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17일(월)은 참으로 추웠다. 거리에 5분만 서 있어도 온 몸이 얼어붙는 느낌이었다. 그런데 이 한파 속에 김홍술 목사(부산 애빈교회)는 텐트치고 농성을 한단다. 복음교단 제 51회 총회가 열리는 날, 종로 6가 서울복음교회당 앞에서 총회원들과 총대들에게 고별을 한다며 벌이는 일종의 ‘저항의 퍼포먼스’다. 모른 척 하자니 양심에 찔리고, 같이 하자니 날씨는 잔인하게 춥고........ 가만있자....... 김홍술 목사 따라서 천막농성을 하면 대학생 때 이후 20년 만이네! 에라, 모르겠다! 설마 하느님이 얼어 죽이기야 하시겠냐!!
▲ 복음교단에서 출교 당한 김홍술 목사가 기독교복음교회 제51회 정기총회 일정에 맞춰 17일 오후 서울 종로 6가 서울복음교회 앞에서 천막노숙농성을 하고 있다. ⓒ<에큐메니안> 신용철
17년 만에 거리에 서다? 20년 만에 천막농성 하다!
학교 다닐 때, 하루가 멀다 하고 시위를 했어도 졸업하고 사회인이 된 뒤로는 먹고 사는데 급급해서 시위는커녕 찬찬히 삶을 뒤돌아 반성하는 것도 못했다. 그런 의미에서 2008년의 그 뜨거웠던 촛불은 내게 충격으로 다가왔다. 거리에 섰던 기억이 무려 17년 전이었던 것이다.(http://cafe.naver.com/peacetree/1485) 탄핵 때는 물론 미선이 효순이 사건에서도 나서지 않았던 비양심적인 삶이었다. 말로는 정치컨설턴트랍시고, 시사평론가랍시고 말로는 떠들어 대지만 정작 있어야 할 자리에 있지 않았다. 있어야 할 자리에 있지 못 한 것이 아니라 있어야 할 자리에 있지 않은 것(!)이다.
김홍술 목사가 서울에 올라와서 천막농성을 벌이시겠단다. 올 겨울 최악의 한파라고 언론에서 나발을 불고 있는데 기어이 올라와서 한뎃잠을 주무시겠단다. 안면이 있기에 아내에게 이 이야기를 해 주었더니 “어떡해....... 어떡해......”만 연발이다. 뭘 어떡해? 나도 가야지....... 타이즈도 두 겹이나 껴입고, 양말도 세 켤레 신고....... 이래서 20년 만에 천막농성을, 가장 추운 겨울날씨라고 불리는 2011년 1월 벽두에 실행하게 됐다.
김홍술 목사의 고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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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복음교회 예배당 전경. ⓒ<에큐메니안> 신용철 | ||
김홍술 목사에 따르면 총회 임원회는 모든 정당하고도 공정한 절차를 저버리고 전 회기부터 당회장으로 임명 되었던 당회장 한 명에게 모든 권한과 치리 사무를 맡겼다고 한다. 이 상황에 열이 팍 받은 김홍술 목사는 출교결정을 철회하고 대화와 화해를 촉구했고 “만일 철회를 할 수 없다면 ‘저도 출교를 받아 마땅한 사람이니 출교를 하라’며, 출교제목으로 ‘개인적으로 사도신경을 신앙고백하지 않는다’와, ‘신학적으로 종교다원주의 입장이다’를 발언 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런데 이후 정작 문제로 남은 것은 신풍교회 교인 18명의 출교문제가 아니라 ‘사도신경’입장과 ‘종교다원주의’ 입장을 밝힌 김 목사에 대해 출교처리를 한 것이다.
복음교단에 정이 떨어진 것일까? 이번에 상경해서 총회가 열리는 서울복음교회 앞에 텐트를 치고 농성을 하면서 ‘고별사’를 써 붙여 놨다.
나의 작은 솔을 보내는 고별사
너 작은 솔아,
너 어이 태어났는가!
조선의 교회 썩고 말라 죽어
너 애비 너 낳을 적,
이새의 막내처럼 볼품없는 몰골로 나왔도다.
일곱 형들 사이에서 너를 택하였노라.
너 작은 솔아,
너 어이 크려 하는가!
조선의 복음교회로 났을 때
소(小)하나 순(純)하라 하였건만
삭개오보다 부끄럽더냐?
수천수만 모여드는 사람들이 부럽더냐.
너 작은 솔아,
너 어이 형제를 쳐 죽이느냐?
자리를 준 것은 섬기라고
목을 내 놓고 아니면 아니라 하라 했었노라.
그런데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두렵더냐?
70순을 넘어가더니 노쇠하였구나.
아, 가슴이 먹먹하여라.
이제 네 선 바위위에서 뛰어 내리려 하노라.
네 몸 흩어져 다시 씨알이 되리니
막막한 어둠나라 언제나 지샐거나.
