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예수살기의 성격
예수살기는 다음과 같은 다섯 가지 성격을 가지고 있다. 예수살기는 한국교회의 타락, 비민주적 사회현실과 분단의 고통이 기독교인들이 예수의 삶을 살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자기반성에서 출발한 회개운동이다. 그래서 예수살기는 예수처럼 살기를 결단한 기독교인과 고통당하는 민중이 연대하여 타락한 교회를 개혁하고 비민주적인 사회를 변혁하여 이 세상에 하나님 나라를 실현하려는 종말론적 운동을 지향한다. 그것은 1970-80년대 명망가 혹은 목회자 중심의 기독교 운동이 아니라 목회자와 평신도가 하나님 나라의 일꾼들로서 동등한 권리와 의무를 가지는 진정한 하나님의 백성들의 운동으로써 예수의 하나님 나라 운동과 한국교회사에 면면히 흐르는 민중적 민족적 신앙전통을 계승하는 해방 운동이다. 그리고 예수살기는 비움과 고난과 복종의 영성을 통해서(눅14:25-35) 예수 그리스도의 삶을 우리의 현실에서 재연하는 영성운동이다.
2. 예수살기의 정의
1) 예수 살기는 예수 알기, 예수 믿기, 예수 따름을 포함하는 총체적 개념이다. 예수 알기가 ‘머리’로 예수를 아는 인식론적 고백이며, 예수 믿기가 ‘가슴’으로 예수를 받아들이는 실존적 고백이며, 예수 따름이 ‘발’로 예수의 삶을 모방하는 윤리적 실천이라면, 예수살기는 ‘몸’(soma)으로 예수를 사는 존재론적 삶이다. 즉 예수 알기는 지적 행위이며, 예수 믿기는 정적 행위이며, 예수 따름은 의지적 행위이며, 예수 살기는 그 모든 지정의(知情意)의 행위를 총괄하는 존재적 행위이다(롬12:1). 그러므로 예수살기는 단순히 예수의 삶을 모방하거나(Leben nach Jesu) 예수와 함께 하는(Leben mit Jesu) 삶이 아니라 내가 작은 예수가 되어 예수처럼 사는 것(Leben als Jesu), 곧 ‘예수 그리스도의 삶의 재연’을 의미한다. 그것은 예수가 산상설교에서 말한 이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는 길이며(마5:13-16) 고린도 후서 2장 14-17절 말씀처럼 “그리스도의 향기”를 드러내는 삶의 형태이다.
2) 예수 살기가 없는 예수 알기는 교리적 신앙으로, 예수 살기가 없는 예수 믿기는 광신적 신앙으로, 예수 살기가 없는 예수 따름은 형식적 신앙으로 전락한다. 그러므로 예수 살기는 예수 알기, 예수 믿기, 예수 따름의 토대이며 목표이다. 이러한 예수살기는 예수가 주체가 되고 내가 객체가 되는 삶이 아니라 내가 “하나님의 동역자”로서(고후3:9) 예수와 함께 하나님 나라의 완성을 위하여 일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예수사건은 과거에 한번 일어난 유일회적 사건이 아니라 오늘도 성령이 일으키는 민중해방사건에서 지속적으로 재연되고 있다. 예수 사건이 원형적인 활화산이라면 민중해방사건은 그 사건을 재연하는 활화산이다. 따라서 예수살기는 내 자신이 작은 예수가 되어 민중과 함께 해방 사건을 일으키는 것이다(메시아적 기능 혹은 역할). 다시 말해서, 그것은 예수의 십자가 사건을 재연함으로써 민중의 고난을 집례하는 한의 사제가 되는 것이다. 이것이 진정한 예수살기이다.
