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2005년 12월 15일(목) 오후 5시~17일(토) 2박3일의 일정으로 전북 김제 용지면의 임상교회 삼애학당에서 열린 제 4회 연합 블럭 세미나에서 발제했던 글 입니다. 참가그룹은 삼애학당, 전주대학교 기독교학부, 전주대학교 선교신학대학원, 한신대학교 신학전문대학원, 기장총회교육원 서울, 목포교실입니다.[필자주]

여는 글 - 교회와 시장, 시장과 교회

이 땅에 기독교 복음이 들어온 지 어언 200여년이 흘렀다. 그 이후로 한국 개신교 교회는 세계사에서 그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양적 성장을 이루었다. 가히 종교사의 기적이라 할만하다. 하지만 그 기적 같은 양적 성장에 비해 과연 교회가 그 존재이유를 담당해 오고 있는가하는 질적인 면을 돌이켜보면 씁쓸하게도 고개를 가로졌게 한다.

소위 세계에서 교인의 수와 교회 규모가 한 손가락 안에 꼽는다고 자랑하는 서울의 대형교회들, 그리고 그것이 부러워 ‘성장하는 교회’라는 슬로건을 내놓고 죽기 살기로 뒤따라가려는 도시교회를 보면 시장판으로 변해버린 예루살렘 성전을 쓸어버린 예수님의 분노하는 얼굴이 떠오른다. 우리나라의 도시 대형교회는 아무리보아도 시장판 같다. 예수를 팔아서 교인을 늘이고 교회를 증축하는 ‘Church marketing’이 교회 경영의 주 원리가 되는 ‘시장교회’ 말이다.

언제부턴가 신문과 대중매체들의 사회면의 머리기사로 대형교회들의 비리가 심심치 않게 일면을 장식하는 것을 우리는 보아오고 있다. 그 주 내용이 성직자들의 세습과 교회 재산과 그 운영권에 대한 독단과 사유화가 주종을 이룬다. 대부분의 기독교인들이 현 교회들의 문제점의 실상을 안다고 하면서 그 개혁은 사회의 어느 부문보다 더디거나 거의 없는 실정이다. 왜 그럴까 신을 상대로 하는 개혁이라서 그럴까?

그것은 아닐 것이다. 루터가 부르짖은 종교개혁은 신을 개혁하거나 바꾸자는 것이 아니다. 신을 앞세워 절대적 권위와 권력을 가진 성직자와 그들이 제정한 교회의 법률을 개혁하자는 것이었다. 말하자면 교회 정치의 개혁인 것이다. 루터가 교회개혁을 부르짖은 지 500여년이 지난 오늘날 우리나라 교회의 부패 또한 이와 다르지 않다고 생각된다. 제 2의 종교개혁이 필요한 때가 아닌가 싶기까지 하다.

광화문 광장에 모여 하나님이 축복한 기독교 국가라고 친미를 부르짖고 이라크 파병을 통성으로 기도하는 교회들, 국가보안법 사수를 외쳐대는 도시 대형교회 목사들과 신도들, 미국 주도하의 북한인권법제정에 쌍수 들고 지지 집회를 하는 보수 기독교 교회 단체들, 소위 신보수라 불리는 New Light 운동에 기독교 정치 세력화의 기치를 내걸고 참여하는 대형교회 목사 장로들.

하지만 7, 80년대 민주화 운동과정에서도 보인 것처럼 1990년대 이후 미국 주도하의 신자유화 아래 세계자유무역체제 아래서 소외되고 고통 받는 비정규직 근로자와 농민문제들에 대한 사회문제에서는 단 한마디의 기도나 변변한 성명서하나 못내는 한국 대형교회들. 철저히 사회의 약자들은 외면하면서 단지 자신들에게 어떤 피해가 끼칠 염려가 없다고 생각되는 선심성 구빈사업이나 교회확장을 위한 국내, 외 선교사업 만이 교회의 제 본분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현 도시 대형교회들과 그 대형교회를 교회 성장 모델로 하는 도시 교회들의 실상인 것이다.

그동안 이런 한국 교회의 성장배경 뒤에는 철저하게 가진 자들 편에 서서 그들의 사회적 경제적 성공의 안정적 지속을 위한 ‘심리적 서포터’로서 교회의 역할을 한정한 것에 적지 않은 이유가 있었다는데 이의를 달 수 없을 것이다. 철저히 사회의 기득권자들의 평안과 안녕만을 빌어주는 교회, 그래서 성장하는 교회라면 교회의 주인이 되시는 예수님이 무어라 하시겠는가? “너희들이 섬기는 것은 내가 아니다, 결코 내가 아니다 굳이 있다면 그건 ‘맘몬’이다”고 하지 않겠는가? 이 글의 출발은 바로 이런 한국교회의 문제점의 인식에서부터 출발한다.

프로테스탄트 기독교윤리와 자본주의

그러면 왜 이같이 한국교회가 제 역할을 담당하지 못하고 너도나도 성장위주의 시장교회가 돼가고 있을까? 필자는 그 이유를 우리에게 처음 들어온 기독교의 복음과정에서부터 원인이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개신교 기독교가 들어온 것은 110여 년 전 모두 미국 선교사들로부터이다. 그들은 모두 칼빈의 프로테스탄트 기독교 윤리를 신앙과 현실 삶의 윤리로 당연시 하며 성장한 미국인들이었다.

알다시피 영국 프로테스탄트들이 신대륙 미국으로 종교의 자유를 찾아 신천지 아메리카 대륙으로 건너와 새로운 기독교 왕국을 새운 것이 뉴잉글랜드요(New England) 그것의 확장이 United States of America, 미국이다. 이 광활한 대자연에서 그들이 유럽에서 세웠던 도시를 다시 건설하기 위해 그들에게 필요한 것이 바로 frontiership이라는 ‘개척정신’이었고, 그것의 기독교적 해석이 칼빈이 주창한 ‘프로테스탄트 윤리’라는 것이다. 즉 열심히 일해 새 땅을 개척하고 일구는 것이 새로운 기독교 왕국을 세우는 기독인의 임무요, 그 개척의 결실은 그들의 노동의 대가로 신이 베푸는 축복이다, 라는 프로테스탄트 노동윤리인 것이다.

세속적인 노동에 종교적 신성성을 덧붙여준 것이다. 노동의 결과의 정도에 따라 그들의 신앙의 정도가 가늠된 것이다. 이런 노동의 윤리는 자연스럽게 근대 자본주의와 결탁하게 되었다. 개척정신과 그 사상적 뒤 바침이 됐던 프로테스탄트 윤리는 개척민들에게는 종교적 신앙이요 믿음이었다. 이 엄청난 아전인수 격인 노동윤리로 인해 미 대륙의 원주민 인디언들의 인종살육 시에도 아프리카 흑인들의 인종사냥이나 노예노동 시에도 그것에 대한 죄의식이 없었다. 개척에 방해가 되는 이 땅의 원주인인 비기독교 인디언들을 쫓아내고 비기독교 아프리카 흑인들을 노예삼아 노동력으로 사용하는 것이 그들에게는 성스러운 Mission의 한 과정에 불과한 것으로 보였을 것이다.

그 살육과 노예노동으로 세워진 미국은 신의 은총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이런 기독교 윤리는 자연스럽게 자본주의와 결탁하게 되었고 오늘날 세계를 지배하는 Pax America 미국을 낳았다. 이런 정신적 풍토에서 성장한 미국의 선교사로부터 우리나라 초대교회들은 복음과 함께 그들의 자본주의와 결탁한 프로테스탄트 윤리 또한 고스란히 물려받게 된 것이다. 이런 프로테스탄트 노동, 기업윤리는 지금 우리나라 교회에서 성직자들에 의해 매주 교단에서 설파되는 “예수 믿으면 복 받는다”라는 ‘복음’의 핵심인 것이다.

