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천주교주교회의는 16일, 명동성당 코스트홀에서 <사형폐지를 위한 시와 노래의 밤>을 열었다. ㅣ 김보람

“창조주가 아닌 어느 누구도 인간의 고귀한 생명을 박탈할 권리는 없습니다.” -김수환 추기경

“독극물 주사로 인해 고통스럽게 죽어가는 ‘그놈’ 모습을 아주 자세하게 보여줍니다. 영화는 묻는 것 같았습니다. 이제 해결됐냐고, 정의가 도래했느냐고 말입니다.” -배우 오지혜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사형제도폐지소위원회는 16일 저녁7시, 명동성당 코스트홀에서 “평화로 생명을 노래하다”를 주제로 <사형폐지를 위한 시와 노래의 밤>을 열었다.

이날 행사는 배우 권해효 씨가 사회를 맡아 이해인 수녀(시인), 정희성(시인), 박철민(배우), 정수영(배우), 이지상(가수) 등이 시낭송과 노래 공연 등을 진행했다.

권해효 씨는 “한국에는 58명의 사형수가 있다”며 “사형제 폐지는 이들 생명을 살리자는 것만이 아니라 사형제라는 죽음의 문화를 생명의 문화로 바꿔나가려는 노력”이라 강조했다.

박철민 씨도 사형수 편지 낭송에 앞선 인사말에서 “세상에 일어나는 많은 범죄는 분명히 죗값을 치러야 하지만 생명으로 죗값을 치루는 일만은 없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희성 시인은 시낭송에 앞서 도스토예프스키의 ‘어느 사형수의 마지막 5분’을 인용, 사형제폐지를 주장하기도 했다.

“인혁당 사건은 안타까운 역사입니다. 얼마 전 무죄판결을 받았지만 사형이 집행된 뒤에 무죄선고, 참 숨 막히는 일입니다. 이것이 오늘 우리가 이 자리에 있는 이유입니다.”

▲ 이날 행사에는 가수 이지상 씨등이 참석하여 시낭송과 노래공연을 이어갔다. ㅣ 김보람

이지상 씨는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5분보다 세상에서 가장 긴 참회 시간을 주는 것이 자연의 법칙”이라며 “오늘 이 자리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말은 용서라는 사실을 알게 되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세상에서 자기감정이나 이익 때문에 같은 종족을 죽이기까지 하는 것은 인간 뿐”이라며 “자연은 생존을 위한 경우를 제외하고 다른 생명을 죽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해인 수녀는 1980년대 후반 11명의 사형수와 서신을 교환했던 경험을 들려주며 사형제도 폐지를 주장하는 발언과 시낭송을 했다.

▲ 이해인 수녀가 시낭송에 앞서 인사말을 전하고 있다. ㅣ 김보람

김보람 기자  gimbora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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