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큐메니안은 2006년 새해를 맞아 에큐메니칼 운동에 헌신하고 있는 <에큐메니안>들의 의견을 듣는 기획 인터뷰를 시작한다. 한국 사회의 민주화가 정착기로 접어들면서, 한국 민주화운동의 주요한 기여자였던 에큐메니칼 운동은 오히려 침체기를 겪고 있으며, 새로운 운동을 열기 위한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현실 인식에 대해 활동가들의 의견을 듣는다.

▲이근복 목사.

이근복 목사는 에큐메니칼 운동의 활성화를 위해 "지역의 바닥 조직의 소리를 듣는 것부터 시작해야한다"고 말했다.

최근 에큐메니칼 운동이 침체기라고 느끼는 것에 대해서 이 목사는 "과거의 거대 담론적 운동에서 최근에는 이해관계와 연계된 운동으로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나름대로 설명하면서, 그런 가운데 "교회 조차 이익단체가 될 수는 없지 않느냐"며 다소 협소해지고 운신하기 힘들어진 상황을 이유로 꼽았다.

NCC 조차도 <발전과개혁을위한특별위원회>를 구성할 정도로 에큐메니칼 운동 진영에 새로운 모색을 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데 대해, "NCC는 교단협의체로서 어쩌면 당연한 결과"라고 말했다. 이 목사는 NCC도 먼저 "지역 운동을 지원하고, 그 소리를 듣기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라면서, 대안으로 "지역협의체 대표들과 에큐메니칼 단체 대표들에게 문호를 개방할 것"을 제시하였다.

특별히 금년이 NCC의 실질적인 대표라 할 수 있는 총무를 선임하는 해로, 지난 총무들에 대한 평가와 새 총무에 대한 바램이 공공연히 이야기되고 있는 것과 관련해 이 목사의 의견을 묻자, 이 목사는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라고 말하고 입을 닫았다.

다만 이 목사는 자신은 "자유롭다"는 한마디를 던졌다. 지난 한해 가장 바빴던 인물 가운데 한 사람으로 각종 집회와 시위는 물론이고 최근 성직자 시국선언에도 대표로 참여한 이 목사는, 그러나 자신은 "교단에서도 자유롭고, NCC에서도 자유롭다"며 웃었다.

교단 등의 공적 지위를 가지지 않아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다'는 말이겠으나, 대표적인 에큐메니칼 운동가로서 소속된 예수교대한장로회(통합)에서도, 또 교단협의체인 NCC에서도 '자유'로운 것이 못내 서운한 것은 아닌지. 확인한 바에 의하면 이 목사는 단체 대표도 참가할 수 있는 NCC 소위원회의 위원으로만 참여하고 있다.

▲교단과 NCC에서 "자유롭다"는 이근복 목사는 그러나 자유롭지 않은 그 누구보다도 바쁘게 새해를 맞이했다.

예장(통합) 총회장 안영로 목사는 2006년 신년사에서 "복음적 에큐메니칼 신학을 기초로 국내외 연대사업을 주도하겠다"고 밝혔다. 이미 에큐메니칼 운동을 주도하고 있는 이근복 목사가 '복음적 에큐메니칼 운동'의 기치를 내건 예장통합의 연대사업에서 어떠한 역할을 감당하게 될지 주목된다.

새해 계획에 대해 담임하고 있는 새민족교회와 중점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한민족평화연구소가 모두 창립 20주년을 맞이해 발전을 위한 여러 사업을 준비 중이라고 밝힌 이 목사는 "다른 계획이 더 없느냐"는 질문에 담담히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난해 취재현장 어느 곳에서도 만날 수 있었던 그에게 "없다"는 말은 곧 '필요하다면 무엇이든 할 것'이라는 대답일 듯 하다.

그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자.

△ 2006년 계획은?

우선 새민족교회 창립 20주년을 맞이해 진보적 신앙공동체로서 발전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기 위해 모색하고, 기념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그리고 한민족평화연구소도 20주년을 맞이하는데, 한국교회 속에서 자기 위상을 확보하고 발전할 수 있는 계기를 잡으려고 한다.

