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월동성당 지하 요셉관에서 농성중인 이길준 이경. 이용석 상황실장이 "(이 이경은) 기자회견 이후 잇따른 인터뷰 요청에 많이 지쳐 있다"고 만류해 직접 대화를 나누지는 못했다. ㅣ 김보람

“스스로 목소리를 내기 위해서라지만 시대가 져야 할 책임을 한 사람에게 너무 크게 지우는 것 같습니다. 본인 뜻이 확고하고 많은 사람이 지지한다 해도 그가 져야할 짐이 가벼워지는 것은 아니니까요. 그가 더 기쁘게 홀로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최정민, 이용석 활동가

이길준 “국민을 적으로 보라는 정부”

이명박 정부가 참여정부의 전의경제 폐지계획을 재검토하고 있는 가운데, 한 의경의 ‘촛불시위’관련 ‘양심선언’을 계기로 ‘전의경제 폐지’ 목소리가 더욱 커지고 있다.

이길준 이경(서울 중랑경찰서 방범순찰대, 25세)은 ‘촛불’진압 ‘특박’을 나와 복귀를 거부하고 지난 27일, 양천구 신월동성당에서 ‘전의경제도 폐지’를 주장하며 무기한 농성하고 있다.

“힘든 시간 동안 전 일단 어떤 식으로든 도피를 모색했지만 어느 순간 더 이상 도피는 답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지금 저를 억압하는 것에 대해 분명한 목소리로 저항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느꼈습니다.” - 양심선언 <나는 저항한다> 일부

그는 특히 “우리를 사지로 내몬 권력은 어디 숨었는지 보이지 않고 암묵적으로 적이라 상정된 시위대를 향해 분노를 표출해야 한다”며 “사회 안녕과 질서를 위해서라면 갓 스물 젊은이들이 폭력과 억압 도구가 되어도 괜찮은 것이냐”고 반문했다.

어청수 “치안공백 우려, 1만여명 존치”

전의경제도(전환복무제도)는 이승만 정부가 미군에 작전 지휘권을 넘긴 뒤 대간첩 작전을 빌미로 창설한 뒤 지금껏 유지되면서 ‘값싼’ 시위진압 도구로 활용해 왔다.

노무현 정부는 지난해 병역제도 개선안에서 “도입취지 퇴색과 군복무 형평성” 등을 거론, 대체복무제를 2012년까지 단계 도입하면서 전의경 축소·폐지방침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치안공백·예산문제 등을 계기로 전의경제도 폐지계획을 사실상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있다.

특히 어청수 경찰청장은 1월 인사청문회 때부터 “정부 계획대로 전의경을 폐지하면 집회시위관리와 청와대 등 중요시설 경비 등 치안업무 공백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는 또한 “추진 중인 ‘전의경 감축과 대체 경찰관 충원’은 계획대로 하되, 2011년 이후 전의경 1만 명 이상이 유지될 수 있도록 예산당국·국방부·병무청 등 관계부처와 협의하겠다”고 했으며 이를 추진 중이다.

▲ 농성장 입구에 걸린 응원의 말. ㅣ 김보람

‘집회시위’ 보호 아닌 통제하려는 것이 문제

최정민 평화인권연대 활동가는 30일 전화통화에서 “전투경찰대설치법에 치안유지 항목이 들어간 것 자체가 위헌”이라며 “국방의무를 다하려는 국민 노동력을 부당하게 착취하는 것”이라 주장했다.

국방의무를 위해 징집한 사람을 일방으로 차출하는 문제뿐 아니라, ‘설치목적’인 대간첩 대응을 벗어나 ‘치안유지’로 목적을 확장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그는 또한 “경찰이 시위대보다 많은 전의경을 배치하는 것은 집회시위를 보호대상이 아닌 통제대상으로 보기 때문”이라며 “많은 병력 유지하기 위해 예산이 부족하다는 것 자체가 반인권 시각”이라 말했다.

경찰 “이 의경, 빨리 돌아오라”

한편 박종수 총경(서울 중랑경찰서장)은 전화통화에서 이 이경이 양심선언 한 것에 대해 “강제징집이 아니라 본인이 지원해서 온 군 생활을 중간에 못하겠다고 하는 것도 이율배반이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는 이어 “이 이경에게 하고 싶은 말은 ‘빨리 돌아오라’는 말 뿐”이라며 “젊은 남자가 나라를 지키는 것을 거부하면 그 나라는 다른 나라 노예가 될 수밖에 없다. 국방의무를 다하는 것은 국민의 의무”라 강조했다.

최정민 활동가는 이에 대해 “선택 폭이 좁은 징병제도 아래서 의경을 지원한 것은 사실상 원해서 하는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전의경제도는 개선하거나 보완할 여지가 있는 것이 아니라 폐지해야 하는 것”이라 주장했다.

▲ 이용석 전쟁없는세상 활동가. ㅣ 김보람

현재 이길준 이경과 전의경제도폐지를위한연대 관계자 등은 농성장에서 매일 저녁 릴레이 강연(오후7시)과 촛불집회(오후8시30분)를 진행한다.

이용석 전쟁없는 세상 활동가(농성장 상황실장)는 “촛불집회로 시민들에게도 전의경제 폐지는 아니더라도 현 시위진압방식에 반대하는 등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며 “전의경제 폐지를 위해 의견을 모으고 있고 민주노동당 등 야당도 노력할 것”이라 밝혔다.

그는 “서울경찰청장(한진희)의 길준 씨 병역거부에 대한 대응이 2~3일 뒤에 결정 날 것 같다”며 “상황을 지켜보고 논의하여 활동계획을 세울 것”이라 말했다.

김보람 기자  gimbora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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