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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마구간이 인근 상인들을 비롯해 지역 주민들의 관심을 끌고 있는 모습이다. ⓒ 에큐메니안 전동균 | ||
"원래 한신대가 이런 경향이 좀 있잖아"
바람이 차가운 서울 강북의 변두리, 작은 신학대학원 앞을 지나는 행인들의 발걸음이 잠시 멈춘다. 길건너 분식집 사장님도 학원 끝나고 집에 돌아가는 아이들도, 저녁 산보 중인 어르신도 한참을 머물다 간다. 여느 서울의 도심보다 훨씬 어둡고 한적한, 그래서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곳, 그 곳에 마구간이 생겼다.
기독교인에게 마구간은 큰 의미가 있는 장소이다. 더욱이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는 시점에서는 더욱 그렇다. 기독교의 메시아인 예수가 마구간에서 그것도 말구유에서 태어났다고 전해지기 때문이다.
지난달 30일 차가운 머리와 뜨거운 가슴으로 신학함을 모토로 삼는 한신대학교신학대학원(한신신대원)에서 크리스마스를 맞이하며 '기독교 전승'에 '사회적 이슈'와 '한국의 전통'을 녹여낸 상징적인 마구간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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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구간 안에는 한국사와 현실의 아픔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 에큐메니안 전동균 | ||
박경철 교수는 특히 "한신신대원이 이해하는 성탄절은 단순히 예수의 탄생을 축하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며 "과거 예수의 탄생과 사역으로 세상이 변화되었던 것 처럼, 이 시대를치유하고 변화의 길을 제시할 수 있는 예수의 탄생사건이 다시 한번 일어나기를 기원하는 절기"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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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기 예수탄생을 우리 전통에 따라 고추를 매달아 축하하고 있다. ⓒ 에큐메니안 전동균 | ||
그는 이어 "평화가 부재중인 우리 한반도의 상황과 관련해서, '하늘엔 영광 땅에는 평화'라는 성서귀절의 순서를 '땅에는 평화 하늘엔 영광'으로 바꾸어 속히 이 땅에 평화가 오기를 바라는 마음을 표현했다"고 전했다.
실제로 마구간 안에는 말구유에 누인 아기예수와 함께 그 주변을 둘러싼 우리네 아픔의 역사들이, 초롱불에 함께 어우려져 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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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과거와 현실의 아픔들에 둘러쌓인 채 누워있는 아기예수를 표현하고 있다. ⓒ 에큐메니안 전동균 | ||
"이걸 아무도 건드리지 말아야 할텐데, 하나라도 없어지면..."
하나라도 없어져서는 안되는 사진들, 그 안에 담긴 아픔의 역사 속에 예수가 있었음을 기억하면서 지금 한반도에 아기예수가 다시 태어나기를 염원하는 작은 마구간.
지금 한반도는 위기론을 매일 강조하느라 볼륨이 최대치까지 올라간 언론의 목소리와 억압당하고 착취당하는 노동자들의 신음 소리가 절묘한 하모니를 이루는 상황이다.
이와는 별개로 전통적인 아기 예수 탄생을 의례적으로 준비하면서 '우리끼리의 평화'를 만끽하는 대부분의 교회의 모습은 현실과의 괴리를 만들어 내고 있다. 반면, 한신대신대원의 마구간 안에서 태어나는 예수는 눈을 뜨면서 부터 세상의 아픔과 호흡을 함께 한다.
평화로운 마구간이 아니라 아픔의 현실 안에서 예수가 태어나길 기다리는 그들의 시각이 이채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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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구간은 오는 25일까지 한신신대원 정문에서 볼 수 있다. ⓒ 에큐메니안 전동균 | ||
전동균 기자 journalist@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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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식 서울신학대학교 교수 징계 사건에 관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