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교회 성가대 지휘자는

참 대단한 분이다

열 명도 안 되는 대원들과 함께

십 년도 넘게

매 주 성가를 준비하고 있다

숫자가 적어

소프라노 파트까지 맡아서 하는데

소프라노 파트는 혼자여서

곡 중 솔로를 하는 셈이다

그러니까 매 주

지휘 겸 곡 중 소프라노 솔로를 한다

성가가 예배에 차지하는 비중이 커

우리 지휘자가 예배에 빠지는 일은

상상하기 어렵다

그런데 지난주일 예배에는

지휘자가 결석했다

지방에 있는 절친한 친구의 딸이

마침 일요일에 결혼식을 하게 되어

가버린 것이다

물론 필요한 최소한의 조치를 취했기에

성가는 더 아름답게 울려 퍼졌다

우리 지휘자도 친구 딸 결혼식에서

더 경건한 예배를 드렸다

무엇이든지 내가 꼭 있어야 한다는 생각은

교만이다

무슨 일을 하는데

그 사람이 꼭 있어야 한다는 생각도

자신과 또 함께 하는 사람에 대한

불신이다

언제나 일을 이루어 주는 그 분에 대한 신뢰가

신앙이다

그 분은

진리이기도 하고 정의이기도 하고

사랑이기도 하고 평화이기도 하다

그 분은 역사이시다

참고로

우리 교회 지휘자는

정규 음악 대학에서 성악을 전공했고

같이 공부한 친구들은

상당한 수고비를 받으며

큰 교회에서 지휘를 하거나

솔리스트로 활동들을 하고 있다

그래도 부러워하지 않는다

그 분께서 주신 목소리로

노래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너무 고맙고 감격스러워 한다

우리는

잘 생긴 우리 목사님 설교만큼이나

우리 교회 성가대를 좋아한다

그리고 성가 대원들을 사랑한다

이수호 전 민주노동당 최고위원  president110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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