미국의 건국이념인 프론티어 정신과 자본주의 프로테스탄트 노동윤리가 복음과 함께 들어 온 우리나라 기독교는 그 내용뿐만 아니라 형식까지도 또 다른 미 제국의 식민지 복음 선교의 장이 되어버렸다. 그 단적인 예가 교회 예배문화다. 오늘날 우리나라 교회의 겉모습뿐만 아니라 교회제도와 교회 예배모습 또한 천편일률적으로 미국선교사가 함께 가지고 온 미국교회 제도와 예배문화를 그대로 답습했다. 이는 물론 초대교회의 모습은 아닐뿐더러 예수가 선포한 하느님나라와는 전혀 딴 판이다. 무엇보다 미국의 자본주의 기독교윤리는 초대교회의 공동체적 성격과 예수의 하느님나라 복음과는 다를 뿐만 아니라 오히려 그와는 정 반대의 모습이라 하겠다.

우리나라의 왜곡된 현 교회 모습의 원인은 예수의 복음이 이미 자본주의 프로테스탄트 윤리에 물들어 있는 미국선교사들에 의해 왜곡된 채 들어왔으며, 더 나아가 동방의 종교인 기독교가 로마의 국교로 서방화 되는 과정에서 로마식 계급이 교회제도로 굳어져 계급화 되고 그 위에 미국에 의해 자본주의 기독교 윤리가 덧붙여진 결과로 총체적으로 왜곡된 복음과 교회제도가 아무런 여과 과정이나 비판적 검토 없이 우리나라에 들어왔기 때문이라고 본다.

물론 그 이유 중에는 기독교 복음 전파 과정에서 여러 역사적인 복합적 상황이 작용한 점 또한 크다고 하겠다. 일제식민이라는 역사적 시대상황, 그것과 맞물려 반일과 근대문명의 한 상징으로 기독교가 들어왔다는 점이다. 자주적이지 못했던 식민지 상황이 우리로 하여금 불교나 유교, 도교들처럼 외부에서 들어 왔으나 곧 우리식으로 변화 발전 습합돼 우리식으로 토착화 된 이들 고등종교들과는 다르게, 아무런 비판 없이 그대로 답습하게 된 결정적 이유 중의 하나라 하겠다.

이 글에서는 미국의 자본주의 프로테스탄트 윤리 기초 하에 세워진 미국 교회의 복음과, 그 복음의 내용과 형식을 그대로 담은 우리교회의 현 예배문화를 비판적으로 검토한다. 그리고 그 대안으로 초대교회의 정신과 예수가 선포한 하느님 나라인 ‘새 하늘 새 땅’이라는 복음과 정신은 미국과 서구화 된 우리나라 현 교회 예배 속에서 찾아 질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민족의 전통적인 정서와 의식세계의 표출인 ‘굿’의 모습과 정신에서 찾아질 수 있다고 생각하고, 나아가 새로운 예배문화로 굿의 창조적 변형인 ‘예배굿’의 가능성을 제시하고자 한다.

본 글 - 왜 예배(禮拜)인가?

교회를 우리는 흔히 예배당이라는 말과 혼용해 사용하기도 한다. 교회의 기능이 또 다른 무엇이던 간에 우리가 느끼는 교회의 모습은 예배가 주 기능이요 모습처럼 보이는 이유에서일 것이다. 그만큼 예배는 교회의 중심이다. 물론 다른 여타 종교에서도 예배 곧 제의는 그 종교 사원의 중심기능 이다. 어느 종교에서나 예배는 한마디로 신에게 드리는 제사라 할 것인데 기독교 교회의 예배 또한 교회의 중심 기능 중 하나로 ‘하느님께 드리는 제사’라 하겠다.

오늘 우리가 교회에서 드리는 제사로서 예배형식은 기독교가 로마화 서구화 된 이래 오랜 교회사의 과정을 통해 굳어진 것이다. 그것도 미국 선교사를 통해 더욱 미국화 된 개신교 예배형식이 우리에게 전해 진 것이다. 서구에서 예배라 함은 영어로 Worship이라 하는데 그 용어에는 무엇보다 신에게 드리는 제의의 경건성의 성격이 짖게 들어있다. ‘Worship’이라는 어휘에 들어있는 이 경건함과 엄숙함이 우리말의 ‘예배’란 용어로 번역된 것이다.

그런데 이 ‘예배’라는 번역어에는 초창기 미국 선교사들의 경건하고 금욕적인 프로테스탄트 윤리가 들어가 있다. 우리말의 예배(禮拜)는 조선 왕조 500년을 유지시킨 정신적 지배이념인 유교의 제사에서 가장 적절하게 사용되는 어휘일 것이다. 공, 맹의 영정에서 혹은 이름 난 조상의 위패 앞에서 향을 피우고 경건하게 예를 갖춰 경배를 하는 모습을 이르는 것이 Worship의 우리말 번역 “예배‘인 것이다.

‘Worship’과 ‘예배’에서 공통적으로 연상되는 것이 바로 제의에 참가하는 지배계층의 경건함과 엄숙함이다. 이 지배계층의 경건함과 엄숙함 뒤에는 수세기에 걸쳐 교리화 되고 위계화 된 서구 기독교의 정치적 이념과 미국 프로테스탄트 청교도의 금욕적 윤리가 숨겨져 있고, 철저하게 신분의 위계와 질서를 ‘예’라는 유교윤리로 유지해온 조선 왕조의 정치 이념이 은밀히 들어있음을 당연하다 하겠다.

하지만, 예수의 삶을 생각해보자. 예수가 공생애 기간동안 싸웠던 두 부류의 세력이 하나는 로마라는 제국주의 권력이었고, 다른 하나는 유대의 율법학자들인 바리새, 사두개인들이었다. 예수님은 로마라는 ‘칼의 권력’ 앞에서는 하느님의 정의와 평화를, 유대 율법학자들의 ‘법의 권력’ 앞에서는 하느님의 사랑을 선포하셨다. 무엇보다 로마 식민세력에 기식하며 제의에 대한 율법적 권위를 앞세워 자국 식민지인들에게 이중의 고통을 가하고 있던 위선적인 유대 율법학자들에 대한 비판은 가장 통렬한 예수의 비판이다.

성경의 어디에도 예수님이 회당에 들어가 거룩하고 경건한 유대 율법학자들처럼 ‘예배’를 들였다는 기록은 찾아 볼 수 없다. 예수가 회당에 들어간 유일한 이유는 말씀을 선포하기 위함이었다. 그 말씀의 요지도 바로 유대율법 학자들의 안식일법과 정결예법을 비롯한 제의 의식에 대한 위선을 폭로하는 것이었다.

어떤 율법도 사람 위에 군림 할 수없다는 것이 율법학자들에 대한 예수의 비판의 핵심이다. 예수의 공생애는 눌리고 핍박받는 자들에게 정의와 평화가 강물같이 흐르는 하느님나라 선포와, 병으로 자신뿐만 아니라 사회로부터 소외 된 자들의 병을 고치는 것과, 제자들과 모인 군중들과 함께 음식과 밥을 함께 나누는 공동체의 삶을 사신 것으로 특징 지어진다.

자신이 세우지도 않은 교회에 주인이 된 예수님, 성자 하느님께 드리는 제의로서 예배는 당연히 예수님의 삶과 죽음 그리고 부활을 통해 선포하신 하느님의 정의와 평화와 생명의 나라인 ‘새 하늘 새 땅‘의 정신이 운동으로 살아 움직이는 예배라야 할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서구화 된 ’예배‘ 의식과 문화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다. 예수님이 해방시키려고 했던 자들은 바로 유대 제의 율법에 자신의 생명권까지 눌리고 박탈당할 처지에 놓여있던 세리와 창녀, 과부, 병든자 등등, 식민지 민중 오클로스들이었다. 이들에게 유대 율법학자들의 경건하고 거룩한 제의인 예배는 그들에게는 해방의 제의가 아니요 오히려 구속의 제의인 것이다.

오늘 한국교회에서 드려지는 예배라는 제의와 문화가 참으로 이 사회에서 소외된 자들의 해방을 경험하는 제의라고 감히 말할 수 있는 교회가 얼마나 되겠는가?

해방 공동체로서의 초대교회와 예수공동체

그럼 해방의 제의로서 교회의 예배는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답은 어렵지 않다. 간단하고 명확하다. 돌아가야 한다. 처음 교회의 모습으로 초대교회의 모습으로. 더욱 절실하게는 자신이 세우지도 않은 교회에 주인이 되어버린 예수에게로. 그 분이 살았던 모습으로 그 분이 선포하신 ‘새 하늘 새 땅’의 하느님 나라운동으로, 하느님 나라 모습으로 다시 돌아가야 한다. 무언가 잘못되었을 때는 처음으로 돌아가야 하는 것이 세상사의 불변의 이치이다. 원시반본인 것이다.

