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적 전위신학자 이정배 교수의 신간 『개벽신학 - 空 , 公, 共』은, 70세 고희에 이른 저자의 학문 여정의 결정체이며, 140년 한국 기독교사에서 우뚝 솟은 산봉우리 같은 역저다. 70노경에 이른 성숙한 학자만 가능한 동서 학문의 진수를 씨줄로 삼고, 같은 시대 서민들의 삶의 아픔과 고통을 날줄로 삼아서 그 해결의 방향과 방법을 한필의 옷감으로 생산해 냈다.
이 역저의 핵심 화두는 ‘개벽’이다. 흔히들 ‘후천개벽’이란 소리를 들으면 천지자연과 세상질서가 근본적으로 뒤바뀌는 초자연적 혹은 정치적 혁명을 상상한다. 그렇다. 이 책 저자와 더불어 문명의 전환을 갈망하는 동서 깨어있는 사람들은 지구사회의 부분적 개선이나 개혁을 넘어서 근본적 세계관과 가치관의 변화필요성을 한목소리로 외친다. 그러한 문명론적 시대사조의 요청에 대한 한국적 응답이 저자의 『개벽신학』이다.
『개벽신학』을 구성하면서 주제를 이끌고 가는 세 가지 핵심 어휘는 우리말로서 발음이 같은 ‘3가지 공’( 空 ,公, 共)이다. 첫째 어휘 공(空)은 비움, 텅빈 충만, 있음과 없음이라는 이분법을 넘어선 존재자체이신 ‘없이 계신 하느님’과 인간본성의 본래모습을 뜻한다. 그동안 주류적인 ‘인간의식 중심의 주체철학’을 부정한다.
둘째 어휘 공(公)은 몸을 가지고 살아가는데 필수적인 모든 물질적 재화와 자연자원을 개인이나 특권집단이 사유화하고 독점하는 소유철학을 부정하는 경제혁명의 원점이다. 셋째 어휘 공(共)은 더불어 삶의 정치이며 공동체적 삶의 복원을 위한 원리이다. 개인주의적 자유민주주의와 전체주의적 사회주의 정치행태를 동시에 극복할 것을 주장한다.
저자에 의하면, 전통 서구 기독교는 ‘하느님-사람-자연’이라는 순서로서 가치를 매겼다. 『개벽신학』의 관점에서는 그 순서를 역순으로 하여 ‘자연-사람-하느님’으로 존재순서를 매길 것을 제안한다. 일견 매우 불경스런 주장같아도, 대자연 없이 인간 출현이나 생존 없고, 인간존재 없이 하나님은 추상적인 최고관념으로 전락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개벽신학』의 의도는 <하느님- 사람- 자연>이 불가분리적, 상오침투적, 상호내주적 이라는 페리코레시스(perichoresis) 관계임을 강조하는 것이다. 현금 생존하는 한국 최고 문화신학자 이정배 교수의 이번 신간책의 일독을 강력히 권고하고 추천한다.
