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중신학 월례포럼에 서광선(이화여대), 노정선(연세대) 교수 등 원로들도 함께 참석해 토론을 벌였다. ⓒ에큐메니안

한국민중신학회는 6일 오후6시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기사연) 이제홀에서 정기월례포럼을 가졌다.

이번 포럼의 발표자는 한신대 신학전문대학원을 거쳐 독일뮌헨대학에서 조직신학을 전공하고, 현재 생명평화마당 사무국장, 기사연 연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박재형 박사이다.

박재형 박사는 안병무 박사의 초기 인간 이해와 볼프하르트 판넨베르크의 ‘하나님 형상’ 개념의 유사성 속에서 민중 신학의 ‘민중’ 개념을 밝힘으로 인간학적 해석의 가능성을 열고, 이를 통해 민중신학의 보편적인 언어를 획득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민중신학의 태동 이후 40년이 지난 오늘 교회의 일반 언어를 통해 민중신학이 가지는 복음의 정당성을 확보하고자 한다.

‘민중과 하나님 형상: 민중 개념의 신학적 인간학적 재해석 가능성 모색’이라는 제목의 논문을 통해 박 박사는 “민중신학은 외적 규정에 의해 제한된 성격의 신학운동으로 평가되었으며, 이는 ‘민중’에 대한 이해와 해석이 언어, 문화, 시대, 상황적 어려움에서 기인한다.”면서 “민중신학이 민중을 개념화하는 것을 거부했지만 ‘민중’에 대한 질문 자체를 회피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박 박사는 먼저 민중신학 이전의 안병무 박사의 인간 이해에 주목한다. 안병무는 ‘탈-향 현존’이란 말을 통해 인간을 시간적으로는 과거로부터 벗어나 미래로 향하고, 실존적으로는 지난 것에 매여 있는 타락한 옛 자아로부터 벗어나 하느님의 미래를 향해 온전히 자신을 개방한 본래적이며, 동시에 완전히 새로운 자아를 향해, 스스로 결단하는 인간의 실존을 설명했다.

▲ 박재형 박사는 현재 한신대에서 강의를 맡고 있다. ⓒ에큐메니안

인간은 ‘사이에 끼어있는 존재’로서 시간적으로는 과거의 절망과 미래의 희망 사이에, 공간적으로는 고통의 상태와 해방 사이에 놓여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인간을 자기중심적 자기실현을 향한 내적 욕구와 본래적인 하느님 앞에서의 책임적 존재와 삶에 대한 외적 요청 사이에서 내적 분열을 경험하는데, 선한 양심의 요청과 하느님의 정의와 진리의 요청에 대해 자신을 완전히 폐쇄하는 자기 파멸로 이끌어가기도 한다.

그러나 안병무는 인간존재에 대해 현재의 본질적 의미를 과거와의 관계에서 찾지 않고, 미래와의 관계 속에 근거하여 미래를 향해 자기를 개방함으로 현재적 삶의 난관을 극복한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안병무는 인간을 ‘영원한 현재’로서의 그리스도에 대한 신앙을 통해 과거와 미래를 모두 현재에서 실현한, 그래서 시간적 현재를 하느님 약속의 성취로서의 영원한 현재로 만드는 유일한 존재로 고백한다.

박재형 박사는 “안병무 박사는 인간이 자신의 주체적 믿음의 행위로서의 결단을 통해 영원한 그리스도의 현재에 참여함으로써 자신의 시간성으로부터, 동시에 시간성에 근거한 존재적 한계로부터 벗어날 수 것으로 보았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판넨베르크는 ‘인간을 자신의 세계에 대한 표상을 넘어서는 개방된 존재, 모든 가능한 세계표상을 넘어서고 동시에 다양한 세계 표상들을 향한 지향 그 자체도 넘어서는 존재’로 보았다. 이는 곧 인간의 ‘세계 개방성’은 인간 자신의 운명을 궁극적으로 실현하기를 끊임없이 갈망하며, 자신의 존재 근원에 대한 궁극적 해답을 추구하는 존재로 묘사된다.

결국 세계 안에서 경험하는 모든 현실성을 넘어서는 인간의 개방성, 즉 세계 경험 저편에 존재하는 ‘아직 알려지지 않은 미지의 상대’인 하느님에 대한 무한한 의존성을 의미한다고 보았다. 이러한 ‘세계개방성은 ’새로운 신학적 인간학적 의미로 ‘신개방성’, 인간은 ‘신개방적’인 존재로서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발견하고 실현해 가는 과정에서 끊임없이 하느님을 향하고 있으며, 하느님을 향한 무한히 열려있는 가능성을 통해 영, 육의 구조적 한계뿐만 아니라 스스로 창조해낸 사회, 문화적 산물에 대한 구속으로부터 초월할 수 있는 것으로 보았다.

▲ 발표를 맡은 박재형 박사와 사회 최형묵 목사(천안살림교회). ⓒ에큐메니안

판넨베르크는 인간의 하느님에 대한 관계성을 통해 ‘되어가는 하나님 형상성’을 말하고 있는데, 그는 ‘하느님과의 일치를 향한 인간의 운명으로서의 하느님 형상성’을 인간의 종교성의 차원에서 인간의 자기실현을 위한 잠재적이며 구성적인 인간학적 특질로 해석한다.

박재형 박사는 “판넨베르크는 궁극적 운명의 실현을 예수 그리스도의 사건(십자가와 부활 사건)을 통해 선취적으로 경험했다고 확증함으로써, 궁극적 인간의 자기초월 가능성을 역사의 관점을 통해 제시하고 있으며 인간을 소외시키지 않고 하느님의 구원 사역의 파트너로서 위치시키는 신학적 관점을 주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논문을 통해 박 박사 “안병무와 판넨베르크는 예수와 하나님 형상을 통해 참인간의 가능성을 찾았으며, 하느님에 대한 무한한 신뢰를 바탕으로 한 인간의 참여를 촉구한다.”며 “초월적이며 동시에 제한된 존재로서 인간(민중)을 솔직한 모습을 보아야 한다.”고 소결했다.

발표 후, 종합토론에서 논문에 대한 평가와 질문이 이어졌으며, 안병무 박사의 인간 이해와 민중신학이 말하는 민중에 대한 비교 가능성 여부가 토론되기도 했다. 실존주의에 입각한 인간의 이해는 안병무, 서남동, 현영학 등 반신학(탈 서구신학)으로써 민중신학의 입장과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는 것이다.

이에 박재형 박사는 “안병무 박사의 민중신학 이전, 초기의 인간 이해와 후기 저작들에서 실존주의적 이해를 발견하면서 ‘민중’에 대한 보편적 진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 시도였다.”며 “발표된 글의 지면상 담지 못한 부분과 미흡한 내용은 보완하도록 할 것”이라며 토론을 마쳤다.

고수봉  gogo990@hanmail.net

<저작권자 © 에큐메니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