그럼 처음 초대교회의 모습은 어떠했는가? 나아가 예수님의 공생애 기간동안 그가 제자와 군중들이 모인 집회나 모임은 어떤 모습이었는가? 초대교회는 무엇보다 공동체 성격이 강한 모임이었다. 정신적 신앙공동체였을 뿐만 아니라 생활 공동체이기도 했다. 재산뿐만 아니라 삶 자체도 한 식구들처럼 함께하고 나누는 나눔의 공동체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예수의 하느님나라 선포를 세상에 전하기 위한 해방의 전초기지요 예수공동체였다.

예수님의 공생애 또한 이와 다르지 않았다. 예수님이 어울린 사람들은 제국 로마로부터 신체적 주권을 박탈당하고, 거기에다 친로마 기득권층인 예루살렘파 율법학자들로부터 정신적 주권까지를 박탈당한 히브리 오클로스 민중들이었다. 그들은 숨은 쉬지만 실은 사회적으로, 신분적으로 죽은 산송장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들에게 유일한 희망이란 자신들의 현실을 한번에 뒤집을 수 있는 혁명이었다. 모세 같은 지도자가 출현 해 제 2의 출애굽의 해방을 꿈꾸는 일이었다.

그런 그들에게 예수가 홀연히 나타나 정의 평화 생명의 하느님나라 선포는 기초 생명권을 박탈당한 바닥 민중들에게는 가히 혁명적 사건이요 해방적 사건이었다. 바로 구원의 복음이었던 것이다. 그 복음을 통해 민중 스스로도 업신여겼던 자신들의 천한 사회적 지위인, 세리, 과부, 창녀, 병자, 이방인 그리고 식민지인 등등의 열등감의 굴레로부터 해방되고, 더 나아가 ‘새 하늘 새 땅’이라는 하느님나라의 주인이 오히려 사회적으로 천대받고 약자인 자신들이라는 복음의 혁명적 구원의 기쁨을 누리게 되었던 것이다.

오늘날 근엄하고 경건한 “예배”의식에서는 그리고 성장을 목회에 초점에 두고 강단에서 복음을 파는 ‘시장교회 교회시장’의 예배에서는 초대 예수공동체와 예수를 따랐던 민중들의 해방과 구원의 사건을 경험하기 힘들다.

예배는 있어도 예배문화는 없다

미국 흑인 교회에서는 예배시 아프로-아에리칸 흑인들의 영혼이 담긴 소울과 째즈, 헐러(holler) 같은 음악과 그들만의 독특한 춤으로 자신들의 고통과 기원, 좌절과 희망을 표현한다. 미국 백인교회의 거룩하고 단정한 예배보다 우리의 난장 같은 흑인들의 자유분방한 예배를 보면 훨씬 은혜롭고 감동을 받는 것은 왜일까? 그것은 아마도 자신들의 혼과 몸속에서 피처럼 흘러 내려와 굳이 익히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우러나오는 소리와 몸짓으로 신앙을 표현하는 솔직함 때문이 아닐까?

세계 어느 문화 못지않게 깊은 역사와 독특한 문화를 갖고 있는 우리는 왜 우리식 기독예배문화를 발전시키지 못했는가? 양적으로 엄청나게 성장한 한국교회에 기독교는 있다 하겠지만, 우리만의 예배문화가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겠는가? 우리보다 늦게 기독교를 받아들인 아프리카나 남미의 국가들 중에는 그들의 고유한 문화와 전통으로, 춤과 악기로 이질적인 기독교를 ‘자기화’해서 자신들만의 독특한 기독교 예배문화로 발전시킨 곳이 많다.

우리의 교회 예배문화는 서구 유럽 백인 특히 미국 백인 교회의 그것과 똑같다. 서양악기 반주에 서양의 찬송과 성가를 사용해 드리는 예배는 서양의 교회를 그대로 박제화 해와 그대로 이식해 놓은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물론 서양식 예배문화가 다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서구의 예배문화도 결국 동방의 기독교를 ‘그들화’한 것에 불과하다. 그 속에는 그들의 오랜 역사와 문화가 들어있음은 물론이다. 다만 그들의 예배문화로는 우리의 영성을 진실 되게 담아내기가 힘들뿐더러, 가장 중요하게는 사회적 약자와 소외계층인 민중들의 해방과 구원의 장으로는 지나치게 경건하고 엄숙하다. 그런 예배라면 오히려 유대 율법학자들이 들였을 법한 예배의식에 더욱 가까운 느낌이다.

예배에서 예배굿으로

그러면 우리의 영성과 의식을 담을 수 있는 예배형식은 어떤 것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더욱이 해방과 구원을 담아낼 수 있는 제의는 어떤 것이라 할 수 있겠는가? 시편기자가 ‘시와 노래와 춤으로 하느님께 드리는 제사’라고 노래한 예배, 그리고 예수의 해방적 구원적 사건의 경험의 장이 될 수 있는 우리식 예배의 형태는 어떤 것일까.

그것을 감히 ‘굿’이라고 생각한다. 굿을 어떤 시각에서 보느냐에 따라 굿의 정체가 다르게 인식될 수 있겠지만, 일별해서 보면 신을 기리고 맺힌 원을 풀며 소망을 기원하는 ‘풀이’와, 노래와 춤으로 신과 함께 즐기는 ‘놀이’가 합쳐진 의식형태면 모두 굿의 범주로 넣을 수 있다고 말할 수 있겠다.

굿에서 숭배대상이 되는 신은 큰 범주에서 보면 ‘하늘님’이라고 말할 수 있다. 우리민족은 오랜 기간동안 이 하늘님 숭배사상을 가지고 있었다. 고대 부족국가 사회에서부터 삼국시대까지 범 민족적인 신앙으로 이어 내려온 하늘님 숭배신앙은 신라가 삼국들 통일하고 불교라는 고등종교가 지배층의 통치이념으로 자리 잡으면서 중앙종교에서 점차 기층민중의 토속신앙형식으로 이원화 되면서 뿌리내리게 되었다. 왕조가 바뀌면서 지배계층은 그에 따라 지배이데올로기의 변화를 외부 고등종교의 수입으로 대체했지만, 기층민중은 새롭게 들어 온 외래종교까지 자기화 해 토속신앙을 발전시켜왔다.

이 기층민중들이 섬기는 범신론적 하늘님에 대한 제의가 바로 굿인 데, 이 굿은 지배계층의 체제수호적인 예불이나 유교식 제사와는 근본성격에 있어서 반대되는 것이었다. 굿에는 오히려 기층민중의 시대에 대한 변혁과 시대에 대한 비판의식이 들어있다.

비록 기독교의 유일신 개념과는 다소 거리가 있지만 인간사의 모든 길흉화복에 개입하여 맺고 푸는 이 범신론적 ‘하늘님’의 개념에서는 야훼 하나님과 그 근본 지향점에서는 같다고 본다. 굿은 하늘님에게 제의를 통해 한을 풀고 신과 더불어 노는 것인데, 이 과정의 구성요소로는 사설적인 문학, 음악, 무용, 연극 등등의 모든 것이 어우러지는 우리민족의 종합예술적 제의인 것이다.

무엇보다 유교, 도교 등의 제의에서 보여 지는 권력층의 체제 보수적 거룩한 제의(예배)와는 다르게 굿은 기층민중들의 사회적 변혁의 성격이 강하게 표출되는 난장적 제의로 해방적 성격이 짖다. 이는 굿이라는 변혁적, 해방적 제의가 예배라는 보수적, 구속적 제의보다 훨씬 하느님나라 운동과 예수의 해방, 구원공동체로서 교회에 적합한 제의(예배) 형태라고 생각된다.

굿을 어떻게 보아왔는가, 우리 안에 사상적 파시즘

기독교인들에게 '굿'하면 무엇보다 제일 먼저 무당의 모습과 당집을 떠올리기 일쑤이다. 그리고 그들의 연희나 춤은 푸닥거리로 폄하되기 십상이다. 이렇게 일방적으로 인식된 굿은 곧바로 미신이나 우상으로 낚인 찍혀 귀신이나 마귀쯤으로 폄하되어 우리 일상에서뿐만 아니라 우리 정신에서도 쫒아 내야할 악의 세력으로 당연시 되어온 것이 사실이다.