3. 예수살기의 역사 전통
1) 예수살기는 예수의 해방 사건에 근거한 한국교회의 민중적 ․ 민족적 신앙전통을 계승하는 해방운동이다. 초기 한국교회는 “새 하늘과 새 땅”에 대한 종말론적 희망 속에서 일제의 침략에 대한 민족해방과 봉건적 사회질서에 대한 민중해방을 선교의 과제로 인식하고 투쟁했던 민중적 ․ 민족적 신앙형태를 가지고 있었다. 초기 한국교회는 1905년 을사늑약이 체결되자 민족주권의 상실에 가슴을 치며 통곡하였으며, 교인들은 1905년 11월 26일에 도끼상소를 했고, 김하원, 이기범, 차병수은 사수국권을 쓴 경고문을 종로 네거리에 게시하고 몰려든 사람들에게 통렬한 구국연설을 하다가 일본 경찰에 체포되어 심한 고문을 당했으며, 1907년 홍태순 목사와 정재홍 교인이 자결하여 민족적 교회상을 죽음으로 표현했다. 그 후 교회는 신민회와 해서교육총회, 105인 사건과 1919년 3.1 독립운동을 통해서 나라 잃은 백성의 슬픔과 고난을 외면하지 않았으며 민족의 선봉에서 독립운동을 주도했다.
2) 이러한 초기 한국교회의 민중적 ․ 민족적 신앙전통은 1907년 성령운동으로 심화되고, 1919년 3.1 운동으로 폭발하여, 1920년 장 ․ 감 연합공의회 사회봉사실현 프로그램 확정, 1925년 조선야소교연합공의회의 사회부 상설기구설치와 1932년의 “사회신경” 채택에 영향을 주었고, 1920-30년대 한국기독교사회주의 운동, 1930-50년대 김재준 목사의 정통주의 신앙과 신학에 포로가 된 교회개혁과 새로운 신학운동을 거쳐서 해방 후 1962년 한일국교정상화 반대운동, 1973년 5월 “1973년 한국그리스도인의 선언”, 1970년대 이후 도시산업선교, 빈민운동, 농민운동, 반독재 민주화 운동, 통일운동, 환경운동, 진보적 언론운동으로 나타났다. 예수 살기는 이렇게 역사의 고비마다 민족과 민중의 고난에 동참하며 예수를 따르는 삶의 순수성을 지켜온 신앙전통을 계승한다.
4. 예수살기의 선교 과제
1) 예수살기는 교회개혁과 사회변혁을 통해서 예수 그리스도의 선포와 행위의 핵심인 하나님 나라의 완성을 추구하는 종말론적 운동이다. 이러한 하나님 나라는 하나님을 정점으로 나와 이웃(사회와 자연)을 연결하는 삼각형적 구조로 설명할 수 있다. 여기서 하나님과 나의 관계는 종교적이며 수직적인 관계로서 종교적 메시지, 하나님 사랑, 새 하늘과 인간의 자녀됨을 의미하며 나와 이웃의 관계는 사회적이며 수평적인 관계로서 사회적 메시지, 이웃 사랑, 새 땅과 인간의 형제됨을 의미한다. 그것은 하나님 나라의 양극성으로 분리될 수 없다. 따라서 하나님 나라에 대한 선포는 하나님과의 관계를 물질적 관계로 변질시키는 타락한 교회와 폭력으로 인간과의 관계를 억압과 착취의 관계로 만드는 불의한 세상에 대한 폭로와 선전포고가 된다. 간단히 말하면, 하나님 나라에 대한 선포는 “종교적-사회적 관계의 완전한 전환”이다. 그것이 예수가 실천했던 “하나님의 세계 혁명”이다.
2) 그러므로 하나님 나라의 완성을 지향하는 예수살기는 하나님 나라의 양극성을 형성하는 종교적 메시지와 사회적 메시지를 동시에 선포해야 한다. 다시 말해서 예수살기는 예수에 관한 복음이 아니라 예수의 복음, 곧 하나님 나라의 복음에 충실하기를 원하며, 그 때문에 모든 반생명적 ․ 반평화적 세력, 조직, 운동에 대항하여 투쟁한다. 그것이 예수살기의 선교 사명이다. 따라서 예수살기는 죽은 교회를 산 교회로, 종교의 영역에 갇힌 교회를 삶의 종교로, 책의 종교를 생활의 종교로 바꾸는 교회개혁운동과 민중의 생존권을 위협하고 삶을 송두리째 파괴하는 사회구조악을 제거하여 민중이 주인 되는 해방공동체를 형성하는 사회변혁운동을 추구한다. 그것이 예수살기의 선교 과제이다.
많은 사람들은 하나님의 말씀을 팔아서 먹고 사는 장사꾼이 되었습니다마는 우리는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는, 하나님께서 보내신 사람답게, 진실한 마음으로, 하나님께서 보시는 앞에서, 그리스도 안에서 말합니다(고후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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