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복지가 우리를 구원해 줄 것이다

아름다움이 세상을 구원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복지제도는 사회의 아름다움을 나타낸다. 복지제도가 잘 되어 있는 나라는 그만큼 아름답다. 복지의 보편적 확장은 사회적 평등을 가져오기 때문에, 부자들에게는 양심으로부터의 자유를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불안으로부터의 자유를 보장한다.

한 국가의 복지제도가 그 국민 전체의 정신적, 문화적 모양새, 즉 아름다움을 결정한다. 우리나라의 복지제도는 어느 지점에 와 있는가? 2008년 기준으로 한국의 복지비 지출은 OECD 30개국 중 29위로서, GDP 대비 OECD 평균 19.8%인데 비해 한국은 절반도 안 되는 7.5%이다.(한겨레 신문 2011년 1월 17일자 분석보도) 2010년 정부지출 기준으로 복지예산은 27.7%로, 선진국의 40%대에 비해 매우 낮다.

한국은 2008년 GDP 대비 세금이 차지하는 비율이 26%인데 비해 복지가 잘 되어 있는 나라들 덴마크, 스웨덴, 벨기에, 오스트리아, 프랑스, 노르웨이 등은 GDP 대비 세금비율이 40-50%이다. 이들 국가에 반 밖에 안 된다. 우리나라와 경쟁 관계에 일본은 GDP 대비 세금비율이 약 28%로서 우리나라와 큰 차이는 없다. 그러나 일본은 세금을 적게 걷기 때문에, 만성적인 국가부채에 시달리고 있는 나라이다.

그런데 세금의 구성요소를 비교해 보면 눈에 띄는 게 있다. 일본은 기업에 적용되는 법인세율이 40%였다가 올해 35%로 낮추었는데, 우리나라는 24%에 불과하다. 이것을 보면, 우리나라의 (대)기업은 저환율과 함께 낮은 세율로 엄청난 혜택을 받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고환율과 고율의 세금 속에서 분투하고 있는 일본기업들에 비해서 우리나라의 대기업들은 그야말로 땅 짚고 헤엄치고 있다.

우리나라는 건실한 복지를 지탱할 수 있을 만큼의 세금을 걷지 않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는 복지 예산의 비중보다 경제와 관련된 예산(이른바, 삽질 예산)의 비중이 다른 나라에 비해서 훨씬 많다. 결국, 서민의 복지에 대한 무관심과 대기업 우선정책을 취하고 있다. 이제 복지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할 때가 왔다.

복지제도는 약자들을 포함하여 모든 사람들에게 최소한의 인간적인 삶을 보장하여 걱정 없이 행복한 삶을 살 수 있게 하는 것이 그 목적이다. 이것은 많은 사람들이 경제적, 사회적으로 불평등한 배경을 갖고 태어나고, 특히 지능, 건강 등 신체적인 측면에서 불평등하게 태어나기 때문에, 그대로 방치해 두면, 고통과 갈등이 극한으로 치달아 사회자체가 지속될 수 없게 된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갈등과 투쟁, 극단적인 행동, 비참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러한 모습이 오늘날의 우리나라의 모습인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나라는 복지국가로부터 너무 멀리 떨어져 있다. 인류가 지혜를 동원하여 고안해낸 삶의 지혜인 복지제도를 놓고 공정성, 효율성 등의 이유로 반대하는 논자들과 세력이 있다. 이들은 세금폭탄론과 같은 다양한 이유를 대면서, 복지 망국론을 펴고 있다. 그러나 이들 얘기를 들어주면 불행한 일이 계속 일어나게 될 것이다.

최근에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보면 우리나라가 얼마나 복지가 없는 나라인지를 실감할 수 있다. 비정규로 취직되었다가 해고되면 갈 곳이 없어진다. 다른 선진국가의 경우를 보면, 노동자가 실직하게 되면 실업수당, 재교육, 구직도움 등 사회적 재활 제도를 갖추고 국가가 이들을 체계적으로 돕는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경우는 이러한 완충장치가 없기 때문에 극한의 복직투쟁으로 내몰리기가 일쑤다.

그러다가 전혀 길이 보이지 않을 경우 자살을 선택하는 일까지 생긴다. 해고된 쌍용자동차노조원들이 복직투쟁을 하다가 최근 자살한 사람들이 그 가족들을 포함하여 12명이나 된다고 한다. 이들이 죽음으로 내몰리는 것은 우리 사회에 약자를 보호할 제도적 장치가 없기 때문이다. 교회는 자선사업에 돈을 좀 쓴다. 그러나 이것만 가지고는 안 된다. 구조적,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우리 사회는 약육강식하는 비정한 정글과 같이 되어버렸다. 얼마 전 영하 10도 이하의 추운 겨울밤에 지하철역에서 잠들다 동사한 노숙인의 경우는 이러한 현실을 잘 보여준다. 역무원이나 행인들도 그냥 지나쳤다고 한다. 우리나라에 복지제도가 잘 갖추어져 있었다면 이러한 비정한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복지를 확대하려면, 정치권에서 정치적 결단을 해야 한다. 복지의 문제는 결국 정치의 문제다. 그리고 복지를 확대하려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정치력을 발휘해야 한다.

복지를 해야 경제가 발전할 수 있다는 이론도 매우 중요하다. 예를 들어, 복지비를 받은 서민들은 당장 먹고 살기 위해서 그 돈을 소비한다. 소비는 시장을 활성화시킨다. 복지비 덕분에 사람들은 안정을 얻게 되고 그 안정은 사람들로 하여금 보다 적극적으로 생산적, 창조적인 일을 하도록 동기를 부여한다. 사회복지의 확대로 시민사회영역에 많은 직장이 늘어난다. 이들의 임금도 시장을 활성화시켜 준다. 복지반대론자들은 놀고먹는 사람들을 양산시킬 거라고 하지만, 나이 들고 병약한 사람들은 해당되지 않겠지만 일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 적당한 인센티브를 주어 생산적인 일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게 하면 된다.

또한, 복지제도는 우리나라를 정글의 폭력적 상태로부터 구원하고 평화와 행복과 역동성을 가져다 줄 것으로 본다. 이것은 현재의 극단과 무모함의 사회로부터 합리와 정의와 소통의 사회로 옮겨 줄 것이다. 복지국가로의 지향은 좌우의 극단주의자들의 한계를 넘어 점진적이고 평화적인 통일의 길을 열어줄 것이다. 마지막으로, 복지제도를 구축하는 일에 약자인 민중의 열망이 반영되어야 한다.

그러므로 민중참여적 복지제도를 구축해야 한다. 복지제도를 구축할 때 노동조합 등 민중의 입장에 서있는 단체들이 참여해야 한다. 물론 정부, 전문가, 기업가 등이 참여하는 것은 당연할 것이지만, 민중을 대변할 수 있는 기구들의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

권진관 (성공회대 신학교수, 한국민중신학회)

권진관 jkkwon@mails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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