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을 맞는 한국기독교장로회의 역사와 그 궤를 같이한 교회가 있다. 그 중 향린교회와 서울제일교회는 올해로 60주년을 맞는 교회로 같은 노회 같은 시찰에서 기장정신을 올곧이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며 60년을 함께 해왔다. 7,80년대 암울 했던 시절 서울제일교회는 노동자들과 청년학생들의 울타리가 되어 민주화운동을 이어오다 정권의 탄압으로 교회가 분열되어 오늘까지 해결되지 못한 아픔을 안고 있다. 안병무 선생과 신앙동지들이 새로운 신앙공동체의 기치를 들고 시작한 향린교회는 몇 차례 변곡점을 겪은 끝에 한국교회의 대표적인 진보적 신앙공동체로 발돋움 했다. 본지는 5월 둘째 주와 넷째 주 차례로 60주년을 맞는 향린교회와 서울제일교회의 기념행사 소식을 싣는다.

지난 26일 서울시 중구 오장동에 위치한 서울제일교회는 창립60주년을 맞아 기념행사(기념예배, 출판기념회)를 진행했다.

▲ ⓒ에큐메니안

서울제일교회는 유신의 어둠이 가득한 1973년 부활절에(당시 담임목사 박형규) ‘남산 부활절 사건’으로 알려진 최초의 반유신운동의 진원지이이다. 전두환 독재시절 보안사의 정치공작으로 6년여간 예배당에서 쫓겨나 중부경찰서 앞에서 노상예배를 드리기도 한 서울제일교회는 한국현대사속에서 민주주의와 인권, 통일을 위해 수많은 수난의 역사를 딛고 오늘에 이른 것을 감사하며 ‘은총의 60년 평화의 새 역사’라는 주제로 기념예배와 환영행사, 출판기념회를 열어 창립 60주년의 기쁨을 많은 사람들과 함께했다.

 

서울제일교회 수난사 서울제일교회는 7,80년대 민주화운동의 보루였다. 2대목사로 취임한 박형규 목사는 빈민노동자선교에 집중했고 이후 기독교운동, 청년학생운동, 노동운동, 사회운동의 주요 인자들이 서울제일교회로 모여 들면서 독재에 저항하는 상징이 된 것이다.  1972년 박정희의 긴급조치 이후 서슬 퍼런 공안탄압 앞에 모두 침묵하고 있을 때 처음으로 저항한 사건이 있었다. 1973년 4월 22일 남산 야외음악당에서 기독교계의 진보진영(KNCC)과 보수진영(대한기독교연합회)이 연합해 6만 명이 운집한 가운데 부활절 예배를 드리고 있을 때 당시 서울제일교회 목사였던 박형규 목사와 전도사였던 권호경 외 교회 청년들, KSCF(한국기독학생회총연맹)학생들이 긴급조치를 반대하는 내용과 거기에 침묵하는 교회에 대한 일갈의 내용이 담긴 전단을 배포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다. 미수에 그친 이 사건은 나중에 내란음모라는 죄명으로 박형규 목사와 권호경 전도사, 서울제일교회 청년들이 구속된다.     ▲ 1983년 8월 박형규 목사를 비롯한 교인들에 대한 폭행을 시작으로 조직적인 정치공작이 시작된다. 사진은 예배 방해를 하는 모습ⓒ서울제일교회 이후 전두환 정권 시절인 1981년경 국군보안사령부는 당시 한국교회에서 가장 대표적인 저항교회인 서울제일교회에 대한 파괴 공작에 착수한다. 조직적으로 교회 내분을 조장한 보안사는 예배방해자들로 하여금 예배시간에 솥뚜껑을 두드리고 박형규 목사를 비난하는 피켓을 들고 시위를 하게 했고 교회 내분을 틈타 조직폭력배들을 투입해 박형규 목사를 테러하고 교인을 폭행했다.     ▲ 1984년 9월 11일 박형규 목사를 비롯한 교인들이 조직폭력배들에 의해 당회장실에 감금되자 최소한의 필수품을 전달하는 모습ⓒ서울제일교회 박형규 목사를 지지하는 교인들은 그들과 싸우기도 했지만 폭력을 피해 교회에서 가장 가까운 중부경찰서 앞에서 노상예배를 드리기 시작한다. 84년부터 90년까지 만 6년이라는 세월동안 한반도 빠짐없이 주일성수를 경창서 앞에서 하면서 교회를 되찾기 위한 싸움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이 노상예배에는 당시 민주화 운동의 지도자들은 모두 다녀갔다. 문익환, 김재준, 함석헌, 백기완, 김대중, 김영삼까지도. 그리고 해외 교회에서의 관심과 후원이 잇따랐고 해외교회인사들이 방문하면 꼭 들러야 하는 민주화 운동의 상징이 됐다.     ▲ 중부경찰서앞 노상예배는 1984년 12월 9일부터 1990년 12월 9일까지 만 6년간 계속되었다. 사진 오른쪽 하단에 김대중 전 대통령의 모습이 보인다.ⓒ서울제일교회 1984년 9월 24일 박형규 목사는 기자회견을 통해 모든 사건의 배후에는 국군보안사령부가 있음을 폭로했다. 그해 6월 청와대 고위층으로 부터 1981년 경 부터 국군보안사가 서울제일교회를 파괴하고 박형규 목사를 제거하기 위한 공작에 착수했다는 사실을 확인했고 보안사령관직에 있던 장성이 기장 원로 증경총회장에게 이 사실을 시인했다는 것이다. 엉뚱한 곳에서 이와 관련된 사실이 밝혀지게 된다. 1986년 8월 14일 서진룸싸롱 살인사건이 일어나는데 그 사건에 연루된 조폭 일당의 사진이 동아일보에 공개가 되었다. 그런데 그중에 한 사람이 서울제일교회 예배방해자라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따라서 서울제일교회 사건의 배후에는 보안사를 비롯한 정권의 개입의 실체가 드러나면서 정권의 불법성과 비도덕성이 낱낱이 폭로된 것이다. 이후 교회를 다시 되찾게 되면서 지금에 이르게 되었지만 아직도 그 상처는 아물지 않고 현재 진행형으로 계속되고 있다. 민주화과정에서 서울제일교회는 민주화 제단에 바쳐진 희생양이었다.

