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구간에 온 마기

행락 시즌을 맞이해 야외에서 퍼포먼스 하듯 12월이 오기도 전에 백화점과 거리에 크리스마스가 먼저 찾아왔다. 술집들이 이어서 트리를 준비할 것이다. 어려서부터 길들여진 크리스마스의 주인공 산타의 그늘이 되어버린 예수의 생일이 다가온다. 사람들이 술에 취해 자정이 넘어도 집으로 가지 않는 날이다. 크리스마스 베이비란 단어가 생겼으니 더 이상 무슨 말을 해야 하는가? 늘어만 가는 장사꾼의 크리스마스에 신앙심이 찌들어 가는 듯 하다.

임마누엘 예수가 하늘에서 내려와 말씀이 육신이 된 날이 크리스마스이다. 인간의 죄를 용서하고 구원을 이루려는 약속의 날이다. 그는 예루살렘과 로마가 아닌 시골 베들레헴의 마구간을 선택했다. 인간이 그가 이 땅에 온다는 약속을 잃어버렸기에 페르시아의 마기들에게 별을 보여 주며 구약의 예언을 성취하러 왔다.

그가 태어나던 날 밤, 머나먼 동방으로부터 온 마기들이 아기에게 경배하며 예물을 드린다. 여기서  주시할 것은 그들이 가지고 온 황금과 유향과 몰약이 아니다. 예수를 만나기 위해 산을 넘고 물을 건너 온 그들의 여정을 알아야 한다.

성서에는 마기들이 출발한 곳을 동방이라고만 기록하고 있다. 동방은 파사이며, 파사는 페르시아 즉 오늘날의「이란」을 가리킨다.

파사는 히브리 민족이 바벨론에 의해서 포로로 잡혀 갔다 70년이 되어서 돌아올 때에 4개월이나 걸렸던 아주 먼 나라이다. 그러니까 마기들이 페르시아를 출발하여 베들레헴까지 오기에는 약대를 타고 왔다 할지라도 적어도 두 달 이상 걸렸다고 볼 수 있다.  밤에만 볼 수있는 이상한 별을 두 달 이상 보면서 찾아가는 길이란 어려운 일이다.

마기들이 별을 보고 아기를 찾아온 여정을 오늘날 교우들이 그리스도를 찾아가는 새로운 희망의 지표로 삼아야 한다.

마기, 그들은 누구인가? 

성서를 통해 동방박사로 흔히 알고 있다.  마기(MAGI:영어발음으로 메자이)는 마고스(MAGOS)의 복수이며 이스라엘의 동쪽 페르시아에서 성행했던 조로아스터교의 사제를 말한다. 한 명일 땐 마고스, 둘 이상일 때는 복수로 마기라고 지칭한다.

그들은 별의 움직임을 보고 시대의 운명을 연구하는 천문학자들이다. 누구의 명령에 의해서 움직이지 아니하며, 개인적인 어떤 명예를 위해서 일하지 않고 진리를 찾기 위해 살아가는 자들이다. 삼라만상이 잠든 시간에 그들은 구약의 예언을 기억시키기 위해 하느님으로부터 불리움을 받은 자들이다.

예수가 베들레헴에 태어나기 수개월 전에 하느님은 동방의 마기들을 통하여 구원의 시작을 알렸다. 삼국유사에 보면 박혁거세 4년에 큰 별이 동에서 서쪽으로 움직이는 기록도 있다.

당시 천하를 호령하던 유다 총독 가이사 아구스도의 명에 따라 모든 유대인들이 호적정리를 위해 고향을 찾아간다. 이때를 놓칠세라 돈 벌기에 혈안이 된 장사꾼들의 아우성 소리로 가득 찬 베들레헴에 예수가 태어나고, 들에서 양을 지키던 목자들을 통하여 메시아의 탄생을 먼저 알려 준 하느님의 심정과 섭리를 깨달아야 한다.

마기는 이상한 별을 발견한 즉시, 그 별이 곧 새로운 큰 왕의 탄생을 알려 주는 것이라고 확신하고 길을 나선다.(성서에는 동방박사가 몇 명이라는 기록이 나오지 않는다.) 그들의 이름은 페르시아의 까스빠르가, 다마스꾸스의 멜키오르, 바빌론의 발타사르, 그리고 페르시아의 아르타반이다.  그 중 아르타반은 가난하고 고통받는 자를 그냥 지나치지 못해 그들을 보살피다 일행으로부터 떨어져 온 유대를 헤매게 된다. 「벤허」라는 영화를 보면 그는 30여 년이란 긴 세월이 지나 예수를 극적으로 만나게 되는데, 그 곳은 골고다 언덕이며 십자가에 못 박히는 현장이다.

마고스는 미지의 세계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일생동안 한 번도 보지 못한 별을 따라 길을 나섰지만 어디까지 가야하며, 다시 돌아온다는 보장도 없다. 새로운 왕이 탄생할 곳이 어디인지, 또 어디로 가야 하는지 알 수가 없다. 그들의 신념대로 정말 새로운 왕이 태어날지도 알 수가 없다. 그러나 그들은 신념대로 모험을 강행했다.

