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기름과 작은 생명들 ⓒ 이병일

생명의 소리를 들었습니다, 신음하는 소리를. 벼르다가 찾아간 서쪽의 바닷가에서 생명의 숨죽이는 소리입니다. 검게 변한 모래와 바위들을 수많은 사람들이 닦고 또 닦았습니다.모래를 파헤치며 스며든 기름을 쿡쿡 눌러서 빨아들이게 합니다.

작은 돌을 들추니 그곳에 다슬기가 옹기종기 모여있습니다. 이미 죽은 것도 있었고, 아직 살아 있는 것도 있었습니다. 새들은 다른 곳으로 날아가버릴 수 있지만, 기어다니는 것은 그 자리에서 재앙을 뒤집어 쓰고 있었습니다. 살아 있는 것은 움추린 몸으로 고통의 시간을 인내하고 있었습니다.

서서히 꺼져가는 생명에 움직임이 거의 없었습니다. 찡한 가슴으로 한숨을 삼켜버렸습니다. 여름휴가철보다도 더 많은 사람들이 바닷가마다 모여들었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회사, 학교, 교회에서 함께 왔습니다.

열심히 닦고 치웁니다. 그런데 정작 재앙의 장본인인 삼성물산과 현대정유는 아직도 이렇다할 대책을 대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대책은 커녕 사과나 유감 표명도 없습니다. 모든 것을 순진하고 생명을 사랑하는 국민들에게 전가하는 듯합니다.

사람들의 실수(?)로 신음하며 죽어간 생명들에게 부끄럽습니다. 자연을 자연답지 못하게 하는 인간의 욕망이 한 없이 부끄럽습니다. 그냥 두어도 위대한 자연은 스스로 정화하면서 살아나겠지만, 조금이라도 사죄하는 마음으로 참여하는 인간의 행동이
또다른 오염을 불러올까 두렵기도합니다.

돌아올 때에 물이 다시 들어와 바위와 돌맹이와 모래를 덮습니다. 바위와 또다시 기름이 묻고 또다시 누군가가 닦을 테지요. 생명의 기쁜 소리가 들려올 때까지.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기름을 닦고 있다.ⓒ 이병일     ▲기름을 닦고 또 닦습니다. ⓒ 이병일

이병일 위원  dotorikey@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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