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정당, 기독교 신뢰 떨어뜨려”



CBS TV<크리스천Q> 기독·불자 토론 “종교, 권력을 말하다”편, 왼쪽부터 김흡영 박광서 이진구 교수 ⓒ CBS

“예전에 정치권력과 싸웠던 기독교의 건강한 이들이 물러나고 당시 침묵하며 체력을 보강한 보수 세력들이 선수교체 하듯 전면에 나선 느낌입니다.”

박광서 교수(종교자유정책연구원 공동대표, 서강대 물리학과)는 CBS TV<크리스천Q> 기독인-불자 종교권력화 관련 합동토론 <종교, 권력을 말하다>편에 불교 쪽 패널로 출연, 이번 총선에서 기독정당 출연이 오히려 기독교의 신뢰를 떨어뜨렸음을 주장했다.

이날 토론에는 김흡영 교수(강남대 신학부)와 이진구 교수(호남신학대 신학과)가 기독교 쪽 패널로 참여했으며 ‘기독정당’의 출연을 비판하는 한 목소리를 냈다.

“기독교인을 위한 정당, 일반국민 낄 데가 없다”

박광서 교수는 특히 “유럽에서는 기독교 정당이라 해도 기독교의 가르침을 정책화 할 뿐, 기독교인을 위해 정당을 만들지 않는다”며 “개신교가 지금까지 쌓아온 신뢰, 가슴의 넓이에 오히려 손상이 갔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기독정당은 신본주의, 신정을 강령으로 내세워 일반국민이 낄 데가 없었다”며 “하나님의 가르침이라도 인류 공통 가치를 제시해 시민도 참여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에 관한 준비가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고려 말 정권도 좌우했던 불교는 결국 망했다”며 “종교와 세속 권력은 엄연히 다른 영역으로 종교가 세속 권력까지 가지면 파멸에 이르게 된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타종교 사람에게 피해의식과 기독교에 거부감을 주는 지나친 ‘기독교 선교’에 대해서도 ‘다종교 다문화 사회에 걸맞게 변화할 것’을 요청했다.

그는 “헌법은 정교분리를 원칙으로 하고 있고, 종교 자유 뒤에 선교 자유가 있는 것”이라며 “종교를 갖지 않을 자유, 강요받지 않을 자유를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선교 자유가 있고, 이것은 담배를 싫어하는 권리가 흡연권보다 앞서는 것과 마찬가지”라 덧붙였다.

“‘십자가 신학’ 버리고 ‘영광의 신학’으로 가고 있다”

김흡영 교수는 “소금과 빛은 흩어져 비로소 스며들 듯 똘똘 뭉치고 더 많은 권력을 갖는 게 아니라 힘을 잃고 오히려 흩어질 때 힘을 발휘한다”며 현재 기독교 권력화 뒤에 잘못된 신학 입장이 놓였음을 주장했다.

김 교수는 “신학적으로 두 가지 종교가 있다. ‘십자가의 신학’과 ‘영광의 신학’이다”며 “십자가 신학은 철저한 탈 권력화인 반면, 영광의 신학은 부활한 영광의 하나님을 바라보기 때문에 기복적이고 축복 중심”이라 지적했다.

김 교수는 “바울과 아우구스티누스·루터·칼빈을 거쳐 개신교 근본강령이 바로 십자가 신학, 고난의 신학”이라며 “한국교회는 어느새 자본주의와 결탁한 영광의 신학 중심으로 나아가고 있고, 이는 개신교 기본입장과 어긋난다”고 말했다.

그는 ‘245개 선거구에 모두 후보를 낸 통일교에 대항하기 위해 기독정당이 필요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정치인 중 이미 많은 이들이 크리스천이고, 이들을 위해 기도하고 뒤에서 격려하면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출애굽이나 예수의 공생애처럼 가난한 자와 억눌린 자를 위해 종교가 나서 공의를 선포할 때가 따로 있다”며 “지금은 기독교가 정치적으로는 침묵해야 할 때”라 주장했다.

“예수 자신이 종교권력·세속권력 희생자”

이진구 교수(호남신학대 신학과)도 “통일교는 기업·문화·스포츠·예술 등 사회전반에 진출하는 패권주의를 본래 갖고 있다”며 “사랑과 섬김의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는 기독교가 똑같이 대처하는 것이 과연 올바른 길인가?”고 반문했다.

이 교수는 “예수 자신이 유대 종교권력과 로마 세속권력의 희생자였다”며 “기독교는 본질적으로 세상권력에 반대해왔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어 “이제 기독교 스스로 권력추구를 접어야 한다”며 “영적 도덕적 권위를 회복했을 때 남들이 오히려 인식을 바꾸고 영향력도 확대될 것”이라 밝혔다.

아울러 “(기독정당 출현은)얻은 것보다 잃은 게 많았다”며 “군사정권 당시 정교분리를 주창했던 세력이 지금에 와서 정교분리를 폐기했다. 정치와 종교에 관한 재성찰이 필요한 시졈이라 덧붙였다.

<크리스천Q> “종교, 권력을 말하다”편은 25일(금) 낮3시, 26일(토) 밤10시, 30일(수) 저녁6시 세 차례에 걸쳐 각 지역 케이블 방송과 스카이라이프 412번 채널에서 방영한다.

이철우 기자 cyberedu@par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