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덕우 변호사(가운데)와 한홍구 전의경폐지국민연대 대표(오른쪽, 성공회대 교수)가 25일, 종로5가 기독교회관에서 촛불집회 진압 의경 양심선언이 부모 반대로 중단된 뒤 ‘전의경 제도 관련 헌법소원’ 등 앞으로 방향을 설명하고 있다. ㅣ 김보람

“전의경 중에도 나 같은 사람이 있음을 그리고 내부고발자로서 그 안이 얼마나 폭력적으로 운영 되는가를 드러내어 젊은 애들을 사지에 내몰고 시위대와 충돌하게 만드는 정부에게 항의하고 싶었습니다.”
촛불집회 막느라 고생했다고 받은 ‘특박’을 나온 한 의경이 ‘더 이상 진압 도구가 되지 않겠다’며 부대복귀를 거부하고 있다.

이아무개 이경(서울 중랑경찰서 방범순찰대)은 ‘전의경제 폐지를 위한 연대’ 등의 도움으로 25일, 기독교회관에서 양심선언을 한 뒤 NCCK에서 농성에 들어갈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부모의 반대로 양심선언이 지연되다 부대복귀 시간인 저녁 8시를 넘긴 지금, 서울시경 경비과장의 검거지시를 피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인권실천시민연대 등에 “여전히 귀대할 생각이 없다”는 뜻을 밝혀왔다.

그는 특히 5월31~6월1일 진압과정에서 시민들과 맞닥뜨린 경험에 괴로워하다 24일, ‘특박’을 나오며 부대복귀 거부를 결심했다고 밝혔다.

“시위대는 적, 보이지 않게 때려라”... 내부 폭력도

그는 이날 양심선언에 앞서 ‘전쟁 없는 세상’ 활동가와 인터뷰(오마이 게재)에서 “촛불 진압 뒤 양심이 하얗게 타들어가고 있는 것 같았다”며 “진압을 피하기 위해 일부러 다치거나 다른 부서로 가려했지만 잘 되지 않았고, 도피가 아닌 저항을 결심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내부에서는 시위대에 대한 공포감을 조성하고 있고, 무리한 진압일정은 생각할 시간을 주지 않는다”며 “시위대는 자신을 피곤하게 만드는 적이며, 그 적을 빨리 쓸어내는 것은 그저 업무로서 여긴다”며 내부 상황과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지휘관과 선임들은 ‘때려라. 때리는데 보이지 않게 때려라. 요즘에는 다들 카메라가 있으니 엄하게 찍히지 말고 방패를 살짝 들어 정강이를 차라’고 가르친다”고 밝혔다.

그는 또 “애들을 긴장시키고 군기를 잡는다는 명목으로 시위출동 전후에 버스 안에서 얼차려를 받거나 맞았다”며 “촛불집회가 계속될수록 구타 등 가혹행위가 심해졌다. 7월에는 매일 맞은 거 같다”고 말했다.

이덕우 “헌법소원 등 지원할 것”

한편 이덕우 변호사(민변 소속, 진보신당 공동대표)는 “이 이경은 '보이지 않게 때려라'는 등 말도 안 되는 명령에 복종해야 하는 상황에 힘들어 했다”며 “그러나 당사자 의지가 확고해도 부모님이 강경한 입장이기 때문에 기자회견이 가능할 것 같지 않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이 변호사는 “전의경을 앞세워 시위대를 진압하는 것은 헌법 위반이며, 전의경 인권 뿐 아니라 그들 부모님 인권도 침해하는 것”이라며 “전의경과 부모님 누구라도 헌법소원을 원한다면 가능하고, 민변 등 동료 변호사도 뜻있는 소송에 임할 준비가 되어있다”고 밝혔다.

오창익 인권실천시민연대 사무국장은 “스무 살 남짓한 전의경은 소모품이 아닌 대한민국의 미래”라며 “정부는 진압이 아니라 국민과 대화에 나서야한다”고 말했다.

김보람 기자  gimboram@naver.com

<저작권자 © 에큐메니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