이런 인식은 비단 기독교인들에게서 뿐만 아니라 일반인에게까지도 보편적으로 퍼져있는 굿에 대한 인식이다. 하지만 굿에 대한 이런 인식은 그리 오래 된 것이 아니다. 기록에 의하면 1930년대까지 만해도 전국 자연부락의 58%가 마을의 당산제를 들였다고 한다.

우리나라 마을에서 굿이 급격히 없어진 것은 일제시대 때이다. 일본은 조선민족혼 말살정치를 효율적으로 행하기 위해 우리나라의 민속, 특히 무속에 관한 연구를 치밀하게 했는데, 그 과정 중에 우리 마을굿이 갖고 있는 강한 공동체성과 집단적 생명력을 발견하게 되어 혹독한 탄압을 가했던 것이다. 이렇게 일제 시대 이후에 격감된 굿은 박정희 정권의 새마을운동과 근대화 작업과정 중에서 결정적으로 우리 마을과 고을 그리고 우리의 생활과 정신문화에서 반근대적인 미신으로 탄압을 받고 사라지게 되었다.

한 때 7, 80년대 민주화 운동의 일환으로 지식인 학생 도시 노동자들을 중심으로 굿에 대한 재발견과 재평가가 이루어져 활기를 띄었으나 그 열기도 90년 문민정부 이래로는 학생운동의 쇠퇴와 더불어 굿이 현장에서 점차 사라지게 되었다. 하지만 학생 운동권과 길거리 시위에서 사라진 현장굿이 2000년도 이래로 특히 환경운동 시민단체에서 운동의 일환으로 굿의 정신과 제의 형식 등이 다시 재현되고 있는 점은 주목 할만하다 하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굿의 전통적 정신이 담겨있는 공동체 지향의 굿은 마을에서 거의 사라져가고 있는 형편이다. 굿과 더불어 굿이 가지고 있는 정신과 제의 예술 전반에 걸친 민속문화도 함께 사라져가는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 공생의 정신이 굿의 중심사상

물론 기독교 관점에서 보면 굿에는 미신적인 면이 많다고 할 것이다. 그 첫째로 떠오르는 미신적 측면이 대부분의 중앙아시아 샤머니즘과 북 중미 인디언의 토속종교가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애니미즘 물활(物活) 신앙이다. 기독교의 유일신 관점에서 보면 다신교 성격의 이 물활 신앙은 이단이라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예수가 행한 기적이나 이적이 예수님의 생애와 복음의 중심이 아닌 것처럼 굿의 애니미즘 신앙 또한 굿의 중심이 아니다. 뒤에서 보다 자세히 설명하겠지만 우리 굿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토속 종교에 들어있는 애니미즘 신앙은 하나의 종교적 숭배 대상이기 보다는 오히려 미물 하나에까지도 인간과 같은 소중한 생명이 깃들어 있어 자연의 어느 것 하나 소홀히 다루면 안 된다는 인간과 자연의 ‘공생의 정신’이 그 중심사상이다. 이 자연과의 공생의 정신이야 말로 근대과학이 자연정복이란 미명하에 초래한 현재의 총체적 지구생태계의 위기에서 우리 인간들을 구해줄 가장 절실한 정신이라 할 것이다.

▒ 무당은 이미 이웃 위해 봉사한다는 소명의식 가진 사람들

두 번째로 우리가 생각하는 굿의 미신적 측면은 ‘무당’에 대한 것이다. 우리가 흔히 무당이라 하면 단순히 신들린 이상한 사람 정도로 생각하거나 그들이 하는 굿은 무슨 푸닥거리정도로만 생각하는 것이 무당에 대한 보편적인 인식이다.

무당은 크게 성격상 입신이 들려 신내림 과정을 거쳐 무당이 되는 강신무와 세습적 직업무인 세습무가 있다. 강신무는 이해할 수는 없으나 만신 성격의 신으로부터 신비한 힘의 소명을 받아 인간과 사회에 도움을 줄 수 있도록 고난을 받고 능력을 시험당하여 극복해 낸 사람들이다. 강신무는 신과의 연락을 가능케 하는 도구로 무구를 탐색, 획득하여 아픈 자의 병을 치료해주고 죽은 자의 넋을 위로 해주는 신의 중개자 역할을 감당하는 자다.

흔히 당골이라고 불리우는 세습무는 농경사회의 경제적 안정에 도움을 주는 마을굿을 주제하는 사제자 역할을 담당하거나 죽은 자의 넋을 위로해주는 망굿 혹은 넋굿 같은 개인굿을 담당하는 자다. 이 두 부류의 무당 모두 이미 개인의 차원을 넘어서서 이웃이나 사회 전체의 이익을 위해 봉사해야 한다는 소명의식 내지는 직업의식을 가진 사람들이었다.

▒ 봉건사회 조차 공동체의 굿 박해

하지만 우리 굿에서 무당이 차지하는 비율은 그리 크지 않을 뿐더러 굿의 본래 중심정신도 아니다. 굿은 무엇보다 공동체 중심적 성격을 갖고 있는 것이 그 특징이다. 농경사회의 생산공동체로서 형성된 우리 마을의 안녕과 풍요를 비는 것이 굿의 중심 기능인 바 마을굿이나 두레굿을 주제 하는 것은 무당 일인이 아니라 마을 구성원 전체인 것이다.

특히 우리 굿의 본령인 마을굿과 두레굿들은 직업무들에 의해서가 아니라 마을에서 임의로 선출된 대표자에 의해 거행되는 것이 상례였다. 설사 무당에 의해 행해지는 개인 병굿이나 재수굿에서도 무당의 신기에 의해 병이 낫거나 복이 온다기보다는 마을 공동체 구성원사이의 관계나 질서의 회복을 통해 온다는 믿음이 무당의 개인굿에도 기본적으로 깔려있다. 굿의 제의 각 절차를 ‘풀이’라 하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이런 공동체 지향적인 토속신앙이 삼국시대 이후 왕과 귀족들이 불교, 유교 등 고등외래종교를 수입하여 지배이념으로 삼으면서 무속은 국가차원의 종교에서 개인 차원의 기복의 도구로 전락하고 말았다. 생산 담당층인 농민들에 대한 봉건적 지배착취가 강화됨에 따라 그에 대한 저항의 성격으로서의 마을굿과 두레굿에 탄압이 더해져 굿에 점차로 민중적인 쟁점이 빠져갔다.

우리 민족의 포괄적인 삶의 인식방법을 보여주고 우리 민족의 정서와 의식세계를 표출시키는 민중굿은 이제 거의 사라지고 현실적 욕구의 성취라는 무속성의 일단만을 반영하는 무당에 의한 푸닥거리 무굿만 전국적으로 성업 중인 현실이다.

▒ 우리식의 역동적인 ‘예배굿’을 창조해야 할 때

봉건의 역사와 일제 식민기를 거쳐 근대에 이르기까지 자의로든 타의로든 우리는 외부로부터 많은 종교와 사상으로 우리 의식의 겹을 덧 씌어왔다. 그 의식의 겹 맨 밑바닥에 자리하고 있는 우리민족의 원의식, 혹은 집단 무의식이라 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우리의 민속신앙인 굿신앙이라 할 수 있다. 이 순수한 집단의식을 많은 외래종교와 사상으로 덧씌운 채 우리는 굿을 미신이다 원시다 반 근대적이라고 억눌러왔던 것이다.

근대화 과학화 서구화를 하나의 일직선상으로 놓고 소위 근대화 콤플렉스에 빠진 것 같이 내달려온 우리 근대사에서, 우리는 자신도 모르게 사상적으로 근대화라는 정신적 사상적 독재 파시즘에 사로잡혔다. 우리 것, 우리민속 우리 신앙이라면 무조건 전 근대, 미신, 우상이라고 폄하하고 버리려고 애써왔다. 그 왜곡의 근대화에 기독교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탈근대를 외치는 오늘날 우리 안에 끈적하게 달라붙어 있는 이 사상적 파시즘을 어떻게 때낼 것인가? 한 판 살풀이 굿이라도 벌려야 하지 않을까?

