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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련한 행복감시선이 주는 행복, 안나영의 작품이 주는 감흥
채창완 | 승인 2008.06.18 07:58
   
▲ 안나영 <하얀미소>

‘행복’

과연 인간이 행복을 느끼는 조건들은 무엇일까? 사람들의 수만큼이나 각양각색이겠지만 크게 외적인 요인(돈, 명예, 건강, 사회적지위 등)과 내적인 요인(평안, 사랑, 기쁨 등)으로 나눌 수 있다. 그러나 이 두 가지도 불가분의 관계 속에 있기 때문에 둘 중 우열을 가리는 것은 무의미하다. 그만큼 인간이 행복을 느끼는 조건은 다양한 경로를 통해서이다. 우리가 잠시 이러한 조건들을 접어두고 우리 주변의 작은 것들에 시선을 돌리는 순간을 가질 수 있다면 잠시 동안이라도 ‘행복’에 대한 감흥을 느낄 일들은 많다. 지친 일상에서 우연히 올려다 본 하늘의 푸르름에 넋을 잃고, 산모퉁이에 핀 들꽃의 아름다움에 잠시 발걸음을 멈추기도 하고, 곤히 잠든 귀여운 아기의 얼굴에서, 그리고 따뜻한 친구의 위로 한마디에 가슴 뭉클했던 기억들을 되새겨 보면 그 ‘순간’만큼은 ‘행복’의 감흥 속에 있었던 것이 분명하다. 나는 그것을 ‘아련한 행복감’이라 부른다. 분명하게 설명할 수 없지만 그러한 행복감이란 것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기 때문이다.

   
▲ 안나영 <사랑>
   
▲ 안나영 <햇살 마중>


안나영의 작품은 우리를 이러한 ‘감흥’ 속으로 이끈다.

동화 같은 상상력에 따뜻한 색감이 어우러져 마치 온기를 품은 따뜻한 난로처럼 그의 그림은 우리를 감싼다. 생활 주변에서 일어나는 작은 사건들을 놓치지 않고 표현하는 작가의 섬세함은 일상의 무료함에 시달리는 현대인들에게 ‘작은 것들의 아름다움’에 눈뜨게 한다. 나는 ‘작은 것들의 하나님(God Of Small Things)’이란 말을 좋아한다. 인도작가 아룬다티 로이가 쓴 책 제목인데 그 내용도 흥미롭지만 그 책의 제목이 나를 ‘작은 시선’의 세계로 이끌기 때문이다. 안나영의 작품은 보는 이들의 시선을 우리 주변의 작은 것들로 이끈다. 그것은 행복이 결코 멀리 있지 않다는 것을 말하려는 작가의 의도와도 같은 것일 것이다. 작가가 바라보는 일상의 시선들과 작품을 하는 내내 느꼈을 그 행복감이 작품 속에 그대로 녹아있다. 공해에 찌든 도시의 하늘에서 사라져 버린 별들, 사라진 것은 우리의 별을 향한 시선이지 별이 아닐 것이다.

   
▲ 안나영 <어느 별에서>
작가는 별을 가린 도시의 검은 대기층을 걷어버리고 마치 눈송이처럼 별들이 땅으로 쏟아지듯 표현했다. 그리고 별들은 그의 그림에서 <하얀 미소>가 된다. 그의 상상력은 별을 향한 우리의 마음의 시선을 열어 놓는다. 또한 눈에 보이지 않는 <사랑>은 그의 작품에서 들꽃으로 우리에게 가시화되고, <햇살 마중>에서는 낮과 밤의 경계가 모호해지며 마치 꿈 속의 장면을 보는 듯 즐거움을 더한다. 햇살을 머금고 있는 구름 위의 새싹들은 달빛을 받은 것일까 아니면 햇빛을 받은 것일까? 그림의 한 귀퉁이에 있는 초승달은 밝고 어두움을 구별하는 우리의 시선을 잠시 당혹하게 하지만 달빛도 햇살의 한 일부임을 부인할 수 없게 만든다. 햇살과 달빛은 하나이다. <어느 별에서>라는 작품은 소설 ‘어린 왕자’와 같이 한 소녀가 작은 행성에 서 있지만 그곳이 바닷 속인지 우주인지 분간하기 어렵다. 작가의 상상력은 우리의 시선을 공간적인 한계에서도 벗어나게 한다. 오늘날과 같이 인터넷과 방송매체에서 쏟아내는 ‘이미지’들의 홍수 속에서 우리는 어디에다 시선을 두어야 할지 당혹스럽다. 알게 모르게 전해지는 이미지의 폭력 속에서 우리는 시선의 행복을 빼앗기고 있는 것은 아닐까? 행복이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면 자연스럽게 우리의 일상의 작은 것들에 시선을 돌려봄직하다. 안나영은 그의 작품을 통하여 ‘아련한 행복감’은 어느 특정인만의 것이 아님을 보여준다.

채창완(기독교문화비평가)

채창완  cwhj67@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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