 군산) 산하 교회와 사회위원회에서는 농민형제들과 함께 연대하며 농민들의 문제를 우리 교회의 문제로 인식하며 협력할 것을 다짐한다. 이 다짐의 증거로 현재 쌀협상 국회비준안의 열쇠를 쥐고 있는 열린우리당 전북도지부 당사 앞에서 무기한 천막단식농성을 진행할 것이다. 노무현 현정권과 여당인 열린우리당은 전라북도민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농민들의 진정한 일꾼이 되어, 현실적인 농정대안과 대책을 제시할 것을 강력히 촉구하며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하나, 노무현 현 정권과 열린 우리당, 한나라당은 쌀협상 국회비준안을 폐지하라.
두울, 한나라당은 쌀협상 국회비준 반대를 당론으로 결정하라.
세엣, 공공비축제를 폐지하고 추곡수매제를 부활하라.
네엣, 농민을 살리는 현실적인 농정정책 대안을 제시하여 농민 생존권을 보장하라.

2005년 11월 2일
한국기독교장로회 전북지역 4개노회(전북동, 전북, 익산, 군산) 교회와사회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