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순사건’ 당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야 할 군인과 경찰이 ‘반란군 토벌 임무수행’이라는 명목으로 비무장 민간인을 위법하게 살해한 사실을 공식 확인했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 안병욱 위원장)는 14일, ‘구례지역 여순사건’ 진실을 규명하고 국가의 공식사과와 위령사업 지원,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평화인권교육 실시 등을 권고했다.

‘여순사건’은 제주4.3항쟁 진압에 반발해 48년10월19일, 전남 여수에 주둔하던 국방경비대 제14연대 소속 군인들이 일으킨 것으로 여순반란, 여순봉기, 여순항쟁이라고도 부른다.

진실화해위는 ‘여순사건’에 직권조사를 결정한 바 있으며, 이날 ‘구례지역 여순사건’ 관련발표는 그 1차 조사결과이다.

진실화해위는 “희생자들은 토벌 작전지역에 거주했거나 남로당 등 좌익단체에 가입한 혐의로 희생됐고, 일부는 반군에 식량을 제공했다는 등의 혐의를 받았으며 좌익이나 입산자 가족, 동료라는 이유만으로 대신 살해되기도 했다”고 밝혔다.

진실화해위는 48년10월말부터 49년7월까지 여순사건 직후 군·경이 반군진압작정과정에서 800여명 정도를 불법 살해한 것으로 추정하며 신원을 확인한 것은 165명이다.

진실화해위는 “군·경은 민간인 무차별 연행과 비인도적 취조와 고문, 좌익단체 가입여부 등 확인절차 없이 자의적 심사와 분류로 살해하는 불법행위를 자행했다”고 지적했다.

진실화해위는 이어 “구례지역 대한청년단원들은 군·경의 민간인 학살에 동원되어 반군·좌익 협조 관련 정보를 제공하거나, 시신을 운반하고 매장하는 등 살해를 보조했다”고 밝혔다.

진실화해위는 또한 당시 계엄법이 제정되지 않았음을 거론, “법 근거 없이 계엄령을 선포했고 이에 따라 계엄사령관의 자의 판단아래 행정권·사법권을 행사했다”며 “설령 계엄령이 합법이라도 민간인 집단살해는 계엄령 권한을 크게 벗어난 위법행위”라 강조했다.

아울러 군이 행사한 ‘즉결처분권’에 대해서도 “민간인 살해를 허용한 것으로 잘못 인식하고 있지만 법 일반 요건이나 정당성이 전혀 없다”며 “계엄포고문에서도 즉결처분은 ‘군율’에 따르도록 했는데 이를 따르지 않고 임의로 민간인을 살해한 것”이라 덧붙였다.

진실화해위는 ‘구례지역 여순사건’ 진실규명에 이어 순천·여수지역 등 ‘여순사건’을 조사해 당시 민간인 희생사건 피해여부를 계속 밝힐 예정이다.

한편 진실화해위는 이날 청도, 강화지역 민간인 집단희생 사건도 진실 규명하였다. ‘청도군 민간인 희생 사건’은 공비토벌·보도연맹원 예비검속과정에서 발생했고, ‘강화지역 민간인 희생사건’은 부역자·부역혐의자 색출을 명목으로 벌어졌다.

진실화해위는 청도군에서는 586명, 강화지역에서 139명이 희생당한 것으로 확인했으며, 사건 목격자를 비롯한 참고인 증언과 각종자료·현장조사로 볼 때 희생자는 이를 훨씬 상회할 것으로 추정했다.

이철우 기자  cyberedu@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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