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부터 6년 전의 일입니다. 주변의 신앙인들이 모여서 교회를 세우자고 저에게 제안을 했습니다. 교회를 세우는 일은 저의 평생 과업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준비가 안 된 상태라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몰랐습니다. 생각 좀 해보자고(교회 용어로는 기도 좀 해보자고)하고서는 얼마 있다가 교회를 세우기로 결정을 했습니다.

교회를 세우는데 여러 가지 중요한 것들이 많이 있지만, 그 중의 한 가지가 교회 이름을 짓는 것이더라구요. 교회 이름이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그 교회의 특성을 그대로 나타내기 때문입니다. 저는 오래전부터 교회를 세우게 되면 꼭 해보고 싶은 이름이 있었습니다. 그 이름이 바로 <강도 만난 교회>입니다.

이런 이름을 생각하게 된 데에는 고(故) 서남동 목사님의 영향을 받아서입니다. 그 분을 저는 멀리서만 한번 뵌 적이 있을 뿐, 개인적으로는 일면식도 없습니다. 제가 영향을 받은 것은 그 분의 성서 해석 때문입니다.

우리가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성서 이야기 중에 ‘선한 사마리아 사람의 이야기(눅10장)’가 있습니다. 어떤 사람이 강도를 만나 다 죽게 되었는데, 제사장도 못 본 척 지나가고 레위인도 못 본 척 지나갔습니다. 그런데 사마리아 사람이 강도 만난 사람을 도와주고 돌봐 주었다는 이야기지요.

그동안 교회는 사마리아 사람을 그리스도로 해석을 하고 강도 만난 사람을 구원받아야 할 사람들로 해석했습니다. 그런데 서남동 목사님은 이 이야기를 거꾸로 해석을 했습니다. 강도 만난 사람이 구세주고, 그를 도와준 사마리아 사람이 구원받아야 할 사람으로 말입니다.

저는 이 성서 해석을 거의 전적으로 받아들입니다. 사실 피를 흘린 것은 예수님이지, 구원받아야 할 사람은 아니지 않습니까? ‘피를 흘리는 사람이 구세주다’, 이 말은 저의 신앙관을 뒤바꿔 놓을 큰 메시지였습니다.

저는 이 이야기를 아주 오랫동안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20여 년 동안 한국교회의 실상을 바라보았습니다. 한국교회가 문제가 있다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이야기는 아닙니다. 그런데 무엇부터 잘못되었을까? 저는 이 방면에 전문가는 아니기 때문에 전문가적인 대답을 내 놓지는 못합니다. 그러나 저의 눈에 들어 온 것은 그리스도를 왜곡했기 때문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사실 그리스도교가 절대로 포기할 수도 없고, 포기하지 않는 것이 예수그리스도를 통한 구원이 아니겠습니까? 교회나 개인적인 신앙인이 아무리 진보적이라고 해도 절대 포기할 수 없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이것을 포기하는 순간 이미 그리스도교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리스도교가 그리스도교인 것은 절대적으로 역사적 인물이었던 한 사람, 예수그리스도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그리스도가 왜곡되었으니, 교회가 바로 설 수 있겠습니까?
 
그리스도가 왜곡되어 있으니 교회 교육이 왜곡되는 것은 당연지사입니다. 교회 교육은 모두 돈 많은 선한 사마리아인을 양성하는 구조로 바뀌었습니다. 남을 도와 줄 수 있는 경제력과 힘을 갖춘 신실한 사람, 사실 교회가 이 정도만이라도 제대로 교육을 했다면 한국교회가 이 지경까지는 안 되었겠지요.

그런데 한국교회는 이 정도의 교육도 제대로 감당하지 못했습니다. 교회 교육은 신실한 사람은 어디로 가 버리고 힘만 센 사람, 돈만 많은 사람, 높은 지위를 차지하는 사람을 양성하는 교육으로 바뀌었습니다.

어쨌든, 저의 눈에는 한국교회가 살려면 그리스도의 원래의 모습을 제대로 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지요. 그래서 이왕 교회를 세우는 것, 교회 이름도 원래의 그리스도의 모습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강도 만난 교회”가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드디어 교회 식구들이 모여서 교회 이름을 짓기 위한 토론회를 했습니다. 저는 교회 식구들에게 <강도 만난 교회>에 대해서 잘 설명하고, 교회 이름을 그렇게 지어야 한다는 것을 역설했습니다. 교회 식구들의 눈망울이 초롱초롱 했습니다. 저는 그 눈망울들을 보며 ‘아! 통과 되겠구나’ 생각했습니다. 모두들 저의 생각에 동의하는 것 같았습니다.

식구 중에 한 명이 ‘전도사님, 말씀 잘 들었습니다. 은혜로웠습니다. 그런데 아직까지 한국교회에 부정적인 의미가 들어간 교회 이름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습니다. 의미는 너무도 좋은데, 이런 이름을 쓰는 것까지는.......’이라며 난색을 표했습니다. 그러자 모두 이구동성으로 그 분의 의견을 지지해 주었습니다. 은혜를 끼치기는 했지만 실행으로 옮겨지지는 못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교회 이름은 <돌멩이교회>로 결정했습니다. 그래도 강도 만난 교회와 가장 버금가는 이름으로 생각을 해서 결정을 한 것입니다. “너희가 소리치지 않으면 이 돌들이 소리 지를 것이다.(누가 19:40)” 

세월이 흘렀습니다. 돌멩이교회를 사임하고, 멀리 경상북도 경주로 내려왔습니다. 이번에는 개척은 아닙니다. 그런데 제가 오기 전 교회에 문제가 있어서 교인들이 거의 나간 상태의 교회입니다. 기독교장로회 소속 교회이지만, 제 앞에 목회를 했던 분이 다락방에 심취해서, 제가 부임하기 전 교인들이 다락방 소속 교회로 옮겨 갔던 것입니다. 그래서 개척은 아니지만 거의 교회를 다시 세우는 것과 흡사한 목회를 계속하게 되었습니다.

부임한 지 6개월 정도가 되었습니다. 교회의 미래를 위해 여러 가지 계획을 하고 있습니다. 교회 부지를 옮길 생각도 하고 있고, 사람들을 모을 수 있는 방안도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시급한 것이 교회 이름을 바꾸는 것입니다. 지금의 이름은 <은광교회>인데, 이 이름이 경주 지역에서는 이단으로 구분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부임하자마자 이름을 바꾸고 싶었는데, 그렇게 하지 못한 것은 그래도 남아 있는 교인들과의 의사소통 때문이었습니다. 이제 몇 개월 동안 공을 들인 결과 교회 식구들도 어느 정도 대화가 될 정도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몇 주 전에 이런 이야기를 하고 생각을 해보자고 했습니다. 그리고 교회 이름을 결정할 단계가 되었습니다.

 <강도 만난 교회>, 이 이름을 쓰고 싶은 생각은 아직도 굴뚝 같습니다. 그러나 경상북도 경주라는 지역 정서, 그리고 이곳의 신앙인들의 신앙 패턴, 이런 것들이 제 의지를 약하게 합니다. 전에는 제가 이 이름을 쓰자고 강력하게 주장했지만, 지금은 강력하게 주장하지도 못하는 저의 의지. 제가 약해진 것일까요 아니면 이 이름을 쓰기에는 시기와 지역이 부적당한 것일까요?
  
글을 읽는 분들의 조언을 구합니다.

문동수 목사  dongsu-mo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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