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118주일예배
하느님의 계명과 사람의 전통

(마가복음 7:1-23)
- 이병일 목사

반대자들에 대한 비판

예수님과 그 일행이 게네사렛에서 많은 일을 했고, 그 결과는 성공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을 반대하는 세력의 반발도 역시 만만하지 않습니다. 예루살렘에서 온 바리새파 사람들과 서기관들이 제자들의 행위에 대하여 트집을 잡으면서 반대합니다. 제자들이 손을 씻지 않고 음식을 먹는 것은 불결하다는 것이고 정결례법을 어겼다는 것입니다. 그들은 불결과 부정을 연결하면서 사회적 약자나 이방인들과 함께 음식을 먹고 말씀을 나누는 것까지 반대하는 것입니다.

이에 대하여 예수님은 하느님의 계명과 사람의 전통을 비교하면서 그들의 말과 행동의 거짓을 정면으로 반박하고 폭로합니다. 그들에 의해서 하느님의 계명이 인간의 전통과 종교적 규범으로 대치되었고, 상대적인 것이 절대화되는 것에서 종교적 억압이 생겨났다는 것입니다. “신앙과 하느님의 뜻에 대한 율법주의적 해석에서 가장 큰 억압이 나타났다. 모세의 율법을 지키는 문제가 포로 후기 유대교에서는 가장 중요한 것이었다. 그런데 율법에 대한 미묘한 해석이나 모순된 전통에 대한 고집은 하느님의 이름을 빙자하여 무서울 정도로 율법의 노예가 되게 만들었던 것이다.”

하느님의 계명을 사람의 전통으로 바꾸는 일은 바로 그것을 고집하는 사람들 자신까지도 속박시키는 힘이 되고 그것이 다른 사람들까지 억압하는 악한 숨결이 됩니다. 식사하기 전에 손을 씻는 일은 인습을 따르는 일일 뿐 하느님을 섬기는 일이 되지는 못합니다. 그러니 그것은 하느님의 계명을 버리고 사람의 전통을 따르는 일이 될 뿐입니다. “너희 바리새파 사람들과 서기관들이여, 너희야말로 인간의 전통으로 하느님의 계명을 대신하는 위선과 위험에 빠져 있다! 너희는 인간의 규정을 위해서 하느님의 계명을 저버렸다! 그러면서도 너희는 하느님을 공경한다고 소리를 높인다!”

랍비들은 헤세드(사랑)과 짜디크(정의)를 완전히 질식시켜 버렸고 율법학자들은 아가페의 정신을 완전히 무시했습니다. 그들은 가장 기본적인 원리가 되는 것이 사랑이며 율법이란 성문화된 법칙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조금도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전통과 제도 그리고 교리에 대한 비판 - 그 예

구체적인 종교적 위선의 예를 예수님은 코르반의 경우로 제시합니다. 부모를 공경하라는 계명(출애 20:12; 신명 5:16)과 부모를 욕하는 자는 죽여야 한다는 계명(출애 21:17; 레위 20:9)을 인용하면서 그들의 허위를 고발합니다. 그들은 “내게서 받을 것이 코르반이 되었습니다”하고 말한다. 코르반은 하느님께 드린 제물 또는 선물의 의미인데, 성전 금고에 직접 맡기지 않고서 일상적 또는 세속적 사용을 못하도록 하느님께 봉헌하는 전통이었습니다. 코르반은 유대인들이 자신의 어떤 재산이나 물건을 하느님께 바치도록 서원하거나 성별하면 사람이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제도였는데, 본래 하느님을 섬기기 위한 제도였습니다(민수 30:3).

코남(Qonam)은 코르반(Qorban)의 다른 명칭인데, 유대인들은 무엇을 맹세할 때 코르반 또는 코남이라는 말을 했다고 합니다. 따라서 이 말은 “부모님, 맹세하건데(코르반), 보모님께 드리려고 했던 것을 드릴 수 없습니다.”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말하기만 하면 부모에게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됩니다. 왜냐하면 한 번 맹세한 것은 어떤 일이 있어도 지켜야 하는 것이 바리새인들의 가르침이었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은 그들의 코르반 서원이 저주가 되는 상황을 지적한 것입니다. 그들은 일단 코르반을 서원하면, 그 물건을 부모님께 바칠 필요가 없었습니다. 자식의 소유를 향유할 부모의 권리를 자식이 빼앗을 수 있었습니다. 여기에서 예수님은 코르반 제도를 악용하는 개별적인 사례를 말하려는 것이 아니라, 이 제도를 통하여 아들로 하여금 부모를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도록 만든 그 맹목적 지도자들의 율법해석과 이를 통해 형성된 전통과 제도 그리고 교리를 비판한 것입니다.

입술의 종교냐, 마음의 신앙이냐?

예수님은 이러한 전통과 제도를 상대화시키고 자유롭게 할 뿐 아니라 파기시켜 버림으로써 그것으로 인해 소외되고 억압받았던 민중들과 이방인들이 그 새로운 구원의 조직 속에 들어올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예수는 예루살렘에서 온 사람들로 대표되는 기존 사회의 특권자들이 신앙과 전통의 이념 아래, 그리고 하느님의 이름을 빙자하여 민중을 착취하는 엄청난 악을 은폐하고 있음을 폭로할 뿐 아니라 “거룩”이라는 미명으로 배타주의에 빠져 버린 사회적 구조 그 자체를 비신성화해 버립니다.

