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민중신학회는 2일 저녁 서울 서대문구 기사연빌딩 이제홀에서 월례세미나를 가졌다. 발표중인 김시호 박사. ⓒ 한국민중신학회

이날 세미나에서 발제를 맡은 김시호 박사(기독교윤리학)는 '김대중과 민중신학'이라는 주제로, 김대중의 신앙과 신학적 깊이에 대해 설명하고 민중신학과의 접점을 함께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다.

김시호 박사는 "김대중이 그룹이나 신학자 그룹에 속하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그의 학문적 넓이와 깊이를 폄하시하거나 무시할 수도 있다"면서 "그러나 이는 김대중의 학문적 깊이나 사상적 깊이를 잘 알지 못하는 일부 학자들의 편향적 시각"이라 주장했다.

김 박사는 또 "김대중이 감옥에 있을 때 작성된 '옥중서신'은 70% 이상이 ‘신앙’과 ‘믿음’에 관한 글들"이라며 "김대중의 ‘옥중서신’에 나타난 신학적 테제는 예수의 부활과 믿음, 용서와 사랑, 고난과 기도에 관한 신앙적 문제뿐만 아니라, 원죄론, 종말론, 구원론. 기독론, 선악론과 같은 기독교의 전통적 교리까지도 포함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김대중은 안병무의『역사와 해석』이라는 책을 읽고 '구약․신약의 이해에 다시없는 좋은 책이며, 명문장으로 된 매우 가치 있는 책'이라 평했다"며 그의 신학적 관심에 대해 설명했다. 또 김대중과 민중신학자들의 만남과 함께 한 활동들에 대해 소개하며 "김대중은 함께 했던 민중신학자들 뿐 아니라, 한국의 모든 신부와 목사가 민주주의의 대열에 참가하기를 바랬다"고 전했다.

그는 발제의 결론 부분에서 김대중이 정치보복을 하지 않았다는 점을 매우 높게 평가하며 "후대에도 계속 정치보복이 이어지면 악순환이 이어지기 때문에 이를 막아야 한다는 역사의식과 예수의 사랑, 용서의 정신이 그를 결단하게 한 것"이라 주장했다.

김희헌 박사(한신대 외래교수, 조직신학)는 김시호 박사의 발제에 대해 "김대중이 가지고 있는 신앙에 대한 깊이와 관심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다"면서도 "민중신학은 시대의 흐름을 읽어내고 그에 걸맞는 접근 방법들을 찾아나가는 것인데, 김대중의 삶의 긍정적인 면만을 부각시켜 인물 중심으로 접근하면 개인적인 감동에 의한 것이 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 박사는 이어 "학문적인 정당성을 얻기 위해서는, 김대중의 훌륭한 업적과 더불어 많은 사람들이 지적하고 잇는 그의 한계에 대한 냉정한 평가도 함께 이루어졌어야 했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이날 발제는 '김대중과 민중신학'이라는 전혀 새로운 주제를 다뤘다는 점에서 여러모로 실험적인 자리였다. 김대중과 민중신학과의 직접적인 연계성이 뚜렷이 나타나지 않아, 단순히 김대중이라는 인물에 발제의 포커스가 맞춰지는데 그쳤다는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다. 반면 '신앙인 김대중' 혹은 '김대중의 신학'에 대해 새로운 시각으로 민중신학의 장에 김대중을 끌어왔다는 점에서 앞으로의 연구에 대한 기대감을 형성했다.

전동균 기자  journalist@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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