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로봇이라면 역시 일본인데, 일본에서 로봇산업이 발달하게 된 데에는 종교적, 사회문화적 이유가 있다죠?

네, 영국 이코노미스트지는 연말 특집판에서 일본의 로봇산업을 분석하면서, 일본인들이 로봇에 열광하게 되는데에는 종교적인 이유, 그리고 사회문화적인 이유가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미국에서 로봇이라면 자동차 만들 때 사용하는 팔모양 로봇, 그리고 전쟁터에 투입되는 작은 탱크 모양의 전투용 로봇 정도를 상상할 수 있는데요, 일본에서는 사람 모습을 한 이른바 휴머노이드 또는 사이보그 형태의 로봇이 상상됩니다.

▲혼다의 로봇 '아시모'

저만 해도 로봇이라는 말을 들으면 제일 먼저 머리에 떠오르는게 다자이 오사무의 “아톰” 일본 이름으로는 ‘아토무’라는 어린이 모습의 로봇입니다. 그리고는 한자로는 ‘마신’(魔神)이라 쓰는 ‘마징갗, 그리고 한자로 ‘대마신’이라고 쓰는 ‘그레이트 마징갗 등이 제가 좋아하는 일본 만화영화였습니다. 그리고, 최근에는 프랑스 영화인 “제5원소” 그리고 미국 영화인 “매트릭스”에 영향을 미친 “공각기동대”라는 만화영화에서도 주인공들은 휴머노이드, 사이보그 즉 인간 모습을 한 로봇입니다.

이에 반해, 서양에서는 인간 모습을 한 로봇에 대해 거부감이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프랑켄슈타인이죠. 머리에 수술 자국있고 무시무시하게 생긴 괴물입니다. 이렇게 서양에서는 인간 모습을 한 오토마톤, 즉 스스로 작동하는 기계에 대해 문화적인 저항감이 있었습니다.

로봇을 귀엽고 이쁘다고 좋아하는 문화와 프랑켄슈타인 처럼 무시무시한 것으로 싫어하는 문화가 있다면 당연히 좋아하고 이뻐하는 문화에서 로봇산업이 발달하겠죠. 그래서, 일본이 로봇산업에서 세계 1위가 된 것이라고 이코노미스트는 분석하고 있습니다.

Q. 자, 그러면 일본인들이 로봇을 좋아하게 된 종교적 이유가 무엇인가요?

이코노미스트지는 일본의 신토(神道)에 주목합니다. 기본적으로 일본 신토는 애니미즘(animism)의 요소가 강한데요, 애니미즘이라고 하면 산과 바다, 나무 이런 사물들도 영성을 가진다는 겁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아주 오래된 나무들은 신성한 영성이 있어 함부로 다루면 벌을 받는다는 생각들이 있어왔는데, 이런 것이 애니미즘이죠.그런데, 이 애니미즘이 일본에서 훨씬 강합니다.

일본 영화나 일본 아니메, 즉 만화영화들을 보다보면, 나무들이 살아 움직이고 진흙이 살아 움직이는 등 자연의 사물들이 살아 움직이는 장면들이 아주 많습니다. 그리고, 귀신들도 많이 나오구요. 어떤 인류학자의 말에 따르면, 이 세상에서 귀신이 가장 많은 나라는 일본이라고 하는데, 이렇게 일본사람들은 자연의 모든 사물들이 영혼을 가지고 있다는 세계관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이렇게 사물에도 영혼이 있다보니, 인간과 사물이라는 이분법이 존재하지 않고, 그러다보니 사물이 영혼을 가진 것 처럼 움직이는 것에 대해 거부감이 적다고 합니다. 움직이는 사물이 인간에게 호의적이기만 한다면 친구도 될 수 있는 거죠. 아톰처럼 말입니다.

하지만, 서양에서는 신에 의해 창조된 인간만이 영성을 가지는 것이고 사물은 그렇지 않다는 이분법이 있습니다. 따라서, 사물이 마치 영혼을 가진 것처럼 움직이게 되면 공포감을 주게 됩니다. 그것이 프랑켄슈타인이라는 상상으로 나타나게 되는 거죠.

최근 휴머노이드 로봇으로 가장 유명한 것이 혼다가 개발한 “아시모”(ASIMO)인데요, 지난 번에 뉴욕증권거래소에서 개장을 알리는 벨을 울려서 아주 유명해진 로봇입니다. 두발로 걸어다니고 혼자 계단도 올라가고 유명인사들에게 인사를 건네고 악수도 하는 로봇인데요, 혼다는 이 로봇을 개발하기 전에 혹시난 서양사람들이 인간 모습의 로봇을 만드는 것에 대해 거부감을 보이지 않을까 해서 로마교황청에 공식적으로 자문을 구하기까지 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혼다의 아시모는 얼굴 모양이 안보이는 아폴로 우주인들이 쓰는 헬멧 같은 것을 쓰고 있는 모습입니다. 거부감을 덜 주려 했던 거죠.