문화는 살아있는 생명체와 같다고 한다. ‘복제와 신진대사’를 생명체의 정의라 한다면 문화도 자신의 개제를 그 문화를 낳은 민족 구성원에게 수평적으로 확장시켜나가고 수직적으로 전달하면서 자신을 복제한다. 또한 ‘신진대사’를 하여 문화는 공간적으로도 이동하고 순환한다. 다시 말하면 문화는 한 지역에서 다른 지역으로 상호 이동하고 상호 교류하면서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으며 발전 변모해 간다고 할 수 있다. 그 과정에서 문화의 몸이라고 할 수 있는 민족이 사라진다면 물론 문화의 머리라 할 수 있는 정신도 사라질 것이다.

이렇게 생명체처럼 우리민족의 보편적 정서를 담아 이어져 내려온 굿의 정신과 문화 또한 우리민족이 없어지지 않는 한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비록 그 겉모양새는 바뀌거나 변하더라도 그 근본정신은 마치 집단 무의식처럼 우리 민족 내에서 복제되고 신진대사 활동을, 즉 생명활동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굿은 현대적으로 우리 정신 속에서, 문화 속에서 변용돼 우리 안에서 복제되고 살아나야 한다고 본다.

이렇게 우리민족의 의식 속에 피처럼 이어 내려온 굿 속에 예수의 해방적 복음과 사건을 접목 시킨다면, 지금의 교회 예배의 틀과 형식에서보다 우리의 굿을 통해 훨씬 가깝게 접근할 수 있다고 본다.

예수의 해방과 구원의 사건과 더불어, 굿에서는 서구의 제도적 기독교 예배라는 제의형식에서 결여된 축제와 놀이라는 삶의 신명이 느껴지는 마당이 형성된다. 그리고 신과 인간, 개인과 사회, 사람과 자연이 우리 굿의 우주적 공생의 생명관에서는 서로 이원론적으로 분리되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결합돼있다.

이제는 우리 굿의 부분적인 것만을 보고 폄하해 버릴 것이 아니라 예배의 대안으로서 굿의 이런 정신들을 적극적으로 살려 새로운 우리식의 역동적인 ‘예배굿’을 창조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굿의 현대적 변용, 예배굿을 향하여

그러면 구체적으로 굿의 어떤 정신과 제의적 문화를 기독교 예배문화에 발전적으로 변용해 예배에 적용시켜 ‘예배굿’을 탄생 시킬 수 있겠는가 살펴보도록 한다.

해방의 마당으로 예배굿

굿은 한 개인이 혹은 마을 공동체로서 어떤 벽에 부닥쳤을 때 초자연적인 힘을 빌어 해결하고자 하는 하나의 해결 방식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해결방식을 단순히 주술이나 미신으로 간주하는 것은 굿의 문제해결 방법에만 한정된다. 그것을 해결하기 위하여 만들어내고 연행하는 노래나 춤, 무신의 그림, 신화적 이야기 서사, 연극적 갈등구조 등 여러 가지 창조적 형상을 염두에 두면 굿은 예술의 하나이며, 굿이 겨냥하고 있는 목적, 곧 삶의 모순을 인식하고 이를 해결하려는 의지에 주목하면 변혁적인 ‘해방의 활동’에 해당된다.

마을굿과 두레굿의 제의는 계절적인 통과의례로서 마을 공동체의 묵은 것과 낡은 어둠을 떨치고 새로운 빛과 보람을 차지하려는 공동체의 집단적 해방력의 발현이다. 마을공동체의 구성원들은 이와 같은 대동제의를 거침으로써 항상 새롭게 태어날 수 있으며, 묵은 것을 결산하고 새로운 것을 결단할 수 있는 것이다. 즉 대동제의는 단순 반복적 연중행사가 아니라 매번 새롭게 태어나고 새롭게 자기결단을 해내는 해방적 집단적 결단의식인 것이다.

특히 노동굿인 두레굿의 대동제의는 농민층의 공동체적 단결로서 농민문화의 핵이라고 말할 수 있는데, 농민층의 대동된 제의는 곧바로 억압계층인 일하지 않는 자에 대한 강한 응집력으로 나타났다. 이는 양반의 과거제 및 양반문화에 대한 두레 농민들의 대항의식과 두레 공동노동 자체에 대한 높은 자부심과 긍지의 집단적 표출로 나타났다.

특히 봉건제도 하에 농민들은 노동의 주체이면서도 노동의 결과물에서는 소외 되어온 바, 이런 삶을 방해하는 제약요소들에 대한 공동체적 저항이 바로 굿으로 표출되었다. 풍물패의 신명난 가락을 통해, 군무를 통해, 풍물패 잡색들의 통렬한 비판과 풍자를 통해, 그리고 굿의 뒤판에 양 패로 나뉘어 벌이는 경기식 놀이들을 통해, 현실에서 소외되었던 일과 노동의 주체자로서 약탈에 대해 저항하고 밥의 권리를 선포하는 해방적 제의와 놀이가 바로 우리의 대동굿이었던 것이다.

굿에서는 잘난 조상의 제사를 성대하게 지내는 유교의 제사와는 달리 못난 조상신을 섬기는 일에 더 정성을 쏟으며, 오갈 때 없는 귀신을 달래고 섬기는 일에 더 정성을 쏟는다. 조상신 가운데서도 천대받고 억울함을 당한 못난 조상신들을 모셔와 음식을 대접하고 노래와 춤으로 받들어 모신다. 그럼으로써 재앙을 물리치고 복록을 받고자 한다. 오히려 평소에 잊혀진 존재나 사회적으로 소외된 존재를 대단한 존재로 떠받들고 굿판에 모셔오거나 현장에 찾아가서 음식을 차려놓고 섬기는 제의를 하는 것이 굿의 특성이다.

굿의 세계에서는 사회적 신분이나 일상적 영향력이 그리 문제시 되지 않는다. 오히려 거꾸로 나타난다. 힘없고 불쌍한 존재들이 주목받고 섬기는 대상이 된다. 그들이 맺힌 한을 품고 있으면 삶이 순조롭지 않다는 것을 염두 해 두고, 그들을 모셔다 섬기는 제의를 통해 맺힌 것을 풀고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문재는 잘난 존재가 아니라 못나서 소외되고 핍박받는 존재이다. 굿의 관심은 ‘소외된 존재’에 있는 것이다.

그러면 이런 대동굿의 해방적 정신과 소외된 자들을 위한 굿의 정신을 어떻게 교회의 예배굿 안으로 들여올 수 있을까? 이미 현 교회의 신도 구성원은 아무리 농촌 교회라 하더라도 과거 마을 두레굿에서의 생산공동체 성격과는 많이 다른 것이 사실인 터에 말이다. 더욱이 도시의 교회의 구성원은 사회의 각계각층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러면 어떻게 교회에서 예배굿으로 구성원들의 해방의 장을 마련할 것인가?

방법은 간단하다. 그것은 교회의 존재이유와 관련이 있다 하겠다. 해방은 구속과 속박이 있는 곳에 서만 일어날 수 있는 사건이다. 환언하면, 무엇보다 먼저 교회는 사회에서 소외되고 삶에서 소외 된, 노동의 권리로부터, 일의 권리로부터, 밥의 권리로부터, 땅의 권리로부터, 그리고 생명의 권리로부터 부당하게 소외된 자들이 모인 곳이어야 한다.

하느님의 정의는 언제나 약자 편에 있는 것이다. 예수님의 해방사건인 구원과 부활의 기적은 결코 칼의 권력을 지닌 로마에게서나, 법의 권력을 지닌 예루살렘파 유대 율법학자들에게서 일어날 수 없었듯이 예수 믿으면 복 받는다고 자신의 안녕과 평안만을 비는 도시 대형교회에서는 더욱이 일어날 수 없는 것이다. 가진 자나 힘 있는 자에게 열려있는 하느님의 정의는 오직 나눔과 약자 편에 서는 것뿐이다.

교회는 철저하게 약자 편에 서서 그들의 억울함에 귀 기울이고 그들의 아픔을 함께 앓아야한다. 교회의 예배는 그들의 원을 해방적 제의인 예배굿으로 승화시켜, 그들로 하여금 자신들이 진정 하느님나라의 주인임을 깨닫게 하는 해방의 마당이 돼야 할 것이다.

