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바드 등 미국 명문대학들이 1920년대에 ‘입학 추천서’를 요구하기 시작했는데, 유태인들이 너무 많이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죠?

네, 미국의 『뉴요커』지(The New Yorker) 최신호에는 미국 명문대학들의 입학기준을 비판하는 글이 하나 실렸는데요, 카나다 출신 평론가의 글이었습니다.

하바드대학이 1922년부터 입학지원하는 모든 학생들에게 자신을 가까이서 평가해 줄 수 있는 사람의 ‘추천서’를 요구하기 시작했는데요, 이렇게 입학사정 기준이 바뀐 건 공부는 잘 하지만 가난한 유태인들, 그리고 공립고등학교 출신들이 많이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었다고 합니다.

하바드가 원래 1905년부터는 공부 잘하는 학생들을 뽑겠다고 입학사정 기준을 바꿨었는데요, 이렇게 되자 공부 잘 하는 유태인들과 공립학교 출신들이 많이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뉴잉글랜드 지방 사립학교에서 주로 입학생들을 뽑던 하바드로서는 큰 변화를 보이게 된 거죠.

이렇게 하바드의 분위기가 바뀌자 하바드 출신의 뉴잉글랜드 부자들이 압력을 가했고, 로렌스 로웰 총장은 “고급호텔에 유태인들이 모여들면 호텔은 망하게 된다”고 말하면서 변화를 추진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나오게 된 것이 바로 ‘추천서’입니다. 아무래도 가난한 유태인들이나 공립학교 출신 학생들은 유력한 인사의 추천서를 얻기가 어려울 테니까요.그리고, 이 시기 부터 하바드나 예일, 프린스턴 같은 아이비리그 대학들은 더 이상 성적이 아니라 전반적인 'character' 그러니까 품성을 중시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공부만 잘하는 사람을 뽑는 것이 아니라, 운동도 잘하고 사교성도 좋은 전반적으로 품성이 좋은 학생들을 뽑겠다는 겁니다.

물론, 명분은 아주 좋습니다만, 이러한 기준은 결국 좋은 집안 출신으로서 인맥, 사회적 connection이 튼튼한 학생을 뽑겠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래서, 결국 20%를 넘던 유태인들의 입학율이 이 새로운 입학기준에 따라 원래의 15%로 떨어졌다고 합니다.

뉴요커지에 따르면, 현재 공부 잘하는 아시아계 학생들이 이러한 기준에 의해 아이비 리그 입학에서 차별받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 미국에서 입학기준이 된다는 ‘character'에는 추천서 내용 말고 어떤 것이 포함되어 있나요?

이 기사에 따르면, 프린스턴의 경우 입학관계자들을 명문 사립학교로 보내 학생들을 미리 인터뷰하기도 했는데요, 이 인터뷰가 아주 중요했다고 합니다. 이 인터뷰에서는 주로 말하는 것, 옷 입는 것, 행동거지, 생긴 모습을 평가했다고 합니다.

예일대학에서는 한때 ‘manliness' 그러니까 ‘사나이 다움’이 중요한 입학허가 기준이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키나 덩치도 어느 정도 되어야 예일대학에 들어갈 수 있었다고 합니다.물론, 좋은 집안 출신들이 이런 기준들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겠죠. 평균적으로 좋은 집안 자제들이 키도 더 클것이고, 말도 교양있게 하고, 옷도 교양있게 입을테니까요. 어쨋건, 객관적이지 않은 주관적인, 이른바 무형의 자질들을 평가하게 되면, 상류층에게 유리한 것은 어느나라나 마찬가지입니다.

하바드 대학은 노골적으로 입학원서에 부모들 중에 하바드 출신이 있는 경우 이름과 학번을 적도록 되어 있습니다. 이것을 legacy라고 부릅니다. 이 legacy란에 기입할 이름이 있는 학생들은 그렇지 않은 학생들보다 합격율이 2배이상 높다고 합니다.

