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탑 위 텐트 속에 있을 윤인중 목사님의 모습을 생각했습니다.

생명의 강 살리기 사순절 금식기도회의 첫 번째 기도자로 어제(17일) 올라가셨지요.

금식기도회를 진행하는 입장에서 최소한 기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했습니다.

그래서 1인용 텐트안에 두꺼운 스트로폼을 깔고 그 위에 전기장판을 깔려고 준비했습니다. 그러나 윤목사님은 끝까지 전기장판을 고사했습니다.

“김목사, 내가 여기 호강하려고 온게 아니야. 오히려 고생하면서 기도하는 것이 은혜가 돼”라고 하셨지요.

새벽의 수은주는 무척이나 내려가 있었습니다.

걱정이 되어 동트기가 무섭게 기도처소를 향해 갔습니다.

텐트에 수북히 쌓여 있을 눈은 어떻게 치울까를 걱정하면서, 교회에서 준비해 놓은 싸리비를 하나들고 현장으로 갔습니다.

아직 눈발은 거센 바람과 함께 강변에 흩날리고 있었습니다.

윤목사님은 벌써 일어나셔서 북한강변에 흩날리는 눈을 바라보고 계셨습니다.

싸리비를 올려드리자 눈을 치우시고, 또 다시 깊은 묵상에 잠기셨습니다.

오후 3시에 교대자와 교대하시면서 지나 밤과 새벽에 묵상한 말씀을 풀어주셨습니다.

목사님이 묵상한 말씀은 마태복음의 말씀이었습니다.

“그리고 몸은 죽일지라도 영혼은 죽이지 못하는 이를 두려워하지 말고, 영혼도 몸도 둘 다 지옥에 던져서 멸망시킬 수 있는 분을 두려워하여라. 참새 두 마리가 한 냥에 팔리지 않느냐 그러나 그 가운데서 하나라도 너희 아버지께서 허락하지 않으시면, 땅에 떨어지지 않을 것이다...그러니 두려워하지 말아라. 너희는 많은 참새보다 더 귀하다”(마 10:28~31)

내 속에 있는 두려움의 정체는 무엇인가?

내가 두려워하는 대상은 무엇인가?

나는 진정으로 그 분을 경외하고 있는가?

생명을 허락하시고 또 죽어가는 생명을 되살리시는 하나님께 대한 절대적인 신뢰가 나에게 있는가?

윤목사님의 고백과 묵상을 통해서 이러한 질문들을 스스로에게 던지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러한 묵상과 함께 나의 눈에 들어온 것은 강변에 뿌리를 뻗치고 눈보라 속에서도 의연하게 서 있는 갈대였습니다.

내리는 눈이 소복하게 쌓였어도, 갈대는 자신의 의연함을 잃지 않고 그렇게 서 있었어요.

그 연약한 갈대에도 끈질진 생명력을 허락하시는 하나님의 숨결이 느껴졌습니다. 성경 속에 나오는 두 마리 참새와 외롭게 서 있는 갈대는 모두가 하나님의 창조의 품 안에 있는 것이 아닐까요?

오전 11시가 되자 눈은 그치고 세찬 바람이 불기 시작했습니다.

윤목사님은 어렵게 입을 열었어요.

“나야 150일 이상을 소나무위에서 생활해서 견딜만하지만, 다음에 이어서 기도할 사람을 생각하니, 전기장판을 넣어야 하겠어

여기 올라오는 사람들은 온전히 기도에만 집중할 수 있게 하는게 좋겠어.”

릴레이로 이어갈 사람들을 배려하는 윤목사님의 마음이 느껴지는 한 마디였습니다.

그래서 준비한 전기장판을 오후에는 텐트안에 넣었습니다.

눈보라가 치던 북한강변은 다시 평온을 찾았습니다.

구름사이로 태양은 다시 얼굴을 내밀었습니다.

사다리에서 내려온 윤목사님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래서 보면 꽁꽁 얼어붙은 강이지,

그런데 위에서 보니까 강 중심부에는 푸르는 빛이 보였어.

강은 얼어있지만 그 중심에는 흐르고 있는 거지.

평생 잊지 못할 신비한 모습을 보았어...”

그 말은 퍽 의미있는 한 마디였어요.

우리의 시대는 비록 얼어붙은 동토의 땅 같지만, 이미 하나님께서는 생명의 온기를 불어넣어주고 계신다는 뜻으로 다가왔습니다.

윤목사님이 인천으로 돌아가려는데, 용진교회 정정숙 권사가 박스하나를 가지고 왔지요.

곧 중장비로 밀려버릴 지도 모르는 권사님의 하우스에서 막 따낸 유기농 쌈채류였습니다.

날씨는 추웠지만 마음은 따뜻해지는 오후였습니다.

김선구 목사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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