공동체 마당으로 예배굿

우리 굿은 무엇보다 공동체적 성격을 중심으로 하고 있다. 지연을 바탕으로 삶의 근거를 이루는 사람들이 모여 지역 수호신에게 공동으로 들이는 제사 의례가 마을굿이다. 농사짓는 일이나 고기 잡는 일이나 노동을 교환하고 협동하지 않으면 풍성한 수확을 기대할 수 없었다. 마을이 바로 자기 생존의 근거이고 서로 단결하고 돕는 것이 바로 자신이 사는 길임을 아는 사람들이 절기를 따라 집단적인 굿을 통해 그들이 한마을 사람임을 스스로 확인하는 것이 마을 굿인 것이다. 대동굿으로서 마을굿은 비자본주의 발전이 가능했던 통로 위에 노정되어 있던 우리 마을 공동체 문화의 꽃이요 민중의 축제였다. 함께 더불어 살자는 대동이요, 인간의 의식 그 자체로는 대동세상을 구현하자는 이념체계였다.

초대교회나 예수님의 제자들과의 생활은 철저히 생활공동체 지향적이었다. 함께 밥을 먹고 나누는 밥상 공동체였다. 하지만 자유 시장경제 자본주의하의 경제 이념으로 통일된 사회에서는 교회도 예외가 아니다. 겉으로는 신앙공동체를 표방하지만 내용면에서는 기복 공동체에 가깝다 하겠다. 초대교회나 예수 공동체의 근간은 제 것을 내놓아 서로 나누는 나눔공동체였다. 더불어 함께 사는 대동세상 즉 하느님나라였던 것이다.

하지만 자본주의하에서 필연적으로 야기되는 개인주의는 교회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더욱이 교회가 커질수록 교회는 행정적으로 분화되고 정치적으로 구조화되어 효율적인 인간관리 시스템이 작동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공동체의 정신은 오간데 없어지고 목회차원의 신도관리를 위한 기복공동체만 남게 된다.

고로 교회가 공동체성을 회복하려면 무엇보다 먼저 작아져야 한다. 과거 생산과 생활공동체 규모의 마을의 크기만큼 교회가 작아져야 한다. 평균 5-60여 정도의 가구로 구성된 마을규모 정도로 교회가 작아져야 한다. 커지면 나눠야 한다. 그래야 교회가 관리 목회를 하지 않게 된다. 효율과 체계를 세워 사람을 개인으로 나누지 않게 된다. 교회가 규모를 유지하거나 늘리기 위한 복의 공동체로 타락하지 않게 된다.

일단 적당히 작아진 규모가 되면 교회는 밥상 공동체 성격을 지향해야 한다. 모든 평등은 쌀 한 톨의 평등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한자로 평화라는 和자는 벼禾와 입口가 모여서 된 것이라는 것을 이미 우리 조상들은 알았던 것이다. 또한 경제적 평들이야말로 예수님이 선포한 하느님나라의 핵심이었다.

부자에게 그리고 자신의 제자들에게 예수님이 끊임없이 강조한 것이 다름 아닌 자신이 가진 물질을 가난한 자에게 나눠주라는 것이었다. 예수님은 하느님 나라는 가난한 자의 것이라며 부자가 천국을 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자신의 축적한 재물을 가난한 자에게 나누어 주는 것 밖에 없다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예수 자신은 제자들과 자신 주변에 모인 군중들과 함께 밥을 먹었다. 물고기 두 마리와 보리떡 다섯 개로도 서로 나누면 오천 명이 먹고도 남을 수 있다는 것이 예수가 행한 기적의 본질인 것이다.

오늘날 신자유주의 무한시장경제 체제에서 빈익빈 부익부의 극단적인 양극화의 심화는 불 보듯이 뻔한 결과이다. 교회는 바로 이 경제구조 체제에서 필연적으로 낙오할 수밖에 없는 자들의 육과 영의 밥이 되어주어야 한다. 예수님이 우리들의 밥이 되신 것처럼 말이다.

교회는 밥의 권리를 박탈당한 사람과 함께 밥을 먹고 밥을 나누는 밥상공동체가 되어야한다. 밥의 권리를 박탈당한 사람들의 권리 회복을 부르짖고 그들과 함께 떡과 밥을 먹는 것이 바로 예배굿이다. 그 예배굿을 통해 배고픔을 아는 하느님과 함께 밥을 먹으며, 더불어 함께 사는 대동세계, 바로, 하느님나라를 경험할 수 있는 것이다.

신명의 마당으로 예배굿

굿은 신령을 맞이하여 ‘놀이’시키고 신의 노여움이나 인간의 재앙을 ‘풀이’하는 종교의식이다. 한마디로 신과 함께 한바탕 즐겁게 노는 것이다. 하지만 단순히 오락삼아 노는 것이 아니다. 신명은 신이 난다는 신(神)의 明(현현)이다. 신명이란 신이 굿판에 나타나 굿을 통하여 재앙이나 질병 따위의 맺힘의 상태를 풀어짐(解)의 상태로 해결하고, 사회적 응어리, 생리적, 심리적 옹이 등이 발산되는 것이다. 이는 해원(解怨)에 비겨도 좋을 것이다. 바로 신명이 일으키는 신바람은 해원의 성취감과 해방감에의 발현인 것이다. 신이 남으로써 자연과 인간의 일체감이 불러일으키는 영적인 상태에 빠지기도 하고, 원한의 맺힘을 풀고 닫힌 것을 열게 되는 것이다.

오뉴월 뙤약볕 아래서 힘든 들일을 할 때, 사나운 풍랑이 치는 바다에서 힘든 물질을 할 때, 신이 나지 않으면 더 이상 일을 할 수 없었을 것이다. 신이 나지 않으면 일은 곧 노역이 돼버리고, 일로부터 소외되고 종속되어 일의 노예가 되고 마는 것이다. 굿판에서 신명이란 노동의 담지자인 우리 민중들이 노동의 주인 됨을 부르짖는 ‘해방춤’이요 ‘일춤’인 것이다.

노동의 온갖 힘든 과정뿐만 아니라 그 힘든 과정의 결실을 빼앗으려는 모든 외부의 억압세력의 ‘살(煞)’을 신을 불러 한바탕 푸는 것이 신명인 것이다. 여럿이 모여 공동의 염원을 달구어 집단적으로 푸는 것이 신명이다. 혼자서는 좀처럼 달구어지지 않는 것이 굿판의 신명인 것이다.

▒ 신은 어떤 모양으로 굿판에서 현현하는가?

그런데 신은 어떤 모양으로 굿판에서 현현하는가? 그것은 일과 놀이의 분리, 사람과 신의 분리, 개인과 사회의 분리, 사람과 자연의 분리, 성과 속의 분리, 계급의 분리 등등의 온갖 ‘분리 살’을 풀려는 온갖 사람의 몸짓으로 온다. 살풀이 춤, 탈춤, 풍물 춤들뿐만 아니라, 집단적 신명판에서 흔들어대는 모든 몸짓으로 신명은 오고 신은 나는 것이다. 우주의 소리를 담았다고 하는 풍물가락, 농악가락에 신도 공명(共鳴)하는 것이다.

우리의 전통가락이라 할 수 있는 풍물가락의 구성은 ‘내고 달고 맺고 푸는’것을 그 기본 가락 구성으로 하고 있다. 이 맺고 푸는 리듬이 바로 계절의 흐름을 따라 살아가는 우리 농민들의 일의 리듬이요 일과 놀이의 절기 리듬인 것이다. 삶의 리듬이었던 것이다. 그 삶의 리듬을 소리로 푸는 것이 풍물이고 춤으로 푸는 것이 일춤인 것이다. 이것이 굿판에서 일어나는 우리의 신명인 것이다.

신명이 굿판에서 사람을 통해 외부로 표출되는 소리와 가락과 춤이 곧 굿의 미학이다. 흔히 ‘멋’으로 표현되는 이 예술적 신명은, 사람과 신이 일과 놀이가 개인과 집단이 분리 되지 않는 집단적인 ‘흥’이요 해방의 ‘기운’인 것이다. 신을 불러서 신을 달래고 신과 함께 노는 것이 모든 굿의 기본 구조인바 신명은 굿의 시작이요 굿의 끝인 것이다. 그래서 굿판에서 신명이 빠지면 바로 죽은 굿이 돼 판이 깨지기 십상이다. 신명은 굿을 우리문화의 꽃으로 그리고 축제로 승화시키는 바람들 중에, ‘한과 멋’이 징그럽게 어우러지는 ‘신바람’이다.