예배 참여자들이 60주년을 상징하는 초를 밝히며 오전 10시30분 시작된 기념예배는 김효식 장로의 환영인사, 서울제일교회 성가대, 김연우 양, 어은정 양의 환영의 노래로 이어졌으며, 전호철 장로, 송일섭 권사의 참회고백과 정진우 목사의 ‘창립 60주년 메시지’, 평화를 위한 기도 등의 순서로 이뤄졌다.

▲ 지난 26일 서울시 중구 오장동에 위치한 서울제일교회는 창립60주년을 맞아 기념행사(기념예배, 출판기념회)를 진행했다. ⓒ에큐메니안

▲ 환영의 노래를 하는 어은정 양, 김연우 양, 캐더린 목사(왼쪽부터 시계방향). ⓒ에큐메니안

서울제일교회 담임목사인 정진우 목사는 증언을 통해 "지난 60년 변함없이 복음의 행진에 참여케 하신 하나님께 감사와 찬양과 영광을 올린다."고 전했다. 그리고 "지나온 전쟁의 역사, 개발 독재의 역사로 인한 상처는 크고 무서웠지만 그리스도의 남은 고난을 채우는 거룩한 기쁨이었고 십자가의 영광이었다."고 고백했다. 또한 지난 60년 동안의 경험과 기억을 토대로 변화된 세상에서 창조적으로 계승하고 심화시켜 나가기 위해 평화의 새 역사를 향한 새로운 발걸음을 내딛는다고 선언했다.

▲ 60주년 메시지를 전하는 정진우 목사. ⓒ에큐메니안

특히 정 목사는 "우리는 꿈꾸고 있다. 분단의 장벽을 허물기 위해 다시 십자가를 지는 교회에의 꿈, 니시카타마치 교회(서울제일교회와 40년간 결연맺은 일본 교회)와 손잡고 동아시아의 참 평화를 이루어 내는 꿈, 갈라진 형제자매들을 모두 품고 아울러 다시 한 공동체로 더덩실 춤추게 되는 꿈을 이루기 위해 결단하자."고 당부했다.