교우들도 새로운 믿음에 대한 도전과 모험을 맞이할 준비를 해야 한다. 믿음이란 그 자체가 미지의 세계일 수 있다. 

바울이“믿음은 바라는 것들의 실상이요 보이지 않는 것들의 증거니 선진들이 이로써 증거를 얻었느니라”라고 하였듯 미지의 세계에 대한 도전은 믿음이다.
 
하느님의 약속을 잊고“될 대로 되라”식의 안일 무사주의적인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동방의 마기와 같이 2010년 성탄을 준비하여 그리스도를 만날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찾아가는 모험과 도전의 신앙으로 믿음의 역사를 이루어 나가자.

당시는 로마제국의 탄압 속에서 정치와 사회적으로 절망적이며, 종교는 부패하고 타락한 어두움의 시대였다. 율법 선생들과 종교지도자들이 말하는 성서상 예언을 통해 메시아가 올 것을 막연하게 알고 있었지만, 신앙과 믿음이 '예언을 잃어버린' 어둠이었다. 이 때, 타국에서 찾아온 마기의 방문을 받고서 충격적으로 메시아의 탄생을 기억하게 된다.

국경을 넘어 강도와 맹수의 위험을 무릅쓰고 골짜기와 사막을 횡단하는 여행은 죽음과 싸우는 것이다.  마기의 열정은 어두운 시대와 종교, 그리고 자연을 뛰어넘었다.

우리는 얼마 전 분단의 고통으로 형제들의 목숨을 잃었다. 연평도 주민들은 아마도 소망과 희망 보단 어두운 정적과 같은 밤일 것이다. 누가 이 어두움을 헤치고 평화를 가져올 것인가? 그리스도가 이 땅에 온 목적을 상기하여 그리스도인들은 혼탁한 시대를 헤치고 평화적 역사의 주인으로 대안을 찾아야 한다.

마기의 판단 착오로 베들레헴은 두 살 아래의 수많은 어린이들이 학살을 당한다. 인간의 흐린 판단은 실수의 원인이 된다. 그들이 왕은 당연히 왕손의 혈통으로 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여 헤롯의 예루살렘 왕궁을 찾아가는 오류를 범했기 때문이다. 이사야서를 보면(사55:8~9) “이는 내 생각이 너희의 생각과 다르며 내 길은 너희의 길과 다름이니라 야훼의 말씀이니라 이는 하늘이 땅보다 높음 같이 내 길은 너희의 길보다 높으며 내 생각은 너희의 생각보다 높음이니라”고 한다. 인간은 자기의 기준에 맞춰서 생각하고 결정하기에 아무도 상상 하지 못하는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별을 놓치지 말자. 마기가 올바른 판단을 찾았을 때 잃어버렸던 별이 다시 나타나 길을 인도해 주었다. 실수는 누구에게나 있다. 언제 그 실수를 깨닫고 돌아섬이 중요하다. 그리스도인들이 진리의 길을 버리고 권세와 명예와 부귀를 따라갔다면 재빨리 돌아와야 한다. 판단이 흐려져도 돌이킬 때 하느님이 다시 인도해 주심을 알려 주는 사건이다. 

마기가 왜 머나먼 길을 왔는가? 

궁극적인 목적은 메시아인 예수께 경배하고 예물을 드리려 함이다. 예수가 이 땅에 온 목적을 바로 깨닫고 그를 닮아 가는 삶이 지향하는 것이 곧 경배요 예배이다.

야고보는 행함이 없는 믿음은 곧 죽은 믿음이라고 한다.(약2:14)  예수를 닮아감이 없이는 신앙이 있을 수 없고 감사의 생활이 있을 수 없다.

그리스도인은 생명과 바꾸면서 지켜야 하는 것이 있다. 사소한 일에도 값없이 신앙을 팔아 버리고 사사로운 욕심에 이끌려 예배를 저버리고 마는 경우가 허다하다.

하느님을 알지 못하는 이방인 조로아스터교도인 마기도 몇 달을 걸어서 그리스도를 찾아 경배하였는데, 근자의 기독교인은 이렇게 좋은 여건 속에서 제대로 경배하지 못함이 어찜인가? 

마기는 아기 예수에게 경배를 한 후 천사의 지시를 따라 헤롯에게 가지 않고 다른 길로 돌아갔다. 하느님의 뜻에 순종하는 모습이다. 하느님은 우리 앞에 두 가지의 길을 열어 주셨다. 우리는 어떤 길을  택하여야 하는지 모두가 알고 있다.

우리가 명심해야 함은, 페르시아의 마기가 자신의 신념을 실현하기 위하여 혹독한 여정을 감수하였고, 흐린 판단에서 다시 깨어나 메시아를 만남으로 경배하였다는 것이다. 신앙생활이 아무리 어렵고 길이 힘들다 하여도 견디며 끊임없이 도전하고, 전진하는 믿음으로 노력한다면 분명히 예수 그리스도를 닮아 갈 것이다.

 
빛된복음교회 김봉은 목사 두손

김봉은 목사  pongeun@chol.com

<저작권자 © 에큐메니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