2011년 정월, 총회로 모이는 날에
부산 애빈교회에서 온 김홍술 씀
그는 출교당할 만한 이단일까?
누군가는 이 시의 내용을 ‘부당한 출교항의와 이제 갈라졌으니 니들 잘 먹고 잘 살아라’ 라는 평을 하면서 한 줄로 요약하면 그 내용은 ‘엿이나 먹어라’라고 했다. 또 그런 식으로 바라보니 그렇게도 느껴졌다. 하지만 35살의 나이에 복음교단에 들어서서 지금 56세가 되도록 복음교단에 정붙이고 살고 있는 김홍술 목사에게 단순한 야유나 조롱은 아닐 것이다. 김홍술 목사가 2008년에 총회 임원회와 총회장에게 보낸 공개서한에는 자신의 발언 중 ‘사도신경’을 개인적으로 고백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자세히 서술했다.
「…(중략) 저도 예수를 구주로 고백하고 오랜 세월동안 아무런 신앙적 내적충돌 없이 사도신경을 고백해 왔습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그 고백은 지금도 거부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그런 고백을 넘어섰다는 표현이 맞을지 모르겠습니다. … (중략) … 다만, 사도신경을 진정한 자신의 신앙고백으로가 아닌 중언부언 외우는 ‘의식’이라든지, 아니면 교회 공동체의 신앙기준으로 도그마 화하여 신앙심판의 잣대로 들이대는 용도라면, 이는 결코 용납되어서는 안 된다고 봅니다. … (중략) … 현재 한국교회에서 사도신경이 예배 시 공식적 예배의식으로서 고정되어 도그마 화 되어버린 한, 그 사도신경의 참된 의미는 실종 되어버렸다고 생각합니다. … (중략) … 하지만 이미 복음교회는 사도신경을 넘어선 복음교회만의 독특한 신앙고백의 터에 복음교회가 세워졌다고 봅니다. … (중략) … 그러므로 신앙고백만 보고 신앙 자체를 판단하거나 저울질 하는 일은 결코 있어서는 안 될 것으로 압니다. 다만 신앙고백에 신학적 논의와 토론, 연구와 비판은 교회의 발전적 진화라고 생각합니다. … (생략) … 」
김홍술 목사는 51회 총회에 참석하는 총대들 앞에 ‘천막농성’이라는 퍼포먼스를 통해 이별을 고하는 것이다. 그리고 평생을 보낸 ‘복음교단’ 앞에 헤어짐의 절차로서 천막농성을 선택한 것이다. 복음교단은 유능하고 뜨거운 열정을 가진 동지를 잃는 것이다. 과연 그는 출교당할 이단일까?
추위에 패배하다.
한 겨울 밤의 추위를 생각하니 아찔했다. 아내는 무턱대고 옷을 주섬주섬 주워 입는 나를 보면서 김홍술 목사님께 폐 끼치지 말라고 당부를 한다. 어찌되었든 자정이 거의 다 된 시간에 종로 6가 복음교회에 도착을 했다. 황량한 겨울바람이 폐부를 찌른다. 텐트 안에서는 두런두런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몇 몇 사람들이 다녀갔다고 한다. 그들의 이야기는 따로 하시지는 않았지만 뭔 이야기인지 안 봐 비디오다. 날씨가 말 할 수 없이 무척 추워서 따뜻한 뭐라도 먹어야 하지 않을까 하고 텐트 밖으로 나왔다. ‘나의 작은 솔을 보내는 고별사’와 함께 ‘無勇無用 - 너 불굴의 용기, 이제 그 촛대를 옮기노라’라고 적힌 작은 플래카드, 그리고 지난 2008년 그 뜨거웠던 여름에 김홍술 목사가 연지동 기독교회관 건물 앞에서 농성할 때 사용했던 대자보가 눈에 들어왔다. ‘한국교회에 고함’ 1. 너 한국교회여, 너의 가진 것을 나누어 줘라. 2. 교리의 옷을, 교권의 관을 벗어 던져라. 3. 오직 예수의 삶으로 살라........
새벽이 되어서야 김홍술 목사와 대전에서 올라온 이남훈님, 그리고 나는 잠이 들었다.
추워, 추워, 추워.........
엉덩이가 얼얼하도록 차가웠다. 저절로 눈이 떠졌다. 시간을 보니 6시 5분!
“목사님........ 저 이제 가봐야겠어요......”
“응........ 고생했네......... 선배를 잘 만나야 고생하지 않는 법인데, 제대로 된 선배를 만나지 못했군......”
20년 만에 천막농성하게 되었다는 말이 목구멍에서 맴돌았다. 추위에 패배하고 지하철에서 꾸벅꾸벅 졸면서 눈물이 났다. 예수가 지금 이 땅에 오시더라도 교회 앞에서 아마 천막치고 농성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터덜터덜 집으로 기어 들어가는 날, 새벽별이 빛나고 있었다.
최요한 시사평론가 consulting69@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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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식 서울신학대학교 교수 징계 사건에 관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