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차 WTO(세계무역기구)각료회의에 대한 우리의 입장

지금 홍콩에서는 세계 각국에서 몰려든 제3세계 민중들이 엄청난 조직에 대항하여 힘겨운 싸움을 준비하고 있다. 그 이유는 전 세계 시장의 자유화를 꿈꾸는 무역규범인 DDA(도하개발아젠다)를 논의하기 위하여 제6차 WTO(세계무역기구)각료회의가 2005년 12월 13일부터 18일까지 홍콩에서 열리기 때문이다. DDA의 주제 중 우선 농업분야의 쟁점은 “관세감축과 관세상한선, 국내보조 감축, 수출보조금 폐지”이다. 지난 1995년 전면적인 무역자유화를 내걸고 UR라운드 WTO체제가 출범한 이래 세계의 농업문제는 악화일로에 있다.

한국 역시 UR라운드 WTO체제에 편입된 10년 동안 농가인구가 줄어들고, 농가부채는 3배 이상 늘어나고, 식량자급률은 25% 포인트로 떨어졌다. 홍콩각료회의에 제출될 WTO 농업협상의 초안은 결코 세계 농업문제의 대안이 될 수 없다. UR라운드를 계승하여 농산물의 무역자유화를 더욱 확대하는 방향으로 기조가 잡혀 있는 WTO / DDA 농업협상은 기아와 빈곤을 확산시키고, 양극화를 확대시켜 농업문제를 더욱 더 악화시키는 주범이 될 것이 분명하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정부는 농업의 다원적 기능을 중심으로 농산물 수입국 그룹과 개발도상국 그룹의 광범위한 공조를 구축하는데 집중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지난번 부산에서 폐막된 APEC 정상회담에서 WTO / DDA 관련 특별성명을 발표하는데 앞장서면서 미국 등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과 같은 태도는 국제사회에서 설득력을 가질 수 없을 것이기에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

또 한 가지 더욱 안타까운 일은 우리 민족의 뿌리인 농업 기반을 뿌리째 뽑아버리는 쌀 비준 동의안이 국회를 통과했다는 것인데 이는 우리의 먹을거리를 외국 곡물상들에게 의존하겠다는 뜻이 아니겠는가? 국가안보와 직결되는 중요한 식량문제를 어쩌면 그리도 쉽게 포기할 수 있다는 말인가? 하나님의 공의를 선포하기 위하여 부르심을 받은 우리 목회자들은 이러한 모든 시도들이 국가의 기반을 송두리째 뒤흔드는 일이기에 심히 우려하면서 하나님의 창조질서를 거역하는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반대하는 입장을 표명하며 이 땅에 고난 받는 민중들과 함께 우리의 요구가 받아들여지기까지 연대하여 뜻을 같이할 것을 밝히며 아래와 같이 요구하는 바이다.

우리의 요구

一 정부는 WTO 각료회의 저지를 위한 반대집회를 위해 홍콩으로 출국한 자국민들이 어떠한 경우에도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국가적인 차원에서 보호하라 !
一 정부는 농민들을 말살하고 농업기반을 송두리째 무너뜨려 국민들의 먹을거리를 외국 곡물상들에게 의존하게 만드는 쌀 비준 동의안을 재고하라 !
一 정부는 국민들이 납득할만한 식량문제와 농업정책의 대안을 제시하라 !

2005년 12월 12일

건강한 교회를 위한 목회자협의회 제2차 정기총회 참석자 일동

“네가 밭에서 곡식을 벨 때에 그 한 뭇을 밭에 잊어버렸거든 다시 가서 가져오지 말고 나그네와 고아와 과부를 위하여 남겨두라”(신명기 24: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