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종환 목사와 방인성 목사 등은 “모든 한국교회가 서경석 목사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님을 밝히고자 이 자리에 서게 된 것”이라 말한다. ㅣ 김보람

최근 서울 청계 소라광장에서는 저녁마다 재미있다면 재미있고, 부끄럽다면 한 없이 부끄러운 광경이 펼쳐진다.

일부 개신교 목사들이 ‘촛불반대’ 주장을 펴고, 또 다른 개신교 목사들은 이러한 목사들의 행태가 부끄럽다며 맞서고 있는 것이다.

‘촛불반대’ 측은 서경석 목사(기독교사회책임 공동대표), 이를 비판하는 쪽은 김종환 목사(통일시대 평화누리 사무국장)가 중심인물이다.

서경석 목사 측은 “속지말자 선동세력, 분별하자 거짓선동”, “MBC, KBS 과장보도는 국민 불안을 증폭시켰다”는 피켓을 들었다.

김종환 목사는 16일 저녁6시, 어김없이 청계광장에서 피켓을 들고 서경석 목사를 마주하고 섰다.

김종환 목사 등은 “국민의 정당한 저항을 왜곡한 기독교를 용서해 주십시오”. “김진홍·서경석 목사님, 목사로서 당신이 부끄럽습니다”는 피켓을 들었다.

▲ 서경석 목사는 “재협상으로 한국이 신뢰를 잃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ㅣ 김보람

김종환 “김진홍·서경석, 목사로서 당신들이 부끄럽습니다.”

김종환 목사는 “교회가 도매금으로 몰리는 것이 안타까워 이 자리에 섰다”며 “서경석 목사가 한국교회를 대변하는 모습으로 비춰지는 것이 싫었다”고 밝혔다.

김 목사는 “지나는 사람들이 ‘예수 믿는 사람은 다 저런가?’ 생각할 것이 염려되어 모든 한국교회가 권력에 야합해 권력 시녀로 전락한 것이 아님을 알리고자 한다”고 말했다.

김 목사는 서경석 목사 등의 주장에 대해 “촛불집회는 정당한 시민 목소리”라며 “이를 ‘좌파 빨갱이 선동’, ‘국민이 몰라서 끌려가는 것’등으로 매도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지나는 시민들은 이들의 주장에 동의하기도 했지만, “이도저도 못마땅할 뿐”이라며 “진정 참회하려면 교회 가서 하라”는 태도를 보이기도 한다. 김 목사는 “한국교회가 그만큼 지탄받는 처지임을 속히 깨달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지난 13일 1인 시위를 하다 폭행당한 사건에 대해서는 “그들은 서경석 목사의 열혈 추종자들이다. 그저 마음이 아플 뿐”이라며 말을 아꼈다.

▲ 서경석 목사와 김종환 목사 등 기독교 진영이 청계 소라광장에서 서로의 주장을 담은 피켓을 들고 마주섰다. ㅣ 김보람

서경석 “촛불, 점점 과격해지며 진정성 잃고 있다”

반면 서경석 목사는 “전면 재협상은 자칫 한국을 ‘믿을 수 없는 국가’로 만들 수도 있다”며 촛불시위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그는 “촛불이 점점 과격해지며 진정성을 잃는 것에 문제가 있다”며 “MBC, KBS 등 공영방송이 균형감각을 잃고 편파보도를 하기 때문”이라 주장했다.

한편 이날 기독교사회책임 측이 ‘뜻이 다른 사람도 자신의 뜻을 주장할 권리가 있다’며 자유발언 자리를 마련하자 방인성 목사(뉴스앤조이 대표)가 자유발언에 나섰다.

그러자 기독교사회책임 측은 ‘지나는 사람이 발언자를 서경석 목사로 오인할 염려가 있다’며 방 목사가 단 위로 올라가는 것을 막았으며, 발언시간에 제약을 주어 시민들의 야유를 받았다.

▲ 방인성 목사가 자유발언에 나섰다. ㅣ 김보람

방인성 “경제성장 바라지만, 굴욕협상·외교 원치 않아”

방인성 목사는 “나도 경제가 성장하기 바라지만 굴욕협상·외교에서 비롯된 경제성장은 원하지 않는다”며 “광우병 쇠고기 협상은 국민 자존심, 자주권, 미래를 외면한 무분별 협상”이라 주장했다.

방 목사는 “서 목사 등이 반대의견을 말하는 것은 민주주의국가에서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지만, 먼저 정부 정책을 바로 보고 이에 대한 국민의 아우성을 듣기 바란다”고 말했다.

박 목사는 또 “사회비판 목소리를 모조리 빨갱이라 비판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덧붙였다.

서 목사는 이에 “다른 일(인터뷰) 하느라 자세히 듣지 못했다”며 “다만 방 목사를 빨갱이라 말한 적 없다”고 말했다.

기독교사회책임도 “많은 분이 오해하고 있다”며 “기독교사회책임은 뉴라이트와 사안에 따라 행동을 같이 했을 뿐 관련 단체는 아니다”고 밝히기도 했다.

김보람 기자  gimbora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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