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장애인 교류 세미나가 지난 11월 5일부터 7일간 일본 나고야교회와 아이치 겐코 프라자에서 “함께 걷기 위하여 – 나를 따르라(막 2:14)”라는 주제로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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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회째 맞이한 한일 장애인 교류 세미나는 그동안 한일 교회가 장애인 문제에 대해 어떤 활동들을 해오고 있는지 공유하고, 장애에 대한 문제를 신학적, 성서적으로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에 대해 교류하는 세미나이다.

▲ 재일대한기독교회 나고야교회ⓒNCCK

이번 세미나는 주제강연과 4개의 발제로 이루어졌다. 주제강연을 맡았던 김성재 목사(재일대한기독교회 나고야 교회 담임목사)는 구약성경의 겔(Ger)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가지고 강연하였다. 겔이라는 단어는 일본어 성경에서는 “기류자”, “기류하는 타국인”이라고 번역되어 있고, 한국어 성경에는 “우거하는 타국인”, “나그네”라고 표현되어 있는데, 이것은 사회학적으로 자기 고향 공동체에서 토지 소유권을 잃어버리고, 또한 경제적 자원의 부족함을 채우기 위하여 혈연관계가 없는 다른 공동체로 장기, 아니면 단기간 이주하여 농업 노동자로서 일하는 사람들과 기근 등의 자연 재해와 정치적 분쟁 때문에 보호를 요청해 들어온 난민을 가르키는 말이다. 다시 말해 자신의 권리를 빼앗기고 사회로부터 외면 당하고 소외당하는 사회적 약자들을 가르키는 말이다. 김 목사의 강연 내용의 핵심은 겔의 삶의 자리에서 살아가는 사회적 약자들에게 하나님께서 찾아오셔서 계약을 맺어주신 것은 하나님 역시 겔이라는 삶의 자리에 동참하신다는 것이라고 설명하면서 우리 역시 사회적 약자, 특히 겔의 삶의 자리에서 살아가고 있는 장애인들의 삶의 자리에 동참하여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겔의 삶의 자리에 함께 할 때 비로소 겔 공동체의 삶을 진정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고, 공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 모두는 겔의 공동체 안에 살아가는 존재들이다. 그 누구도 그 삶의 자리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에 이젠 사회적 약자들과 눈높이를 맞추고 그들의 아픔을 함께 공감하며 장애인 문제에 접근해야 하고, 대안을 찾아나가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더불어 겔의 삶의 자리까지 직접 내려오셔서 함께 살아가시는 하나님의 발자취를 따라 그 가르침대로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며 주제강연을 마무리하였다.