예수님의 이야기인 마가복음은 비판적 성찰과 메시지로 가득합니다. 제도는 인간을 구원할 수 없습니다. 아무리 좋은 전통과 훌륭한 제도라 할지라도 거기엔 그 전통과 제도가 추구해야 할 근본적 취지와는 거리가 먼 심각한 역기능이 있을 수 있습니다. 전통과 제도는 자신의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 남으려 하지 않고 그 자체가 궁극적 목적이 되려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 역기능과 부조리는 전통이나 제도의 근본적 취지(명분)와 일의 실상(결과)이 불일치한다는 점입니다.

종교에서는 교리가 바로 여기에 해당하는데, 교리는 진정한 그리스도교 정신을 지키고 또 교회를 보호하려는 데 그 기본 목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 기능의 실상이란 누구를 견제하고 정죄하는 데에 있습니다. 실제로 우리가 전해 받은 기독교 교리는 누군가를 정죄하거나 반대하기 위하여 만들어졌고, 교리를 채택함과 동시에 항상 반대자들을 이단으로 정죄하고 추방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인간의 전통과 제도는 하느님의 계명을 대신하는데, 인륜을 저버리면서 종교를 빙자합니다. 마가는 이런 형태의 신앙을 ‘입술의 종교’라 부릅니다.

예수님의 의도는 전통과 제도를 넘어 ‘인간’을 찾는 데 있습니다. ‘마음의 신앙’, ‘마음의 종교’는 하느님을 잘 섬긴다고 시위할 것도 없이 사람을 잘 섬기는 것입니다. 신앙인의 가장 진정한 태도란 성서와 하느님의 계명 속에 있는 인간 사랑의 정신을 구현하는 일입니다. 바울도 율법의 의미를 조항이 아니라 그 속에 담긴 정신이라고 강조합니다. 그 정신을 오늘날 우리의 말로 표현하면 사람과 사랑, 생명과 평화입니다.

가치판단의 기준이나 윤리적 선택의 문제 - 양심이란?

예수님이 바리새파 사람들이나 서기관들과 논쟁을 통하여 강조한 것은 궁극적으로는 가치판단의 기준이나 윤리적 선택의 문제입니다. 하느님의 계명과 사람의 전통은 항상 상반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 둘은 일치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사람의 전통이 항상 하느님의 계명에 위배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것을 삶에 적용하고 판단의 근거로 삼는 사람이나 정황에 따라서 다릅니다. “하느님의 계명의 기초는 항상 동일하다. 그러나 그 내용은 그 환경에 따라 달라진다.”는 브루너의 말은 그것을 의미합니다.

사람들은 하느님의 계명이나 사람의 전통을 세우는 토대로 양심을 말합니다. 그러나 양심은 하나의 기능이나 특별한 능력을 가진 하나의 기관이 아닙니다. 양심은 다만 그것이 어떤 작용을 하며, 실천을 하고, 결단을 하는 때에만 양심으로서 취급을 받게 됩니다.

(어떤 이는 양심은 본래적인 것이며, 이미 설치되어 있는 기능으로 생각하여 그것은 직관에 의하여 결정된다고 한다. 다른 이는 양심을 성령이나 천사 또는 하느님으로부터 특별한 지시를 받은 천사장을 통하여 인간에게 주어지는 영감으로 생각한다. 아퀴나스의 계열의 사람들은 양심은 인간의 이성이 내리는 도덕적 판단 또는 가치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현재의 많은 이들은 양심은 그가 처한 문화와 사회의 가치 체계에 의한 투사의 현상이라고 본다.)

양심을 설명하는 데 있어서 일반적인 오류는 그것을 동사적인 것이 아니라 명사적인 것으로 생각했다는 것입니다. 결국 윤리적 법칙으로 모든 생각을 고착시켜 버렸기 때문에 사랑의 가치와는 상반되는 결과를 초래했습니다. 그러한 양심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단지 양심이란 창조적이고 건설적이고 적절하게 의사를 결정하는 인간의 시도를 나타내는 낱말일 뿐입니다.

바울도 양심을 단순한 반성의 촉구자라고 생각하기보다는 오히려 인간의 행동을 결정하게 하는 안내자로 생각했습니다. 이러한 양심은 미래의 행동을 결정하는 일에도 도움을 줄 뿐만 아니라 직접 추진력을 가지기도 하면 동시에 반성적인 역할도 하게 됩니다. 바울은 하느님의 은혜에 대하여 기도로써 의탁을 하려는 마음, 사랑의 법을 규범으로 보는 태도, 현실에서 전개되는 사건들에 대하여 그것이 지니는 특수성과 상대성을 고려하여 경험주의적으로 윤리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태도, 겸손한 마음으로 자기의 책임을 인식하고서 자기의 행위를 결정하여 나아가는 판단의 태도를 강조합니다.(빌립 1:9)

‘함께 어울려가는 세상’

우리가 생각하고 행동하기 위한 판단의 근거는 무엇입니까? 그것은 율법의 정신인 사람과 사랑, 생명과 평화입니다. 다른 말로 하면 ‘함께 어울려가는 세상’입니다.

유리는 안의 세상은 물론 바깥세상까지 다 비춥니다. 그 앞에서는 모두 투명해집니다. 그 유리의 한 면에 금이나 은을 칠하면 거울이 됩니다. 그 거울에는 오직 나만을 비춰볼 수 있습니다. 우리는 나라는 테두리 안에 갇혀 가끔은 타인을 잊고 삽니다. 내 기준에 맞아야 옳고 나와 다른 의견을 적대시 하곤 합니다. 그러나 내 것이 소중한 것처럼 타인의 것도 소중합니다. 내 내면의 저 깊은 곳까지 두루 돌아볼 수 있는 거울도 필요하고 서로를 투명하게 비추는 유리도 필요합니다. 나만 보는 내 중심의 감옥을 떠나 타인을 배려하고 함께 어울려가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도토리 위원  dotorikey@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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