그러면 어떻게 우리의 전통적인 이 신명을 교회의 예배 속에 끌어들일 것인가? 어쩌면 교회의 거룩한 영인 성령의 바람이 우리의 신명을 이르는 말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오순절 다락방에서 뜨겁게 달아오른 예수님 제자들 사이에 오신 영이 바로 신이 내린 신명의 모습일 것이라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다른 것이 있다. 성격과 정신은 같아도 표현하는 방법과 형식이 다르다. 표현 형식은 문화일 터, 그것은 각 민족마다 살아온 역사의 조건과 삶의 모습이 다른 것만큼 서로 다른 것이 자연스럽다.

▒ 오늘 우리 교회의 예배는 너무 거룩하다.

하지만 오늘 우리 교회의 예배는 너무 거룩하다. 교회는 성스러운 장소로 세속의 장소와는 철저하게 구분 짖는다. 그래서 교회에서 하는 말과 행동은 밖에서의 그것들과 다르고, 따라서 교회에서 하는 생각 또한 교회 안과 밖이 달라지기가 십상이다. 성과 속이 너무 확연히 분리된다.

교회는 너무 거룩해 놀이나 축제가 허용되지 않는다. 교회는 마치 죄의 회개와 고백의 장처럼 을씨년스럽기만 하다. 하느님께 드리는 찬송이나 성가도 모두 서양의 그것들로 너무 엄숙하고 장엄하며 거룩하다. 그런 음악을 듣는 사람들로 하여금 한없는 신의 위대함과 더불어 한없는 인간의 나약함을 느끼게 하기에 충분하다.

그런데 예수님은 어떠했는가? 그 분은 왕으로 오신 이도 아니었고, 섬김을 받으러 오신 이는 더더욱 아니었다. 식민지 백성 중에서도 낮고 천한 목수의 아들로 집하나 없어 말구유 위에서 태어나신 분이었다. 그리고 가장 낮고 천한 사람들과 허물없이 친구처럼 어울리며 밥도 함께 먹고 혼인잔치에도 참가해 몇날 며칠을 그들과 함께 노신 분이다.

율법에 얽매여 억지 죄의 굴레에서 삶의 권리를 제대로 누리지 못하고 있는 민중들에게 “그건 너희 죄가 아니라고” 그들에게 씌어졌었던 죄의 그물망을 벗겨주었던 분이시다. 몸 중에서도 가장 더러운 발을 손수 씻겨주었던 분이시다. 무엇보다 온갖 허위 권력으로부터 약한 자들을 해방시킨 분이셨다. 그들이 부당하게 빼앗긴 삶의 권리를 회복시켜 삶이 고통에서 축제가 되게 하신 분이셨다.

그런데 오늘날 교회에서는 복음의 초점을 예수의 구속사에만 두고 끊임없이 교인들의 죄 성을 강조하는 ‘죄의 설교와 회개’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 어쩌면 그것이 교인들을 교회 안에 붙잡아 두는 가장 효과적인 ‘겁주기’ 방법일 지도 모르겠다. 이 방법은 서구 중세 교회가 수백 년 사용 해 이미 효과를 본 검증된 방법이다. 죄의 설교를 통해 교인을 교회 안에 그리고 성직자 밑에 무릎 꿇도록 하는 것이다.

이런 죄의 설교와 죄의 고백으로 인해 교회는 죄들로 넘쳐났고 아이러니 하게도 예수님도 어쩔 수없이 성직자들에 의해 교회의 볼모로 잡혀있을 수밖에 없었다. 죄인이 있는 곳에 예수님도 함께 있어야 했을 것이니 말이다. 예수님은 아직도 교회의 높은 십자가 첨탑 위에 그리고 죄를 설교하는 단상 뒤의 십자가에 매달려 그가 사랑하고 해방시키려는 인간에게로 꼼짝없이 한발 짝도 내려오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젠 교회 안에 그동안 그득히 쌓아 놓은 죄를 걷어치울 차례다. 성과 속을 구분하는 담을 헐어 버릴 차례다. 첨탑 꼭대기에, 강대상 뒤의 십자가에서 예수님을 내려놓을 차례다. 죄의 설교가 아니라 해방의 선포를 통해 거룩해서 너무 높이 메어 놓았던 신을 내려오게 할 차례이다. 그래서 인간과 함께 어우러지도록 해야 할 차례다. 죄의 고백과 회개로 넘쳐나는 눈물바다 예배가 아니라 신과 함께 노는 축제의 ‘예배굿’이 돼야 할 차례다.

그런 예배굿이 되려면 먼저 교회 안으로 우리 가락과 춤을 들여와야 한다. 그래야 신명이 나는 것이다. 교인들이 전체 풍물 판굿을 뛰고 한바탕 신바람나게 놀면서 서로 응어린 진 것도 풀고 용서하며 공동체의 정신을 의지를 다져나가야 한다. 하느님도 죄에 눌려 울고 짜는 인간보다는 인간처럼 먹고 놀기를 좋아하신다. 인간의 배고픔을 아시고 희노애락을 아시는 하느님이 참 신인 것이다. 그 신이 바로 인간의 몸을 입고 오신 예수님이다. 예수님과 우리의 희노애락을 함께 놀며 푸는 것이 바로 굿판의 신명이다.

이젠 교회의 예배도 그런 ‘신명의 예배굿’으로 나아가야 한다. 거룩해서 너무 거룩해서 높이고 치장한 교회 십자가에 박제된 채 매달린 2000년 예수님의 수인생활은 길어도 너무 길지 않은가. 이젠 그 분을 내려놓아야 한다. 회칠한 교회라는 무덤에서, 장식품 십자가에서 그분을 내려놓고 담을 헐어 텅 빈 마당이 열리도록 해야 한다. 그 벽 없고 열린 마당에서 사방에서 보여든 예수님의 친구, 민중들과, 씨알들과 함께 예수님의 어깨가 절로 덩실덩실 신바람나게 춤출 수 있는 굿판을 벌려야 한다.

공생의 생명마당으로 예배굿

우리 굿에 들어있는 만물신관사상 속에는 우주적인 생명관인 조화사상이 깃들어있다. 우리 굿에는 장소에 따라 크게 가택굿과 당산굿으로 나눠지는데, 이 둘 모두 집과 마을이 주변 자연과 하나로 어우러지는 풍수사상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개인굿의 가택굿인 경우는 집 앞마당에는 들녘의 연장으로 지신이, 장독과 뒷마당에는 산등성이를 타고 내려온 천룡신이, 집을 떠받치고 있는 대청 대들보에는 마을 앞산에서 내려 온 성주신이, 광에는 들녘에서 추수해 온 온갖 업(業)신들이, 부엌에는 밥을 지켜주는 조왕신이, 안방 윗목에는 하늘 땅 사람, 천지인이 힘을 합쳐 생명을 탄생케하는 삼신이, 문에는 비, 바람의 자연 재해와 외부 침입으로부터 마을을 지키는 앞 산골에서 내려온 문신 등등이 가택신들로 집안의 안녕과 복을 지켜준다고 믿었다.

마을굿의 당산굿은 마을을 지켜준다고 믿는 마을 앞 당산에는 산신이, 골짜기에는 골막이 신이, 마을을 둘러 흐르는 물길에는 수구맥이 신이, 마을 우물에는 용왕신이, 그리고 들녘에는 지신이 각각 마을을 지켜준다고 믿었다. 이렇듯 마을을 지켜주는 자연 만물신들과 집을 지켜주는 신들이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돼있다. 이 신들은 배산임수의 풍수사상을 기본으로 사람의 마음속에 일상생활 속에 깃들어 인간과 함께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이런 굿에 들어있는 자연 만신관은 자연스럽게 자연의 생명체들에 대한 경외감을 갖게 했다. 수백 년 마을의 역사와 함께 살아온 마을 어귀 느티나무나 팽나무 등은 자연스럽게 그 마을의 수호신 격인 당산나무가 되었고, 산 속의 큰 바위등도 신앙의 대상이 되었다. 단지 오래되고 거대한 것뿐만 아니라 집 안에 사람과 함께 살아온 구렁이나 두꺼비들도 신성시 해 함부로 대하지 않았다. 땔감을 위해 나무를 벨 때나, 묘를 쓰기 위해 산의 땅을 팔 때도 아무렇게나 함부로 나무를 베거나 따을 파지 않았다. 신을 대하듯 산과 나무와 땅을 공경하는 자세로 자연을 대했다. 그렇지 않을 경우 하늘로부터 벌을 받을 거라고 믿었던 것이 우리 토속신앙인 굿의 세계관이었던 것이다.