다음으로 첫 번째 발제는 서울 도봉구에 위치한 염광교회의 장애인 사역의 사례들을 함께 나누는 시간이었는데, 무엇보다는 놀라운 것은 정부의 지원 없이 교회가 순수하게 장애인 사역을 진행하고 있다는 것이었고, 체계적인 시스템과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장애인에 대한 인식 개선 뿐만 아니라 자활에도 큰 역할을 담당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일본 참가자들은 염광교회의 장애인 사역에 대해 놀라움을 금치 못하여 장애인 사역에 교회의 역할이 얼마나 큰지 공유하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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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경동 교수(감신대 기독교윤리학)는 『하나님의 형상을 넘어 하나님의 선교로』라는 제목으로 WCC 산하 “에큐메니칼 장애권익단체연합회”(Ecumenical Disability Advocates Network, 이하 EADN)에서 지난 2003년 발표한 중간성명서를 소개하면서 이 성명서는 ‘하나님의 형상’, ‘한 몸’, ‘치유’, ‘용서’, 그리고 ‘예배로의 초대’를 통하여 구속사의 관점에서 장애인의 문제를 살핀 성명서라고 말하였다. 이 성명서는 구속사적인 관점에서 장애/비장애인이 차별 없이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모두 회복되어야 할 피조물로 이해하고, 한 몸을 이루어야 하는 코이노니아 공동체를 구성한다는 점에서 신학적으로 매우 중요한 점을 지적하였다고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더 나아가 하나님의 형상을 회복하기 위하여 우리는 하나님과의 관계방식, 즉 삼위일체를 통하여 드러난 하나님의 사랑에 주목하여야 하고, 교회 공동체를 통하여 온전한 연합이 이루어져야 하며 특히 세례나 성만찬은 우리를 제자로 초대하며 공동체를 위하여 지속적인 헌신과 배려가 필요하다. 따라서 이젠 각자 하나님의 형상을 회복해야 한다는 개인적 사명에서 하나님의 선교를 통해 공동체가 하나님과 함께 연합해야 한다는 공동체적 사명으로 전진되어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세 번째, 네 번째 발제를 맡았던 일본측의 발제자인 나카무라 유스케와 오이시 타다시는 올해 주제와 같이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걸어가기 위하여 깨어지고 단절된 관계가 먼저 회복되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예수께서 오신 것은 의인을 위해 오신 것이 아니라 죄인을 부르러 왔다는 성경 말씀을 통해 깨지고 단절된 관계를 회복하셨던 것처럼 우리 역시 생명의 관계를 맺기 위해 노력한다면 함께 걸어가는 일이 현실에서 이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2006년 발표된 “장애인권리협약”을 시행하기 위하여 성경이 말하는 인권에 대해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면서 예수께서 사회적 약자들을 돌보시고 그들의 삶 속에 함께 하셨던 것처럼 성경은 인권의 기본적인 권리를 소중하게 생각하고 자유와 평등이 실현되는 사회를 만들어야 함을 가르치고 있다고 말하면서 그런 사회를 만들기 위해 모두 노력하자고 제안하였다.

발제가 끝난 후 한일 참석자들은 그룹토의와 종합토의를 통해 장애의 문제에 대해 교회의 역할과 대안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공감하면서 2년에 한 번 치루어지는 교류 세미나를 1년에 한 번씩 진행하자는 제안도 있었고, 세미나 내용에 좀 더 전문성을 담보해야 함은 물론 지금까지 진행되었던 과거 교류 세미나의 원고들을 모아 장애인 선교에 대한 책을 출판하자는 등의 제안들이 있었다. 7회째 교류 세미나는 한국에서 개최하며 장소는 제주도에서 개최하자는 제안이 있었다. 또한 앞으로의 세미나는 정확한 의제를 설정하고, 실제적인 활동 내용까지도 담보해야만 세미나의 의미를 살릴 수 있다는 제안도 있었다.

폐회예배 후 사회복지법인 나고야시 신체 장해자 복지연합회 센터를 방문하여 작업장과 치료센터 등을 돌아보며 일본에서 장애인 복지관이 어떻게 운영되는지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일본은 비교적 장애인에 대한 정부의 제도적 장치가 체계적으로 운영되고 있었고, 복지관 역시 정부의 지원으로 잘 운영되고 있는 것을 보며 우리의 장애인 복지 정책에 대해 다시 한 번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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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거듭 될수록 장애인 교류 세미나의 내용이 풍성해지고 다양한 참가자들의 삶의 소소한 일상에 대한 공유를 통해 장애인 문제에 대해 참가자들 스스로 무엇인가 새로운 도전을 해보려는 의욕이 생겨나고, 대안을 만들어 나가고자 하는 모습은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아쉬운 점은 세미나의 구체적인 의제 설정과 활동 내용까지 담보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컨대 일본 같은 경우는 정부에서 운영하고 있는 장애인 문제에 대한 제도적 장치가 완벽하지는 않지만 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차별, 이동권 보장 등에 있어서 많은 부분 체계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반면 정부의 제도적 장치가 비교적 잘 갖춰진 까닭에 교회의 역할은 미비하였다. 반면 우리는 정부의 제도적 장치는 잘 갖춰지지 않았지만 많은 교회들이 장애인 선교에 대한 역할을 감당하고 있다. 앞으로 장애인 교류 세미나를 통해 서로 잘하고 있는 것과 못하고 있는 것을 나누고 공유함으로써 부족한 것을 채워나갈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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