Q. 아주 흥미로운데, 그럼 일본인들이 로봇을 좋아하는 사회문화적 이유는 무엇인가요?

네, 일본사람들은 겉으로 보면 다른 사람들에게 매우 예의바릅니다. 어떻게라도 폐를 끼치지 않겠다는 것이 일본 사람들의 의식인데요, 이것이 일본사람들로 하여금 남들을 만나는 것을 대단히 피곤하고 불편한 것으로 만들고 있다고 합니다.‘이렇게 행동하면 저 사람은 어떻게 생각할까’ ‘혹시나 불쾌하게 생각하지나 않을까’ 뭐 이런 생각을 끊임없이 하면서 남들을 대한다고 하는데요, 반대로 자기 자신도 남들에게 자기가 보여주고 있는 정도의 예의를 마음으로 요구하고 있는 거죠. 일본 사람들의 사회생활은 이렇게 피곤한 것이라서, 사실은 일본인들은 사회생활을 싫어한다고 합니다. 마지못해서 모임도 갖고 회식도 하지만, 사실은 타인을 무척이나 불편해 한다고 합니다.

이렇게 같은 일본사람들끼리도 불편하게 생각하는데, 다른 문화를 가진 사람들과 함께 사는 것에 대해서는 오죽 불편해 하겠습니까? 이코노미스트지는 일본인들이 로봇 개발에 열을 올리는 이유 중 하나는 이방인들을 불편하게 생각하는 일본의 자문화중심주의, 폐쇄성이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일본은 급속히 고령화되고 있고, 이에 더해 출산율이 떨어지고 있기 때문에 결국 많은 일손이 부족하게 될 것입니다. 그래서, 최근 일본에는 필리핀 출신 간호사들이 들어오고 있는데요, 35만명의 훈련된 간호사를 보유하고 있는 필리핀에서는 계속해서 자기나라 간호사들이 더욱 많이 일본에서 일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습니다. 더욱 많아지고 있는 일본의 고령자들이 아주 낮은 임금의 필리핀 간호사들로부터 간호를 받게 된다면 양쪽 모두에게 이익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에 대해 불편해 하는 일본 사람들은 외국인들과 어울려 사는 것을 싫어합니다. 그래서 일본 사람들은 예상 못 했던 식의 반응이 나와 당황스럽게 하는 외국인들보다는 자신들 식으로 프로그램한 사이보그 로봇한테서 간호를 받는 것을 훨씬 더 편하게 생각한다는 겁니다. 일본은 앞으로 부족해질 노동력을 메꾸기 위해 이민정책이 아니라 로봇개발 정책을 택하게 되었다고 이코노미스트지는 분석했습니다.

그러니까, 일본의 로봇산업의 뿌리에는 일본인들의 폐쇄성, 인종주의, 종족주의 같은 것이 있다는 겁니다. 일본인들이 얼마나 타인을 불편하게 여기는 지는 최근에 인기를 끈 영화를 보면 알 수 있는데요, “히노끼오”라는 이 영화에서, 주인공인 학생은 학교에 가서 친구들을 만나는 것이 싫어 자기처럼 생긴 로봇을 대신 학교에 보내 그 로봇이 보내는 화면을 통해 친구들과 교제를 한다고 합니다.

어쨋건 일본의 로봇산업에 대해 종교적인 원인, 사회문화적 원인을 찾은 것은 매우 흥미로운데요, 이 글을 쓴 이코노미스트 기자는 소니의 휴머노이드 로봇인 ‘큐리오’(Qrio)를 옆에 놓고 소니관계자와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자기도 모르게 큐리오를 영어로 ‘him', 그러니까 처음에는 ’it'이라고 했는데, 큐리오가 자기에게 반응을 보이니까 자기도 모르게 큐리오를 'him'이라 부르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사물도 반응을 보이니까 사람같다는 겁니다. 일본에 살다 보면 그렇게 될 것 같습니다. 로봇도 살아 움직이고, 산도 활화산이아서 살아 움직이고, 땅도 살아움직이고, 나무도 움직이고, 바다에서는 쓰나미가 오고... 이런 것을 경험하다 보면 애니미즘을 믿게 되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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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규 님은 국제문제평론가로 활동 중이며, 현재 EBS 김민웅의 시사월드에 고정 게스트로 출연 중입니다. 이 글은 방송 내용을 정리한 것입니다.

김동규  athenian8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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