△ 에큐메니칼 운동이 정체되어 있다는 평가가 많은데

북한인권법대토론회를 준비하면서 지방순회를 했는데, 다니며 보니까 새로운 가능성을 볼 수 있었다. 이전에는 명망가 중심의 인적 자원이 있었다면, 지금은 젊은 세대들이 지역운동을 기반으로 자리잡고 있는 것을 보았다.

에큐메니칼 운동이 발전하려면 지역의 활동가에 대한 지원과 연대를 통해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야 할 것이다. NCC는 교단협의체의 현실에 빠져 있다. NCC의 에큐메니칼 운동을 바로 세우는 것은 바닥운동으로부터 실질적인 내용을 받아들이고 세워나가는 것이 정석이고 올바른 길이다.

지역운동을 도와주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지역 이야기를 많이 들어야 한다. 함께 한다는 느낌을 준다면 '고립화'나 '정보 차단'을 극복하고 바닥네크워크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 NCC 총무 인선을 앞두고 현재 총무에 대해 현실론과 비판론이 함께 제기되고 있다. NCC의 현실에 대한 목사님의 생각은?

현재 NCC의 딜레마는 재정을 확보하는 일과 개혁 진보적인 일을 해야한다는 것이 서로 상충한다는 것이다. 교단협의체의 위상이 어려움을 갖게 한다. 그리고 예전엔 큰 담론으로 일을 했지만, 지금은 사립학교법과 같이 이해관계와 관련된 문제를 다루게 되는 것도 어려움이라 생각한다.

△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NCC는 교단협의체 못지않게 지역협의체 대표들이 위원으로 참여하도록 해야 합니다. 최근 NCC개혁특별위원회도 만들어졌는데, 지역대표도 참여해서 바닥운동의 목소리를 받아낼 수 있는 구조를 갖지 못한다면 딜레마에 빠질 가능성도 있다. 또 교계 진보적 단체도 참여시킬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명동에서 열린 어느 집회에 교회 어린이들과 함께 참석한 이근복 목사. 그는 에큐메니칼 운동가 가운데 가장 바쁜 사람 중 한 사람이다.(사진 새민족교회)

교회운동은 근본적인 문제제기를 하는 예언자적 활동이다. 복지도 단지 돌보는 차원이 아니라 근본적인 정책 등에 대한 문제제기와 방향과 중심을 잡아주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교회와 평신도들에게 바른 방향을 제시하는 것도 필요하다.

신학적인 작업을 많이 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사학법에 대한 신학적 성서적 평가와 예수의 입장에서는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등 삶의 근본적 입장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교회도 자칫 교회 이익에 빠지기 쉽다. 교회가 이권단체화할 가능성을 경계해야 한다. 실제로 건축법이나 사립학교법 등은 이미 그런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 유혹을 뛰어넘지 못하면 결국 한국교회가 이권단체로 전락하는 것이다.

△ 교회 특히 에큐메니칼 운동이 현실 정치에 대해 가져야할 태도가 있다면?

특정정치세력과 교회는 일정한 거리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거리를 유지하면서 파수꾼 역할 다시 말해 예언자 역할을 해야 한다. NCC의 위상이 추락한 원인 중에는 DJ정부 이후 정권과 가까이 있었던 인사들이 거리유지를 못한 것도 있다. 일반 운동권이나 정치세력들과 "무엇이 다른 것이 있는가?"라는 오해를 받게 되었다.

△ 에큐메니칼 운동 동료와 후배들에게 나누고 싶은 말씀은?

운동의 위험은 관료화되는 것이다. 행정적 사업을 하듯 하기 쉽다. 작은 일이든 큰 일이든 운동으로 만들어 사람을 세우고 같이 성장하는 방안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모두가 운동하는 방식이 어떤지 되돌아보고 반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김혁 기자  omystep@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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