▲ 전호철 장로(왼쪽)와 송일섭 권사(오른쪽)가 참회의 고백을 하고 있다. ⓒ에큐메니안

▲ 성경봉독 강성철 청년, 이시카와 마사코(니시카타마치 교회), 김예솔 청년(왼쪽부터 시계방향). ⓒ에큐메니안

기념예배 후에는 2층 회의실로 장소를 옮겨 환영행사가 이어졌으며, 서울제일교회 청소년부. 청년부의 축하공연 등이 진행됐다.

▲ 창립 60주년을 축하합니다. ⓒ에큐메니안

▲ ⓒ에큐메니안

오후에 열린 “은총의 60년 평화의 새역사” 출판 기념회는 한국예술종합학교 풍물패의 길놀이로 3시30분에 시작됐으며, ‘초창기 서울제일교회, 민주화운동시대, 서울제일교회의 현재와 미래’의 내용이 각각 담긴 영상을 함께 시청했고, ‘서울제일교회 성가대, 평화의 나무 합창단, 코람데오 합창단’의 축하공연이 이어졌다.

▲ 60주년 기념 책 "은총의 60년 평화의 새 역사" 집필자인 김주한 박사(한신대). ⓒ에큐메니안

집필자인 김주한 박사(한신대)는 “서울제일교회 역사를 집필한다는 것이 어렵고 감당하기 힘든 일이었지만 서울제일교회 역사편찬 위원들과 증언해주신 교우들의 도움으로 완성할 수 있었다.”고 밝혔고, 성경속의 엘리야 이야기를 설명하며 서울제일교회 지난 60년의 역사를 “믿음의 선배들이 남긴 신앙의 겉옷으로 생각하고 더욱더 성숙한 평화공동체로서 거듭나기를 기원한다.”고 말했으며, 서평을 맡은 김영주 총무(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는 서울제일교회가 고난 받을 때 만났던 경험을 소개하면서 “교회란 무엇인가, 예배란 무엇인가”에 대해 함께 고민해 볼 것을 강조했으며, 교회를 지켜온 것에 대해 축하와 감사를 전했다.

▲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축사를 하는 김상근 목사(전 한국기독교장로회 총무)와 야마모토 유지 목사(니시카타마치교회), 서평을 하는 김영주 목사(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 ⓒ에큐메니안

축사를 전한 김상근 목사(전 한국기독교장로회 총무)는 “6.25 전쟁 이후 어려운 시대에 서울제일교회가 탄생했고 우리는 초창기 믿음의 선배들의 후예이다. 어려운 시대를 이끌어 온 그분들의 이야기가 이 책에 쓰여 있고, 불의한 현실에 맞서 반체제의 아지트였던 서울제일교회가 정의의 뿌리였다.”고 설명하면서, 60주년을 맞아 또다시 새로운 역사. 제3의 시대를 만들어가기를 당부했다.

이어서 축사를 전한 야마모토 유지 목사(니시카타마치교회 담임목사)는 서울제일교회와의 자매관계를 통해 서울에 처음 왔던 경험을 소개하면서 당시부터 지금까지 19년 동안 함께했던 목회자들과 교우들께 감사와 축하를 전했다.

▲ 출판기념회에 참석한 정상복 교무(원불교사회개혁교무단 단장, 왼쪽)와 종호 스님(조계종 노동위원회 위원장, 오른쪽). ⓒ에큐메니안

출판기념회는 순서를 맡은 이들을 포함해 약300여명의 내외빈 인사들이 참여했으며, 특히 이웃종교에서 종호 스님(조계종 노동위원회 위원장)과 정상덕 교무(원불교사회개혁교무단 단장)가 참여해 축하했고, 참가자들 모두가 상록수를 제창한 뒤 박형규 목사의 축도로 마쳤다.

▲ 축도를 하는 박형규 목사. ⓒ에큐메니안

▲ 축하공연을 하는 서울제일교회 성가대. ⓒ에큐메니안

▲ 축하공연 코람데오 합창단. ⓒ에큐메니안

▲ 평화의 나무 합창단의 축하공연. ⓒ에큐메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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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별 기자  ektlgofk@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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