사람과 자연을 자연과 신을 구분하지 않았던 것이 굿의 세계관이다. 만신적인 성격의 굿을 고등종교인 유일신의 기독교 관점으로 보면, 이는 원시적인 비과학적 미신으로 밖에 안보일 것이다.

하지만 서구 기독교와 과학의 역사를 보자. 사람을 만물의 영장으로 생각하고 자연을 정복의 대상으로 밖에 보지 않았던 서구 근대화의 계몽주의 발달사를 “탈 주술의 역사”로 규정 짖은 사람은 근대 역사사회학자 막스 베버였다. 자연의 신비를 과학으로 활딱 벗겨버리고 노예처럼 정복해야 한다고 말했던 사람은 근대 서구 과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베이컨이었다. 자연은 모두 다 측정할 수 있는 수에 불과해 자연의 모든 움직임은 측정할 수 있고 예측할 수 있다고 한 과학자가 갈릴레이였다.

그러한 과학적 사고를 바탕으로 서구 유럽 국가들은 근대 산업혁명을 주도하고 근대 계몽주의 시민사회를 완성시켰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자본주의라는 물질 만능주의를 사생아로 탄생시켰고 그 최악의 결과가 제국주의 국가들 간의 충돌로 빚어진 20세기 양차 세계대전이었던 것이다.

이런 과학적 세계관은 20세기 초반에 소위 양자역학이라는 현대 물리학의 출현으로 자연은 다시 신비에 감싸이게 된다. 자연은 결코 원자들로 고정된 실체가 아니며 때로는 입자로 때로는 파동으로 구성된 에너지로 고정된 위치도 일정한 형태도 가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연은 보는 사람에 따라, 측정하는 사람에 따라 그 위치와 값이 달라져 근사치 외에는 정확한 측정이 절대 불가능 하다고 백기를 든 것이 바로 현대물리학을 연 하이젠베르그의 “불확정성의 원리”라는 것이다.

고전 물리학이 벗겼다고 생각했던 자연의 신비에 대해 현대 물리학은 백기를 들었을 뿐만 아니라, 20세기 중, 후반에 이르러서는 생물학, 심리학, 환경학, 생태학 분야들에서 줄줄이 기존의 과학적 자연관과 세계관을 뒤 엎는 학설이 제기되었다.

지구는 그 자체로 하나의 거대한 생명체여서 스스로 균형 작용을 한다는 James Lovelock의 지구생명론인 “Gaia 이론,” 생물체계들 스스로가 역동적인 자기 조직 원리 의해서 진화 발전해 나간다는 Ilya Prigogine의 “자기조직 체계론(Principal of Self-Organization),"과 Erich Jantsch의 “자기 조직 우주론(The Self_organizing Universe),” 모든 조직들의 본질에 있어서는 정신적이라고 규정한 Gregory Bateson과 장회익의 “온 생명”이론 등등은 모두 공통적으로 자연은 단지 인간의 손에 의해 마음대로, 무한정 조작될 수 있는 물질이 아니라 그 자체로 하나의 거대한 생명체라는 것이다. 이런 자연 생명론, 지구 생명론, 우주 생명론은 우리가 미신이라고 여겼던 우리의 토속신앙 굿신앙에 이미 다 들어있었던 것이었다.

단지 우리 조상들은 이런 사실을 과학적으로 분석한 것이 아니라 생활에서 몸으로 마음으로 실천한 것이다. 그것도 신격화 시켜서 철저하게 일상생활 속에서 실천했던 것이다. 우리가 과학이라는 도구적 잣대로 쫒아냈던 미신을 다시 과학이라는 도구로 미신이 아니라고 증명해 준 것은 참 아이러니하기만 하다.

그러면 후기 산업사회의 가장 절실한 문제로 대두되고 지구 생태계의 위기에 직면해서 교회는 어떤 입장을 지녀야 하는가? 교회의 예배는 어떤 내용을 담는 예배가 돼야하는가? 답은 명확하다. 교회는 그동안 분리되어 왔던 인간과 자연, 자연과 신과의 관계, 그리고 천지인으로 대변되는 신 자연 인간 상호간의 ‘공생적 생명관’을 교육시키는 교육의 마당이 돼야한다.

아울러 교회의 예배는 그동안 억압 받아온 모든 자연미물의 원을 풀어주고 자연 생명권의 권리를 선포하는 예배굿이 돼야한다. ‘생명굿’이 돼야한다. 과학이라고 생명을 해치고 죽이는 것이라면 당장 버려야 할 것이고 생명을 살리는 것이라면 그것이 설령 미신이라 한다 할지라도 받아들여야 할 것 아니겠는가? 생명의 신이 하늘님이요 하느님인 까닭이다.

이젠 우리의 ‘살림의 문화’인 생태학적 굿의 정신을 과감히 예배문화로 자랑스럽게 창조적으로 정착시켜야 할 때이다. 사람만을 위한 예배가 아니라 땅을 위한 흙을 위한 그리고 그 안에서 살아가는 모든 자연생명체들을 위한 예배가 돼야한다. “예수님이 다시 이 땅에 오신다면 십자가대신 똥 짐을 지실 것이다”라는 권정생 선생님의 말씀을 우리는 귀로 담아 마음에 새겨야 할 것이다.

닫는 글

오늘날 우리의 교회예배는 너무 거룩하고 경건하다. 그런 예배에는 예수님이 함께 어울렸던 민중들이 감히 들어갈 수가 없다. 이제는 거룩과 경건의 예배에서 치성과 정성으로 민중의 정서를 담을 수 있는 예배굿이 돼야 한다. 넘쳐나는 죄의 억지 고백과 회개의 예배에서 생명의 흥을 빼앗으려고 민중의 몸과 마음에 박힌 온갖 살(煞)을 푸는 해방의 예배굿이 돼야한다. 예수 믿으면 복 받는다는 시장교회예배에서 밥을 함께 나누는 밥상공동체로 나눔의 예배굿이 돼야한다.

신과 인간을 떼어놓고 성과 속을 갈라놓고 사제와 평신도를 구별하는 예배에서 신이 내려와 사람과 함께 신바람나게 놀며 온갖 구별의 장벽을 걷어치우는 신명의 난장 예배굿이 돼야한다. 사람이 만물의 영장이라고 사람들만 모여 드리는 예배에서 인간은 자연의 모든 생명체들과 더불어 사는 한 생명체뿐임을 겸손하게 인정하고 자연의 온갖 미물들까지 예배에 참석시키는 공생의 예배굿이 돼야한다.

로마화 서구화 미국화 된 예배에서 우리의 예배굿이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오천년 우리 민족과 함께 우리 의식 속에 피 속에 이어 내려온 우리 소리, 우리 가락, 우리 춤을 교회 안으로 들여와야 한다. 예배굿은 예수님의 삶과 하느님나라 선포와 친구 되어 어울리던 제자들과 민중들의 희노애락을 모두 담아낼 수 있는 우리 예배의 틀, ‘마당’이다.

하느님은 제국주의 로마의 칼의 찬가에 귀를 막았듯이, 이라크를 향한 공격이 성공하게 해 달라는 백악관의 기도에도 혀를 찰것이다. 하느님은 어떤 이유에서든 공격당하고, 빼앗기고, 굶주리고, 쫒겨나고, 매맞고, 업신당하고, 무시당하는, 약자들의 ‘비나리’에 귀를 기울이실 것이다. 하느님의 정의는 약자에게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교회의 존재이유이다. 약자의 예배가 바로 ‘예배굿’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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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장  sinawy20@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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