▲ 뉴요커지 기사 내용 중에, 대학입학 시스템과 관련해서 미국과 캐나다를 비교한 것이 있나요?

이 기사를 쓴 컬럼니스트는, 자신이 미국으로 와서 놀랬던 것 중 하나가 명문대학을 나온 사람들이 자기가 나온 대학 이름을 말하기 싫어하고 말할 때에도 좀 ‘쭈뼛쭈뼛’하면서 말하더라는 겁니다.

이 컬럼니스트는 카나다의 명문대학인 토론토 대학을 나온 사람인데요, 자기 나라에서는 명문대학이라고 특별한 대우를 받는 것도 아니고, 또 그런 명문대학들이 많이 있어서 자기 출신 대학을 이야기해도 별 문제가 없었는데요, 미국에서는 예컨대 하바드 나온 사람을 만나면 학교 이름을 이야기 안 하려고 의식하고, 반면에 자신이 하바드를 나온 것을 알아줬으면 하는 것을 넌지시 내 비치더라고 합니다.

그러면서, 컬럼니스트는 카나다 대학입학제도를 조금 소개하는데요, 일단 미국처럼 여러대학 원서를 다 쓰는게 아니라고 합니다. 한장의 원서에 1지망 토론토대학 무슨 과, 2지망 맥길대학 무슨과, 3지망 무슨대학 무슨과 이런 식으로 자기가 희망하는 대학을 원하는 순서대로 적어 넣고, 자신의 내신성적 등 몇가지 기본적인 사항을 적어 우편으로 보내면 나중에 합격이 통지된다고 합니다.

물론, 캐나다 대학들은 공립입니다. 학비도 1년에 100만원 정도한다고 하고, 대학들도 그렇게 서열이 강하지 않아서 각 학교마다 유명한 분야들이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1지망에서 떨어져도 그렇게 실망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물론, 미국대학들이 요구하는 것 같은 인터뷰나 추천서 같은 것은 당연히 없겠죠.

그리고 이 컬럼니스트는 카나다 대학을 해병대훈련소로 비유하고, 미국대학을 모델 매니징 회사로 비유합니다.

▲ 해병대 훈련소와 모델 매니징 회사가 어떤 차이가 있나요?

해병대 훈련소는 지원서류가 아주 간단합니다. 웬만한 기본적인 기준만 넘어서면 뽑는다는거죠. 하지만, 어떤 사람이 이 해병훈련소에 들어오더라도 몇 달간의 훈련과정을 거치면 훌륭한 해병대원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자신한다는 거죠.

하지만, 모델 매니징 회사가 모델을 뽑을 때는, 아주 까다로운 심사를 한다고 합니다. 얼굴도 예뻐야하고 몸매도 예뻐야 하겠죠. 이렇게 멋진 모델들을 잘 선별해 내야 이 모델회사도 성공하게 되는겁니다.

그러니까, 해병대 훈련소는 웬만한 사람을 가지고 자신들이 원하는 교육효과를 달성하는 것이고, 모델 매니징 회사는 처음부터 모델로서 우수한 사람들을 뽑는 거죠.

이 컬럼니스트 말에 의하면, 캐나다 대학들은 어느 정도만 되는 학생들이라면 학교에서 좋은 교육과정을 통해 원하는 교육효과를 달성시킬 수 있다고 믿는 것이고, 미국 대학들은 대학 자체가 무슨 교육효과를 달성하는 것 보다는 원래부터 우수한 학생들, 공부도 잘 하고 사회적인 커넥션도 좋은 엘리트를 뽑으려 한다는 거죠.

우리나라의 대학입시 논쟁도, 결국 웬만한 학생들을 받아서 우수하게 만드는 것이냐 아니면 원래부터 우수한 학생들을 받는 것이냐의 논쟁이라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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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규 님은 EBS 김민웅의 월드센터에 고정게스트로 출연 중이며, 이 글은 방송 내용을 정리한 것입니다.

김동규  athenian8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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