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청산이 또 다른 과거청산 불러

문제의 본질을 놓치면 새로운 과거사 청산의 문제를 축적시킨다.

한국사회의 뜨거운 관심중 하나인 과거사 진상 규명에 대한 해법 찾기가 한민족평화선교연구소 주체로 열렸다.

발제자 김영수 교수(경상대학교)는 "현실의 이해 관계로 인해 과거의 불행한 사례들을 희망으로 전환시키자고 노력하지만 또 다른 과거사를 축적한다"며 "남아공이 대표적인 사례"라고 밝혔다.



과거의 불행한 사례들을 희망으로 전환시키자고 노력하지만 현실의 이해관계로 인해 또 다른 과거사를 축적한다-김영수 교수

백인들의 이해 관계를 건들이지 않고, 또는 남아공 양극화의 원인인 신자유주의 경제 요건을 문제삼지 않은 상태에서의 진실과화해위원회(이하 TRC) 노력은 현재 벌어지고 있는 경제 사회적 차별을 그대로 남겨두게 됐다고 주장했다.

남아공 정부가 밝히는 36%의 실업률과 영국의 한 조사 기관이 조사한 46%의 실업률이 그가 밝히는 대표적인 사례다.

사회통합을 위한 현실문제 배제 또 다른 문제 재생산

차별은 백인과 흑인의 충돌을 지양하고 국가통합과 사회 통합을 이루자는 TRC의 주요 쟁점에서 출발한다고 밝혔다.

즉 현실의 문제는 접어두고 백인의 자본이동과 폭력사태를 막아보자는 흑·백의 win-win전략이 밑바닥에 깔려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 같은 노력으로 인해 흑인의 정치적 참여를 이끌어내고 내전으로 치달을 수 있는 상황을 협력으로 이끌 수 있기는 했지만 경제, 사회권은 여전히 백인에 쏠리도록 만들었고 현재 사회 전 영역 속에 구조 심리적 차별이 깊숙이 자리 잡은 요인이 됐다고 밝혔다.

김대용 교수(선교신학, 한일장신대)도 김용수 교수의 의견에 동감을 표하며 "인종차별은 여전히 무거운 공기처럼 남아공 사회를 지배하고 있고 과거청산은 무 자르듯 할 수 없는 현실이됐다"고 말한다.

청산 안된 과거사 차별 내면화 여전

재판정 모델이 아닌 듣기 방식의 TRC 활동이 사람들로 하여금 의식을 공유하고 과거의 옳지 못한 일 반복 못하도록 사회 공감대를 형성하기는 했지만 백인사회가 가지는 이중적 모습을 개선하진 못했다고 주장했다.



교회가 인종차별 문제에 저항도 했지만 차별을 세우는 일에도 교회가 지지했다. 그 대표적 사례가 아프리카너들이 주로 속해있는 DRC(Dutch Reformed Church) 교회다. 이들은 흑인은 흑인끼리, 백인은 백인끼리 사는 것이 하나님의 본래적 계획이라고 성서를 해석했다.

즉 백인사회는 새로운 사회를 지향하면서도 과거의 흑인 지배 향수를 계속 갖고 있다는 것이다.

나아가 사회 경제력을 장악하고 있는 백인들은 흑인과의 새로운 차별 관계를 획득하는 것을 심리적 쟁취 점으로 삼고 있다고 밝혔다.

TRC 활동의 눈여겨 볼 3가지 특징

그럼에도 불구하고 TRC 활동은 포괄적·개혁적·투명성이라는 3가지 큰 특징을 우리에게 내 보이며 공동체성을 어떻게 이뤄나갈 것인가 모범을 보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흑인의 코뮨(공동체) 문화가 우리와 다르기는 하지만, 가해 피해자 관점 뿐 아니라 왜 차별과 폭력이 일어났는가에 대한 광범위한 연구는 눈여겨볼 점이라고 밝혔다.

TRC는 인종차별 정책이 일어났던 과거 인권을 호도 했던 언론도 청산의 대상으로 삼았고 기고된 글까지도 조사 대상에 포함시켰다. 하지만 이 같은 일들이 처벌의 대상으로 삼기보다 어떻게 민주적으로 개혁시킬 것인가에 초점을 맞췄다는 점이다.

이 같은 개혁 방향은 각종 국가장치나 사법, 경찰, 군대에 이르기까지 대단히 광범위하게 연구됐다.

조사과정도 3단계에 걸쳐 위원 선발이 이뤄졌고 조사부터 청문회까지 모든 것이 공개됐고 심지어 서로 다른 종족 언어를 고려해 9개 언어로 설명했다.

저항 시 일어나는 폭력도 비 인권적이라면 청산의 대상이었다. 이 같은 객관적 판단의 기준이 사회 통합의 힘이 됐다고 밝히고 있다.

공론화, 사회화가 교회의 역할

TRC 활동을 긍정 부정적으로 해석할 수 있지만 이를 통해 한국교회가 할 수 있는 일은 바로 과거사 문제를 사회화하고 공론화 하는 장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김용수 교수는 덧붙였다.

현실적으로 한국 사회 다수는 과거사 진상조사에 관심이 없거나 원하지 않고 있다. 또, 단체가 아닌 개별적인 위원회가 참여하고 있어 사회화가 일어나지 않고 있다. 관심 없는 90%를 공론의 장으로 이끌고 사회화시키는 것이 교회의 역할이라고 주장했다.



폭력의 역사를 갖고 있는 한국 과거사, 아니 지금도 피해자가 살아있는 한국의 역사를 어떻게 화해와 평화의 역사로 이어갈 것인가에 대해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사진 이근복 한민족평화선교연구소 소장)

한민족평화문제연구소 주체로 열린 이번 평화마당 행사는 과거사문제에 대한 올바른 해결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된 것으로 남아공 사례에 이어 6월2일에는 북아일랜드의 평화정착과정에 대해 발표할 예정이다.

발제자로는 북아일랜드의 갈등 배경과 역사 전개 과정에 대해 박지향 교수(서울대)가 맡을 예정이며 평화정착과 교회의 기여에 대해서는 정지석(한국기독교평화연구소장) 박사가 나설 계획이다.

장익성 기자 mocacoffee@yaho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